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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죽기 전엔 못 놔줘: Chapter 1771 - Chapter 1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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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1771화

김인우는 살짝 어리둥절했다.집에 있을 때도 매번 셰프에게 평범한 집밥 요리만 주문했던 그녀였기 때문이다.그러자 조하랑이 매운 닭발 하나를 들고 그에게 말했다.“저는 기분이 다운되거나 우울한 일이 있으면 무조건 매운 음식을 먹어줘야 해요.”“먹으면 좀 나아져요?”“당연하죠. 입 안이 얼얼해지면서 온몸이 개운해지거든요. 믿지 못하겠으면 오늘 한번 도전해 보시든지.”말을 마치자마자 조하랑은 그의 접시에 고기 한 점을 덜어줬다.김인우는 거절하는 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젓가락으로 집어서 입에 넣었는데 순간 너무 뜨겁고 매워 허겁지겁 물로 입을 헹궜다.“너무 매운데요? 이런 음식은 건강에도 안 좋을 것 같은데 적게 먹는 게 좋겠어요.”그러자 조하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저도 아는데 가끔 먹는 건 상관없어요.”그녀는 지금 임신 중이라 매일 집에서 해주는 요리를 거의 못 먹는 상황이었는데 오늘 훠궈를 보자마자 갑자기 집 나갔던 입맛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자, 여기 더 먹어요. 이것도 먹다 보면 습관 되거든요.”김인우는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먹기 시작했다.조하랑의 말대로 처음에는 살짝 받아들이기 힘들었는데 먹다 보니 너무 매운 것도 아니었다.그러나 확실히 덥긴 더웠는지 두 사람은 땀도 많이 흘리고 물도 엄청나게 마셨다.어느새 배가 부른 조하랑은 만족스러운 듯 자기 배를 통통 두드렸고 김인우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확실히 이 방법이 효과가 있는 것 같네요.”“당연하죠. 저는 매번 이렇게 스트레스 풀거든요.”말하면서 활짝 웃는 조하랑의 모습을 김인우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이 빤히 바라보았다.어느새 그의 뜨거운 시선을 느낀 조하랑은 뚝딱거리며 그에게 물었다.“왜 그렇게 봐요?”김인우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헛기침 몇 번 하더니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너무 배불러서 잠깐 멍때린 거지 일부러 본 거 아니에요.”“아, 네네.”조하랑은 그의 대답에 별생각 없이 또 우유 한 잔을 들이켰다.사실 지금 상태로는 가능한 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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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2화

“왜요? 혹시 아이 갖고 싶어요?”저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데 과연 조하랑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순간 짜증이 밀려온 조하랑은 미간을 찌푸리고 답했다.“저도 싫어요. 애초에 아기를 잘 돌보는 타입도 아니라서 그냥 말해본 거예요.”그녀는 말하면서도 이불자락을 꽉 쥐었다.동시에 김인우도 그녀의 대답에 적잖이 실망감을 느꼈다.여태껏 조하랑이 박예찬과 잘 놀아주는 모습만 봐서 당연히 그녀가 아이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솔직한 마음을 속인 채 불편한 상태로 자야 했다.그러나 조하랑은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고 내일은 무조건 할아버지한테 외지로 떠나겠다고 말할 셈이었다.이튿날 아침.두 사람은 모두 일찍 일어났는데 그중 김인우는 확실히 어제보다 안색이 좋아졌다.“깼어요? 언제 시간 있을 때 우리 또 훠궈 먹으러 가요.”김인우는 이제부터 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 했지만 조하랑은 왠지 그러기 싫어졌다.“아마 내년까지 기다려야겠네요.”식탁 옆에 앉아 있던 김훈이 그녀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서 되물었다.“하랑아, 왜 내년까지 기다려?”“할아버지, 마침 말씀드리려던 참이었는데요. 저 서주시에 가서 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략 1년 반 정도 뒤에 다시 돌아올게요.”조하랑의 말에 김훈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왜 갑자기 그리 멀리 가는데?”이때 조하랑은 박예찬에게 눈빛을 보내며 자신을 도와 몇 마디라도 해주길 바랐다.그러나 지금 박예찬의 머릿속은 온통 김훈의 건강 때문에 누구를 도와줄 처지가 아닌 것 같아 그저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밥만 먹었다.“할아버지, 저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여러 곳에서 많이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러니까 부디 허락해 주세요.”조하랑은 활짝 웃으며 그에게 애교를 부렸다.그녀가 김씨 가문으로 시집오고부터 김훈은 조하랑이 원하는 건 모두 들어줬고 단 한 번도 안 된다고 거절한 적이 없었다.그러나 문득 자기 건강을 생각해 보니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그래. 그럼 인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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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3화

