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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의 모든 챕터: 챕터 1371 - 챕터 1380

1480 챕터

제1371화

방에 들어오자마자 지하가 따라 들어왔다.“여보!”“왜.”지하가 진아의 팔을 붙잡았다.하지만 진아는 주저하지 않고 손을 뿌리쳤다.“당신, 진짜 왜 이래?”진아가 눈을 치켜뜨며 지하를 노려봤다.“내가 모를 줄 알아? 지금 또 나 의심하는 거지? 성빈이랑 뭐 있는 거 아닌지 의심하고 있잖아.” 지하는 피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둘이서 축하까지 했다며. 진성빈이 선물도 줬다며. 근데 남편인 난 아무것도 몰랐다고.”“내가 굳이 당신한테 말해야 해?”진아는 헛웃음을 터뜨렸다.“당신, 예전엔 말 안 해도 알던 사람이었잖아. 나 쫓아다닐 때까지만 해도 그랬잖아. 그때는 내가 언제 수업이 있는지도 다 알았잖아!” ‘강울대 수업은 몇 시, 병원 실습은 몇 시... 다 외우고 다녔으면서.’“근데, 그렇게 대단한 부 대표님께서... 내가 언제 졸업하는지는 몰랐다는 게 말이 돼?” 지하는 잠깐 말문이 막혔다. 예상치 못한 반격이었다.그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난 그냥... 우리가 부부니까, 그런 건 네가 먼저 말해줄 줄 알았어.”“아, 이제 부부가 되니까 더는 신경 쓸 필요도 없다는 거네?”진아는 비웃듯 말하고 옷장 쪽으로 돌아섰다.지하는 관자놀이를 눌렀다.‘이게 이렇게까지 커질 일인가...’진아가 옷을 갈아입으려는 순간, 지하가 뒤따라 들어와 허리를 감싸안았다.남자의 손끝이 닿자, 진아의 몸이 살짝 떨렸다.지하는 그 짧은 순간, 진아가 예전보다 더 말라 있다는 걸 느꼈다.“알았어. 이번엔 내가 잘못했어. 내가 너무 소홀했지.”결국, 지하가 먼저 고개를 숙였다.‘둘 다 고집부리면, 끝도 없으니까.’“근데...”지하는 진아의 뺨에 입을 맞추며 낮게 말했다.“너도, 한마디쯤은 해줄 수 있잖아?”진아는 원래 성격이 유한 편이었다.지하가 먼저 사과하자, 더 이상 밀어붙일 수도 없었다.“난 그냥, 그 일보다 당신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중요하지.”지하의 입술이 천천히 그녀의 턱으로 내려왔다.“하지만 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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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2화

진아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안 돼.”“뭐?”지하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진아가 몸을 피하려 하자, 지하의 손이 무심결에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순간, 진아의 손이 반사적으로 휘둘러졌다.파악-짧은소리와 함께 공기가 멎었다.지하는 멍하니 진아를 바라봤다.‘지금... 나를 때렸다고?’“나 그런 뜻 아니야. 미안해. 그냥...”진아의 목소리가 떨렸다.“우리, 아직 아이 얘기하기엔 이르잖아. 약속했잖아.”“그건 그때고, 지금은 달라.”지하의 눈빛이 싸늘했다.“이젠 나, 우리의 아이를 갖고 싶어.”“왜 갑자기?”진아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어.”그 말에 지하의 표정이 단단히 굳었다.“준비가 안 됐다고?”“그게 아니라... 지금 우리 상황에서 아이를 가지는 건 현명하지 않다는 뜻이야.”“우리 상황이 뭐가 그렇게 문제인데?”지하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진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이제는 말해야겠지.’“솔직히 말할게. 우리 사이가 아직 완전히 단단하다고 생각 못 해.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아이부터 갖는 건... 무책임하잖아.”말이 끝나자,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요즘은, 이혼한 부부도 많고 부모가 따로 사는 아이들도 흔하다.하지만, 관계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아이부터 만드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그건 아이한테 평생의 짐을 지우는 일이다.진아는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지만, 그 한마디가 밤새 간신히 눌러왔던 지하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불확실해?”지하가 낮게 웃었다.그 웃음은 얇고,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위태로웠다.“우리가 계속 갈 수 있을지... 그게 그렇게 의심스러워?”“그게 아니라...”진아가 급히 해명하려 했지만, 지하의 눈빛은 이미 달라져 있었다.“아이한테 무책임한 일이라고?”지하의 입술이 딱딱하게 굳었다.진아를 보고 있었지만, 그 시선은 마치 다른 어딘가를 향하는 것 같았다.“솔직히 말해봐. 진짜 이유가 뭐야?”지하의 목소리가 낮고, 서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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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3화

