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Chapter 1801 - Chapter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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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1화

시간이 거의 다 된 것을 발견하고 은서우는 이혜성에게 얼른 앉으라고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여인이 거들먹거리며 은서우의 곁으로 다가와서는 그녀의 자리를 빤히 노려보았다. “일어나 봐요. 이 자리는 내가 앉을 거니까.”은서우는 눈살을 찌푸렸고 눈앞의 여자는 병원에서 본 적이 없던 사람이었다. 다만 명품 목걸이에 명품 가방을 들고 있는 것을 보니 콧대가 높은 부잣집 아가씨인 것 같았다. 그런 사람이 자리 때문에 다른 사람과 다투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트집을 잡으려는 건지 아니면 정말 이 자리를 원해서 이러는 것인지 은서우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옆자리를 짚으며 말했다.“저쪽에 빈자리가 있거든요. 앉고 싶으면 저쪽으로 가시죠.”말을 마치고는 더 이상 그 여자를 상대하지 않았다. 그 여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떴다. “난 꼭 이 자리에 앉아야겠어요. 그러니까 일어나요. 내 말 안 들려요?”말로는 부족한지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아당겼고 기어코 강제로 자리에서 끌어올렸다.은서우도 화가 치밀어 올라 그 여자의 손을 세게 뿌리쳤다. “내가 먼저 와서 앉은 자리예요. 주변에 자리가 그렇게 많은데 왜 나한테 이래요?”“난 딱 그쪽 자리가 마음에 들어요. 왜 양보를 안 해주지? 뭐 대단한 의사도 아니면서. 받아요.”그녀는 은서우의 손에 카드를 쥐여주었고 은서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여자는 팔짱을 낀 채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 카드에 4천만 원이 있어요. 비밀번호는 없고요. 자리를 뺏지 않고 대신 살게요. 됐죠? 이 정도 금액은 그쪽 연봉만큼은 될 거니까 이거 받고 당장 꺼져요. 앞에서 얼씬거리지 말고.”카드를 쥐고 있던 은서우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차가운 촉감... 그녀가 이전에 가장 원했던 것이었다.예전에 돈이 없던 은서우라면 어쩌면 이 돈 받고 자리를 비켜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누군가 카드를 손에 쥐여주는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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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2화

김수연이 막 뭐라고 하려는 찰나, 밖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한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몸에 걸친 흰 가운이 그의 분위기를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녀는 은서우는 노려보면서 화를 꾹 참으며 다른 자리에 앉았다. 같은 시각, 인명진의 시선이 무대 아래를 스쳐 지나갔다. 은서우는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잠시 멈추는 것 같았지만 또 단지 자신의 착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세포 구조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건 제가 박사 학위를 취득할 때 썼던 논문입니다. 다들 한번 보시죠.”그가 프로젝터를 켜고 화면을 클릭했다. 그는 의외로 강의에 능숙했다. 심지어 일부 대학의 교수들보다도 더 이해하기 쉽게 강의를 했고 무대 아래에 앉아 있는 은서우는 집중해서 들으며 가끔 펜을 들고 뭔가를 메모하기 시작했다. 이혜성은 빼곡한 메모를 보고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은서우, 나중에 네가 승진하고 월급이 오르거나 박사 학위를 취득한다고 하더라도 난 절대 널 질투하지 않을 거야. 진심이야.”은서우처럼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 없으니까. “노트 필요하면 빌려줄게.”그녀가 웃으며 말했다.“됐어. 난 지금도 좋아.”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는 이혜성은 정중히 거절했다. 강의가 끝난 후에도 은서우는 깊은 여운이 남아 있었다. 바로 그때,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간호사가 그녀에게 노트를 빌려달라고 했다.은서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당신은 간호사 아닌가요?”‘간호사의 평가도 이젠 이렇게 어려운 건가?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시대에 뒤처지기라도 한 건지.’간호사는 뭔가 켕기는 게 있는 듯 시선을 슬쩍 피했다. “부탁이에요. 은 선생님. 저한테 빌려주세요. 조금 있다가 돌려드릴게요.”“그래요. 빌려줄게요. 잊지 말고 빨리 돌려줘요.”은서우는 한마디 당부하며 간호사에게 노트를 넘겨주었다. 그 노트는 그녀에게 아주 중요한 것이라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이었다. 간호사는 눈빛을 반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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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3화

