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Bab 1791 - Bab 1800

2032 Bab

제1791화

문을 나서려고 할 때 갑자기 딩동 하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걸어 들어왔다.은서우는 눈이 휘둥그레지게 놀랐다.이 사람이 여길 왜?이준서도 눈썹을 꿈틀거리며 당황한 듯싶었다.“잠시만요, 지나갈게요.”이준서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으나 길을 막고 있는 바람에 은서우는 하는 수 없이 먼저 입을 열었고 다행히 준서는 아무 말 없이 길을 내주었다.은서우가 내심 안도하며 지나가려고 하는 그때, 준서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기서 마주치다니 인연이네요, 인명진 씨 비서님.”은서우는 고개를 들여 눈을 마주치고는 아무 말 없이 지나쳤다.준서는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한참을 서 있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고는 꽃집으로 들어가 카네이션 한 송이를 들고나왔다.집으로 돌아온 은서우는 방금 전에 마주친 사람을 떠올리며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결국에는 인명진한테 전화를 걸었다.준서를 위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명진 씨, 제가 방금 전에 그 분을 마주쳤어요. 명진 씨와 원수인 그 분.”“누구요?”인명진의 쉰 목소리를 들은 은서우는 신경이 그쪽으로 쏠려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명진 씨, 어디 편찮으세요?”“환절기라서 그래요. 괜찮아요. 계속해요.”은서우는 걱정되는 마음을 잠시 뒤로한 채 계속 말을 이어갔다.“이 박사님이요. 이준서. 아까 마주쳤어요.”그 시각, 사무실에 있던 인명진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물었다.“어디서 마주쳤어요?”은서우는 꽃집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내일 할 선물이 들통날까 봐 거짓말을 했다.“퇴근길에 마주쳤어요.”인명진은 더 캐묻지 않고 조심하라고 당부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말을 바꿨다.“내가 내일 갈게요.”“아니요, 내일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모레 오시는 게 어때요?”은서우가 주문한 꽃이 내일에 인명진에게로 배송 예약이 되어있기에 은서우는 다급히 말리며 말했다.전화기 너머로 서우의 거부감을 느낀 명진은 의아했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한잠 자고 난 서우는 이 일을 까마득히 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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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2화

프로젝트를 본 은서우의 얼굴에는 의문스러움이 가득했다.“아니, 이게 왜?”원장은 서우의 표정을 보고 바로 물었다.“서우 씨, 진짜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었어요?”“네, 하지만 중간에 퇴출했었어요.”은서우는 뒤늦게 표정 관리를 하며 자신의 놀라움을 감추려고 애썼다. 서우의 말을 들은 준서는 피식 웃었다. 원장은 두 사람이 오래전부터 서로 알던 사이라고 생각하고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에는 마음이 내키는 내로 프로젝트를 수락하며 은서우에게 당부했다.“서우 씨, 이 박사가 서우 씨를 콕 찍어서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려고 했어요. 최선을 다해서 해 봐요, 알겠죠?”원장의 격려에 서우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내키지 않았다.이 박사는 서우의 표정 변화를 지켜보고는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표정을 보아하니 내키지 않는가 봐요? 이런 외딴곳까지 파견 나온 상황에 제가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가져다주는데 오히려 저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은서우가 억지로 웃어 보이며 고맙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자 준서는 더 크게 웃으며 말했다.“누가 인명진 제자 아니랄까 봐, 성깔이 똑같네! 아주 그냥.”은서우는 길게 숨을 한번 들이쉬고는 말했다. “지금 뭐 하려는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미 그 프로젝트에서 빠졌어요. 그리고 인원장님은 저한테 은인이니 말씀 함부로 하지 마세요.”준서는 편한 사복 차림에 회색 코트를 입었는데 옷태가 아주 좋았다. 성격이 지랄맞지 않고 자꾸 알 수 없는 표정을 짓지 않는다면 그에게 호감 갈 사람이 아주 많을 것이 뻔했다. 지금 이런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간호사들이 그를 훔쳐보고는 흐뭇해하기 때문이다.은서우만 그에게 아무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비호감이라고 생각하고 밀어냈다.“별일 없으면 저는 이만 가볼게요. 이 박사님. 배웅은 안 나가니까 조심히 가세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방을 나서 사무실로 돌아온 서우는 복잡한 심정으로 다시금 그 익숙한 자료들을 꺼내보았다.수많은 좌절을 겪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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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3화

