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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Chapter 1231 - Chapter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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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1화

‘그럼 양석진 씨는 화병이 나서 쓰러지지 않을까?’양지원은 그의 속마음을 알 수 없었고 대신 양창수를 냉정하게 바라보았다.‘임신? 내가 어떻게 혼자서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어?’잠시 생각해 보니 그녀와 오성호의 일은 양창수와 양석진 모두 몰랐을 것이고 아마 의사가 그녀의 상태를 물을 때 양석진도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순간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으며 그녀는 침대 머리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양지원은 쓴맛이 나는 냄새를 맡고서야 비로소 눈을 떴다.양석진이 약 그릇을 가지고 왔고 그 안에 담긴 검은 탕약은 보기만 해도 쓴 맛이 날 것 같았다.양지원은 그것을 보고 얼굴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예전처럼 싫다는 듯 피했다.“이게 뭐예요?”양석진이 물었다.“장 선생님께서 처방한 한약이야. 이걸 먹고 자면 좀 편할 거야. 내일쯤에는 나을 수도 있어.”“안 마실 거예요.”양지원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말했다.“알약만 먹을 거예요. 의사 선생님에게 캡슐로 처방해 달라고 해요.”양석진은 그녀의 당연한 말투에 차가운 얼굴 아래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역시나 그대로구나.’“이 약은 좀 순해.”“순하다고요?”양지원은 의심을 담아 말했다.“이렇게 쓴데 마시는 것 자체가 자극이에요.”‘순하다니.’양석진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양창수는 옆에서 웃었다.“제발, 그냥 마셔요. 이 나이 먹고도 아직 쓴 게 무섭나요?”“나이?”양지원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서른 넘은 사람이 포도를 훔쳐 먹는 사람도 있잖아요?”양석진은 얼굴을 돌려 반쯤 먹은 포도송이를 봤다.양창수는 침묵했다.“...”양지원은 그를 비웃으며 얼굴을 돌리다가 양석진의 집중된 시선과 마주쳤다.그는 참을성 있게 말했다.“다 못 마셔도 괜찮아. 최대한 마셔봐.”말을 마친 그는 그릇을 내밀었다.양지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양석진은 이어서 말했다.“말 들어. 조금만 마셔.”‘알겠어.’양지원은 몸을 똑바로 하고 그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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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2화

맞은편에 앉은 양혁수는 그녀의 긴 침묵에 점점 더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또 내 말 안 듣고 밤늦게까지 일한 거죠?”“아니야.”대화가 시작되자 그녀는 자연스레 양혁수의 말에 휘말렸고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그 존재를 숨기려 했다.“몇몇 어른들과 프로젝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너무 오래 얘기하게 돼서 널 깜빡했어.”“근데 목소리가 이상한 것 같은데요?”양지원은 그에게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감기 기운이 좀 있어서 코가 막혔어.”“약 먹었어요?”“먹었어.”“믿을 수 없어요. 나중에 조 비서한테 직접 확인해 볼 거예요.”‘녀석, 예의가 없네. 내가 비서를 조 비서라 부르는 걸 흉내 내다니.’“아팠으니까 서두르지 말고 급하게 오지 마요. 괜찮아지면 차 타고 오세요.”양지원은 그의 말에 감동하여 말했다.“난 괜찮아. 내일은 안 돌아가고 모레 돌아갈게. 너 내 생일 케이크 만든다고 했지? 내가 돌아가면 같이 만들자.”“흥.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알겠어, 알겠어. 너 대단해”양혁수와의 통화를 마치자 머리가 맑아진 기분이었다. 양지원은 전화를 끊고 나서 양석진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양석진은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말했다.“케이크 만들 줄 알아?”양지원은 그가 그 부분에 집중하는 것에 조금 놀랐다. 사실 그녀는 케이크를 만들 줄 몰랐고 양혁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겨우 케이크 반죽에 크림을 바를 정도였다.“방금 배웠어요.”그녀는 체면을 위해 거짓말을 했다.양석진은 약간 관심 있는 표정으로 등을 기대며 물었다.“혁수를 위해 배운 거야?”양지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꺼냈다.“가끔 혁수에게 간단한 쿠키나 타르트를 만들어줘요.”‘어차피 거짓말을 했으니 좀 더 과장해서 말해야지.’양석진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쿠키?”“네. 틀로 찍어내기만 하면 돼요. 아주 간단해요.”양지원이 말했다.양석진은 고개를 숙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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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3화

