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슨 말이야?”설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순간,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지하가... 나한테 그만두라고 말하는 건가?’“나...”설아는 입술이 말라서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난 한 번도 윤빈이랑 헤어진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너도 알잖아,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같이 있게 됐는지...”지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누구보다 그가 잘 아는 이야기였다.설아는 한때 지하의 여자였다.설아의 부모는 지하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지금의 진아 부모가 그렇듯, 그때도 부지하는 ‘완벽한 사윗감’이었다.하지만, 설아는 윤빈을 선택했고, 집에서는 결사반대였다.결국 부모와 거의 의절하다시피 했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도 남아 있었다.‘그 정도로 사랑했던 사람이니까... 쉽게 놓을 리 없지.’지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서,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그 말이 떨어지자, 설아의 눈동자에 희미한 빛이 스쳤다.“지하야...”그녀는 마침내, 기다리던 말을 들은 듯 간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윤빈이 여기 있어. 다른 여자랑 같이 왔어. 나 좀 도와줄 수 있지?”‘도와달라’는 말, 무슨 뜻인지는 묻지 않아도 됐다.지하는 이미 충분히 이해했다.“알았어.”지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잠깐만 기다려. 진아 먼저 보고 올게.”설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그래, 그래야지.”지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아에게 줄 물컵을 챙겨 들었다.계단을 오르자, 문득 아래층에서 설아가 내쉬는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방문을 열자 진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머리카락은 반쯤 마른 상태였고,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고 있었다.그녀가 돌아보며 말했다.“어? 왜 올라왔어?”“왜?”지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침대 옆에 앉았고, 손에 들고 있던 물컵을 내밀었다.“안 올라오면 어디 가야 되는데?”“고마워.”진아가 물을 받아 들고, 작게 한 모금씩 마셨다.그녀의 눈가엔 묘한 웃음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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