“괜찮아. 할아버지께서 건강검진 받으셨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대.”조하랑도 병원 의사한테서 들은 얘기였지만 김훈이 미리 시켰단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박예찬은 당장에라도 조하랑에게 모든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게 너무 답답해서 그저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저는 그래도 이모가 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뱃속에 아기도 있잖아요.”순간 조하랑은 깜짝 놀라 단번에 박예찬의 입을 막았다.“예찬아, 이 일은 이모랑도 약속했지? 절대로 할아버지랑 인우 삼촌한테 말하면 안 돼. 알겠지?”그러자 박예찬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말하려면 진작에 말했어요.”‘하긴.’조하랑은 이미 어른이랑 별다를 게 없는 박예찬이 너무 든든했다.“그러면 다행이고. 어른들의 일은 어른이 해결할 테니까 넌 빨리 학교 가.” 박예찬은 자신의 설득에도 조하랑이 고집을 부리니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다른 한편, 김인우는 그제야 박민정의 난청 수술에 관한 일이 떠올라 수술 시간을 확인차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자 박민정은 서주에 갔다 와서 다시 수술 날짜를 잡겠다고 말했다.순간 오늘 갑자기 서주로 가겠다던 조하랑이 떠올랐는데 사실 지금 그녀가 하는 업무는 온라인 마케팅 부분이라 굳이 출장 갈 필요가 없었다.설령 필요하다고 해도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아 그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요 며칠 하랑 씨가 뭐 하고 다니는지 잘 지켜봐 봐.”김인우는 모든 일을 안배한 뒤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그러나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방성원, 설인하 부부와 딸 방은정의 모습이 보였다.“성원아, 병원엔 웬일이야?”“아기가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아서 검사하러 왔어.”“그래.”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더 얘기를 나눈 뒤 헤어졌다.그러다가 김인우는 다시 뒤돌아 방성원네 세 식구의 모습을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문득 자신은 언제쯤 아이가 있을지, 언제쯤 조하랑과 아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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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4화

방성원도 방은정의 작은 손을 꼭 잡아주고 나서야 그녀는 안심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그 모습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설인하는 왠지 모르게 씁쓸한 감정이 몰려왔다.그러다가 문득 이혼도 먼저 제안하고 거기에 아이 양육권까지 달라고 한 자신이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아이도 아빠를 너무 잘 따랐고 방성원도 아이를 많이 예뻐했다.이때, 차가 갑자기 급정거하게 되었는데 설인하가 채 반응도 하기 전에 방성원은 그녀와 방은정을 자기 품에 꼭 안았다.그리고 살벌한 얼굴로 운전 기사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에요?”“대표님, 죄송합니다. 갑자기 앞에 차가 급정거하는 바람에...”연신 사과하는 운전기사를 보고 방성원이 다시 차분하게 답했다.“천천히 몰아요.”“네.”이 시각 설인하는 여전히 딸과 함께 방성원의 품에 안겨 있었는데 또다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그러다가 문득 그의 두 눈과 마주하게 되었고 두 사람은 한동안 그 상태로 말없이 바라만 보았다.이때, 방은정이 방성원의 옷자락을 잡고 그를 불렀다.“아빠...”방성원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면서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그 뒤로 차는 도로 위를 아주 천천히 달리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설인하는 아까부터 심장이 계속 두근거려 창밖을 바라보면서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성원은 방은정을 안은 채 앞에서 걸었고 설인하는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도우미는 세 사람이 같이 돌아온 모습을 보고 살짝 긴장한 얼굴로 다가와 물었다.“은정이는 괜찮나요?” “그저 보통 감기래요.”방성원은 아이를 그녀에게 넘기며 말했다.“너무 다행이네요.”여태껏 도우미가 방은정을 계속 돌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예쁜 아이가 아프다고 하니 자신도 걱정되었다.그렇게 도우미는 방은정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이때, 방성원은 한창 출근 준비 중인 설인하를 불러세웠다. “얘기 좀 해.”“뭐?”두 사람은 나란히 집을 나섰고 방성원이 대뜸 그녀에게 물었다.“정말 나랑 이혼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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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5화