하지만 양지원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의 관계는 가까워질수록 그녀에게는 짐이 될 뿐이었다. 양석진은 승승장구했지만 그만큼 그의 위험도 커졌다. 몇 년 후에는 그녀를 잊고 집안과 어울리는 명문가의 딸과 결혼해 그의 출세에 도움이 될 것이다.그녀는 심혜설을 떠올리며 그들이 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는지 궁금해했다.양지원은 심혜설을 싫어했지만 심혜설은 그를 진심으로 좋아하며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을 것이다.그때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는 거실 소파에서 잘게. 필요하면 날 불러.”양지원은 잠시 멈칫했다.그녀는 조용히 누워 그의 깊은 눈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고개를 끄덕였다.정신을 차리고 그가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을 보며 다시 기뻐했다.밖은 조용했고 그녀는 그가 소파에서 자고 있음을 알았다.그녀는 ‘소파가 너무 작으니 오빠가 침대에서 자고 내가 소파에서 잘게.’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침대와 소파라는 말이 다소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양석진은 정리를 마치고 잠이 든 듯했고 그녀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문이 닫혀 있었고 그녀는 그 문을 응시하며 문 너머에 그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몸이 뻐근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고 새벽이 되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갔다.거실에는 미세한 달빛만이 비치고 있었다.그는 소파에서 자고 있었고 옆으로 누워 몸을 살짝 웅크리고 있었다.양지원은 숨을 죽이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소파 옆으로 갔다.양석진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양지원은 소파 옆에 쭈그리고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가까이 다가가자 그의 턱에 모기에게 물린 듯한 붉은 자국이 있었다.양지원은 살짝 한숨을 쉬고 조심스럽게 일어나 방으로 돌아가 특수한 구슬 형태의 약통을 가지고 다시 쭈그리고 앉아 그의 턱에 조심스럽게 발랐다.오래 머무를 수 없었기에 양지원은 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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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4화

“차에 타셨어요. 의원님이 바쁘셔서 저희는 먼저 출발해야 해요.”양지원이 어깨를 떨구자 양창수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며칠 뒤 이곳에서 회의가 열릴 예정이라 아마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그래?’양지원은 고개를 들었다.양창수는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주얼리 상자를 조심스레 그녀에게 내밀었다.“그때는 일정이 너무 많아서 직접 뵙지 못할 수도 있어요. 이건 의원님이 큰아씨께 드리는 생일 선물이래요. 미리 생일 축하도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양지원은 상자를 멍하니 받아 들고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 안에는 섬세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고요히 놓여 있었다.상자 안에는 작은 종이쪽지 한 장이 들어 있었고 그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지원아, 생일 축하해.]양지원은 오늘뿐 아니라 이틀 뒤 그가 다시 오더라도 아마 그를 만날 수 없으리란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삼키며 최대한 평온한 얼굴을 유지하려 애썼다.“알겠어요.”양창수는 그녀의 마음이 흐트러져 있다는 걸 눈치채고 말을 건넸다.“의원님에게 쿠키 구워주기로 했잖아요?”양지원이 잠깐 멈칫하자 양창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우리 큰아씨가 이렇게 손재주가 좋은 줄은 몰랐네요. 다음엔 더 많이 구워서 의원님 드릴 때 저도 한두 개 나눠주세요.”그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마무리하며 카드 한 장을 건넸다.“무슨 일 생기면 사람 시켜서 우리에게 연락해요.”양지원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네.”“그러면 이만 갈게요.”양창수는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며 손을 흔들고는 돌아섰다.그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자 양지원은 양석진과의 인연이 겨우 닿았다가 다시 끊어지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사실 주차장까지 배웅할 수 있었지만 마음을 다잡을 용기가 부족했고 감정이 넘쳐흘러 억누를 자신이 없었다. 만나더라도 결국 아무 의미 없었다.복도에서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보석 상자를 꼭 쥔 채 땀에 젖은 채로 한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밖에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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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5화

