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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의 모든 챕터: 챕터 1351 - 챕터 1360

1480 챕터

제1351화

진아는 지하의 손을 조심스레 살폈다.유리 조각이 스친 듯한 얇은 상처가 하나... 피가 살짝 맺혔지만 깊지는 않았다.“잠깐만 있어. 내가 밴드 사 올게.”“기다려.”지하가 급히 손을 뻗어 진아의 손목을 붙잡았다.“가지 마. 아니면... 나랑 같이 가자.”진아는 그런 지하의 얼굴을 보며 말문이 막혔다. 눈빛엔 아직도 긴장이 가시질 않았다.‘이 사람... 나 혼자 보내는 게 불안한 거네.’“알겠어. 안 갈게.”진아는 결국 작게 한숨을 쉬며 근처 직원에게 밴드를 부탁했다.잠시 후, 진아는 조심스레 포장을 뜯어 지하의 손등에 붙였다.“됐어. 별일 아니야.”지하는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며 미소를 지었다.“응. 근데 좀 덜 움직여져.”“뭐가 덜 움직여져?”진아가 고개를 갸웃했다.“여보.”지하가 옆자리를 두드리며 말했다.“여기 앉아.”원래는 마주 보고 앉아 있던 자리였다.진아는 살짝 머뭇거렸다.“그냥 밥 먹는 건데... 굳이 붙어 앉을 필요 있어?”“와. 여보, 나 지금 손도 못 쓰는데...”지하가 일부러 불만 섞인 얼굴로 말했다.“돌봐줘야지.”진아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알았어, 알았어.”그렇게 둘은 나란히 앉아 어깨를 맞대고 저녁을 먹었다.지하는 젓가락을 불편하게 쥐며 일부러 진아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왔다.‘정말, 어쩜 이렇게 애 같아...’진아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식사를 마치고 나서 둘은 손을 꼭 잡고 바닷가를 걸었다.바람은 부드럽고, 파도는 낮게 부서졌다.“여보.”“응?”지하가 진아의 손을 놓고, 근처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집었다.“내가 글씨 써줄게.”“글씨?”진아가 고개를 갸웃했다가 웃었다.“그래. 뭐 쓰게?”지하는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모래 위로 나가더니, 열심히 뭔가를 그리고 쓰기 시작했다.진아는 팔짱을 끼고 그 모습을 지켜봤다.지하가 쓰는 글자들은 삐뚤삐뚤했지만 정성이 가득했다.‘뭘 그리 진지하게 쓰는 거야... 귀엽다, 진짜.’잠시 후, 지하가 몸을 일으켜 양손을 허리에 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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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2화

“푸흡...”군중 속 어딘가에서 웃음이 터졌다.“아저씨, 그냥 들여보내 드리죠? 딱 보니까 많이 급해 보이잖아요.”“그러게요, 불쌍하네.”“...”경비원은 얼굴을 찌푸리며 손을 내저었다.“저는 집안일에는 상관없습니다. 제 일은 입주민 안전이에요.”그는 짜증이 묻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어서 가세요,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마시고.”진아는 사람들 틈 사이로 고개를 빼고 상황을 살폈다.그런데 옆에 있는 지하의 표정이 이상했다.턱선이 굳어 있었고,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왜 그래?”진아가 묻는 순간, 더 이상 대답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그녀도 그 여자의 얼굴을 본 것이다.‘오설아...’진아의 머릿속이 짧게 멍해졌다.그러니까 지하는 목소리만 듣고도 이미 알아챘던 거다.설아는 경비원과 실랑이하다가 체념한 듯 고개를 숙였다.“하... 알겠어요.”그녀가 돌아서려고 할 때, 시선이 지하와 진아를 향했다.“지하야.”짧은 부름이 공기 속을 가르듯 번졌다.지하는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진아 쪽을 흘끗 보았다.“진아야, 설아 좀 들여보내자. 잠깐 이야기라도 하게.” 진아의 입꼬리가 억지로 올라갔다.‘이 상황에서, 내가 안 된다고 할 수도 없잖아.’그저 단정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래.”“고마워.”지하가 진아의 손을 꼭 잡으며 미묘하게 힘을 주었다.“설아, 들어가자. 안에서 이야기하자.”“응, 고마워.”설아는 작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그리고 진아에게도 시선을 돌렸다.“감사해요.”진아는 억지로 웃어 보였다.“별말씀을요.”‘이런 감사는, 듣고 싶지 않았는데...’그제야 경비원은 문을 열어주었다.세 사람이 들어가는 뒷모습을 향해 다시 군중의 속삭임이 흘렀다.“저 사람, 남편 맞지?”“그럼 옆에 있던 여자는 뭐야? 불륜녀?”“세상에... 근데 저 둘, 닮지 않았어? 똑같이 생겼는데.”“진짜네. 대체 저 남자는 왜 그런 사람을 또 찾아?”“...”그 말들이 칼날처럼 진아의 귓가를 스쳤다.‘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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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3화