진아는 직감했다.지하가 지금 이러는 건, 일부러였다.“줘.”진아가 손을 내밀었다.“내가 무슨 약 먹는지, 당신이 모를 리가 없잖아.”“내가 모를 리 없다고?”지하의 말투엔 차가운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부지하!”진아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분명히 말했지? 지금은 아이 가질 때 아니라고. 근데 당신이 듣질 않으니까, 내가 알아서 한 거야. 문제 있어?”지하는 대답 대신 손에 쥔 약을 꽉 움켜쥐었다.“우리 어차피 언젠가는 아이를 가질 거잖아. 언제인지가 뭐가 그렇게 중요해?” 진아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진짜... 이렇게 모르는 척한다고?’둘은 이미 결혼한 지 꽤 됐다.진아는 더 이상 과거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지하가 그 시간을 잊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면, 이해할 수도 있었다.‘그렇다고 없는 일처럼 행동하는 건 아니잖아.’진아는 피식 웃었다.“우리가 어떻게 결혼했는지, 정말 몰라서 이래?”지하가 아무 말도 안 하자, 진아가 차분히 말을 이었다.“당신이 날 놓아주지 않아서, 내가 결국 포기한 거잖아. 우리 집은 어쩔 수 없이 고개 숙였고, 당신네 집은 그걸 이용했고... 그렇게 결혼했잖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지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나한테 시집온 게 그렇게 싫었어?”“좋을 리가 있나.”진아는 쓴웃음을 지었다.“내가 당신 마음속에 있는 그 여자의 대역이라는 거, 모를 줄 알았어?” “여보...”지하가 한 걸음 다가서려 하자, 진아가 손을 내저었다.“그 얘긴 그만하자.”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빛은 단단했다.“이 결혼으로 우리 집이 얻은 게 더 많다는 거 알아. 나도 착한 척할 생각 없어. 하지만... 나, 당신의 아이는 가질 생각이 없어.” 지하는 비웃듯 짧게 숨을 내뱉었다.“결국, 설아 때문이네.”진아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고개를 들었다.“그래.”단호한 목소리였다.“그건, 내가 평생 넘지 못할 선이야.”“치.”지하가 비웃었다. 그 웃음엔 조롱이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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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4화

여기서 정신이 제대로 박힌 건 유건 하나뿐이었다.유건은 담배를 손가락에 끼운 채 재를 툭 털었다.“무슨 일인데? 말해보지 그래?”“그게 말이지...”유건은 결혼도 한 번 해본 사람이라, 경험이 많았다.지하는 대충 상황을 설명했다.“아하.”정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질투였네. 뭐,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사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그런 건 치명적인 법이거든.”강석은 고개를 저었다.“역시 결혼은 피곤한 거야...”유건을 보고, 다시 지하를 봤다.“봐봐, 너희 꼴. 난 그냥 계속 혼자 살란다.”지하는 신경도 안 쓰고 유건만 바라봤다.“내가 말해줄까?”유건이 담배를 깊게 빨았다.“이유가 뭐든 간에, 네가 임진아를 억지로 임신시키려 한 건 잘못이야. 그건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여자만 상처 입는 일이야. 아내의 선택은 존중해야지.”지하는 아무 말도 못 했다.‘틀린 말은 아니야... 그땐 진짜 정신이 나갔었지.’“그리고 말이야...”유건이 연기를 내뿜었다.“평생 같이 있고 싶다는 바람이, 아이가 있으면 이뤄질 거라고 생각해?” 헛웃음이 나왔다.아이 하나로 평생이 보장된다면, 이 세상에 불행한 부부가 있을 리 없었다.지하는 괜히 더 조용해졌다.“갈 거냐?”강석이 지하를 힐끗 보며 물었다.“생각은 좀 정리됐어? 이제 아내 달래러 갈 거야?”“아니.”지하는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저었다.‘잘못한 건 나지만... 진아도 너무했잖아.’‘나는 진아랑 같이한 이후로 한 번도 헤어질 생각한 적 없는데...’‘진아는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 있었어.’‘진아가 나한테 느끼는 감정이... 진짜 사랑이긴 한 걸까?’돌이켜보면, 지하는 타이밍을 잘 잡은 거였다.진아가 진성빈이랑 헤어진 직후, 가장 약해졌을 때.그땐 신이 준 기회라 생각했는데...이젠 알 수 있었다.지하는 신경이 쓰였다.아니, 너무 신경 쓰여서 미칠 지경이었다.지하가 원한 건... 진아의 몸 하나가 아니었다.진아의 진심이었다. ...날이 밝아올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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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5화

