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첫날밤, 양석진은 양지원을 품에 안고 말했다.“반평생 넘게 살았는데, 오늘이 처음으로... 사는 게 사는 게답다 느껴졌어.”그 말과 함께 어깨에 입술이 닿았다. 아직 여운이 아직 남아 있어 ‘사는 게 사는 게답다’는 말 한마디에도 양지원은 괜히 딴생각이 났다.그래서 목을 한번 가다듬은 뒤 살짝 몸을 돌렸다.긴 세월 동안 멀리 돌아왔기에 이런 대화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그동안 살아온 게 아무 의미 없다면 오빠한테 패배한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하겠어요?”양지원은 양석진이 불편할까 싶어 이불을 감싼 채 옆으로 누웠고, 몸을 살짝 일으켜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양석진은 슬쩍 웃으며 양지원을 품 안으로 끌어당기고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매만졌다.“지원아, 나 사실 그렇게까지 권력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야.”양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양지원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 점도 모르면서 결혼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으며 이건 그냥 가볍게 농담처럼 한 말이었다.어쩌면, 양석진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았다.양석진의 품 안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며, 양지원은 근 이십 년 가까운 그의 삶을 되짚었다. 정말 단 한 걸음도 허투루 내딛지 않은 길이었다.양석진이 이렇게까지 애쓴 건, 결국... 안정된 자리에서 자신을 지켜주기 위해서였다는 걸 알기에 양지원은 가슴이 먹먹해졌다.그래서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셨다.양석진이 여전히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있자 양지원은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했다.그 시선에 양석진은 제 얼굴을 의식하며 했다.“왜? 그동안 나도 나이 좀 먹어서 예전 같지 않지?”양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별로 안 변했어요.”양석진은 웃었다. 세월이 이렇게 흘렀는데 변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양지원은 손을 뻗어 양석진의 머리를 살짝 건드렸다.“오빠, 흰머리는 없어요?”“글쎄. 찾아봐.”진심으로 묻는 말에, 양지원은 이불 속에서 손을 꺼내 머리칼 사이를 가르며 들여다보았다.“와... 머리카락 정말 좋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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