“그게 무슨 말이야?”설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순간,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지하가... 나한테 그만두라고 말하는 건가?’“나...”설아는 입술이 말라서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난 한 번도 윤빈이랑 헤어진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너도 알잖아,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같이 있게 됐는지...”지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누구보다 그가 잘 아는 이야기였다.설아는 한때 지하의 여자였다.설아의 부모는 지하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지금의 진아 부모가 그렇듯, 그때도 부지하는 ‘완벽한 사윗감’이었다.하지만, 설아는 윤빈을 선택했고, 집에서는 결사반대였다.결국 부모와 거의 의절하다시피 했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도 남아 있었다.‘그 정도로 사랑했던 사람이니까... 쉽게 놓을 리 없지.’지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서,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그 말이 떨어지자, 설아의 눈동자에 희미한 빛이 스쳤다.“지하야...”그녀는 마침내, 기다리던 말을 들은 듯 간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윤빈이 여기 있어. 다른 여자랑 같이 왔어. 나 좀 도와줄 수 있지?”‘도와달라’는 말, 무슨 뜻인지는 묻지 않아도 됐다.지하는 이미 충분히 이해했다.“알았어.”지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잠깐만 기다려. 진아 먼저 보고 올게.”설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그래, 그래야지.”지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아에게 줄 물컵을 챙겨 들었다.계단을 오르자, 문득 아래층에서 설아가 내쉬는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방문을 열자 진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머리카락은 반쯤 마른 상태였고,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고 있었다.그녀가 돌아보며 말했다.“어? 왜 올라왔어?”“왜?”지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침대 옆에 앉았고, 손에 들고 있던 물컵을 내밀었다.“안 올라오면 어디 가야 되는데?”“고마워.”진아가 물을 받아 들고, 작게 한 모금씩 마셨다.그녀의 눈가엔 묘한 웃음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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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4화

“응.”지하가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진아가 먼저 말을 이었다.“그리고 말이야, 당신 혹시 오늘 안 들어올 거면, 문 잠그는 거 좀 도와줘. 이 집 너무 크잖아. 밤에 나 혼자 있으면 솔직히 좀 무서워.”“안 들어온다고?”지하의 이마에 주름이 깊어졌다.“안 들어오면... 나더러 어디 가라는 건데?”“응?”진아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당신 지금 사람 찾으러 나가는 거잖아. 그게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찾으면 또 오설아 편 들어줘야 하잖아? 그거 다 하다 보면 밤늦을 거고.”진아는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때 와봤자 나 자고 있을 텐데, 갑자기 들어오면 깜짝 놀라지 않겠어? 한밤중에 누가 들어오면, 내가 그게 당신인지 어떻게 알아?”“나야. 나밖에 없잖아.”지하가 진아의 손을 꼭 잡았다.그 눈빛엔 어딘가 묘한 서운함이 비쳤다.‘왜 이렇게 담담하지... 진짜로 내가 없어도 괜찮은 걸까.’“걱정하지 마. 이 집은 보안이 철저해서 아무도 못 들어와.”그는 진아의 뺨을 손끝으로 살짝 쓸며 덧붙였다.“늦었어. 핸드폰 너무 보지 말고, 얼른 자.”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그럼 나 간다.”지하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나섰다.문이 ‘철컥’ 닫히는 소리와 함께 방 안의 공기가 조금 식은 듯했다.진아의 눈에 남아 있던 빛이 서서히 사라졌다. 핸드폰을 옆으로 던지고, 한동안 천장을 바라보다가 이어서 작게 숨을 내쉬었다.‘괜찮아. 혼자 자는 게 더 편하니까.’그녀는 일어나 문가로 걸어가서 잠금장치를 천천히 내렸다.지하가 뭐라고 하든, 오늘만큼은 혼자 자고 싶었다.아무 생각 없이, 깊고 조용하게....제남도로 신혼여행을 왔을 때, 재명은 데려오지 않았다. 지하와 진아... 둘만의 시간, 모든 건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지하는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확인하다가 고개를 들었다.“설아, 윤빈 위치 안 떠.”“그럴 리가 없어.”설아의 목소리에 조급함이 묻어났다.“내가 직접 봤어. 윤빈이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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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5화

