Semua Bab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Bab 1051 - Bab 1060

1503 Bab

제1051화

강하리는 더 이상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정확히 말하자면 그 영상을 본 순간부터 모든 감정이 사라졌고 그 이후의 행동은 모두 단지 몸이 기억하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었다.그동안 생긴 온갖 상처조차 그녀에겐 아무 느낌조차 없었다. 찬 바람이 휘몰아쳐도, 그녀의 마음속엔 단 하나, 구승훈의 얼굴을 끝까지 눈에 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아마도 단 한 순간의 망설임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짧은 찰나가 그녀에겐 긴 세월처럼 길게 느껴졌다.그리고 그 순간, 강하리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내가 구승훈의 인생에서 그렇게까지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구나.’그래서 결심은 오히려 단순했다. 그가 망설이는 대신, 자신이 선택하면 될 일이었다.고가 아래 도로는 이미 봉쇄된 상태였지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차들이 있어 안전 매트는 아직 완전히 깔리지 않은 상태였다.그 시각, 조시욱과 주해찬은 차량을 통제하며 진입을 막고 있었고 그때 갑자기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밤하늘을 가르며 붉은 드레스가 아래로 떨어졌다고 꽃잎처럼 아름다웠고 동시에 피처럼 잔혹했다. 두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고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달려갔다.강하리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받아졌는지, 그대로 지면에 부딪혔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떨어지던 순간, 단 하나 기억나는 것은 구승훈의 창백한 얼굴과, 붉게 물든 그의 두 눈이었다.고통은 어쩌면 한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찰나의 통증이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심장에서 시작해 온몸의 관절, 근육, 뼛속까지 천천히 퍼져가는 고통이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는 눈을 감기 전 눈가에 살짝 맺힌 온기를 느꼈고 그 뒤로는 완전한 어둠뿐이었다.구승훈은 짐승처럼 날뛰며 안현우의 목을 움켜잡았다.안현우는 강하리가 그렇게 스스로 뛰어내릴 줄은 상상도 못 했고 그저 형식적으로 그녀의 목에 칼을 들이댔을 뿐이었다.강하리가 떨어지는 순간, 그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미친 듯이 웃어댔다.‘그년이 죽었다면 이 짓도 해볼 만했네.’그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짓던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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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지금 뭐 하려는 거야? 너 진짜 또 뭘 하려고 하는데!”주해찬은 온몸의 힘을 다해 구승훈을 붙잡았다.그제야 구승훈도 마치 정신이 번쩍 든 듯 돌아서더니 주해찬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주해찬이 그대로 반격하려는 순간, 조시욱이 급히 그를 막아섰다.구승훈의 시선은, 방금 막 차에 실린 사람에게 고정돼 있었다.손끝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그의 손은 총을 들기조차 힘들 정도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차 문이 쾅 닫히고 의료진은 단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녀를 병원으로 이송했다.수술실의 불은 꺼지지 않았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들락날락했다.심준호는 소식을 듣고 허둥지둥 도착했고 그 뒤엔 거의 정신을 못 차리는 백아영이 따라왔다.손연지는 무표정한 얼굴로 수술실에서 걸어 나왔고 천아름이 다가가 조심스레 물었다.