서우는 충동적인 마음으로 한 선택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결정한 일이었으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늦어졌을 뿐이었다.소태훈의 사고가 없었더라면 서우는 지금쯤 수술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었다.인명진은 은서우를 잠시 바라보고는 진짜로 해보고 싶은 모습인 것 같으니 해보라고 말했다.이에 은서우는 오히려 당황했는지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왜? 내가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인명진의 물음에 서우는 자신의 속마음이 들켰다고 생각해 얼굴이 상기되었다.“네, 저는 명진 씨가 반대할 줄 알았어요.”인명진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흐뭇한 눈으로 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서우 씨가 성취욕이 있는 건 좋은 일이죠. 저는 서우 씨가 성장하고 발전할 기회를 막지 않을 거예요.”누군가는 꽃을 키울 때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자라기를 바라며 키운다고 한다. 많은 부모님이 자식을 대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말이다.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키운 꽃은 왕왕 비뚤게 자라 다른 가지에 막혀 시들거나 기형적으로 자라게 된다. 이런 결과는 인명진의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그는 꽃이 자라고 싶은 대로 자연스럽게 자라게 놔두고 단지 가끔 바람과 비를 가려주는 정도였다.하지만 인명진도 은서우에게 되도록 준서와 접촉하지 말고 겁내지도 말도록 당부를 전했고 서우도 그런 명진의 말들을 가슴속에 새겼다.며칠 후, 서우는 다시 연구소로 왔다. 하지만 이번엔 그전과는 달리 인명진과 함께 들어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임시 연구원 신분으로 당당하게 들어왔다.병동에는 전에 보았던 백색증 환자가 책을 보고 있다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당신이군요.”그는 서우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미소를 띠었다. 새하얀 속눈썹은 마치 흰 눈이 내려앉은 것만 같았다.서우도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반달만이죠?”“스물세 날 열일곱 시간만이요.” 서우의 표정을 본 그는 옅은 미소와 함께 자신이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안 그러면 심심하다고 말이다.그 짧은 한마디에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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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4화

“말 그대로예요, 이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인명진이 사퇴한다고요.”이게 무슨 소리야?은서우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아무 말 못 하고 있다가 다시 정신이 번쩍 들자 분노가 차올랐다.인명진이 자기 일을 얼마나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대하는지 잘 아는 서우는 인명진 스스로 그런 제의를 했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어떤 누구라도 인명진이 먼저 본인이 커리어를 포기하겠다는 말할 정도로 그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한 서우는 인명진이 협박을 받은 것이 틀림없다고 짐작했다.“오해하지 마세요. 사실이에요. 인명진이 먼저 자기 입으로 제의했어요.”은서우의 흔들리는 눈빛을 본 준서는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어갔다.“인명진은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해요.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원칙을 깰 이유가 없잖아요. 그것도 몇 번씩이나.”서우는 준서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들을 하는지 파악할 겨를도 없이 머릿속에는 온통 인명진이 자신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말뿐이었다.생각만으로도 가슴이 타오를 것 같았지만 서우는 인명진에게 직접 물어볼 용기가 없어 혼자 속으로 삭혀야만 했다.그렇게 거의 한 주일이 지나도록 서우에게서 아무 연락이 없자 인명진은 참다못해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서우 씨가 보낸 꽃 받았어요. 그런데 꽃병에 꽂아 넣고 길렀더니 아쉽게도 죽었네요. 꽃을 기르는 방식이 틀긴 건가요?” 고뇌하면서 뱉는 인명진의 말에 서우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원래 그래요. 꽃병에 넣어 기른다고 해도 금방 시들어요. 명진 씨가 좋다면 제가 더 보내드릴게요.”인명진은 좋다고 대답하고는 말길을 돌려 물었다.“요즘 프로젝트가 아주 바쁜가봐요?”며칠 동안 연락을 안 한 이유를 고민하던 서우는 인명진이 먼저 물어보자 이내 프로젝트가 어려운 점이 있다고 대답했다.인명진이 어떤 점이 어려운지에 대해 묻자 은서우는 돌 들어 자기 발등을 찍었다고 생각하며 머리를 쥐어짜며 겨우 문제 몇 개를 생각해냈다.인명진은 박사 학위를 몇 개나 딴 교수답게 쉽게 해답을 알려주었다.은서우가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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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5화