“왜 아직도 안 갔어요?”연지석의 물음에 설인하는 벌떡 일어서서 답했다.“부사장님, 아직 업무가 조금 남아서 다 끝내면 가려고요.”그러자 연지석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어요. 무엇보다도 건강이 제일 중요한데 이만 돌아가서 쉬어요.”설인하는 살짝 고민해 보다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괜찮습니다.”연지석은 원래 쓸데없는 참견을 잘 안 하는 사람인데 설인하와는 오랫동안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로 지냈기에 이제는 거의 친구나 다름없었다.하여 그는 돌아가려다가 다시 소파에 앉았다.“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요?”지난번에 방성원이 아이를 억지로 데려갔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무슨 짓을 했나 싶었다.그러자 설인하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아니요. 집안일은 이미 다 해결되었습니다.”그러다가 뭔가 갑자기 생각났는지 다시 말을 이었다.“맞다, 지난번에 부사장님께서 제 그 불미스러운 일을 처리해 주셨는데 제가 계속 밥 한번 사드리고 싶었거든요. 말이 나왔던 참에 바로 오늘 갈까요?”연지석은 거절하지 않았다.“그래요.”그의 대답에 설인하는 즉시 가방을 정리한 뒤 연지석과 같이 회사에서 나왔다.이때, 회사 입구에 마이바흐 한 대가 세워져 있었고 차 안의 남자는 설인하와 연지석이 웃고 떠들며 함께 걸어가는 모습과 백화점 안에 들어가서 밥까지 먹는 걸 보고 말없이 담배만 태웠다.연기가 자욱해질수록 차 안에 있던 방성원의 눈가도 어느새 빨개졌다.그냥 못 본 척 가려고 했는데 핸들을 잡고 있던 손이 너무 떨려서 차에 시동조차 걸기 힘들었다.두 사람이 밥을 다 먹고 나와보니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설인하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방은정이 이미 자고 있었고 거실 소파에 방성원이 혼자 앉아 있었다.그는 마침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그녀가 돌아온 걸 뻔히 알면서도 인사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뻘쭘해진 설인하가 먼저 입을 뗐다.“왜 아직도 안 자고 있어?”방성원이 찻잔을 내려놓더니 시선은 여전히 딴 곳에 둔 채, 차갑게 답했다.“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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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6화

“내가 연지석이랑 경쟁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냐?”방성원이 김인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물었다.이게 대체 무슨 질문이란 말인가. 김인우는 순간 멍해졌고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연씨 가문의 재력은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게 아니지. 내 생각엔...”“여자를 찾는 면에서 말이야.”방성원이 말을 끊었다.김인우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는데 그는 순간 또 다른 유남준을 본 것만 같았다.“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너로선 연지석을 이기기 어려울 것 같은데. 어쨌든 연지석은 결혼도 안 했고 애도 없잖아. 게다가 외모도 여자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고.”김인우는 거짓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말은 마치 비수가 되어 방성원의 가슴을 깊숙이 찔렀다.방성원은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그럼 아이가 있는 여자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그걸 말이라고 하냐? 민정이가 전에 아들 둘을 데리고 있었는데도 받아들였잖아. 그럼 뭐든 가능하지.”김인우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이건 정말 뼈아픈 현실이었다. 이제 자신의 딸, 은정이도 연지석을 아빠라고 부르게 되는 걸까?“그나저나 갑자기 왜 이런 걸 묻는 거야? 연지석이 또 민정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거야?”김인우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는 연지석이 정말 뻔뻔하다고 생각했다. 박민정은 이미 유남준과 오래도록 함께했고 아이도 넷이나 뒀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는 건 인간이길 포기한 거나 다름없지 않은가.“아니.”방성원이 의자에 몸을 기댔다.아마도 술을 너무 많이 마셨기 때문일까. 그는 더 이상 체면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털어놓았다.“인하야...”인하? 설인하?김인우는 처음엔 잘 이해하지 못했다가 곰곰이 되새기고는 경악했다.“너 지금, 연지석이 네 아내한테 관심을 두고 있다는 거야?”그의 목소리가 다소 커졌고 주변 사람들이 흘깃 바라보자 김인우는 싸늘하게 쏘아붙였다.“뭘 봐요?”그제야 몇몇 사람들이 그가 김씨 가문의 후계자라는 걸 알아차리고는 더 이상 말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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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7화