“상태 어때요?”손연지는 멍한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아직 수술 중이에요. 안에 더는 못 있겠더라고요.”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흘렸다.“하리는... 하리는...”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술실 문이 열리고 의사의 손에 들린 한 장의 병세 위급 통지서가 마지막 희망을 무너뜨렸다.백아영은 평생 숱한 풍파를 겪어온 사람이었지만 그 순간 눈앞이 하얘지며 그대로 실신해 버렸고 수술실 앞은 다시 한번 혼란에 빠졌다.강하리는 어딘가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오래전, 강가의 작은 어촌 마을로. 리시안셔스 꽃이 들판 가득 피어 있었고 붉은 노을 속에서 어머니의 다정한 미소가 떠올랐다.하지만 그 자리에, 더는 구승훈은 없었다. 그 봄날, 벽 너머에서 조심스레 그녀를 부르던 소년도 없었고 고요한 여름날, 폭우 속에서 사탕을 들고 뛰어오던 그 사람도 없었다.그 가을엔 이별도 없었고 그 후의 긴 시간, 끝없는 그리움도 존재하지 않았다.그녀는 생각했다.‘이대로라면 좋겠다. 정말... 좋다. 그런데 왜 이토록 가슴이 아픈 걸까?’창백한 얼굴과 붉게 물든 눈, 그녀는 속으로 말했다.“승훈 씨... 슬퍼하지 마.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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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하얀 병실. 귓가엔 낮은 목소리로 주고받는 대화가 아른거렸다.강하리는 천천히, 힘겹게 눈을 떴고 가장 먼저 마주친 건 백아영의 걱정 어린 눈빛이었다.“할머니.”쉰 듯한 목소리로 그녀가 부르자, 손을 뻗어 닿아보려 했지만 손끝조차 들어 올릴 힘이 없었다.백아영은 잠시 멍하더니 이내 눈에 반짝이는 기쁨이 스쳤다.“의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급히 두 번을 외치자, 저쪽에서 손연지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의사가 고개를 돌렸다.강하리가 눈을 떴다는 걸 본 의사는 곧장 다가와 진료에 들어갔다. 손연지는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며 눈가가 다시 붉어졌다.‘이놈의 계집애... 그래도 깨어날 줄은 알았네.’의사가 전신을 점검하고 별다른 문제 없다는 말을 남긴 뒤 병실을 나섰다.손연지가 백아영 곁으로 다가갔다.“할머니 이제 좀 쉬세요. 제가 하리 곁에 있을게요.”백아영은 쉽게 떨어지지 못했지만 마침 그녀 담당 주치의가 찾아왔다.백아영은 아쉬운 듯 손을 뻗어 강하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편히 쉬고 있어. 할머니 검사 좀 받고 다시 올게.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연지한테 말해. 집에 전화하게 할 테니까.”강하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백아영을 배웅했다.병실엔 조용히 둘만 남았고 손연지는 말없이 침대 옆 의자에 앉아 강하리를 바라보고 있었다.침묵 끝에, 강하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화났어?”손연지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내가 뭘 화나. 네 목숨이 내 것도 아닌데. 다친 것도, 수술받은 것도, 병원에서 몇 번씩이나 위독 통보 받은 것도 전부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말을 이어가다, 어느 순간 그녀의 목소리는 잦아들었다.예전에도 그녀는 무너진 적 있었다. 자신 때문에 어머니가 병을 얻었을 때도 흔들렸지만 그날 밤, 위급 통지서가 몇 장이나 연이어 나왔을 때만큼은 아니었다.그때만큼, 무섭고 혼란스러운 순간은 없었다.“너 정말 못됐다.”손연지의 목소리가 떨렸다.“그렇게 뛰어내리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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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여초연 쪽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지금은 제가 어머니에게서 멀어질수록, 그 사람한테 더 좋은 거예요.”천아름은 코웃음을 쳤다.“그럼 그렇게 잘난 사람이면 매일 밤 병실 앞에 숨어서 서성이는 건 또 뭔데요?”