진아가 갑자기 입을 막더니 토할 것처럼 몸을 웅크렸다.지하는 깜짝 놀라 황급히 옆의 휴지통을 들어 그녀 앞에 내밀었다.“왜 그래, 어디 아파?”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토하려는 게 말이 되나?어젯밤에 지하가 집을 나설 땐 멀쩡했는데, 몇 시간 만에 이렇게 된다고?그때, 지하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번쩍 스쳤다.“여보, 너...”여자가 갑자기 토한다는 건, 혹시...“설마...”진아는 지하를 흘겨보며 한숨을 쉬었다.“뭐 그런 생각 하는 거야? ‘임신한 건가’하는 생각?”지하는 머쓱하게 웃었지만, 금세 고개를 갸웃거렸다.‘아니, 그럴 리가 없지... 우리 항상 조심했잖아. 근데... 혹시라도?’“임신이 그렇게 빨리 되는 줄 알아?”진아가 냉정하게 말했다.“근데 말이야...”지하는 여전히 미련을 못 버렸다.“세상에 100% 확실한 피임이 어딨어? 예외도 있다잖아.”진아는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아니라니까. 진짜 아니야.”그녀는 조심스레 배 위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약 때문이야. 부작용.”그리고 화장대 쪽을 가리켰다.“멀미처럼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워. 약통 봐봐.”지하는 반신반의하며 약상자를 들고 설명서를 펼쳤다.정말로 부작용 항목에 ‘구토’, ‘현기증’, ‘메스꺼움’이 적혀 있었다.‘진짜네...’그제야 안도감과 함께 더 깊은 자책이 밀려왔다.지하는 굳은 얼굴로 돌아와 진아의 손을 꼭 잡았다.“언제부터 그랬어?”“글쎄, 기억도 안 나.”진아는 고개를 흔들었다.“자다 보니까 속이 울렁거리고, 그제야 약 때문인 걸 알았지.”그녀도 처음 먹어보는 약이라 이런 반응이 올 줄은 몰랐다.“그럼 왜 나한테 전화 안 했어?”지하는 스스로에게 화가 난 듯 목소리를 낮췄다.“전화해서 뭐 해?”진아는 담담했다.“약 부작용인데, 당신이 있다고 해결돼? 의사인 내가, 그런 것도 모를까 봐?” “그래도... 내가 옆에서 돌봐줄 순 있었잖아.”그 말에 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지하의 목소리에는 이미 어젯밤의 냉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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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6화

진아는 조용히 지하를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한동안 떠오르지 않았다.서로 다투는 일이 잦았던 건 사실이다.하지만 지하는 매번 먼저 사과했다.“여보, 앞으로는 안 그럴게.”지하의 목소리에서는 진심이 느껴졌다.“아이 가지는 거, 언제든... 아니면 안 가지는 것도, 다 네가 정해. 나는 네 의견에 따를게.”그 말에 진아의 눈 끝이 살짝 젖었다.‘이 사람, 진작 이렇게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그녀는 고개를 돌려 눈을 피했다.지하는 그런 진아의 뺨을 살짝 어루만졌다.“어제는 내가 정말 내가 미쳤었나 봐.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야.”“분명히 말한 거야, 당신 입으로.” 진아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응.”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몸을 숙였다.“남편한테 한 번만 안겨줄래?”진아는 아무 말 없이 그의 품에 안겼다.거부하지도 않았다.작은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진아가 낮게 속삭였다.“나랑 성빈 일... 너무 신경 쓰지 마.”그건 진아 나름의 해명이었다.진아는 알고 있었다.오설아 때문인지, 지하는 다른 남자와 그녀가 엮이는 걸 유난히 꺼렸다. 지하는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진아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나... 성빈 좋아했던 건 맞아. 근데 걔는 나한테 그런 마음 없었어. 지금은 진짜로 다 정리됐어. 앞으로는 그냥 예전처럼, 동창이자 친구일 뿐이야. 그 이상은 없어.”‘이 말이... 정말일까?’지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람 마음이 그렇게 쉽게 정리될 수 있을까...’‘그래도 이렇게 말해준다는 건... 적어도 나를 배려하는 거겠지.’진아의 진심을 의심하는 건... 지금까지 쌓아온 걸 부정하는 거나 다름없었다.지하는 조용히 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 네 말 믿을게.”그는 다시 진아를 꼭 끌어안았다.“넌 내 아내야. 그러니까, 넌 나만 좋아해야 해. 네 마음에는 나 하나만 있으면 돼.”...진아는 오늘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다.지하는 아침을 먹고 평소처럼 회사로 출근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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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7화