지하는 잠시 멈칫했다. 다시 문손잡이를 힘껏 돌려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안에서 잠겼다.지하는 확실히 기억했다. 나올 때는 잠그지 않았다.‘그럼... 진아가 잠근 거야?’‘무심코 그런 걸까, 아니면 일부러?’‘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인데, 남편이 못 들어오게 막다니, 이게 무슨 일이야?’지하는 잠시 진아를 깨워볼까 생각했지만, 시계를 보니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그만두자.’오늘 일은 애초에 자신의 잘못이었다. 설아를 만난 건 우연이었지만, 결국 자신이 만든 상황이었다.지하는 고개를 떨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는데, 뜻밖에도 설아는 아직 깨어 있었다.그가 계단을 다 내려서기도 전에 잔잔한 소리가 들려왔다.“설아?”“지하?”설아는 미니 바에서 술병을 꺼내고 있었다.“잠이 안 와서... 네 술 좀 가져왔어. 괜찮지?”“당연히 괜찮지.”지하는 다만 눈썹을 찌푸렸다.“하지만... 이 시간에 마시면, 내일 머리 아플걸?”설아는 쓴웃음을 지었다.“지금도 아파. 내일은 내일의 나한테 맡길래.”설아는 그렇게 말하며 잔 두 개를 꺼냈다.“너도 안 자고 있잖아. 같이 한잔할래?”‘이쯤 되면 말릴 이유도 없지.’“그래.”두 사람은 소파에 마주 앉았다. 설아가 술을 따라 자기 잔을 먼저 비웠다.지하는 그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고,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지하.”설아는 등을 소파에 기댄 채, 멍하니 과거를 더듬었다.“윤빈이랑 처음 만났을 때... 참 좋았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좋았겠지.’좋지 않았다면, 설아가 윤빈을 택했을 리 없었다.지하는 아무 말 없이 잔을 돌리며 생각했다.‘진아는 지금쯤 푹 자고 있겠지?’‘혼자 자면 또 이불 걷어찼을 텐데... 다행히 이 집은 24시간 난방이니까.’“지하...”설아의 눈이 점점 붉어졌다.“사람은 왜 변할까? 그냥 그때처럼 살면 안 되는 걸까?”‘세상에 변하지 않는 게 있을까?’지하는 대답하지 못했다.시계를 흘깃 보니 새벽 두 시가 조금 넘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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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6화

“당신은 자기 말만 하고, 나는 내 말만 하지.”진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왜? 꼭 당신이 한 말대로 해야 해?”지하는 잠시 말이 막혔다.“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야...”두 사람 사이에 금방이라도 다툼이 일어날 것 같았다.그건 지하가 바라던 상황이 아니었다.“지하?”진아와 지하의 목소리에 놀랐는지, 설아가 깨어났다.그녀는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꽤 괴로워 보였다.어젯밤 마신 와인 한 병.지하는 맛만 봤을 뿐, 거의 전부를 설아가 마셨다.‘지금쯤이면 머리가 깨질 것 같겠지.’“당신 친구 깼다.”진아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가봐.”“넌...”지하가 묻기도 전에, 진아는 이미 문가로 향했고, 운동화를 신으며 말했다.“조깅 다녀올게.”마침 가사도우미가 도착했다.이 시간에 오는 걸 보면 아침 준비를 하러 온 게 분명했다.진아는 가사도우미에게 말했다.“제 거는 안 해도 돼요. 아, 괜찮아요. 손님 있으니까 제 거는 손님 드리세요.”그러고는 지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간다!”“여보!”지하는 따라 나가려 했지만, 설아가 거실에 그대로 있었다.가사도우미가 난처한 얼굴로 물었다.“대표님, 아침은 어떻게 준비할까요?”“평소대로 해요.”지하는 소파 위의 설아를 한번 보고 말했다.“해장국 하나 끓여요.”“네, 대표님.”...식탁.설아는 해장국을 천천히 떠먹었다. 조금은 나아진 표정이었다.지하는 젓가락만 만지작거리며 시계를 보고, 또 핸드폰을 확인했다.“지하.”설아가 문득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그런데 진아 씨는 어디 갔어?”“조깅하러 갔어.”지하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기가 힘들었다.‘간 지 꽤 됐는데...’“설아, 천천히 먹어.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진아 데리러.”“어...”설아는 황급히 그릇을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나 다 먹었어. 같이 가자.”“그래.”지하가 고개를 끄덕였다.“가자.”집을 나서자마자, 지하는 진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디쯤 있는지 물어서 데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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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7화

