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다행인 건, 수십 년이 지나도록 그들과의 우정만큼은 변함이 없었다는 거였다.초창기, 양석진이 몇 번이나 큰 고비를 넘겨야 할 때 대가도 없이 손 내밀어준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서른을 넘기고부터 뒤집히듯 판이 바뀌어 이제는 양석진이 오히려 그들을 챙기는 입장이 되었지만 말이다.이제 자주 만나진 못해도, 그 끈끈함만큼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사이였다.양지원은 생각에 잠긴 채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리도 가요.”마침 신혼여행이라고 생각하면 딱이었다.둘은 한동안 한강시에 머물다 화서시로 향했다.직업 성격상 양석진은 신분이 노출되면 안 되었고, 손씨 가문은 원래 과시를 좋아하는 편이라 시선을 피해 두 사람은 하루 먼저 손씨 저택을 찾았다. 그리고 연회도 손씨 가문 가족끼리만 모이는 사적인 만찬에만 참석했다.뜻밖에도, 진병수네도 일찍 도착해 있었다. 진병수는 양창수와 같은 과라고 할 수 있다.입만 열면 헛소리가 줄줄 흐르고 평소에도 농담 반 진담 반을 섞어서 말했다.진병수는 오랫동안 지켜보던 양석진이 드디어 연애를 하긴 했는데, 그 상대가 양지원이라는 걸 안 순간부터 놀리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어이쿠! 이게 우리 공주님 아니셔?”“...”말도 안 되는 인사를 하고 있을 즈음, 진병수 아내 정효정이 등장했다.양지원은 정효정이 예전에 양석진한테 러브레터까지 썼던 사람이라는 걸 바로 기억해 냈다.그리고 예상대로 정효정은 멀찍이서 손명우와 대화 중인 양석진을 발견하고 와인 잔을 들고는 바로 다가가서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불렀다.“서진 오빠.”그때, 양지원과 진병수는 시선이 딱 마주쳤다.“그쪽 아내, 안 말려요?”“그쪽 오빠, 안 말려?”거의 동시에 뱉은 말이었고 두 사람은 멋쩍은 듯 잔을 들어 말없이 짠을 했다.그리고 얼마 뒤 제대로 대화를 나눌 자리가 마련되었다. 손명우의 아내는 나이가 너무 어려 얼굴만 비추고는 자리를 피했고 남은 사람들은 편하게 모여 앉았다.양창수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는 늘 대화 중심이었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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