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Chapter 1551 - Chapter 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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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1화

계란궁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 뒤였다.계란궁은 아주 외진 곳에 있었는데 냉궁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두었기에 찬바람이 쌩쌩 불어 마치 귀신과 늑대가 울부짖는 것 같을 정도였다.송석석은 태후 곁에 있는 고 공공을 데리고 가며 길가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모두 메말라 있었고 가끔 한두 가닥만 연한 푸른색을 띠었다.북방의 겨울은 조금의 푸르름도, 마치 이 냉궁 일대처럼 조금의 희망도 용납할 수 없었다.원래 각 궁에 갈 때 공 공공이 따라가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수빈의 궁에 올 때는 태후마마께서 고 공공도 따라가라고 분부했다.송석석은 태후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 고 공공은 태후 곁에서 가장 오래 있었기 때문에 후궁의 계산에 대해 자세히는 알지 못해도 대충은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수빈은 송석석을 오랫동안 기다렸기에, 송석석과 고 공공이 들어올 때 급히 물었다.“두 분만 오셨습니까? 저는 왕비가 사람을 데리고 오셔서 계란궁을 봉인하려는 줄 알았습니다.”송석석은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이 모 낭자가 만든 것임을 알아챘다. 옷의 색상과 복잡하고 정교한 자수가 그녀를 복숭아처럼 아름답게 했다.하지만 눈빛에는 여전히 위엄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마주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조금도 위축하지 않았다.“수빈마마.”송석석이 먼저 인사를 올리자 고 공공도 뒤를 따랐다.“인사까지 하는 겁니까?”수빈이 비아냥거리며 웃었다.“모두들 내가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있지 않나요? 난 왕비와 고 공공의 인사를 받을 자격이 없는 것 같네요. 일단 앉아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물어보십시오.”화천은 서둘러 의자를 준비하고 하녀에게 차를 대접하라고 분부했다.그동안 수빈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차가 올라온 후 송석석이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자 수빈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그걸 그대로 마셨습니까? 내가 당신들을 해칠까 봐 두렵지도 않습니까?”송석석이 담담히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수빈마마, 나와 고 공공께서 명을 받들어 대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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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2화

고 공공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수빈마마, 아무리 그래도 삼황자의 말을 듣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가 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직접 그의 말을 들어야 하지 않습니까?”그러자 수빈이 말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내가 말한 게 사실입니다.”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송석석을 보았다.“나도 왕비가 황제폐하께 보고를 해서 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예전에 왕비에게 잘 대해준 적이 없으니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왕비는 나와 삼황자가 한 것이라고 확신하겠지요. 왕비, 나는 당신이 내 아들을 다치게 하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삼황자를 지킬 것입니다.”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한 손으로 책상 위의 가위를 들어 자신의 목을 겨누고 빠르게 찔렀다.송석석은 그녀가 말을 마쳤을 때 위험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조금도 망설임 없이 가위로 자신의 목을 찌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송석석이 서둘러 달려갔을 때, 수빈은 이미 스스로 가위를 뽑아내 몸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마마!”화천이 슬피 울며 달려들었다.계란궁은 너무 외져서 송석석이 직접 달려가 태의를 불러온다 해도 수빈이 숨을 거둔 후일 것이었다.수빈은 눈을 크게 뜬 채 숨을 거두었는데 눈 밑에는 여전히 분노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목의 피가 옷깃을 따라 계속 내려가면서 그녀의 새 옷을 온통 붉게 물들였다.송석석이 이런 변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을 때 고 공공이 슬퍼하고 있던 화천에게 물었다.“삼황자와 공주는 어디 있느냐?”그러자 화천이 대답했다.“마마께서 그들을 가두고 나오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송석석은 그제야 수빈이 진작부터 죽을 각오를 했고, 삼황자와 공주를 가두어 이 장면을 보지 못하게 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녀는 곧이어 무의식적으로 고 공공을 바라보았는데, 고 공공은 차분하게 사람들에게 분부하고 있었. 그녀는 그제야 태후께서 왜 고 공공을 보냈는지 알았다. 수빈이 자살했지만 삼황자를 보호하겠다는 말 한마디로 의미가 달라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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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3화

