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지막해서 소파로 사용해도 거뜬한 곰 인형,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음성 로봇, 특별 제작된 체육복, 색이 바랜 가방 고리, 그리고 여러 브랜드 사 한정템까지...방안을 가득 장식한 ‘쓰레기’에 다른 사람이라면 질겁하며 치우라고 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서랍을 열어 과거 마라톤 번호까지 남아 있는 걸 본 부승희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이게 벌써 몇 년 전이냐...’이승우는 부승희를 자신의 옆자리에 끌어 앉히며 어릴 적 같이 두었던 체스를 꺼냈다.“자. 오랜만에 해야지.”“하긴 뭘 한다고.”“퀸도 없는데.”“어? 너도 기억하고 있네?”부승희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오빠가 자꾸 반칙하니까 괘씸해서 내가 버린 거잖아!”“내가 반칙했다고? 승희야, 말은 바른대로 해야지.”“오빠!”“너 거짓말하지 마! 그날 내가 홍하나랑 붙어 다닌다고 질투해서 버린 거잖아.”“말이 되는 소리를 해!”이승우는 농담 섞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야, 너 그때 몇 살이었냐? 어린 녀석이 벌써 짝사랑이나 하고.”부승희는 옷을 걷어붙이며 한번 크게 붙을 기세로 달려들었다.방안에는 많은 물건이 자리 잡았지만 모든 게 새것처럼 깨끗했고 누군가 정성스레 닦고 이 방에 두었다는 게 느껴졌다.과거와 거의 일치한 물건 배치에 부승희는 설마 이승우가 직접 짐을 옮긴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두 사람은 테이블에서 투덕대다가 결국 카펫으로 자리를 옮겼다.한편에 놓인 수정 구슬에 로봇이 비쳤다.이승우는 책장에 몸을 기댄 채로 그 수정 구슬을 바라보며 과거에 대해 입을 열었다.부승희는 무릎에 얼굴을 묻고 이승우를 바라보며 추억에 잠시 잠겼다.그런데 갑자기 이승우가 눈시울을 붉히더니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왜, 왜 그래?”부승희는 깜짝 놀라버렸고 이승우는 훌쩍이다가 눈가를 꾹꾹 찍어 닦았다.‘젠장.’부승희는 서둘러 티슈를 꺼내 이승우에게 건넸다.“고생은 내가 했는데 울긴 왜 오빠가 울어?”이승우는 더 서러운 마음이 들었다.“우리 더 빨리 행복해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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