전화 화면엔 낯선 번호가 떴다.게다가 핸드폰 번호가 아니라, 일반 전화였다.지하는 잠시 망설이다가, 미간을 찌푸린 채 전화받았다.“여보세요?”몇 초간의 침묵 후, 상대의 말이 들리자 지하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네, 알겠습니다. 금방 가겠습니다.”“무슨 일이야?”진아가 고개를 들었다.지하의 얼굴엔 긴장감이 가득했다.그 표정만 봐도, 평범한 일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여보.”지하는 그제야 자신이 너무 성급히 대답했다는 걸 깨달았다.진아에게 상의도 없이.하지만 진아가 반대하더라도, 지하는 결국 가야 할 일이었다.“왜 그래, 무슨 일인데?”진아의 목소리에 불안이 섞였다.‘설마... 또 오설아?’지하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솔직히 말했다.“설아한테 좀 일이 생겼대. 지금 경찰서에 있어.”“경찰서?”진아의 눈이 커졌다. 그 정도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무슨 일인데?”“사람을 때렸대.”지하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여자라던데... 자세한 건 가서 들어봐야 할 것 같아.”진아는 잠시 말을 잃었다.‘오설아가 사람을 때릴 정도면... 아마 윤빈 때문이겠지.’지하는 고민 끝에 조심스럽게 말했다.“같이 갈래?”그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명확했다.진아와 함께 가면, 자신이 괜한 오해를 살 일도 없을 테니까.하지만 진아는 곧바로 그 의도를 간파했다.“내가 같이 가면, 오설아가 좋아하겠어?”그 말에 지하는 말문이 막혔다.진아 말은 틀린 게 아니었다.오설아는 분명 자신이 망신당하는 걸... 진아한테 들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됐어.”진아가 고개를 저었다.“혼자 가. 나는 괜찮아.”지하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아니, 같이 가.”그는 단호했다. 친구를 도와야 하지만, 그 일로 아내와 틈이 생기는 건 원치 않았다.‘설아가 불편해하겠지. 그래도 어쩌겠어.’‘이젠, 진아가 먼저야.’지하는 진아의 손을 꼭 잡았다.“같이 가자, 응? 집에 혼자 있으면 또 별생각 다 할 거잖아.”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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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8화

“그래서... 뭐가 어땠다고?”진아가 물었지만, 지하는 끝내 말을 잇지 않았다.그런데 이상하게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지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진아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잠깐만.”진아가 눈을 크게 떴다.“지금 그 말, 설마... 오설아가 그런 남자랑 결혼한 게 본인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지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하...”진아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세상에, 이런 사고방식도 있네. 전 여자친구랑 친구가 둘이서 당신한테 그런 짓을 했는데, 도리어 당신이 미안함을 느낀다고?” ‘진짜...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진아는 얼굴을 싸매고 웃음인지 탄식인지 모를 숨을 내쉬었다.“내 남편이 이렇게 착한 줄 몰랐네. 아니, 착하다기보다... 거의 ‘성인군자’ 수준인데?”지하는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 민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그래서 그는 그동안 단 한 번도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다.지하에게 설아는 배신의 대상이면서도, 마음 한편 어딘가에 남은 ‘책임’이었다. “됐어.”진아의 시선이 너무 뚫어지는 것 같아서 지하는 괜히 헛기침했다.그는 한 손을 뻗어 진아의 손을 꼭 잡았다.“이제 다 말했다. 그러니까 놀리지 말기.”“알았어, 안 놀려.”진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가엔 여전히 웃음기가 남아 있었다....경찰서.지하가 보석 서류를 제출하자 경찰이 둘을 안쪽으로 안내했다.“오설아 씨, 보석 나왔습니다. 지인분이 오셨어요.”철창문이 덜컥 열리고 설아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녀는 눈가가 부어 있었고, 왼쪽 볼엔 멍이 퍼져 있었다.지하의 얼굴이 단번에 굳었다.“이게 뭐야, 다친 거야? 누가 손댄 거야? 윤빈은?”“괜찮아...”설아가 얼버무리며 손으로 뺨을 쓸었다.“부딪힌 거야. 게다가 그 여자 쪽이 더 심해.”그 ‘그 여자’라는 단어에 진아의 시선이 살짝 흔들렸다.그리고 윤빈 이야기가 나오자, 설아의 눈에 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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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9화