대황자는 놀랍게도 3일이나 버텨냈다. 이건 단신의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그의 부상 상황에 따르면, 이틀도 견디지 못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는 결국 버텨내는 것에 성공했다. 계획했던 대로 그는 3일을 견뎌냈고, 그건 내장 출혈이 이미 멈췄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먼 길을 떠나는 게 좋지는 않지만 그게 유일한 방법이었기에 그들은 떠날 수 밖에 없었다.지난 3일 동안, 태후와 숙청제는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줄곧 대황자의 곁에 있었다.대황자는 깨어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고, 깨어나도 아파서 얼굴이 창백하여 아무 답도 할 수 없었지만 눈을 뜨고 황조모와 부황을 보니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았다.그는 자신의 의지가 모든 사람을 감동시켰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그는 지난 3일 동안 깨어나자마자 고통을 느꼈고 침을 놓아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그는 죽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지만 마음속으로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수십 번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매번 이를 악물고 자신에게 한 번만 더 버텨보라며 견뎌냈다.그들이 출발하기 전에 사여묵과 송석석이 찾아왔다.그는 모든 사람들을 보며 허약하게 감사하다는 말을 했고, 한 마디 더 하고 싶었지만 감히 더는 말할 수가 없었다.그는 여전히 허약해서 곧 부서질 인형 같았고, 머리는 싸매어 있었고 얼굴은 부어 있었으며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송석석은 차가운 그의 손을 잡고 촉촉해진 눈가로 말했다.“꼭 버텨야 한다. 나중에 우리가 꼭 보러 가마.”대황자는 열심히 눈을 뜨고 숙모를 바라보았다. 그는 숙모에게 미소를 지으며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이 뼈에 사무쳐 말을 할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 숙청제가 눈물을 머금고 단신의에게 말했다.“정이는 단신의에게 맡기겠소. 단신의가 최선을 다해서 그를 구해줄 것이라 믿소. 이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은혜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부탁이 있다면 내가 최선을 다해 만족해 드리겠소.”그러자 숙청제가 이내 자세를 낮추었다. 이 순간 그는 단지 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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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4화

태후는 그의 말을 듣고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대황자는 효자인데 황후는 알아주지 않았지.’ 날이 어두워지자마자, 그들은 출발했다. 심청하와 왕이장은 단신의의 제자들과 함께 호송 되었다. 사여묵이 모든 준비를 마쳤는데 마차의 바퀴는 개조를 했고, 마차 안에도 여러 겹의 쿠션이 깔려 있었다. 단신의는 그의 몸을 고정시켜 온몸을 여러 겹으로 묶고 겹겹이 솜을 깔았다. 첫째는 추위를 견딜 수 있고, 둘째는 마차의 흔들림이 그녀의 몸에 미치는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 때문에 거리에는 이미 사람이 없어진 지 오래었다. 밖엔 눈이 흩날렸고, 길에도 흰 서리로 쌓였다. 마차는 흰 서리 위를 달리는 탓에 미세한 소리를 냈다. 숙청제는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마차의 행렬은 이미 보이지 않았고 그는 추웠지만, 아쉬운 마으메 조금 더 서 있다가 궁으로 돌아갔다. 머리와 어깨에 눈송이가 떨어지자 사여묵은 그에게 털어주며 조용히 말했다. “황형, 날씨가 추우니 궁으로 돌아갑시다.” “태후마마는 어디 계시느냐?” 숙청제는 눈길을 거두고 물었다. 태후마마는 배웅하러 나오지 않았다. 나이가 드니 이런 이별을 견디기 힘들었다. “아직도 황형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사여묵이 말했다. 숙청제는 초조한 눈빛으로 사여묵을 보며 물었다. “정이가 살 수 있을 것 같느냐?”사여묵도 알 수 없었다. 아마 반달은 지나야 신약산장에 도착할 수 있을 텐데, 만약 마차에 지쳐 내장출혈이 온다면 아마 살 가능성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사여묵은 황형도 모든 상황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를 위로해주었다.“반드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단신의가 있으니 꼭 나을 것입니다.”숙청제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천천히 돌아갔다. 그리고 궁으로 갈 때 그는 비로소 수빈의 죽음에 대해 물었다.송석석은 그들과 동석하지 않았지만, 사여묵도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사의 전말을 모두 이야기했다.그러자 숙청제가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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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5화