그녀는 그렇게 공부가 하고 싶으면 학원을 다니는 것을 추천하고 싶었지만 서우의 망연자실한 표정을 보고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밥 먹을 시간이에요. 건강 잘 챙겨요. 며칠 전에 위약 먹는 것을 봤어요.”휴대폰 스피커를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전화 저편에서 두 사람의 얘기를 들은 인명진은 아무 말 없이 한동안 침묵했다.은서우는 그 여의사가 떠난 뒤 밥을 잘 챙겨 먹는다고 해명하려고 하자 인명진이 말을 끊었다.“서우 씨네 구내식당 카드 충전할 수 있어요? 내꺼로 하나 만들어요.”인명진 명의로 충전하면 사용 내역이 실시간으로 명진한테로 전송되기에 서우가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를 체크 할 수가 있었다.인명진의 단호함을 느낀 은서우는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구내식당 카드를 충전한 후 은서우는 시시각각 식사 여부를 체크하는 인명진이 있으니 밥을 제때 챙겨 먹었다. 혹시나 까먹으면 인명진은 전화로 알려주곤 했다.주변 사람들은 그런 은서우의 모습을 지켜보며 남자 친구가 챙겨 주는 건지 다들 궁금해 했다.“은 선생님, 혹시 남자 친구세요? 아주 세심한 분인 것 같아요.”“그러게요, 저도 맨날 제 끼니 걱정해 주는 남자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저희 같은 사람들은 바쁠 때면 밥은커녕 물 마실 겨를도 없잖아요. 이러다 위병 날 것 같아요.”“은 선생님, 어떻게 만난 남자 친구예요? 너무 궁금해요. 말해주세요.”다들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며 서우의 대답을 기대하고 있었다.“남자 친구 아니에요, 예전에 병원 원장님이세요.”“원장님이라고요? 여자분이세요? 남자분이세요?”그중 한 분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며 믿지 않는 눈치였다. 어느 원장이 매일 같이 직원 끼니를 챙긴단 말인가? 분명 다른 이유가 있는것이 분명했다.더는 변명할 여지가 없던 서우는 결국 도시락을 안고 사무실로 피했다.그런데 예상 밖의 일이 발생했다. 인명진이 은서우의 병원으로 온 것이었다.그날, 서우는 금방 수술을 마치고 힘들어하고 있을 때 누군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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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6화

서우가 정신없어하는 사이, 인명진이 인파를 뚫고 걸어오고 있었다.카키색 목폴라, 긴 바지, 의사 가운이 아닌 사복 차림을 한 인명진은 한층 부드럽고 신사적인 모습이었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차가운 분위기는 여전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시크함에 더 열광하는 듯했다.인명진은 원장과 악수를 나눴다.“원장님, 바쁘신데 직접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아닙니다. 인 박사가 우리 병원까지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원장으로서 당연히 나와야죠.”원장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인사를 몇 마디 나눴다.서우는 눈을 피하며 인명진과 친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인명진도 그러기를 바랄 것으로 생각했다.역시나 인명진도 그저 눈 한번 마주치고는 서우를 그냥 지나쳐 원장과 함께 떠났다.경성 중심병원 몇몇 의사들도 동행해서 왔는데 그들은 나이가 든 중년 의사들이었고 학계에서도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었다.사십이 넘은 중년남성들 사이에서 아직 이십 대인 인명진은 더욱 빛날 수밖에 없었다.그가 떠난 후에도 사람들은 여운을 만끽했다.“너무 멋있어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에요.”“고작 스물일곱 살이라니, 정말 대단해요. 그 와중에 박사학위가 두 개라니, 저는 꿈도 못 꾸는데 저분은 해낸 거잖아요. 아직 싱글이라는 소문도 있어요.”싱글이라는 말이 나오자 현장에 있던 여자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서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누군가 어디 가는지를 물었다.“원장님한테요. 프로젝트 방향성에 대해서 의논하려고요.”사람들은 아무 의심이 없었다. 그것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서우의 경력을 아는 사람은 원장뿐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서우와 인명진이 아는 사이인지도 몰랐다.서우는 원장실의 문을 두드렸다.“원장님, 들어가도 될까요? 프로젝트에 관해 드릴 말이 있어서요.”원장은 바로 문을 열고 서우를 들어오게 말했다.“얼른 들어와요, 노크 안 해도 돼요. 다음부터는 그냥 들어와요.”인명진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앞에는 차 한 잔이 놓여있었다.깔끔한 짧은 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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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7화