[중년기]양지원은 화서시를 떠나 세운으로 향했다.이혼 서류를 막 받아 든 그녀는 비로소 오성호와의 인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그동안 그녀는 오직 딸만을 생각하며 살아왔고 곧장 시연을 만나러 가려던 순간 할아버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고 양석진을 먼저 찾아가라는 단호한 말씀이었다.“지금 한가하잖아. 오빠한테 한번 다녀와. 그리고 시연이 일 내가 모를 거로 생각해? 양석진이랑 이야기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정리해.”할아버지의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고 양지원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입술을 꼭 다물고 침묵했다.‘도대체 무슨 말을 하란 말이지. 설마 양석진에게 양육비라도 요구하라는 건가? 내가 시연을 키울 수 없는 것도 아닌데.’게다가 그 짧은 사이에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은 어딘가 이상하고 낯설게만 느껴졌다.이전에는 잇따른 문제들로 마음 둘 곳조차 없었지만 이제 모든 것이 잠잠해진 지금 오히려 그를 만나도 할 말이 사라져 버린 듯했다.그녀는 점점 짜증이 밀려오는 걸 느꼈다. 차가 양석진이 머무는 저택 근처에 다다르자 무심결에 거울 속 자기 얼굴을 올려다보았다.오늘 입은 연회색 드레스는 새로 맞춘 것이었고 세심한 디테일이 마음에 들었다. 지난 10년 동안 그녀는 해마다 드레스에 대한 애정을 더해갔다.긴 머리는 옆으로 넘기고 끝을 큼직하게 웨이브로 말아 올렸는데 드레스와 잘 어우러져 지나치게 단조롭지도 않았다.생각에 잠긴 사이 차는 속도를 늦췄고 그녀는 귀 옆에 꽂은 보석 클립에 시선을 두었다.집에서도 자주 착용하던 것이지만 오늘따라 조금 과하게 반짝이는 듯했다.차가 멈추기 직전 그녀는 망설임 없이 클립을 떼어내 가방 안에 넣었다.바로 그때 창밖에 누군가 서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고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창문을 내렸다.밖에는 처음 보는 젊은 여성이 서 있었고 나이는 서른쯤으로 보였다.양지원은 무심히 상대를 훑어보다가 그녀가 미소를 띠며 몸을 숙여 인사하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여성이 조심스럽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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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6화

나은설은 현장에서 들켜 멋쩍은 미소를 지었고 아무렇지 않은 척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양지원은 끝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쳐다보는 거지?’나은설은 숨김없이 털어놓았다.“당신은 정말 아름다우세요. 잡지 속 모습보다 훨씬 더 우아하고 눈부셔요.”양지원은 침묵했다.“...”그녀는 칭찬에 말문이 막혀 그저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과찬이세요.”“아니에요. 정말 예쁘세요. 저도 이 헤어스타일 시도해봤지만 양지원 씨처럼 잘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드레스도 아주 정교하고 우아해요. 정말 잘 어울리세요.”양지원은 순간 당황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나은설은 적당한 선에서 칭찬을 멈추고 양지원의 피곤한 얼굴을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큰아씨, 잠시 휴식하시겠어요? 방을 준비해 두었어요.”그 제안은 양지원 마음에 들었다.길에서 양석진을 어떻게 마주할지 고민하고 있었지만 그가 부재중이라면 굳이 마음을 소모할 이유는 없었다.밤에 한 번 더 마주칠 수 있다면 그때 조용히 인사를 나누고 아침에 편안히 떠나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그럼 안내해 주세요.”“네. 이쪽으로 오세요.”방은 2층 가장 안쪽에 있었다. 양지원이 나은설을 따라 들어서자 문틈 사이로 은은한 나무 향이 스며들었다.커튼이 드리워져 있어 눈 부신 빛은 조용히 차단되어 있었다.그녀는 작은 거실의 소파 앞에 서서 조선 시대의 느낌이 물씬 나는 고풍스러운 장식을 둘러보았다. 고요하고 평온한 공간은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여기 괜찮으신가요?”나은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양지원은 침실도 살펴보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나은설 씨는 가서 일 보세요. 저 신경 안 쓰셔도 돼요.”그 말에 나은설은 활짝 웃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나갔다.방 안에 조용히 혼자 남은 양지원은 시계를 풀어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신발을 벗은 뒤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맨발로 침실 안으로 들어서며 불을 켜지 않고 곧장 침대에 몸을 눕혔다.나은설은 정말 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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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7화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조용히 비웃었다.‘왜 자꾸 사람을 그렇게 추하게 몰아가지? 양창수가 양석진을 따라다닌다고 해서 둘 사이에 뭔가 있는 건 아니잖아?’양석진은 지금의 나이와 위치에 어울리지 않게 그의 사생활이 문득 궁금해졌다.양지원은 문득 눈을 뜨더니 몸을 반쯤 일으켜 무심결에 그의 침대 옆 탁자 서랍을 열었다.안에는 노트북과 시계 옷깃 단추 같은 작은 물건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모두 깔끔하게 정리되어 서로 섞이지 않았고 생활감이 느껴지는 남성용 물품은 보이지 않았다.양지원은 겉으로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중얼거렸다.‘역시나 따분하군. 변한 게 하나도 없어.’그녀는 서랍을 닫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이제야 잠이 올 것 같았다. 양을 세기 시작한 지 세 번째쯤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원래는 낮잠 정도만 자려던 참이었지만 최근의 피로와 익숙한 그의 방 때문이었을까 눈을 떴을 땐 이미 오후 4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다.창밖으론 해가 지기 시작했지만 기온은 여전히 후텁지근했다.그 나은설이라는 똑똑한 소녀는 아침부터 더위를 식힐 간식을 준비해 두었고 저녁 식사 역시 놀랄 만큼 정성스럽게 차려져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양지원은 작은 디저트를 손에 쥔 채 아래층 거실에 앉아 영화 한 편을 틀었다.시계는 어느새 저녁 7시를 가리켰지만 양석진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그녀는 더 이상 그가 오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다시 침실로 올라온 그녀는 지루함을 달래려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양지원은 이번 방문을 양석진에게는 알리지 않았고 오직 양창수에게만 조용히 귀띔해 두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양석진에게서는 단 한 통의 메시지도 오지 않았다.‘양창수라면 입이 가볍지 않으니 분명 전했겠지.’그녀는 그렇게 혼잣말처럼 생각했지만 이 모든 생각들이 그다지 의미 없다는 걸 알았다.‘어차피 나는 왔고 양석진이 알든 모르든 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그녀는 할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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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8화