황후가 삼황자를 장춘궁으로 데려가 키우려고 온갖 수단을 쓸 때 송석석이 찾아왔다. 그녀는 곧바로 제 황후에게 말했다. “사실 나는 줄곧 황후마마께서 대황자가 돌아가기 전에 무슨 말을 했는지 묻기를 기다렸지만 마마께서는 묻지 않으셨습니다.” 제황후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더니 말했다. “그는 아직도 나에게 화가 남아 있으니 분명 날 탓했겠지.” 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 “아닙니다. 그는 마마를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제 황후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대황자는 이미 떠났는데 그런 말을 꾸며내면서까지 나를 슬프게 만들 필요가 있니?” 송석석은 그녀의 얼굴에 선명하게 찍힌 손자국과 붉게 부은 눈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들을 잃은 아픔은 뼈를 깎는 고통과 똑같은데, 이 와중에 삼황자를 곁에 데리고 와서 키우고 싶다니. 복수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삼황자를 태자로 삼아 덕비의 생각을 끊어버리려는 것인지 모르겠군.’ “저는 단지 대황자의 말을 전했을 뿐입니다. 믿을지 말지는 황후마마께서 스스로 결정하십시오.” 송석석은 말을 마치자마자 인사를 올리고 나갔다. 송석석이 떠난 후 황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음을 터뜨렸다.그녀도 자신의 행동이 황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아들을 잃었고, 수빈은 목숨을 잃은 마당에 덕비가 덕을 보는 게 싫었다. 그녀는 삼황자가 미웠지만 그가 자신의 아들이 된다면 중궁의 적자가 되어 이황자와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들을 위해 복수를 할 방법은 충분히 많다고 생각했다. 다만 지금 급한 건 덕비가 자신의 머리 위에 올라타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 모든 게 황제의 자손이 많이 않은 탓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선택이 있다면 그녀는 절대로 삼황자를 입양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란주는 그녀가 그냥 울도록 내버려 둘 뿐, 아무위로도 하지 않았다. 란주는 후회가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황후의 말을 듣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빈이 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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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6화

송석석이 조사하는 동안, 어느 내시에게서 한 가지 일을 알게 되었다. 바로 삼황자의 마름쇠가 확실히 분실되었고, 그 후에 어떤 궁녀가 주워갔다는 사실이었다. 그 내시는 궁녀가 마름쇠를 주워가는 것을 직접 보았다고 했다. 그도 아는 추운이라는 궁녀였고, 공비 곁에서 시중을 든다고도 했다. 공비는 대황자를 해칠 이유가 전혀 없었고 덕비와 수빈과의 관계도 그저 평범했다. 그래서 송석석은 태후에게 추운이라는 궁녀가 다른 빈비를 위해 일을 하고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신청했다. 역시나 추운이 입궁할 때, 단지 환의국의 작은 궁녀였는데 매일 옷을 빨며 힘들게 생활했던 것이 밝혀졌다. 그녀는 덕비 곁에 있는 청이와 동향이었는데, 청이가 마마를 매수해서 추운을 공비궁에 청소하는 하녀로 보내게 했다. 그리고 추운도 영리했기에 몇 년 후 공비의 중용을 받아 공비의 심복이 되었다. 내부의 궁녀 책자에 관해서는 추운이 공비궁으로 보내졌을 때 이미 본적을 바꾸었고 송석석은 그녀가 입궁한 해의 수첩에서 기록을 되찾았다. 송석석이 신중하지만 않았어도 그녀와 청이가 동향 관계라는 것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 선을 따라 조사해 보니 추운과 청이가 왕래한 것을 알아냈고, 덕비가 각 궁에 사람을 심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근 몇 년 동안 덕비는 좋은 물건을 많이 얻었다. 그녀가 후궁 다스리는 것을 돕지 않았던 몇 년 동안에도 모두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겸손하고 부드러운 성격으로 위장한 이점이었다. 수빈은 그녀와 경쟁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고, 황후는 그녀에게 무언가를 줘서 관계를 돈독히 하고 덕비를 이용할 생각만 했다. 그리고 덕비보다 지위가 낮은 다른 빈비들은 그녀의 성격과 친절함 때문에 기꺼이 선물을 바쳐 그녀를 기쁘게 했다. 그래서 그녀는 후궁에서의 명성이 아주 좋았다.그로 인해 아무도 그녀의 명성이 어떻게 퍼져 나간 건 지 알지 못한 것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좋은 일을 몇 가지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송석석은 조사를 통해 덕비가 각 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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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7화