구승훈은 담배를 피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천아름은 말을 내뱉고 나서 잠시 후회하는 듯했지만 곧바로 화제를 바꿨다.“구 대표님, 그날 대체 무슨 생각이었어요? 어차피 임희주랑은 다 쇼였잖아요. 그걸 알면서 왜 그렇게 망설이신 거예요?”구승훈은 묵묵히 담배를 피울 뿐,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됐어요, 그 얘긴 안 할게요. 그 대신 하나만 물을게요. 임희주는요? 아직 살려두신 거 아니죠?”구승훈은 담배를 털며 말했다.“제가 처리할 거예요. 이 일에 더는 끼지 말고 묻지도 마세요.”천아름은 그 말에 묘하게 화가 났다.손에 쥔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꾹 밟아 끄더니 차에 올려뒀던 꽃다발과 케이크를 들었다.“그래요. 그렇게 다 혼자 하실 거면 앞으로도 아무것도 부탁하지 마세요.”구승훈은 웃음만 지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천아름은 돌아보다 말고 그에게 짧게 쏘아붙였다.“진짜... 어떤 여자가 당신과...”그 말에 구승훈은 하늘을 잠시 올려다보더니 무심히 물었다.“조시욱, 형 있지 않아요? 조명현. 이번에 설에 내려왔다고 들었는데.”그 말에 천아름은 걸음을 멈췄다.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구승훈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가 다 타버릴 때까지 서 있었다가, 조용히 자기 차로 돌아갔다.도심 도로의 눈은 대부분 녹았지만 외곽 지역은 여전히 두껍게 쌓여 있었고 지나는 차들은 속도를 줄이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다.구승훈은 차를 몰며 준봉의 전화를 받았다.“안현우는 안가 쪽으로 넘겼습니다. 전에 회삿돈으로 땅 사들인 건도 곧 터질 거예요.”“그래.”구승훈은 짧게 대답했다. 잠시 침묵이 흐르다, 준봉이 다시 물었다.“그럼 임희주하고 그 경호원은요?”“계속 심문해. 여초연 쪽에서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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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구승재는 안절부절못한 얼굴이었지만 손발은 놀랄 만큼 재빠르게 움직였다.그는 구승훈을 부축해 조심스럽게 차에 태운 뒤, 곧장 외곽 요양병원으로 향했다.요양병원은 도심 외곽의 산 중턱에 위치해 있었고 공기 맑고 조용한 데다 의료진과 시설도 최고급이었다.이곳은 원래 B시에서 육씨 가문이 운영하는 재단 계열 병원 중 하나였다.노민준은 구승훈의 검진 데이터를 들여다보다가, 이마를 살짝 찌푸렸고 그 표정을 본 구승재는 직감적으로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형, 왜? 어디 많이 안 좋아?”노민준은 한참 말이 없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교통사고 자체는 그나마 괜찮아. 폐에 타박상이 좀 있어서 당분간 안정을 취해야 해. 문제는…”그는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요즘 상태가 워낙 안 좋았잖아.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했고. 지금처럼 밤새 일하고 제대로 쉬지 못하면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이번엔 그냥 ‘붕괴 직전’이었고 다음엔 진짜 무너질 수도 있어.”구승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궜다.“내가 그걸 말린다고 그 말을 들을 형이 아니지. 형은 강하리말만 듣잖아.”노민준은 헛기침을 하며 입꼬리를 씰룩였다.“하리가 말리면 다를 줄 알았지. 근데 말이 안 되니까 지금 이 모양인 거고. 내 생각엔 아예 입원시켜 놓고 감시하는 수밖에 없어.”“좋아. 난 찬성. 민준 형, 힘내!”구승재는 웃으며 받아쳤고 노민준도 키득 웃었다.“농담 말고 일주일은 무조건 쉬게 해야 돼. 진심이야.”“알았어.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병실 안, 구승훈은 이미 의식을 되찾고 있었다. 침대 옆엔 준봉이 서 있었고 바닥엔 산산조각 난 컵이 굴러다니고 있었다.구승재가 들어서자 준봉은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반색하며 말했다.“승준 씨, 대표님 약 절대 안 드시려고 해요. 설득 좀 해주시죠. 전 임희주 쪽 가보겠습니다.”“잠깐만 그건 또 무슨 소리야?”