힘들게 적어놓은 노트가 이렇게 망가져 버렸다니?“나한테 왜 이래요? 그쪽이랑 원수를 진 것도 아닌데.”그녀는 이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걸 직감했다.화가 나기도 했고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부자들은 이렇게 돈으로 사람을 상대하는 것인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자리 하나 때문에 돈을 쓰고 그녀의 성과를 망가뜨려 놓다니. 찾아가서 따지려고 해도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적은 노트는 이미 사라졌고 이 세상에 똑같은 건 없으니까. 그러나 말로라도 그 여자를 혼내줘야 할 것 같았다. 김수연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김수연도 도망갈 생각이 없었으니까.힘들게 적어두었던 노트가 망가진 것을 보고 화를 벌컥 내는 은서우의 모습이 보고 싶었던 것이다.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수연을 보고 그녀는 물 한 잔을 들어 김수연을 향해 뿌렸다. “아악.”비명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로 쏠렸다. 그곳에는 인명진을 숭배하는 사람들, 업계의 유명 인사들 그리고 강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있었다. 소리를 들은 인명진은 바로 고개를 돌렸다. 소란을 피우는 주인공이 은서우일 줄은 몰랐다. 김수연은 불같이 화를 내면서 은서우를 향해 달려들었고 바로 그 순간, 인명진이 성큼성큼 다가와 은서우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무슨 일이에요?”그가 품에 안긴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은서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맞은편의 김수연이 손가락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이 여자가 왜 난리를 치는 건지 모르겠네요. 다짜고짜 말도 없이 나한테 물을 뿌렸다고요.”인명진 앞에서 김수연은 애써 자신의 화를 억눌렀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그녀의 가슴을 뛰게 한 남자는 인명진뿐이었다. 특별히 시간 내서 이 강의를 들으러 온 것도 인명진을 보기 위해서였다.그런데... 은서우가 제일 좋은 명당 자리를 차지했고 아무리 뭐라고 해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게다가 인명진이 은서우를 보호하고 있는 것을 보니 두 사람의 사이가 보통이 아닌 것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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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4화

“김수연.”무거운 목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왔고 이내 은서우는 검은색 양복에 모자와 마스크를 쓴 남자가 걸어오는 것을 보게 보였다.꽁꽁 싸매고 있었지만 남자의 하얀 속눈썹과 눈을 보고 은서우는 한눈에 알아봤다. 백색증을 앓고 있는 자신의 환자 김민재라는 것을. 김민재도 여기서 인명진과 은서우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여긴 어떻게...”인명진도 김민재를 알아보고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사과하라고 하세요.”김민재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수연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은서우에게 사과했다.“미안해요. 내가 너무 제멋대로 굴었어요. 용서해 줘요.”그녀가 이렇게 빨리 사과할 줄은 몰랐다. 김민재도 평소 제멋대로 굴던 동생이 이렇게 빨리 사과할 줄은 몰랐다.“용서할게요. 하지만 성격 좀 고쳐요. 누구나 당신을 용서해 주는 건 아니니까. 여기저기서 이렇게 제멋대로 굴지 말고요.”말을 마치고 난 은서우는 바로 자리를 떴다.김민재가 그녀의 환자이긴 하지만 이 일은 김수연과 그녀 사이의 일이었고 지금은 근무시간이 아니니까 그들과 더 접촉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인명진이 그녀의 뒤를 따라왔다.“원장님, 감사합니다.”그녀가 고개를 돌리고 부드럽게 말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왜 나한테 고맙다고 해요?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방금 원장님께서 나서서 편들어 주셨잖아요. 다만 오랫동안 적어두었던 노트가 없어졌네요.”그녀는 열심히 강의를 들으며 메모했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생각하고 있었다.그런데 노트가 이렇게 허무하게 없어져서 그녀는 화가 났다.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수심이 가득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인명진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노트가 없어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서우 씨 머릿속에 있는 지식이니까. 기억나지 않는다면 나한테 문자 해요. 아니면 우리 집에 와요. 내가 따로 가르쳐줄게요.”그 말에 은서우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정말이에요?”“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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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5화