숙청제가 오자 덕비는 마치 적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요즘 송석석이 계속 깊이 파고들며 조사를 한 탓에 안그래도 매우 불안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덕비는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요행을 품었다. 대황자는 이미 죽었고 삼황자는 나이가 어리고 건강도 좋은 편이 아니니 천성이 총명하고 지능이 뛰어난 이황자만이 가장 적합한 태자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황자가 아니라면 설마 삼황자인가?’ 만약 정말로 이황자를 선택했다면, 황제는 태자의 생모에게 오점을 남기지 않을 것이기에 덕비는 죄를 받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황제가 채릉궁에 오자 덕비의 마음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황제가 직접 올 가능성은 두 가지일 뿐이었다. 하나는 이황자의 상황을 보러 온 것이고, 두 번째는 대황자의 일을 조사해 내 죄를 물으러 온 것이었다. 어떻게 되었든 오늘 결과가 나올 것이었다. 그녀는 궁인을 이끌고 가서 무릎을 꿇으며 황제를 영접했다. 그러자 황제가 손수건을 건네며 부드럽게 말했다. “날씨도 추운데 무릎 상하지 말고 어서 일어나거라.” 황제의 말을 들은 덕비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황제폐하께서는 몸이 괜찮습니까?” “많이 좋아졌다.” 숙청제는 덕비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은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갑자기 범이가 생각나기도 하고 오늘 마침 시간이 나서 와봤다. 그는 좀 나아졌는가?” 숙청제가 이황자에 대한 관심을 보이자 덕비는 마음속으로 기뻐했지만 얼굴에 드러내진 않았다. “태의가 그러는데 두세 달 몸조리를 해야 완쾌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숙청제는 앉아서 상냥한 눈빛으로 말했다. “이황자를 불러오거라. 내가 있는 걸 보면 그도 안심이 될 것이다.” 그러자 덕비는 급히 청이를 불러 이황자를 데려오라고 분부했다. 요 며칠 이황자는 보기에 많이 좋아졌다. 여전히 말을 하지 않는 것 외에는 모두 정상이었다. 그래서 덕비는 미리 황제에게 알리기로 했다. “황제폐하, 요즘 범이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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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8화

이황자는 깜짝 놀라했다. 마치 꿈에서 방금 깨어난 듯 숨을 헐떡이며 귀를 막고 소리쳤다.“싫어요. 어마마마, 전 대황형이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싫어요.”덕비는 순간 녹초가 된 듯 무릎을 꿇었다. 황제가 마름쇠를 꺼내는 순간, 그녀는 온몸의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숙청제는 그녀를 무시하고는, 이황자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 네 대황형은 이미 죽었단다.”이황자는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덕비의 배에 머리를 박으며 처절한 목소리로 소리쳤다.“왜 날 속였습니까? 어마마마께서는 대황형이 죽지 않고 다리만 부러질 것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왜 나를 속였습니까? 내가 대황형을 죽인 것입니다.”이황자에게 부딪쳐 덕비는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고통을 참고 달려들어 이황자의 입을 막으려고 했지만 이황자는 미친 듯이 달려가 벽에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 머리에서 피가 흐르자 오 대반이 그를 잡고 목 뒤를 때려 기절시켰다. 그리고 사람을 불러 이황자를 데려가 치료하라고 분부했다.이때 대문이 닫혔는데, 오 대반은 숙청제 옆에 서 있었고, 덕비와 청이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덕비는 무릎을 꿇은 채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기껏해야 죽는 것뿐이니 두려울 것 없다고 생각했다.숙청제가 그녀의 배를 걷어차며 호통을 쳤다.“이런 독한 년! 너의 심보는 독사보다 더 독한 것 같구나.”덕비는 통증으로 인해 동작이 둔해져 힘겹게 바닥에 주저앉아 배를 가리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전 독사가 아닙니다. 저는 단지 방법이 없었을 뿐입니다. 범이가 황후의 배에서 태어나지 못한 것 외에 대황자보다 못한 것이 뭐가 있습니까? 왜 대황자만 태자가 될 자격이 있는 것입니까? 이건 공평하지 않습니다.”숙청제는 손을 들어 오 대반에게 태자를 세우는 조서를 내려놓으라고 했다.그러자 오 대반이 조서를 펼쳐 덕비 앞에 놓았고, 내용을 본 덕비의 입꼬리가 갑자기 굳어져 버렸다.그녀는 떨리는 두 손을 뻗어 조서를 들었는데, 조서에는 절대 나타날 수 없는 ‘사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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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9화

