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말해.”진아가 손을 들어 지하의 말을 막았다.“듣고 싶지 않아. 당신이 무슨 이유로 그러는지, 나 다 알아. 근데, 이해는 돼도... 받아들일 수는 없어.”그 말투가 단단했다. 너무 단호해서, 지하는 순간 멈칫했다.“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오늘 내가 뭐 잘못했어?”“아니.”“그럼 왜...”“그냥, 싫어.”진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분명했다. 그 눈빛엔 흔들림이 없었다.“솔직히 말해서...”진아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나... 당신이랑 결혼했잖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도 이혼 같은 건 생각 안 해.”“그럼 좋은 거잖아?”지하가 금세 얼굴을 밝히며 웃었다.“좋긴 한데...”진아는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오설아 일에 계속 그렇게 휘말리면, 나도 언젠가는 폭발할지도 몰라.”그녀는 입술을 살짝 내밀며 지하를 노려봤다. 단단히 화가 난 표정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지하의 마음을 흔들었다.“여보.”지하는 갑자기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심장이 저절로 빨라졌다.“질투하는 거야?”진아가 어이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지금 이런 걸 묻는다고?’“왜, 질투하면 안 돼?”진아가 되묻자, 지하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 되지! 완전 되지!”그는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럼, 나 되게 좋아하는 거네?”진아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이 사람, 진짜 왜 이래...’“당연히 좋아하니까 결혼했지.”“그건 달라.”“뭐가 달라?”“이야기 돌리지 마!”진아가 지하의 가슴을 툭 밀었다.“내가 방금 한 말, 알아들었지?”지하는 잠시 머뭇거렸다.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그게...”그는 잠시 생각하다 조심스레 말했다.“만약에 설아가 나한테 도움을 청했는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면 어떡해?” 진아의 표정이 굳었다.“그럼 이렇게 하자.”지하가 한발 물러서며 말했다.“앞으로 설아가 어떤 이유로든 나한테 연락해 오면, 일단 너한테 먼저 말할게. 그다음에 움직이는 걸로,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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