인명진의 대답을 들은 원장은 씰룩이는 입꼬리를 감출 수가 없었다.곧바로 계약서에 서명을 마친 원장은 감개무량한 듯 말을 이었다.“역시 제가 사람 보는 눈 하난 타고났단 말이죠. 처음부터 저는 인원장님이 우리 병원의 귀인이 될 분이라고 느꼈는데 지금 보니 역시 제 생각이 맞았어요.”인명진은 담담하게 받아쳤다.“원장님께서도 제 큰 골칫거리를 해결해 줬으니 이건 보답이라고 생각해 주세요."원장은 당황했다.그가 언제 인명진을 도운 적이 있다는 말인가?문득 은서우의 당혹스러운 표정과 어쩔 줄 몰라 하는 눈빛이 눈에 들어오자 원장은 단번에 상황을 파악하고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하하, 인원장님도 참, 너무 겸손하시네요! 은 선생님도 전문가이신데 골칫거리라니요. 오히려 저희가 득을 본 셈이죠.”은서우는 두 사람의 대화가 귀에 들어오지 않고 그저 전혀 예상치 못한 인명진의 담담한 한마디가 머릿속을 맴돌 뿐이었다.정말 그녀 때문일까?서우의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쳤다. 너무나 달콤한 설렘이었지만 그녀는 이성의 끈을 꼭 붙잡고 있었다.간신히 감정을 추스른 은서우는 원장실을 나서서야 조심스럽게 물었다.“원장님, 진짜 저 때문인가요?”말을 끝내자마자 후회가 밀려온 서우는 곧바로 덧붙였다.“아, 죄송해요. 제가 깜빡하고 실수했네요. 이젠 원장님이 아니신데...”인명진은 역시나 담담히 대답했다.“원장이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아요. 하지만... 다른 호칭이 더 좋을 것 같군요. 그리고 방금 서우 씨가 한 질문에 대한 답은 맞다고 생각해도 좋아요.”여전히 차가워 보이는 그였지만 그 속에 감춰진 부드러움을 서우는 느낄 수가 있었다.은은하게 다가오는 그의 온기가 은서우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그녀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근데... 왜죠?”그 순간 인명진도 멈칫했다.왜일까?인명진 자신도 모르고 있다가 은서우의 그 한마디 물음이 그를 깨닫게 한 것이었다.서우 혼자만의 혼란스러움이 두 사람의 것이 되어버린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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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8화

서우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난 진짜 괜찮아. 너희끼리 가.”혜성은 아쉬운 표정을 거두며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사람들이 다 떠난 후, 서우는 마음을 가다듬고 일을 시작하려 자료를 꺼내 놓았지만 한참이 지나도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계속해서 넋 놓고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밖에서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를 듣고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서우는 방금전의 실수를 떠올리며 혼잣말했다. “혼자 김칫국 마시긴. 착각하고 난리야.”서우는 잠깐이지만 인명진도 자신에게 관심 있다고 생각했다.그나마 이제라도 빨리 깨달았기에 너무 깊이 빠져드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연애란 감정에 빠지는 건 서우에게 어울리지 않았고 지금은 커리어에만 집중해야 할 때였다.보통 사람이라면 실연의 아픔을 먹거나 놀러 다니며 풀지만 서우는 가장 고문인 일에 몰두하는 방법을 택했다. 고통스럽기는 했으나 효과만큼은 대단했다.서우는 첫날 강연에 가지 않고 그 대신 메디컬 플랜을 완성했다. 밤샘 작업이었지만 지친 기색 없이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완성 후, 서우는 무의식간에 인명진에게 전화를 걸어 플랜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통화가 끝난 후, 인명진에게서 돌아온 건 한마디 뿐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밤샘 작업을 했단 말이죠?”인명진의 말투는 아무런 감정 기복 없이 담담했지만 서우는 오히려 자신이 사냥감이 된 듯한 위압감을 느꼈고 긴장하기 시작했다.“빨리 끝내고 싶어서요. 오늘 다른 일이 없으니까 하루 휴가 내고 쉬면 돼요.”“그럼 오늘의 강연은 미루는 걸로 해요.”전화기 너머로 낮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낮은 소리라 서우는 자신이 착각한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왜요? 왜 연기해요? 삼 일 동안 하기로 했잖아요.”인명진은 평소 다망한 사람이었고 이번 병원 강연에 특별히 삼일 정도의 일정을 비워 두었다. 강연이 끝난 후, 바로 경성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정이었으나 인명진은 스케줄을 바꾸려고 했다. “그렇긴 하지만, 어제 강연에 서우 씨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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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9화