“연지석 당신 진짜 염치없네요. 민정이도 모자라서 이제는 성원이 아내까지 건드려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 아니에요? 대체 왜 남의 여자만 찾는 건데요? 싱글은 아예 안 보이나 보죠?”김인우는 폭언을 쏟아내기 직전이었다.연지석은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였고 갑자기 얻어맞은 탓에 제대로 대응할 새도 없었다.김인우가 다시 주먹을 날리려 하자 연지석도 정신이 번쩍 들어 재빨리 몸을 피했다.“뭐가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네요. 오해한 거 아니에요?” 연지석이 묻자 김인우는 주먹을 쥔 채 이를 악물었다.“오해고 뭐고 할 것도 없어요! 당신 같은 놈은 정말 역겹네요! 제대로 맞아야 정신 차리죠!”한두 번도 아니고 세 번째로 김인우가 또다시 주먹을 날리려 하자 연지석도 더는 가만히 있지 않았고 그대로 반격하며 정확하게 한 방을 꽂아 넣었다.연지석은 어릴 때부터 몸 단련에 열중했고 살아오면서 겪어온 것들이 온실 속에서 자란 김인우와는 차원이 달랐다.김인우는 한순간에 나가떨어졌고 땅에 쓰러진 채 이마를 찡그렸다. 그도 만만한 성격이 아니었기에 다시 일어나 덤비려 했으나 연지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저랑 설인하 씨는 그냥 직장 동료일 뿐이에요. 김인우 씨랑 방성원 씨가 오해한 겁니다.”그 말을 듣자 김인우는 멈칫했다.“맹세할 수 있어요? 설인하한테 관심 없다고?”“당연하죠.”연지석의 목소리는 확고했다.그가 박민정을 좋아했던 건 박민정이 그만큼 특별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인하는 그냥 동료일 뿐, 좋아한다는 감정과는 거리가 멀었다.“그럼 둘이 사귀는 것도 아닙니까?”“네, 아닙니다.”연지석의 대답은 단호했다.“오늘 같이 식사한 건, 내가 설인하 씨 업무를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어요.”그제야 김인우는 자신이 오해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쪽 말이 사실이라면... 미안했습니다.”“앞으로는 제대로 알아보고 행동해요.”연지석은 돌아서려다 한 마디 덧붙였다.“그리고 잊지 마요. 김인우 씨가 전에 누가 본인을 구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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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8화

설인하는 순간 멍해졌다가 곧바로 몸을 피했다.움직임이 빨랐지만 그래도 방성원의 토사물이 옷에 묻고 말았다.누군가를 이렇게까지 돌봐 본 적이 없었던 그녀는 본능적으로 화장실로 달려가 몸을 깨끗이 씻어냈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후,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쉴 생각이었으나 거실을 지나치다 문득 방성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힘없이 축 늘어져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어딘가 안쓰러웠다.그 순간, 설인하는 몇 년 전을 떠올렸다. 금방 결혼하고 친정이 어려움을 겪던 시절, 그녀도 술에 의지하던 때가 있었다.매번 이렇게 취해 정신을 잃곤 했는데 다음 날 눈을 뜨면 언제나 깨끗한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 있었고 옆에는 방성원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그 기억이 떠오르자 설인하는 조용히 다가가 깨끗한 옷을 꺼내 들었다.그의 옷을 갈아입혀야 했다. 하지만 성인 남자의 옷을 갈아입히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방성원은 키도 크고 덩치도 컸으며 취해 있는 탓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한참을 씨름한 끝에 겨우 외투만 벗길 수 있었다. 속옷까지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그냥 두기로 하고 주변을 깨끗이 정리한 후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리고서야 안심하고 방으로 돌아갔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이 시간에 대체 누구야?’짜증 섞인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더니 김인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얼굴 한쪽이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는데 누가 봐도 얻어맞은 흔적이었다.“인우 씨? 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설인하의 질문에도 김인우는 그녀를 보지 않고 거실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여전히 취한 채 소파에 쓰러져 있는 방성원이 있었다.그제야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은 김인우가 설인하를 바라보았다.“인하 씨, 성원이랑...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성원이가 다 설명하지 않았어요? 그때 그 일, 성원이랑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고.”김인우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설인하는 김인우가 한밤중에 찾아와 이 일로 자신을 추궁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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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9화