“설아...”지하가 얼른 달려가 잡으려는 순간, 설아가 그대로 앞으로 뛰어갔다.아무 말도 없이, 그 여자의 뺨을 힘껏 내리쳤다.찰싹!윤빈과 여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 여자는 그대로 뺨을 맞고 휘청였다.“미쳤어? 어디서 온 정신 나간 X이야?”여자가 뺨을 감싸며 소리쳤다.“내가 미쳤다고? 너 같은 X이 더 미쳤지! 더러운 X아!”설아의 목소리는 떨렸고, 눈은 이미 충혈되어 있었다.한 대로는 도저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이런...!”설아는 울부짖듯 소리치며 여자를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설아!”지하가 부르기도 전에 윤빈이 설아를 꽉 끌어안았다.“지금 뭐 하는 거야!”윤빈의 얼굴은 이미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뭐? 감히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설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눈가가 벌겋게 젖어 있었다.“너 어제 뭐라고 했어? 사업 미팅 있다고 했잖아. 근데...”설아가 손가락으로 여자를 가리켰다.“이게 네가 말한 그 ‘사업’이야?”“너...”윤빈의 얼굴빛이 순간 흙빛으로 변했다.“날 미행한 거야? 그렇게 날 못 믿어?”‘믿음?’“하!”설아는 헛웃음을 터뜨렸다.“이 꼴을 봐놓고도 믿음 타령이 나와? 윤빈, 오늘은 끝까지 말해. 너랑 이 여자, 도대체 무슨 사이야? 어젯밤에도 같이 있었지? 도대체 뭐 했어?”설아의 울음 섞인 외침에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제남도는 늘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이다. 순식간에 구경꾼이 원을 그렸다.“쳇.”윤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여자가 먼저 움직였다. 선글라스를 쓰며 비웃듯 말했다.“윤 대표님, 사모님 성격이 이래서야... 우린 여기까지인 것 같네요. 협력은 없는 걸로 하죠.”“아, 리사!”윤빈이 급히 외쳤지만, 그 여자는 턱을 살짝 들고, 냉소를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가지 마!”윤빈의 팔을 설아가 붙잡았다.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목소리는 떨렸다.“오늘 여기서 가면... 우리 진짜 끝이야!”“끝이면 끝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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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8화

“설아!”지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조금 전의 그 장면을 설아도 분명히 봤을 텐데, 어떻게 윤빈의 몇 마디에 이렇게까지 무너질 수가 있을까?“잘못한 건 네가 아니야! 제발 정신 좀 차려. 네가 본 게 진실이야, 그걸 믿어야지!”“나...”설아는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 고개를 저었다.“지하, 나 윤빈이랑은 헤어질 수 없어. 나는... 윤빈 없이는 안 돼.”‘왜?’지하는 목까지 차오른 말을 삼켰다.‘이 남자가 뭐가 그렇게 좋다고...?’하지만 입 밖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자신은 그저 친구일 뿐이다.설아의 인생에 끼어들 자격 따위는 없었다.“그래,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지하는 담담히 말하고는 고개를 돌렸다.“지하!”설아가 윤빈을 힐끔 보고는 조심스레 말했다.“잠깐만, 나 지하랑 얘기 좀 하고 올게.”설아는 지하 쪽으로 다가왔다. 멀찍이 서 있는 윤빈을 신경 쓰며, 혹시라도 그가 자리를 뜰까 불안한 눈빛이었다.“지하, 윤빈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요즘 사업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 스트레스가 심해서...”‘그래서?’‘사업이 안 풀리면 아내한테 화풀이해도 된다는 거야?’지하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하.”설아가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이런 부탁하기 너무 염치없다는 거 알아. 근데... 너밖에 없어서 그래. 지하, 윤빈 좀 도와줄 수 있을까?”“뭐?”지하는 눈을 크게 떴다.‘지금, 나한테... 그 남자를 도와달라고?’그때, 주머니 속 핸드폰이 진동했다.지하는 무심코 꺼내 보았다.화면에는 ‘진아’라는 이름이 떴다.‘끝났나 보네... 조깅.’지하는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그래, 말해봐. 무슨 일인데?”“그게 말이지...”설아는 한숨을 내쉬며 결국 숨기지 않았다.“요즘 윤빈 사업이 계속 꼬였어. 몇 개 프로젝트가 연달아 무산됐거든. 그래서 혹시... 네 쪽에 윤빈한테 맞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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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9화