수술 날짜가 다가오자 은서우는 밤낮으로 바삐 돌아쳤고 누락된 부분이 없는지 몇 번이나 확인해 보았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마셨다.“서우 씨, 힘내요.”옆에 있던 간호사가 입을 열었다. 이번 수술은 특별하기 때문에 조수와 간호사는 모두 병원의 사람들이 아니었고 프로젝트팀에서 배정된 사람들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준서 쪽의 사람들이었다.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은서우는 매우 초조했다. 직접 수술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데다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 수술을 마쳐야 하니 불안하기만 했다. 그러나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른 이상 돌이킬 수가 없었다. 은서우는 장갑을 착용하고 수술 준비를 했다. 수술실로 들어가려는 찰나, 누군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그 사람은 멀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를 보자마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인명진이었다. 불안과 걱정이 싹 사라졌고 순식간에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그녀는 온몸에 힘이 솟아올랐다.혼자가 아닌 한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있었다. 수술은 오랫 시간 진행되었다. 내과와 관련된 모든 수술은 쉬운 것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심장과 골수에 관한 수술이 가장 많은 시간과 정력을 소모했다.그녀는 온 정신을 가다듬고 수술에 집중하였고 자칫 사고라도 날까 봐 눈 한번 깜빡이지 못하였다. 시간은 일분일초가 흘러갔고 수술실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드디어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메스가 쟁반 위에 떨어졌다. 은서우는 마스크와 소독 장갑을 벗고 활짝 웃었다.“수술 성공입니다”수술실 밖, ‘수술 중’이라는 네온사인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남자는 밖에서 아무 말도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걱정이 되어 그런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저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기다리던 사람이 나와 환하게 웃으며 그한테 자신이 해냈다고 말하길 바랐다. 이때, 이준서가 다가와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이렇게 늦게 나온 걸 보면 내가 내기에서 이긴 것 같네요.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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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6화

그 당시 그는 이 일이 이준서 그리고 신석림과 관련된 일이라고 짐작했었다.“당신들은 협회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하면 많은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지는 생각하지 않고 허구한 날 어떻게 하면 독점할 생각부터 하고 있네요. 나도 당신들 같은 사람으로 만들 생각입니까? 꿈도 꾸지 말아요.”인명진은 경멸이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이준서의 얼굴에 웃음이 점차 사라졌다. 그가 인명진을 혐오스럽게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랐다.“그거 알아요? 난 당신같이 잘난 척하는 사람이 참 별로더라고요. 좋은 마음에서 귀띔해 주는 건데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더 이상 뭐라 하지 않겠습니다.”“어차피 수술이 실패하면 당신은 내기에서...”내기에서 진다는 말을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였다.잠시 후, 수술실의 불이 꺼졌고 미닫이문이 좌우로 열리자 은서우가 달려 나왔다. 그녀는 곁에 있는 사람들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가장 먼저 인명진에게로 달려갔다.지금 이 순간, 그녀의 눈에는 그밖에 보이지 않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목소리가 한껏 들떠있었다.“인명진 씨, 나 해냈어요. 수술 성공했다고요.”그가 자신의 품 안에서 폴짝폴짝 뛰는 그녀를 한 손으로 받쳐주며 옅은 미소를 지었어요.“잘했어요.”간단한 한마디 말이었지만 은서우는 만족스러웠다.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이 순간만큼은 보람을 느꼈다. 이건 단지 그녀에 대한 인정뿐만이 아니라 그녀에게도 자신의 능력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자신에게는 의사가 될 자격이 없다고 의심했던 것 같다. 열등감이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었다는 걸 그녀조차도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것들은 모두 과거가 되었고 보이지 않는 열등감과 어둠이 모두 먼지처럼 사라졌다. 그녀도 이젠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요. 방금 수술할 때...”이준서를 발견한 순간, 은서우는 입을 다물었다. 그의 시선에 그녀는 지금 자신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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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7화