이 잡지들은 새것이 아니었고 분명 양석진이 이미 본 적이 있는 잡지들이었다.양지원의 머릿속에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그녀의 인터뷰가 실린 잡지를 진지하게 읽던 양석진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 장면에 웃음이 터져 침대 위로 쓰러졌다.그 순간 그녀가 들고 있던 잡지에서 두 장의 사진이 살며시 흘러내렸다.‘응?’그녀는 사진을 집어 들다가 말고 잠깐 멈칫했다.오래된 색감을 고스란히 품은 결혼사진이었다.그녀는 양석진과 함께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 정장을 차려입었고 그녀는 풍성한 드레스를 입은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사진 속 양지원은 유난히 행복해 보였다.마치 시간의 틈새로 빨려 들어간 듯 그녀의 마음은 순식간에 그 시절로 돌아갔고 사진 뒷면을 뒤집자 예상대로 날짜가 적혀 있었다.‘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구나.’눈가가 뜨거워졌고 그녀는 감정을 누르기 위해 살며시 눈을 감았다.그해의 기억이 또렷하게 떠올랐고 양석진은 물론 양창수와 그 무리의 모습까지도 생생했다.양지원은 코끝을 훌쩍이며 잡지를 내려놓고 떨어진 다른 사진 한 장을 집어 들었다.사진 속 그녀는 옆으로 누워 잠들어 있었고 누군가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 손의 주인은 다른 손으로 사진을 찍은 듯했다.생각할 필요도 없이 분명 양석진일 것이다.그는 다른 누군가가 그녀의 그런 모습을 찍게 두지 않을 사람이다.사진 뒤를 넘기자 날짜가 적혀 있었는데 대운산 기지 공사 당시였던 것 같았다.‘쿵쿵쿵.’갑작스러운 노크 소리에 그녀는 놀라 벌떡 일어났다. 잡지를 재빨리 가방에 넣고 외투를 걸치며 급히 문 쪽으로 달려갔다.문을 열자 밖에는 나은설이 서 있었다.“무슨 일이에요?”나은설은 웃으며 말했다.“양석진 씨가 돌아오셨어요.”“네?”“바로 아래층에 계세요.”나은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래층에서 양창수가 양지원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큰아씨?”그녀는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고 계단을 내려가다 보니 거실에 있던 사람과 시선이 마주쳤다.양석진은 외투도 벗지 않은 채 양지원이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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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9화

