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서우는 종이 한 장을 뽑아서 아이의 엄마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아니에요, 병을 고치고 사람을 살리는 게 의사가 해야 할 일인걸요. 전 그냥 의사로서 의무를 다한 것뿐이에요.”아이의 엄마는 몇 번이나 더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서야 떠났다.은서우는 뭉친 근육을 풀며 이번 일은 그렇게 잘 마무리가 되는 줄로만 알았다.그런데 바로 다음 날, 아이의 엄마가 은서우에게「현호제세」가 적힌 페넌트를 보내왔다.그 소식에 병원 전체가 들썩였다.은서우는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이 빨개진 얼굴로 간신히 환자와 가족을 배웅했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병원 식당에 갔을 때 또 한 번 놀림을 당하고 말았다.“듣자 하니 은 선생님께서 아침에 페넌트를 받았다고요? 새 병원에 오자마자 첫날부터 화제성을 몰고 다니다니, 대단한걸요!”“어제 홀로 외과 수술을 진행했다던데, 진짠가요?”은서우는 마지못해 그 사람들에게 해석했다.“저 혼자서 진행한 게 아니라 가르쳐주신 분이 계셨어요.”하지만 그 말에 곧바로 뒤따라오는 대체 누가 도와줬냐는 물음에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사람들은 대답 없는 은서우에게 재차 물어보았지만 대답해줄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내 흥미를 잃었다.은서우는 그제야 한숨 돌렸다.비록 사람들이 저에 관한 관심은 모두 선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때로는 감당할 수 없이 벅찬 선의가 악의보다 은서우를 더 난감하게 만들었다.은서우는 그 일이 있고 난 후 병원에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유명해져서 좋은 점이라면, 당연히 그녀를 찾는 환자들이 눈에 띄게 급증했다는 것이었다.갑자기 늘어난 환자에 은서우는 더는 유유자적하지 못했고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쳐야 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면 밥을 먹고 씻고 나와서는 다른 걸 할 기력도 없이 바로 잠들어버렸다.물론 병원에서 진상 환자들을 만나는 일도 적지 않았지만 그다지 큰일이 아니었다.무엇보다 지금 병원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경성의 병원보다 훨씬 좋았다. 만약 지나치게 진상을 부리는 환자가 나타나면 병원 동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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