이준서가 이를 악문 채 그녀를 쳐다보며 뭔가 따지려고 하는데 그때 인명진이 그녀를 자신의 곁으로 끌어당겼다.인명진은 차갑게 그를 노려보았다.“당신이 이곳에서 행패를 부릴 입장은 아닌 것 같네요.”“인명진.”그의 말을 무시한 채 인명진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쳐다보았다.“괜찮아요? 아파요?”손목이 빨개졌다. 그러나 진지한 그의 옆모습을 본 순간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프지 않아요. 당신이 있으면 저 사람도 나한테 어찌하지 못할 거예요. 그래도 여기서 그만 얘기하고 얼른 가요.”“그래요.”고개를 끄덕이던 인명진은 담담하게 이준서를 쳐다보며 한 마디 내뱉었다. “이번 내기에서는 내가 이겼습니다. 돌아가서 당신 선생님께 전해요. 협회에서 경성과 A 도시의 일까지 손을 뻗지 말라고요. 그렇지 않으면 그 나이에 크게 망신을 당하게 될 겁니다.”말을 마치고 두 사람은 긴 복도를 떠났다.이준서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은서우는 보지 않았다.다만 인명진이 조금 걱정되었다. “아까 한 얘기 말이에요. 정말 저들과 완전히 사이가 틀어진 거예요? 신 선생님 쪽은...”어쨌거나 신석림은 의학계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그녀마저도 그의 명성을 들었을 정도이니 인명진이 곤경에라도 처할까 봐 두려웠다.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그가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걱정하지 말아요.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그리고 사이가 틀어진 지는 오래되었어요.”크게 신경 쓰지 않는 그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그녀는 그제야 안심되었다. 한편, 김민재는 수술이 끝난 후에도 약을 복용하면서 체내의 세포 분열 속도를 억제하였다. 관찰 기간은 몇 달에서 반년 정도였다.그래도 그는 매우 만족했다. 그리고 은서우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했다.“고마워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난 아마 평생 이 연구소를 떠날 수 없었을 겁니다.”김민재가 그녀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은서우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처음 그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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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8화

그녀는 업무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인명진이 왜 갑자기 이 일에 개입했는지에 대해서 전혀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김민재가 병원에 머무르기를 원하지 않는 남자의 마음 또한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A 도시 병원에 김민재가 아는 의사라고는 은서우 뿐이었고 만약 그가 병원에 남아 있는다면 분명 은서우한테 자신을 보살펴 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그럼 경성에 있는 인명진은 어쩔 방법이 없게 된다.자신이 없는 곳에서 두 사람이 밤낮으로 함께 있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생각하니 인명진의 눈빛에 저절로 한기가 돌았다. 으스스한 분위기에 은서우는 에어컨 바람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자신이 옷을 적게 챙겨 입은 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전혀 인명진의 마음을 알지 못하였다. 퇴원 절차는 이내 이루어졌고 그날 오후, 김민재는 사람들을 불러 짐정리를 하고 퇴원 준비를 했다. 자신이 치료한 환자이고 오랫동안 알고 지냈기 때문에 은서우는 특별히 하던 일을 내려놓고 그를 배웅하러 왔다. 김민재는 옆에 있던 인명진을 보고 일부러 물었다.“은 선생님, 한번 안아봐도 될까요?”그녀는 어안이 벙벙해졌다.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인명진을 보고 싶었지만 끝내 참았다. 그녀한테 물어본 것이지 인명진한테 물어본 것이 아니었고 게다가 이 일은 그녀의 일이니 그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였다.이런 일까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어봐야 하는 건 아니니까.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는 대담하게 대답했다.“그래요.”이내 팔을 뻗어 김민재와 포옹했다. 남녀 사이의 애틋한 포옹이 아니라 단순히 작별의 의미에서의 포옹이었고 닿는 순간 이내 몸이 떨어졌다. 그러나 인명진은 그 모습을 보기가 불편했고 은서우가 김민재의 품에서 빠져나오기도 전에 손을 뻗어 옷깃을 잡고 그녀를 끌어당겼다.“원장님?”그녀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너무 과격하게 반응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때, 김민재가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인 선생님은 다른 사람이 보는 게 두려워서 그랬을 겁니다.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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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9화