양석진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나 2층에 올라가서 샤워하고 옷 좀 갈아입을게. 넌 잠깐 여기 앉아 있어.”“아...네.”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그가2층으로 올라간 뒤에야 자신이 그의 방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서둘러 2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었을 때 아래층 거실에 서 있는 양석진의 뒷모습이 보였다.양지원의 캐리어는 침실 문 옆에 놓여 있었고 하이힐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벗어져 있었다. 갈아입은 드레스는 소파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양지원은 이마를 살짝 두드리며 설명했다.“나은설 씨가 여기서 자라고 했어요. 다른 방들은 전부 잠겨 있어서 들어갈 수 없었고요.”짐을 다시 옮기기 귀찮았던 그녀는 몸을 돌리며 마치 당연하다는 듯 덧붙였다.“오빠는 객실 방에서 자요. 내일 내가 떠나면 그때 다시 방으로 오면 되죠.”양석진은 그녀의 말투에 잠시 고개를 숙인 채 소매 단추를 풀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알았어.”그가 조용히 손님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양지원은 문틀에 기대선 채 미소 지으며 그를 배웅했다. 그리고 곧장 침실로 달려가 금고 근처의 장식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특히 눈에 띄는 지문 자국은 꼼꼼히 닦았다.그때 아래층에서 다시 양창수가 그녀를 불렀다.양지원은 눈을 굴리며 긴 숄을 걸치고 아래로 내려가 무심한 듯 물었다.“또 뭐에요?”양창수는 웃으며 그릇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옆에 놓인 한약을 가리켰다.“의원님의 수면을 돕는 한약이에요. 시간이 너무 늦어서 나은설이 2층에 올라갈 수가 없대요. 큰아씨 미안하지만 나중에 좀 올려줄래요?”그와 양석진의 관계를 생각하면 굳이 '의원님'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양창수는 줄곧 ' 큰아씨'라는 호칭으로 은근히 비꼬는 태도를 드러냈다.양지원은 속으로‘나이 들어도 입은 여전하네’ 하고 생각하며 대꾸했다.“저한테 주세요.”양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툭툭 풀며 문을 열고 나가면서 투덜댔다.“이 늙은이는 체력이 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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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0화

양지원은 황당하다는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나 이제 어린애 아니에요.”‘짓궂다.’최근 1년 동안 양시연 덕분에 그녀를 예전보다 자주 마주쳤지만 그럴 때마다 여전히 그들 사이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 서로 몇 마디를 주고받으며 조금씩 거리를 좁혀갔고 그는 그녀가 어색해하지 않도록 늘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그가 수면제를 다 마시자 양지원은 자리를 뜰지 아니면 이제야말로 양시연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망설였다. 그 아이는 더 이상 그녀 혼자만의 존재가 아니었고 양석진에게도 반드시 알아야 할 권리가 있었다.양석진이 먼저 그녀에게 물었다.“바빠?”‘응?’양지원은 의아해했다.양석진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등을 그녀에게 내보였다.“온몸이 뻣뻣해서 불편해.”양지원은 조용히 숨을 고르며 그의 말 하나하나를 곱씹듯 마음속에서 되새겼다.“내가 마사지를 해줄까요?”“응.”양석진은 짧고 무뚝뚝하게 대답하며 덧붙였다.“내 방 침대 오른쪽 탁자 위에 오일이 있어.”양지원은 어이없었다.“...”‘정말 적극적이네.’그녀는 그가 이렇게 '격의 없이' 대해주는 것이 기뻤다. 정확히 말하자면 약간 들뜬 기분이었다. 그의 금고 속 물건들을 떠올리며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방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며 세찬 에어컨 바람이 불어왔지만 그녀는 이상하게도 더운 느낌이 들었고 숄을 벗어버리고 싶었다.그녀는 결국 숄을 벗었다. 거울 앞에 서서 그 숄을 바라보니 잠옷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역시 이전에 입었던 긴 코트가 더 잘 어울렸다.객실로 돌아오니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녀는 침실로 들어가 그가 이미 목욕가운을 벗고 침대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았다. 허리 아래는 이불로 덮여 있었다.그녀는 잠시 시선을 돌린 후 침대 옆에 앉아 평소처럼 말했다.“척추가 좋지 않은 것 같네요. 병원에 가본 적 있어요?”양석진은 양지원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눈을 떴다.“가봤지만 별 효과는 없었어.”“푹 쉬지 않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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