구승재가 준봉을 붙잡고 물었고 준봉은 한숨을 쉬었다.“꽃이랑 케이크, 하리 씨가 다 병원 밖으로 내버리라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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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사실 ‘풀려났다’고는 했지만 그 모든 시간 동안 구승훈의 외삼촌 여초천은 줄곧 구가 사람들의 감시 아래에 있었다.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여초연을 구씨 가문에 붙잡아두기 위한 장기적인 수였을 뿐이다.그리고 여초연이 구씨 가문을 떠나던 날, 그녀는 구초천을 구동근 손아귀에서 힘겹게 빼내어 국내에 남겨두었다.하지만 여초천은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고 여초연은 그를 급히 남겨두고 치료만 맡긴 채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그 이후로 줄곧, 구승훈은 여초천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임희주를 내세운 건 어디까지나 미끼에 불과했다. 정확히 말하면 임희주를 이용해 여초연의 계획에 틈을 만들고 결국엔 여초천의 위치를 노출시키려는 것이 진짜 목적이었다.처음부터 임희주는 ‘진심’이 아니었다. 아무리 충성스럽다 한들, 그녀는 여초연에게 있어 하나의 도구일 뿐, 심지어 이미 의심까지 받고 있었기에 더욱이 버림받을 운명이었다.그러니 임희주를 제어한다는 건 보여주기일 뿐이고 정말로 여초연의 ‘숨통’을 쥐고 있는 건 여초천이었다.“외삼촌, 그렇게 흥분하실 것 없잖아요.”구승훈은 휠체어를 밀어 창가 쪽 테이블에 다가가 컵에 물을 따라 내밀었다.“물 마셔요. 괜히 화병 나시겠어요.”하지만 여초천은 그 잔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싸늘하게 웃었다.“기막히군. 세상에... 그 지긋지긋한 놈 자식이 아직도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다니!”구승훈의 표정엔 분노도 없었다. 다만 짧게,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외삼촌이 아직 살아계신 데 제가 먼저 가면 섭섭하죠.”“구승훈! 네놈이 죽었어야 해! 모든 비극의 시작이 너야! 너 때문에 우리 여씨 집안이 망했고 네 엄마도 초연이도 이렇게 된 거야!”구승훈은 눈을 내리깔고 잠시 침묵에 잠겼고 이내 서늘하게 웃음을 흘렸다.“제 탓이라고요? 그럼 저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요. 제가 엄마한테 날 낳아달라고 한 적 있습니까? 아니면 여씨 집안 사람을 한 번이라도 제 손으로 다치게 한 적이 있나요? 엄마가 가출하고 남자 따라다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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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요양원 아래 주차장.구승재는 허겁지겁 달려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아직 차에 다다르기도 전에, 멀리서 한 대의 차량이 조용히 들어오는 게 보였고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그제야 조금 풀렸다.그는 서둘러 그 차 앞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고 동시에 코끝을 찌르는 담배 냄새가 훅 들어왔다.“형, 또 담배 폈어?”구승훈은 차에서 내려 차 문을 짚고 겨우 몸을 일으켰고 몸을 가누는 모습이 눈에 띄게 힘겨워 보였다.무슨 말을 하려던 구승재는 그보다 먼저 들려온 거친 기침 소리에 놀라 멈칫했다.거친 기침 소리 끝에 피비린내가 섞였고 구승훈은 겨우 참으며 목까지 차오른 피를 억지로 삼켰고 구승재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담배 피지 말랬잖아. 막 돌아다니지도 말라고 했고! 형, 제발 말 좀 들어라.”하지만 구승훈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손수건을 꺼내 손끝을 닦고는, 조용히 밤하늘 아래 그걸 쓰레기통에 던졌다.“승재야.”“나 진짜 걱정돼서 그런 거야.”구승훈이 피식 웃었다.“죽진 않아.”그러고는 걸음을 옮기다 문득 걸음을 멈췄다.“임희주 그쪽은?”구승재는 인상을 찌푸리며 방금 구승훈이 던진 손수건이 들어간 쓰레기통을 힐끔 보았다가, 이내 형의 뒤를 따라붙었다.“오늘 또 준봉이 신문했는데 여전히 같은 말만 해. 형 얼굴 한 번 보면 그때야 입 열겠다고.”