조금 전에 그가 직접 배웅까지 했던 김민재였다.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입니까?”“인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도 하고 충고 한마디 할까 해서요. 모든 사람이 당신의 냉담함을 감당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가끔은 먼저 다가가야 합니다.”“무슨 뜻인가요?”인명진은 핸드폰을 꽉 쥐며 미간을 찌푸렸다.전화를 끊을지 말지 고민 중이었다. 의미 없는 전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마치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입을 열었다. “그 생각 해보셨습니까? 어쩌면 상대방도 원하고 있다는걸요.”그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사실 자신에 대한 그녀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살아온 지난날들을 생각하면 망설여졌다. 멋도 없고 차갑기만 죽은 나무처럼 심장이 얼어붙은 자신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은 봄이 돌아오면 그가 새싹을 틔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이미 죽은 지 오래되었다.은서우는 그와 다른 사람이었다. 그들은 근본적으로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스스로 이렇게 독단적인 선택을 했고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그녀를 차갑게 밀어냈다. 계속해서 자신을 속이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연기를 했다. 그러나 그의 거짓말이 누군가에 의해 들통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마음속에 숨겨두었던 가장 진실한 문제를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마음이 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세요. 은 선생님처럼 좋은 여자는 언제든지 다른 남자한테 빼앗길 수가 있으니까.”말을 마친 김민재는 쿨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김민재의 전화를 끊고 그는 차 시트에 기대어 앉아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그와 김민재는 사실 친분이 좀 있었고 몇 마디 나눌 수 있는 친구 사이였다. 김민재는 그를 진심으로 상대했고 방금 한 말도 그를 위하는 마음에서 한 진심 어린 충고였을 것이다. 머릿속에 맴도는 말을 곱씹다 보니 그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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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0화

이 협회는 의학계에서 설립한 협회였고 회원들은 모두 명망이 높은 사람들이었다. 예를 들어 신석림처럼 유명한 의사거나 이준서같이 배경이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협회 안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두 부류로 나뉘어졌다.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집단을 만들지 않고 사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으며 오롯이 자신의 본업에만 충실하고 오로지 실력으로 협회에 들어온 사람들이었다.한때 인명진도 협회의 사람이었지만 나중에는 협회에서 탈퇴했다. 이것들은 모두 그녀가 우연히 인명진한테서 알게 된 사실이다. 오랫동안 협회에 대해 궁금했던 그녀는 마침내 협회의 포럼을 봤고 저도 모르게 눈이 움직였다.그러다가 이내 빨간색으로 표시된 글씨가 한눈에 들어왔다.[이름도 없는 젊은 의사가 무엇 때문에 전무후무한 수술을 성공할 수가 있었겠는가? 클릭하면 그 내막을 볼 수 있습니다.]이혜성은 냉큼 핸드폰을 빼앗아 버렸다.“어디나 이런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야. 신경 쓸 거 없어.”이혜성이 자신에게 보여주기를 꺼리는 것을 보고 은서우는 그 안의 내용이 좋은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약간 실망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협회에 조금이나마 기대를 걸었었는데 지금은 그런 기대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어. 이런 사람이 글을 올리도록 하는 것을 보면 협회가 어떤 곳인지 충분히 설명이 되니까.”이혜성은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고는 급히 다가와 그녀의 입을 막았다.“이런 말을 함부로 하면 어떡해? 간도 크다.”은서우는 그녀의 손을 끌어내렸다.“왜 말하면 안 되는데? 내 실력으로 성공시킨 수술이야. 그런데 그들은 뒤에서 악의적으로 날 비방하고 있어. 들어가 안 봤길래 다행이지 들어가 봤으면 얼마나 어마어마한 내용이 있을지 상상도 안 돼.”아무리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도 화를 낼 줄 안다. 하물며 원래 성격이 톡 쏘는 은서우는 더 말할 것도 없지.어쩌면 전에 하도 참고 살아서 이제 와서 폭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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