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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Chapter 1241 - Chapter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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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1화

하지만 양석진이 조용해진 걸 보아 나쁘지 않은 상황 같았다.“좀 편해졌어요?”양지원은 고민하다가 양석진에게 물었고 양석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조금만 더 힘을 줘도 될 것 같아.”“알겠어요.”‘지금도 부족하다고? 난 손목까지 뻐근할 정도인데?’양지원은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하려고 가까이 다가가 심호흡하고 행동을 이어갔다.양지원의 숨소리가 귓가에서 들려오고 힘을 주어 열심히 하고 있는 양지원의 모습이 절로 상상이 되었다. 고개를 돌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가끔은 보지 않는 것이 더 자극될 때도 있었다.양지원은 생각보다도 침착한 모습이었다. 손을 얹은 표정도 차분했고 꽤 평온한 마음으로 이어갔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손목이 아파지자 점점 집중력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양석진이 행여나 불편하진 않을지 계속 신경 쓰이고, 뭐라도 말을 걸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또, 예상보다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에 은근히 안도하게 됐다.어느새 양석진은 꽤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양지원은 양석진이 잠이 든 줄 알고 손을 뚝 멈췄다.“오빠?”양석진은 마치 온몸에 석고를 바른 듯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지만, 마음속엔 온갖 건전하고, 건전하지 못한 생각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러다 귓가에 들린 양지원의 낮은 부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양석진은 입술을 다물고 이마를 살짝 찌푸린 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왜?”“잠드신 줄 알았어요.”“안 잤어.”양지원이 자세를 고쳐 앉는 걸 보며 양석진의 시선이 양지원의 손목을 향했다.“손목 아파?”“조금은요.”양지원은 손목을 살짝 돌리다가 다른 손으로 바꿔 행동을 이어갔다.너무 세지도 않은 강도로 이어지다 보니 마사지보다는 다른 짜릿하고 간질거리는 감각을 자극했다. 양석진은 양지원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자꾸 이상한 상상을 하게 되었다.‘어휴.’이건 아니다 싶은 양석진이 두 눈을 뜨고 대화로 관심사를 돌리려 했다.그러나 양석진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양지원이 먼저 침대 옆에 둔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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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2화

양석진은 양지원이 기분이 나빠졌다는 걸 눈치챘다. 소녀 시절부터 장애신 작가의 글이라면 빼놓지 않고 읽었던 양지원이었으나 이제 좋아하던 작가의 책에도 질투를 느끼는 모양이었다.“이 책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양석진이 덤덤하게 말했다.“난 좋은 책 같던데.”손을 수건에 닦고 있던 양지원의 손놀림이 조금 거칠어졌다.양석진은 장애신 작가의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소녀 시절 양지원이 그렇게 강력 추천을 하고 옆에 가져다 둬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양석진이었다.양석진은 이런 양지원의 마음을 모르는 척하며 문학에 관한 생각을 이어갔다.“나이가 들고 보니 사랑 이야기들이 그렇게 절절하게 느껴지더라고. 장애신 작가의 글은 재평가가 필요해.”‘허. 아주 평론가 나셨네.’양지원은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의원 일만 한 사람이 문학은 무슨.’‘아니지. 어린 직원이 선물한 건데 관심이 갈 법도 하지.’양지원은 닦은 수건을 휙 던지며 반박하려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좋아하던 장애신 작가를 이런 식으로 모욕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래서 다시 미소를 되찾고 이렇게 말했다.“오빠 취향 저격하는 그 친구도 참 대단한 사람인가 봐요.”“그래. 나도 꽤 눈여겨보는 친구지.”“기회를 잘 봐서 옆에 둬요.”“고민하는 중이야.”“...”양지원은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아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내일이면 돌아갈 예정이었고 집을 나서자마자 그 잡지들은 바로 버리겠다고 다짐했다.‘그럴 거면 왜 내 생일로 비밀번호를 한 거야?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니까.’“지원아.”양석진이 양지원을 불러세웠고 양지원은 힐끔 쳐다봤다.그때, 양석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잠옷을 챙겨입으며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이 책을 선물한 건, 젊은... 남성이야.”양지원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하지만 곧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양석진의 지위와 스펙, 그리고 외모를 미루어봤을 때 젊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도 얼마든지 대시를 할 것 같았다.양지원이 점점 더 인상을 찌푸리고 고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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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3화