조용했다.너무 조용해서, 설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죄송해요. 제가 이런 꼴을 보여서... 진아 씨 앞에서 웃기죠?”진아는 잠시 손을 멈췄다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런 생각 안 해요.”그건 진심이었다.두 사람은 친구라고 하기엔 애매했지만, 그래도 같은 여자였다.진아는 설아를 비웃을 마음은 없었다. 그저 안쓰럽고, 씁쓸할 뿐이었다.“있잖아요...”설아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남자들은 왜 그럴까요? 결혼 전엔 세상에서 제일 잘 아껴주는 사람처럼 굴다가, 결혼하고 나면... 점점 변하잖아요.”그 말에 진아는 살짝 시선을 내렸다. 직접 겪어본 일은 아니었지만, 그런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어왔다.“아마... 손에 넣고 나면, 갑자기 소중함을 잊는 걸까요.”“그럴지도요.”설아는 피식 웃었다. 그 웃음엔 씁쓸함이 섞여 있었다.“그럼 진아 씨는요?”“네?”진아는 순간 고개를 들었다.“저요?”“네.”설아는 문 쪽을 힐끗 바라봤다.지하는 잠시 나가 있었고, 방 안엔 둘뿐이었다.“지하...”설아의 눈빛이 묘하게 깊어졌다.“결혼하고 나서, 지하가 예전이랑 다르다는 생각 안 해보셨어요?”“글쎄요...”진아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결혼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고...”“그럴 줄 알았어요.”설아가 작게 웃었다.“딱 보면 알아요. 지하는 진아 씨한테 잘하잖아요. 되게 섬세하고, 다정하고요.”진아는 상처 난 부분에 밴드를 붙이며 무심히 대답했다.“지금은 그래요. 근데, 사람 마음이란 게 모르죠.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도 있잖아요.”“아니요.”뜻밖에도, 설아가 단호하게 끊었다.“지하는 달라요. 지하는 변하지 않을 사람이에요. 저한테도 친구로서 그렇게 잘해주는데, 진짜 사랑하는 사람한텐 얼마나 더하겠어요.” 진아는 말없이 손끝을 멈췄다.그녀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부지하는 변하지 않을 사람...’그 말이 어쩐지 마음 한쪽에 남았다.“글쎄요.”진아가 조용히 말했다.“미래 일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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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0화

“그만 말해.”진아가 손을 들어 지하의 말을 막았다.“듣고 싶지 않아. 당신이 무슨 이유로 그러는지, 나 다 알아. 근데, 이해는 돼도... 받아들일 수는 없어.”그 말투가 단단했다. 너무 단호해서, 지하는 순간 멈칫했다.“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오늘 내가 뭐 잘못했어?”“아니.”“그럼 왜...”“그냥, 싫어.”진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분명했다. 그 눈빛엔 흔들림이 없었다.“솔직히 말해서...”진아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나... 당신이랑 결혼했잖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도 이혼 같은 건 생각 안 해.”“그럼 좋은 거잖아?”지하가 금세 얼굴을 밝히며 웃었다.“좋긴 한데...”진아는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오설아 일에 계속 그렇게 휘말리면, 나도 언젠가는 폭발할지도 몰라.”그녀는 입술을 살짝 내밀며 지하를 노려봤다. 단단히 화가 난 표정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지하의 마음을 흔들었다.“여보.”지하는 갑자기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심장이 저절로 빨라졌다.“질투하는 거야?”진아가 어이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지금 이런 걸 묻는다고?’“왜, 질투하면 안 돼?”진아가 되묻자, 지하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 되지! 완전 되지!”그는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럼, 나 되게 좋아하는 거네?”진아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이 사람, 진짜 왜 이래...’“당연히 좋아하니까 결혼했지.”“그건 달라.”“뭐가 달라?”“이야기 돌리지 마!”진아가 지하의 가슴을 툭 밀었다.“내가 방금 한 말, 알아들었지?”지하는 잠시 머뭇거렸다.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그게...”그는 잠시 생각하다 조심스레 말했다.“만약에 설아가 나한테 도움을 청했는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면 어떡해?” 진아의 표정이 굳었다.“그럼 이렇게 하자.”지하가 한발 물러서며 말했다.“앞으로 설아가 어떤 이유로든 나한테 연락해 오면, 일단 너한테 먼저 말할게. 그다음에 움직이는 걸로,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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