숙청제는 덕비를 직접 죽이지 않고 사람을 시켜 그녀의 두 다리를 부러뜨리게 하고 한바탕 괴롭힌 후에야 냉궁으로 던졌다.그러고는 직접 이황자를 데리고 냉궁으로 가서 몸을 웅크린 채 계속 울부짖는 덕비를 가리키며 말했다.“네 황형이 낙마한 후, 너의 어마마마보다 훨씬 더 아파했단다.이황자의 얼굴엔 눈물과 후회로 가득했고, 땅에 풀썩 주저앉아 덕비의 비명을 듣지 않게 귀를 막았다.숙청제는 청이를 때린 후 냉궁으로 들여보내 덕비를 돌보게 했다. 그리고 덕비가 죽으면 그녀도 죽을 테니 잘 보살피라고 했다.청이는 덕비를 따라다니며 인심을 모해하고 흉악한 일을 많이 했지만 이런 잔인한 장면은 황가원림에서 딱 한 번 밖에 본 적이 없었는데 바로 대황자가 낙마했을 때였다.그땐 통쾌하기만 했지만 지금 남은 건 고통뿐이었다.제 황후 또한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내 아들을 해친 게 덕비라니?’그녀 자신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데, 송석석과 오 대반이 반쯤 정신이 나간 이황자를 데리고 왔다.이황자를 보는 제 황후의 이황자는 눈빛에 증오와 원망이 가득했다.“네가 정말 우리 아들을 죽였다는 것이냐?”그녀는 온 힘을 다해 이황자의 뺨을 갈겼고 이황자는 피하지 않았다. 그는 마치 의식이 없는 나무토막처럼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았다.제 황후가 그런 그를 다시 때리려고 하자, 송석석이 참지 못하고 막았다.“막지 마. 내가 이 천한 자식을 때려죽일 것이다.”제 황후는 험악한 얼굴로 송석석을 향해 소리치며 모든 분노를 두 사람에게 쏟아내려는 듯했다.이때 오 대반이 말했다.“황후마마, 황제폐하께서는 마마께서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것을 안쓰럽게 생각하셔 이황자를 장춘궁으로 보내 마마께서 키우도록 명하셨습니다.”황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나보고 원수를 키우라는 말인가?! 죽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내가 키울 리가 없지 않느냐?” “황후마마께서 수빈이 대황자를 모해했다고 생각했을 땐 삼황자를 키우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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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0화

그 말에 제황후의 울음소리가 뚝 그치더니, 이내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네? 정이가 정말 죽지 않았다는 것입니까? 장례까지 치렀는데 어떻게…….” 숙청제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간신히 목숨만 건져서 상처가 매우 심각해. 다리가 부러져 이번 생엔 일어나지 못할 것이야. 단신의가 그를 치료하기 위해 신약산장으로 데리고 갔으니 치료가 성공하면 그는 이름을 숨기고 살 것이고 치료가 실패하면 신약산장 같은 아름다운 곳에 남아있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해.” 황후는 황제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자 마음속에서 갑자기 희망과 광희가 솟아올랐지만 곧이어 의혹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그가 죽지 않았는데 왜 장례를 치른 것입니까? 왜 진성에서 치료하지 않는 것입니까? 어쩌면 사실 그가 크게 다치지 않았고 황제폐하께서 그 신의에게 속았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단신의는 송석석의 백부이고, 송석석은 줄곧 삼황자를 태자로 삼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자 숙청제가 그녀에게 되물었다. “당신은 송석석이 삼황자를 태자로 삼고 싶어 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소?” 그러자 제 황후는 급히 말했다. “공방을 차릴 때 저의 어머니가 저 보고 솔선수범하라고 했는데 제가 허락하지 않아 송석석의 체면을 구겼지만 수빈과 그녀의 어머니는 은자와 가게까지 선물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송석석을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입니까?” 숙청제는 그녀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송석석이 그렇게 쉽게 끌어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왜 애초에 공방을 위해 나서지 않았느냐? 그럼 송석석을 끌어들일 수 있지 않았느냐?” 제 황후의 얼굴은 금새 창백해졌다. ‘내가 진작에 공방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왜 도와주지 않았겠어? 하지만 그땐 모두들 욕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내가 어떻게 나서서 욕을 먹고 명성을 잃겠어?’ 황후도 지금은 후회하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도 없다는 듯이 황자의 안부를 물었다. “황자는 지금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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