양석진에게 잡힌 손을 양지원은 빠르게 빼냈다.양석진은 온기가 사라진 손끝을 바라보다가 얼굴이 발그레해진 양지원을 발견하고 표정을 굳히고 침착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양지원은 양석진을 힐끔댔고, 사실 힐끔이 아니라 노려보는 것에 더 가까웠다. 양석진이 방금 자신이 한 행동을 놀릴까 봐 잔뜩 긴장해 버렸다.양석진은 이 상황이 꽤 흥미롭게 느껴졌다.‘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긴장해? 얼굴이 붉어진 걸 몇 번 본 게 다인데.’양지원은 침을 꿀꺽 삼키고 애써 침착하게 챙겨온 약품을 정리했다.“방금 탕약을 먹었으니 이제 누워서 좀 쉬어요. 계속 불편하면 내일엔 전문가 불러서 제대로 마사지 받게 해줄게요.”“그럴 필요 없어. 내일에도 시간이 되면 네가 와서 좀 해줘.”“...”‘흥. 누가 해준대?’양지원은 말없이 양손 가득 약품을 들었고 바로 몸을 돌려세우려 하자 양석진이 말했다.“그냥 서랍 안에 넣어둬. 굳이 가져갈 필요 없잖아.”양지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서랍에 넣은 뒤 서둘러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러나 침대에 누운 양석진이 쉽게 양지원을 놓아주지 않으려는 듯 또 대화를 이어갔다.양지원과, 양홍두, 그리고 양혁수의 근황도 물었고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자 하다못해 오성호의 근황도 물었다.양지원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아직 그렇게 쉽게 죽지 못할 거예요. 지은 죄가 얼만데.”제 딸이 가문 밖에서 개고생을 한 걸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오성호를 때려죽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양석진은 고개를 끄덕였고 양지원은 오성호가 숨이 붙어있는 것에 양석진이 유감을 느끼는 거로 생각했다.그때 양석진이 진지한 얼굴로 양지원을 위로했다.“언젠간 떠날 사람이야.”“...”이제 대화는 충분했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양석진이 방금 마신 탕약은 효과가 없는 것 같았다.“이만 쉬어요.”양지원이 다시 쉬라는 말을 꺼내자 양석진은 얌전히 침대에 누워 고개를 끄덕였다.“굿나잇.”양지원은 자신이 이 단어를 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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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4화

양석진은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샤워하려다 양지원을 발견하고 몇 번 힐끔거렸다.그리고 덤덤하게 어젯밤 잠은 잘 잤는지 물었다.“그럭저럭요.”특별한 것 없는 대화였지만 양석진이 자리를 뜨기 전에 혼잣말처럼 말했다.“원피스 잘 어울려.”얼떨결에 칭찬을 받은 양지원은 양석진이 위층으로 올라갈 때까지 물끄러미 쳐다봤고 아침부터 기분이 퍽 좋아졌다.‘예전보다 많이 스윗해졌어.’양지원은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으려 했으나 식탁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만약 이 자리에 게걸스레 밥을 먹는 양창수만 없었다면 더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어린 시절부터 양석진은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었다. 양창수는 이런 양석진의 경호원으로 키우기 위해 양홍두가 데리고 온 사람이었고, 양창수는 예나 지금이나 자신을 한 가족이라 생각하고 행동에 스스럼이 없었다.이른 아침부터 청양고추며, 빨간 국물이 있는 걸 보고 양지원은 이게 양석진을 위해 차려진 음식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양창수는 양지원을 만나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고 게걸스레 음식을 먹는 한편 양지원과 대화를 주고받으려 했다.“식사 자리에서는 사담하지 않는 게 맞아요.”그 말에 양창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지원 씨 어릴 때, 말이 많은 걸로 혼날 때 내가 감싸줬던 걸 잊었어요?”“...”‘어휴, 말하지 말자.’드디어 양석진이 아래층으로 내려왔고 양석진이 자리에 앉자마자 양창수는 긴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자 양지원과 양석진이 고개를 들어 양창수를 바라봤다.‘뭐야?’“우리가 이렇게 모여 아침을 함께 먹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요.”그 말을 뒤로 하고 식사 자리는 침묵이 이어졌다.양지원은 왠지 마음이 무거워졌다.양창수는 분위기를 띄워놓고는 또 반찬을 가득 집어 밥을 큰 술로 비워냈다. “...”‘그럼 그렇지.’양석진은 이미 습관이 된 건지 익숙하게 밥을 먹었다.양석진은 균형 잡힌 세 끼를 먹었고 자극적인 입맛보다는 영양소를 더 많이 따졌다.양지원은 양창수가 게걸스레 먹는다고 트집을 잡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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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5화