순간, 지하의 온몸이 굳어졌다.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누구시죠?”[안녕하세요.]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들렸다.[지금 위치 보내드릴게요. 아내분께서 조금 다치셔서... 여기로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네...?”이어폰 너머에서 진아의 목소리가 들렸다.[괜찮아요... 아, 잠깐만요!]남자의 목소리가 겹쳤다.[움직이지 마세요! 조금만 참으세요.]짧은 대화였지만, 지하는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네, 금방 갑니다!”...남자가 보낸 위치를 따라 도착한 곳은 별장 단지 안의 작은 보건실이었다.진아는 로비 의자에 앉아 있었다.그 앞에는 젊은 남자가 쭈그려 앉아, 얼음물병으로 진아의 발목을 식히고 있었다.“아파요? 조금이라도 아프면 말하세요. 살살 할게요.”“안 아파요.”진아는 미소를 띠며 고개를 저었다.남자는 손에 진료비 청구서를 들고 말했다.“남편분이 언제 오실지 몰라서요. 일단 제가 결제해둘까요? 나중에 송금해주셔도 돼요.”“아... 그럼...”진아가 망설이며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그럴 필요 없습니다.”지하가 단숨에 다가왔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날이 서 있었다.그는 자연스럽게 남자와 진아 사이로 들어섰다.지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제 아내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남자가 당황한 듯 웃으며 악수를 받았다.“아, 아닙니다. 별일 아니었어요.”“별일 맞습니다.”지하는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시간 뺏은 것도 사실이고, 도와주신 것도 맞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넘어갈 수는 없죠. 제가 보답해드릴게요. 얼마면 될까요?”“아니요, 그런 말씀 마세요. 정말 우연히 본 거라서, 그럴 필요 없습니다.”“전 그렇게 못합니다.”지하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저는 남한테 빚지는 걸 싫어해서요. 금액을 말씀해주시죠.”남자가 말을 잇지 못했다. 짧은 정적이 흘렀다.그때, 지하가 낮게 덧붙였다.“그리고... 돈을 받으셨으면, 오늘 일은 잊어주세요.”공기 속이 싸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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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0화

지하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진아...”하지만 진아는 멈추지 않았다.“부지하, 걱정하지 마.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건 우리 이혼하고 나서야. 아무리 당신한테 마음이 식었어도, 결혼 기간 동안 바람은 안 피워.”그 말에 지하의 눈빛이 흔들렸다.진아가 지하의 팔을 밀치며 말했다.“비켜. 제발 좀... 아!”그러나 그 순간, 지하의 인내심이 터졌다.남자의 손이 진아의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힘이 너무 세서 진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뭐라고 했어?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을 만나겠다고?”지하의 목소리는 낮고, 금속처럼 날카로웠다.“누가 그런 말 하라고 그랬어?”“뭐...? 그냥 예를 든 거잖아! 놔, 미쳤어?”“안 놔.”지하는 손아귀에 더 힘을 줬다. 눈빛이 점점 어두워지며, 숨결이 거칠게 얽혔다.“잘 들어. 너는 내 아내야. 너는 나만 사랑해야 해. 내가 놓지 않는 한, 평생 다른 놈은 꿈도 꾸지 마.”‘이 사람... 진짜 미쳤어.’진아는 몸이 떨렸다. 손목이 아파 눈물이 핑 돌았지만, 지하의 얼굴엔 오로지 광기와 집착만이 비쳤다.“놔! 아프다고!”진아의 몸부림이 지하의 신경을 더 자극했다.“지금 어디 가려는 거야? 나한테서 도망치려는 거야?”지하는 진아를 세게 끌어안았다.진아는 숨이 막혔다.“이 세상에 나보다 널 더 아껴줄 사람은 없어.”지하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 같았다.“아...”진아는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그 순간, 갑작스러운 통증이 발끝에서 올라왔다. 삐끗한 발목이 다시 꺾였다.“부지하...”진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여보?”지하가 그제야 정신이 들었고, 얼굴이 확 바뀌었다.그는 허둥지둥 진아를 안아 들었다.“어디 아파? 발이야?”“응... 왼쪽 발.”진아는 힘없이 대답했다.“움직이지 마.”지하는 조심스럽게 진아를 의자에 앉혔다.그리고 진아의 손에서 종이를 빼앗아 들었다.“이거 뭐야? 검사랑 결제해야 하는 거야?”“응...”진아는 눈가에 맺힌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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