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가 정신없어하는 사이, 인명진이 인파를 뚫고 걸어오고 있었다.카키색 목폴라, 긴 바지, 의사 가운이 아닌 사복 차림을 한 인명진은 한층 부드럽고 신사적인 모습이었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차가운 분위기는 여전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시크함에 더 열광하는 듯했다.인명진은 원장과 악수를 나눴다.“원장님, 바쁘신데 직접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아닙니다. 인 박사가 우리 병원까지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원장으로서 당연히 나와야죠.”원장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인사를 몇 마디 나눴다.서우는 눈을 피하며 인명진과 친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인명진도 그러기를 바랄 것으로 생각했다.역시나 인명진도 그저 눈 한번 마주치고는 서우를 그냥 지나쳐 원장과 함께 떠났다.경성 중심병원 몇몇 의사들도 동행해서 왔는데 그들은 나이가 든 중년 의사들이었고 학계에서도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었다.사십이 넘은 중년남성들 사이에서 아직 이십 대인 인명진은 더욱 빛날 수밖에 없었다.그가 떠난 후에도 사람들은 여운을 만끽했다.“너무 멋있어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에요.”“고작 스물일곱 살이라니, 정말 대단해요. 그 와중에 박사학위가 두 개라니, 저는 꿈도 못 꾸는데 저분은 해낸 거잖아요. 아직 싱글이라는 소문도 있어요.”싱글이라는 말이 나오자 현장에 있던 여자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서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누군가 어디 가는지를 물었다.“원장님한테요. 프로젝트 방향성에 대해서 의논하려고요.”사람들은 아무 의심이 없었다. 그것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서우의 경력을 아는 사람은 원장뿐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서우와 인명진이 아는 사이인지도 몰랐다.서우는 원장실의 문을 두드렸다.“원장님, 들어가도 될까요? 프로젝트에 관해 드릴 말이 있어서요.”원장은 바로 문을 열고 서우를 들어오게 말했다.“얼른 들어와요, 노크 안 해도 돼요. 다음부터는 그냥 들어와요.”인명진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앞에는 차 한 잔이 놓여있었다.깔끔한 짧은 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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