양지원은 할 말을 잃었다.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 한다고 양지원은 어린 시절 본인이 얼마나 말괄량이였던지를 잊어버렸다. 나이가 든 뒤로 사람들은 양지원을 차갑고 차분한 사람이라 칭했고 본인도 그런 줄만 알았다.‘양창수 감히 네가 나를?’분노에 부들부들 떠는 양지원을 보며 양석진의 미소는 더 깊어졌다.양석진이 외출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양석진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고 양지원은 여전히 여유롭게 아침을 즐겼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나온 양석진을 향해 양지원이 말했다.“또 그 재킷이에요?”양석진이 양지원을 향해 말했다.“이게 편하니까.”별다른 행사가 없는 한 양석진의 옷차림은 자유로운 편이었다.사실 양지원이 하고 싶었던 말은 정장 차림이 더 잘 어울린다, 였으나 떠날 시간이 다 되어가자 굳이 그걸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지원아.”문을 나서기 전, 양석진이 양지원을 불렀다.그 자리에 앉아 있던 양지원이 그 부름에 현관으로 걸어갔다.“왜요?”양석진은 자연스레 손을 뻗어 양지원의 볼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나 다녀올게.”“오늘 돌아가지 말고 기다려줘. 이틀 뒤에 나도 쉬는 날이니까 이곳저곳 구경시켜 줄게.”양석진의 행동은 마치 출근하기 전 어린 자식을 달래는 것 같았다. 아니 출근 전 남편이 아내에게 출근 인사를 하는 경우가 더 어울린다고 할 수 있었다.양지원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네...”그리고 겨우 한 글자를 짜내어 대답했고 양석진은 안심한 듯 밖으로 나섰다.양석진이 탑승한 차량이 시선에서 사라지고 양지원은 김빠진 풍선처럼 흐물대다가 아직도 볼에서 양석진의 손길이 느껴지는 것 같아 간질거렸다.고개를 돌리자 나은설과 두 도우미 아주머니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고 시선이 마주치자 세 사람은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양지원은 목을 가다듬고 다시 침착한 얼굴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오늘 아침엔 그냥 작은 헤프닝인줄 알았으나 이어지는 며칠 동안 상황은 점점 예측을 벗어났다.양석진은 매일 일에 치여 시간을 빼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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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6화

잠에서 깬 양지원이 벌떡 일어나 시간을 확인했고 이미 아침 9시를 넘겨 양석진이 출근한 사실을 깨달았다.이불을 얼굴 끝까지 당긴 양지원은 방금 꿈속에 나왔던 양석진을 떠올리며 얼굴을 붉혔다.‘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런 이상한 꿈을 꾸는 거야.’양지원은 침대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며 별별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문득 양석진한테 묻고 싶어졌다. ‘혹시 기억하고 있을까. 그날 밤... 아냐, 미쳤어. 그걸 왜 물어.’이런저런 생각만 하다가 정오가 다 돼서야 겨우 일어났고 너무 평소답지 않은 모습에 나은설이 놀라 의사라도 불러야 하나 할 정도였다.점심을 넘긴 오후, 양지원은 1층 거실에 앉아 졸린 눈을 비비며 멍하게 앉아 있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멍하니 있으면 있을수록 자꾸만 그 밤이 생각났다.몸도 괜히 뜨거워지고, 가슴도 두근거렸다.그리고 그런 감각은 양석진이 돌아올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짙어졌다.그러나 해가 다 저물도록 기다렸는데 양석진은 오지 않았다.그러다가 양석진이 전화를 걸어와 어느 교수님 생신 잔치에 왔다고 전했다.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어서 빠질 수 없었다고 말을 덧붙였다.“술 많이 마시지 말고요.”양지원이 작게 당부하자 양석진은 부드럽게 대답했다.“응. 마무리되면 바로 갈게.”양지원은 그 말에 작게 웃으며 차 한 모금 마시고 무심한 척 “네” 하고 대답했다.전화를 끊고 나서, 뭘 하며 시간이나 때울까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 쪽에서 인기척이 났다.양석진인가 싶어 거실 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들어선 사람은 양창수였다.“왜 왔어요?”“오늘 쉬는 날이거든요.”양창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마주 앉으며 양지원 앞에 차 한 잔 따랐고 양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양창수가 양석진의 최측근이긴 해도, 매일 따라붙을 필요는 없고 쉬는 날도 필요하겠지.’문득 양지원은 양창수를 찬찬히 훑었다.양석진처럼 건강을 챙기며 사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양창수는 성격상 걱정도 잘 하지 않는 편이라 그런지 얼굴빛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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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7화