구승훈은 고개만 끄덕이며 요양원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구승재는 그 뒤를 따르며 말했다.“근데 진짜로 누워서 쉬어야 해. 안 그러면 죽는다잖아.”구승훈은 짧게 웃었다.“폐색전증 온다고 했잖아! 이건 웃을 일이 아니라고!”하지만 그는 여전히 무반응이었고 결국 구승재는 한숨을 내쉬며 옆으로 비켜섰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밤의 요양원은 유독 조용했고 그만큼 복도를 울리는 발소리는 또렷하게 들려왔다.병실 문이 열리는 순간, 임희주는 갑작스럽게 눈을 떴고 눈가엔 놀람과 함께 복잡한 감정이 비쳤다.구승훈은 창가에 서 있었다.“하고 싶은 말 남았어요?”임희주는 눈가가 붉어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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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말하면 고통 없이 죽게 해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입 다물고 버틴다면 당신을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 방법은 차고 넘치거든.”차갑게 말을 내뱉은 구승훈은 그대로 병실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리고 임희주는 멍하니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이내 외쳤다.“구 대표님, 저... 저 당신 좋아했어요. 그거 알아요? 진심으로, 당신을... 좋아했어요...”하지만 그녀의 고백은 그저 허공을 맴돌 뿐, 아무도 듣지 않았다.강하리는 구승재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 잠시 망설였다가 곧 전화를 끊었다.그런데 몇 초도 안 돼 다시 전화가 울렸고 계속해서 울려대는 진동에 결국 그녀는 한숨을 쉬며 전화를 받았다.“형수님.”구승재의 목소리에는 희미하게 반가움이 섞여 있었지만 강하리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담담하고 차분했다.“다시는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저 지금 좀 피곤하거든요. 쉬고 싶어요. 그러니까... 다시 전화하지 마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구승재는 멍하니 전화를 들여다보다가,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한 줄의 메시지를 남겼다.[형수님, 생일 축하드립니다.]하지만 그 메시지조차, 아무런 응답 없이 그대로 묻혀버렸다.구승훈의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찌르는 담배 냄새에 구승재는 인상을 찌푸렸다.구승훈은 그를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안 됐냐?”대답 대신, 구승재는 말없이 다가가 그 손에서 담배를 빼앗아 재떨이에 눌러 껐고 재떨이를 들고 방을 나섰다.잠시 후, 노민준이 급히 병실로 들어왔다.“담배 끊든가 안정제 맞든가. 선택해.”구승훈은 그를 빤히 보더니 침대 위로 몸을 기댔고 노민준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너, 강하리가 유엔 인맥까지 써서 약리학자 세 명 데려온 거 알고는 있어? 그것도 세계 최고 수준. 그 사람들 상담료가 어느 정도인 줄 알아? 분 단위도 아니고 초 단위로 계산된다. 다 너 살리려고 이 난리인데 넌 진심으로 그 노력을 다 무시하고 싶은 거냐?”그 말에 구승훈은 눈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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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사실 그 남자는 임희주에게 대답할 기회조차 줄 생각이 없었다.입이 단단히 막힌 그녀의 눈엔 점점 절망이 차오르고 몸을 움직이려 해도 힘조차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눈물이 뚝 떨어진 그 순간, 남자의 입가에서 다시 비웃는 소리가 흘러나왔다.“배신할 때부터 알았어야지. 이런 꼴 당할 줄. 임희주, 감히 누굴 믿고 사모님을 배신했냐? 응?”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며 서늘하게 젖어 있었다.임희주는 고개를 필사적으로 저었다. 말하고 싶었다. 이제 안 그럴 거라고 다시는 안 그럴 거라고. 