임명진은 서우랑 눈이 마주쳤고 서우는 자연스럽게 차에 올랐다.인명진은 뒷좌석에 앉으려는 그녀를 제지했다.“조수석에 앉아요, 그게 편해요.”서우는 잠시 망설였지만 괜히 유난 떠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 그대로 따랐다.보통 조수석은 여자 친구 자리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임명진을 보니 그런 걸 따지는 사람 같지는 않아 그냥 모른 척하기로 했다.차에 올라탄 후, 서우가 안전벨트를 하자 갑자기 눈앞에 핸드폰 하나가 나타났다.고개를 든 서우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임명진은 손을 운전대에 올려둔 채, 얼굴을 돌려 서우를 보며 말했다.“아직 식당을 알아보지 않았어요. 난 운전해야 하니까 서우 씨가 뭐 먹고 싶은지 찾아봐요.”서우는 핸드폰을 받아 들었다.그렇게 임명진은 운전하고, 은서우는 옆에서 핸드폰을 보며 식당을 찾았다.후보 세 곳을 골랐지만 서우는 선택 장애가 있는지 도저히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서우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물었다.“스테이크, 생선구이, 회 중에 뭐가 좋아요?”세 곳 모두 평점이 꽤 높은 식당이어서 더 찾아보지 않았다.서우는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잘 먹는 스타일이라 웬만한 건 다 잘 먹는 편이었다.임명진은 핸드폰을 쳐다보지도 않고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회는 기생충이 많아서 안 돼요. 그리고 생선구이에 쓰는 생선은 깨끗하지 못해요.”서우는 역시 의사라 그런지 음식을 선택할 때도 신경을 많이 쓴다고 생각하고 속으로 자신을 반성한 뒤,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그럼 스테이크 먹을까요?”임명진은 한참 뜸을 들이다가 겨우 대답했다.“그래요. 스테이크 먹어요.”서우는 인명진이 왜 뜸 들였는지 묻고 싶었지만 만약 그가 다른 걸 먹자고 했으면 속이 터졌을 것 같았다.그녀가 오랫동안 고민해서 고른 곳이니 거절 받고 싶지 않았기에 괜히 물어봤다가 기분만 상할 것 같아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레스토랑에 도착했다.레스토랑은 쇼핑몰 3층에 있었고 인테리어가 꽤 고급스러운 데다가 잔잔한 음악도 흘러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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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0화

서우는 조금 당황하는 눈치였다. 그녀가 기억하기에 인명진은 평소에 술을 마시지 않았다.“술 안 마시지 않아요?”인명진은 절대적인 이성을 지키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평소에 술을 가까이하지 않았고 권유를 받아도 거절하곤 했었다.예전에 경성 중심병원에 있을 적, 사람들이 일을 부탁하면서 술을 보내와도 인명진은 모두 돌려보냈다.인명진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차분히 말을 꺼냈다. “새 병원으로 옮기고 난 후 아무 선물도 못 해줬네요.”“저한테 주는 선물이에요?”인명진은 놀란 서우의 표정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하고 다른 것을 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웨이터에게 손짓하려는 인명진을 서우는 황급히 막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아주 마음에 들어요.” 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이 함께 거리르 누비며 쇼핑한다면 커플이 데이트하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것도 물론이고 인명진 성격에 이 와인보다 더 싼 선물을 살 리도 없었기에 서우는 선물을 환불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그날 마음에 상처를 입은 후, 서우는 인명진과 거리를 두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그녀는 더 이상 스스로 오해하고 싶지 않았다.인명진은 한참 동안 서우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마음에 드는 물건이 생기면 나한테 말해요.”서우는 가슴이 콩닥콩닥했지만 차분한 인명진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고는 혼자 속으로 그저 이직 축하선물일 뿐이니 오바하지 말자고 자신을 다독였다.식사가 끝난 후, 인명진은 서우를 집으로 바래다주었다. 그리고 돌아가기 전, 인명진은 문 앞에서 머뭇거리더니 자신 주소를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요즘 친구의 집에 살고 있어요. 정원로 10번지.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와요. 전화 걸어도 되고요.”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인명진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집으로 돌아온 은서우는 온몸에 힘이 풀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비싼 와인이 담긴 쇼핑백이 놓여있었다.그녀는 와인을 꺼내 와인셀러에 넣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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