양창수는 밥을 다 먹고는 기지개를 켜며 아주 여유롭게 뒷마당 쪽 숙소로 돌아갔다.양석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긴 했지만 양창수는 제 개인 공간에서 묵을 때도 있었다. 양지원은 양창수가 나가자마자 그대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고 표정은 확 구겨졌다.양창수의 농담이 아니라 단지 심혜설이라는 이름이 들린 그 순간부터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처음엔 조금 짜증이 났을 뿐이지만 밤이 깊어져도 양석진은 돌아오지 않았고, 밤 열 시가 넘어가도 연락 한 통 없었다. 이쯤 되면, 얘기가 달라졌다.양지원은 차가운 얼굴로 계단을 올라갔다. 작은 거실을 지나가다가 커다란 여행용 캐리어에 발이 걸렸고 순간적으로 그 캐리어 안에 든 양석진의 개인 소장 잡지와 사진들이 떠올랐다.그러자 기분이 더 바닥으로 곤두박질했다.그리고 열한 시가 좀 넘어서야 양석진이 들어왔고 1층 가사도우미가 살짝 눈짓하며 위쪽을 가리켰다.“아가씨 기분이 좀 안 좋아 보이시더라고요. 얼굴이... 많이 굳으셨어요.”양석진은 술을 조금 마시긴 했지만 정신은 멀쩡했다.그 말을 듣고는 겉옷을 벗어들고 2층으로 올라가 양지원의 방문을 두드렸다.문이 열리자, 캐리어 두 개가 곧게 세워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누가 봐도 막 짐을 정리한 흔적이었다.양석진은 문을 닫으며 잠시 생각하더니 물었다.“무슨 일이야?”양지원은 등을 돌린 채 내일 입을 옷을 꺼내고 있었고 표정 하나 없이 대꾸했다.“여기 너무 오래 있었던 것 같아요. 방금 시연이한테 전화가 와서 잠깐 거기 들러야 할 것 같아요.”이건, 누가 들어도 삐친 게 분명했다. 양석진은 문을 잠그고 방 안으로 성큼 들어왔다.“하루만 더 여기에서 지내. 내일 쉬는 날이니까 같이 놀러 가자.”양지원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됐어요. 황금 같은 휴일인데 집에서 푹 쉬세요. 제 걱정은 마시고요.”“시연이 쪽에 무슨 일 있어?”“아뇨. 그냥, 좀 마음이 쓰여서요. 얼굴 보러 가는 거예요.”“굳이 이렇게 급하게?”“급하다고요?”양지원은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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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8화

양석진은 원래 억지를 부리는 타입이 아니었고 양지원은 그렇게 믿으며 돌아설 준비를 했다.그런데 양석진이 어느새 바로 등 뒤에 다가와 있었다.그리고 갑자기 등 뒤에서 두 팔이 뻗어와 양지원을 끌어안았다.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어깨 위로 느껴지는 턱의 무게, 귓가로 닿는 호흡, 양지원은 몸이 얼어붙은 듯 굳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얼굴은 한순간에 달아올랐고 손끝과 발끝까지 전부 긴장으로 굳어졌다.이렇게 서로를 완전히 의식한 접촉은 그날 밤의 그 일 말고는... 처음이었다.양지원은 입술을 살짝 벌였지만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그때, 양석진이 낮게 말했다.“양창수가 또 뭐라 그랬길래 나한테 이렇게 화가 났어?”‘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양지원은 무의식중에 입술을 핥으며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고 본능적으로 몸을 조금 비틀었다.그러자 양석진의 팔이 더 단단히 감겨왔고 양지원의 남은 이성을 뒤틀리게 했다.“너는 잘 알잖아. 내가 쉽게 어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근데 너는 오고 싶을 때 오고, 가고 싶을 때 갈 수도 있고...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해?”‘몰라! 나도 모른다고!’지금 이 상황에 양지원은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도 몰랐고 손끝은 떨려왔으며 머릿속은 터질 것 같았다.“일단... 손부터 놓으세요.”‘이게 지금 대체 무슨 상황이냐고.’양석진은 진중한 사람이었으니 손을 풀고 또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러자 양지원은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러나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실망인지, 안도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확실한 건,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 얼음물 한 잔 마시고 싶다는 거였다.겨우 침착하려 애쓰며 다시 옷을 집어 들고 돌아섰는데 그만 양석진과 눈이 마주쳤다.양석진의 검은 눈동자엔 고요하면서도 날 선 감정이 숨어 있었다. 억누르지 않은 감정과 감춰지지 않는 눈빛이 느껴졌다.양지원은 그 시선을 피하듯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양석진이 먼저 한발 다가섰다.한 걸음, 두 걸음.양석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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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9화