한 번만 기회만 더 달라고.하지만 남자는 그 비참한 눈빛조차 즐기는 듯 피식 웃더니 말했다.“너 생각엔, 구승훈이 너 쓸모없어졌다고 판단하면 어떻게 할 거 같냐?”그 말에 임희주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한순간의 정적. 이어지는 건, 저항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차가운 분위기에 날카로운 바늘이 살을 찢고 서늘한 약물이 천천히 몸속에 스며들었다.몸부림치던 동작은 어느새 멈췄고 그의 눈빛을 따라 움직이던 임희주의 시선도 점점 흐려졌다.여초연 곁에서 오래 지낸 그녀는, 지금 이 약이 어떤 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완전히 무너지진 않지만 식물인간처럼 의식만 겨우 남아 있는 상태, 그 약은, 그렇게 사람을 파괴했다.바늘을 뽑아낸 남자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딱 좋아. 테스트 겸 써보기엔 안성맞춤이지. 덕분에 새 약 연구도 진도 좀 나가겠네. 너한텐 마지막 명예다, 그렇게 알아.”병실 문이 다시 열렸고 하얀 가운에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그 남자는 조용히 밖으로 걸어 나왔다.꺼져 있던 복도 CCTV가 하나둘 다시 켜졌고 남자는 카메라를 향해 두 손가락을 이마에 대고 가볍게 경례하듯 인사를 건넸다.그 화면을 지켜보던 구승재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이게, 대놓고 도발 아니고 뭐야.”구승훈도 화면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 시선을 보냈다.“승훈 씨, 어젯밤 그 시간대에 이상한 소리가 났고 창가 쪽으로 그림자가 스쳤습니다. 저희가 곧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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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노민준이 떠난 뒤 한참이 지나서야 구승훈은 휴대폰을 꺼내 강하리에게 짧은 문자를 보냈다.[좀 나아졌어?]하지만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화면엔 전송 실패 알림이 떴다.구승훈은 씁쓸하게 웃었고 가슴 속 깊은 통증이 일며 피를 토했다.그 소리에 깜짝 놀란 구승재가 황급히 달려왔다.“형!”구승훈은 아무렇지 않은 듯 손등으로 피를 닦고 말했다.“괜찮아. 별일 아냐. 그리고... 여초천 병세 위중하다는 소문 퍼뜨려.”“형, 제발 이러다 진짜 형수님도 못 돌려놓고 큰어머님까지 막을 수 없게 될 거야!”“됐어. 내가 괜찮다는데 못 알아들어?”구승훈은 지친 얼굴로 키를 집어 들고 병실을 나섰고 구승재는 분노와 답답함이 뒤섞인 얼굴로 뒤를 쫓았다.“형!”하지만 그가 병원 현관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구승훈의 차는 주차장을 벗어나고 있었다.노민준도 뒤늦게 병실에서 뛰쳐나왔고 멀어지는 차량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내버려둬. 저렇게 살다가 죽겠다는데 어쩌겠냐. 그냥... 알아서 하라고 해.”구승재는 그 말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한편, 강하리는 구승재의 전화를 받고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분명히, 충분히 명확하게 말한 줄 알았다.“받아. 안 받으면 그 꼬맹이 울지도 몰라.”천아름은 옆에서 거울을 보며 입술을 정리하더니 무심한 듯 중얼거렸다.강하리는 깊은숨을 내쉰 뒤, 전화를 받았고 구승재의 목소리는 확실히 맥이 빠져 있었다.“하리 누나.”이번엔 ‘형수님’이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이름을 불렀다. 강하리는 마음이 이상하게 저릿해졌지만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무슨 일 있으세요?”“형이... 또 병원 쪽으로 가면 한 번만 말 좀 해주면 안 될까요?”강하리는 입술을 꾹 다물고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죄송해요. 저 이제 구승훈 씨랑 아무 관계도 없어요. 그 사람이 올 일도 없고 와도... 저는 안 볼 거예요. 제게 부탁하지 마시고 차라리 임희주 씨에게 부탁하세요.”“형수님...”구승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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