방성원은 김인우에게 고마워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웃어넘겨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는 다가서며 약간은 도도하게 말했다.“무슨 억울함? 너 혹시 착각한 거 아니야?”어젯밤, 방성원은 만취한 상태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김인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 채 간단히 말했다.“어제 연지석에게 직접 물어봤어. 걔랑 인하 씨는 아무 관계도 아니야. 어제저녁에 같이 밥 먹은 것도 그냥 인하 씨가 도움받은 거에 대한 감사 인사였을 뿐, 다른 의미는 없었대.”방성원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을 짓누르던 무거운 무언가가 스르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그러나 곧 의문이 떠올랐다.“근데 넌 이걸 어떻게 안 거야? 어떻게 연지석을 찾아가서 물어볼 생각을 했냐?”김인우는 방성원의 체면을 고려해 어젯밤의 취중 난동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태연하게 말했다.“그야, 그냥 짐작한 거지. 내 촉이 정확했잖아.”그러고는 태연하게 말을 돌렸다.“아, 배고프다. 빨리 가정부한테 아침밥 좀 차리라고 해.”그렇게 말한 뒤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방성원은 그가 사라진 후 피식 웃고는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겉옷은 언제 바뀌었는지 몰라도 속옷은 그대로였다. 온몸에서 술 냄새가 진동했고 구토로 얼룩진 흔적도 남아 있었다.그는 곧장 샤워실로 향했다.아마 어젯밤 김인우가 자신을 챙겨준 모양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김인우는 이미 가정부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있었다.방성원이 다가가며 툭 던졌다.“고맙다.”“에이, 별말을 다 하네. 우리 사이에 그게 무슨 인사야? 친구끼리 이 정도야 당연한 거지.”김인우는 만두를 베어 물며 중얼거렸고 방성원은 한참을 지켜보다가 다시 물었다.“내 옷도 네가 갈아입혀 준 거냐?”김인우는 순간적으로 멈칫하더니 방성원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뭐? 내가 네 옷을 갈아입혔다고? 지금 제정신이야?”김인우가 아니라면...?방성원이 더 캐묻기 전에 가정부가 다가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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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0화

“무슨 소리야? 내가 그런 여장부를 좋아할 리가 있겠어?” 김인우는 단호하게 부정했다.“게다가 폭력적인 여자잖아. 난 절대 하랑 씨를 좋아할 리 없어. 난 그저 하랑 씨가 낯선 곳에 혼자 가서 위험한 일을 겪을까 봐 걱정되는 것뿐이야.”“어쨌든 내 아내인데 어떻게 남한테 괴롭힘을 당하게 놔둘 수 있겠어?”박예찬은 김인우의 뻔한 거짓말을 조용히 바라보며 굳이 들추지 않았다.“아, 그렇다면 걱정 안 해도 되겠네요. 듣자 하니 에리 아저씨도 같이 갔다던데요.”“에리?”김인우의 동공이 순간 수축했다. “그 배우 말이야?”“네, 맞아요. 요즘 완전 핫한 국민 배우죠.”박예찬이 태연하게 말하자 김인우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둘이 어떻게 같이 가게 된 거야? 하랑 씨가 그 사람을 어떻게 아는데?”“에리 아저씨는 우리 엄마 회사의 전속 모델이에요. 하랑 아줌마가 아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니죠. 게다가 아저씨도 아시잖아요, 하랑 아줌마는 원래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잖아요.”박예찬의 눈빛이 장난스럽게 반짝였다.“하랑 아줌마가 에리 아저씨가 베이징에서 홍보 촬영을 한다는 얘길 듣고 같이 가겠다고 하셨대요.”“에리 아저씨는 얼굴은 곱상해도 몸은 탄탄하고 싸움도 잘한대요. 게다가 경호원도 많아서 하랑 아줌마가 위험할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안심하세요.”안심이라니... 이 말을 듣고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김인우는 주저 없이 휴대폰을 들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당장 전용기를 준비해. 바로 떠날 거야.”박예찬은 그런 김인우를 바라보며 장난을 이어갔다.“아저씨, 그렇게 서두르시면 하랑 아줌마가 싫어하실 텐데요? 아줌마랑 에리 아저씨의 둘만의 시간을 방해하는 거잖아요.”“뭐? 둘만의 시간이라니?”김인우는 언짢은 표정으로 받아쳤다.“내 아내라고! 내 아내가 누구랑 둘만의 시간을 보내?”그는 불쾌한 듯 말하고 나서 다시 한 번 당부했다.“예찬아, 할아버지께 내가 하랑 아줌마 찾으러 갔다고 전해 줘.”“네.”박예찬은 순순히 대답했다.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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