양지원은 평생 이런 양석진의 얼굴은 본 적이 없었다.‘정말... 이건... 말이 안 돼.’저항이란 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겨우 생각할 여유가 생겨도 도대체 이 상황이 어떻게 이렇게 흘러간 건지부터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양창수. 이건 전부 다 양창수 때문이야!’하지만 그런 생각조차 오래가지 못했다.며칠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불안정했던 모든 감정이 지금 양석진의 손끝에서 하나씩 깨어나기 시작했다.양지원은 손으로 눈을 가렸고 몸 안 깊숙이 퍼져가는 열기와 간질거림을 느꼈으며 서서히 몸과 마음이 열리고 있었다.이건 어쩌면 고통스러운 기쁨이라 할 수 있었다. 오래도록 기다려왔고 예고 없는 폭풍처럼 덮쳐오는 쾌감의 순간이었다.양석진은 속도를 늦췄고 이건 지극히 의도적인 장난이었다.양지원이 고개를 돌려 얼굴을 피하든 말든 한 손은 턱선을 따라 감싸며 입술은 옆 볼을 천천히 훑고 내려갔다.숨소리는 거칠어지고 땀과 열기 사이에서 참을 수 없는 온기가 피어올랐다.“지원아.”양석진의 목소리는 깊고 낮았다.“그 사진 두 장, 정말 마음에 들었다면 가져가도 돼.”“다시 찍으면 그만이니까.”그 말이 끝나자 분위기가 급작스럽게 바뀌었고 숨죽이던 감정이 다시 폭발했다.양지원은 손톱으로 양석진의 어깨를 꽉 눌렀고 피부를 파고들 정도의 힘이었다.양석진은 그런 반응마저 귀엽다는 듯 귀가에 낮고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그 웨딩드레스... 내가 이미 사서 창고에 보관 중이야. 내일 바로 꺼내게 할게.”“네가 원하는 만큼 몇 장이든 내가 찍어줄게.”말이 끝나기도 전에 양지원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그 뒤로는, 정적 따윈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숨겨지지도 가릴 수도 없는 쏟아지는 욕망의 중심에서 양지원은 다시 양석진이라는 사람을 알아갔다.그러다가 정신을 차리니 사방이 조용해졌다. 공기 속엔 여운이 너무 진하게 남아 아무리 창문을 열어도 빠져나가지 않을 것 같았다.양지원은 겨우 숨을 고르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축축한 머리카락이 뺨에 붙어있었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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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0화

신혼 첫날밤, 양석진은 양지원을 품에 안고 말했다.“반평생 넘게 살았는데, 오늘이 처음으로... 사는 게 사는 게답다 느껴졌어.”그 말과 함께 어깨에 입술이 닿았다. 아직 여운이 아직 남아 있어 ‘사는 게 사는 게답다’는 말 한마디에도 양지원은 괜히 딴생각이 났다.그래서 목을 한번 가다듬은 뒤 살짝 몸을 돌렸다.긴 세월 동안 멀리 돌아왔기에 이런 대화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그동안 살아온 게 아무 의미 없다면 오빠한테 패배한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하겠어요?”양지원은 양석진이 불편할까 싶어 이불을 감싼 채 옆으로 누웠고, 몸을 살짝 일으켜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양석진은 슬쩍 웃으며 양지원을 품 안으로 끌어당기고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매만졌다.“지원아, 나 사실 그렇게까지 권력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야.”양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양지원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 점도 모르면서 결혼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으며 이건 그냥 가볍게 농담처럼 한 말이었다.어쩌면, 양석진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았다.양석진의 품 안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며, 양지원은 근 이십 년 가까운 그의 삶을 되짚었다. 정말 단 한 걸음도 허투루 내딛지 않은 길이었다.양석진이 이렇게까지 애쓴 건, 결국... 안정된 자리에서 자신을 지켜주기 위해서였다는 걸 알기에 양지원은 가슴이 먹먹해졌다.그래서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셨다.양석진이 여전히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있자 양지원은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했다.그 시선에 양석진은 제 얼굴을 의식하며 했다.“왜? 그동안 나도 나이 좀 먹어서 예전 같지 않지?”양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별로 안 변했어요.”양석진은 웃었다. 세월이 이렇게 흘렀는데 변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양지원은 손을 뻗어 양석진의 머리를 살짝 건드렸다.“오빠, 흰머리는 없어요?”“글쎄. 찾아봐.”진심으로 묻는 말에, 양지원은 이불 속에서 손을 꺼내 머리칼 사이를 가르며 들여다보았다.“와... 머리카락 정말 좋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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