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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의 모든 챕터: 챕터 1341 - 챕터 1350

1480 챕터

제1341화

사방이 고요했다.시연은 유건 곁으로 다가가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조이 좀 눕혀요. 옆방에서 재워도 돼요.”처음부터 조이가 버티지 못할 걸 알고 준비해 둔 거였다. 장례식장에서는 조용한 휴게실이 있었다. 아이를 재우기엔 딱 좋았다.“괜찮아. 조금만 더 안고 있을게.”유건은 고개를 저었다.‘내가 조이를 이렇게 안을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더 남았을까?’ 그는 조이를 놓고 싶지 않았다.시연은 더 말하지 않았다. 대신 담요를 꺼내 조이의 어깨 위로 덮어주었다.“유건 씨.”두 사람은 어깨를 맞댄 채 앉아 있었다.시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은 아무도 없어요. 혹시... 힘들면, 나한테 말해도 돼요. 아니면... 그냥 뭐라도 해요.”‘예를 들어, 울어도 된다는 거지...’하루 종일, 시연은 유건이 눈물을 흘리는 걸 본 적이 없었다.남자든 여자든, 이런 순간의 감정은 다르지 않다고 시연은 믿었다.유건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시선을 내렸다.남자의 눈빛에서 힘이 빠져나가며, 무력함과 혼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그도 알고 있었다.고상훈은 이미 오래전부터 병과 싸워왔다.그 나이에 이만큼 곁에 있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자연의 이치지. 하지만...’유건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이제 나 혼자네.’유건의 유일한 가족이 세상을 떠났다.그와 함께 사라진 건, 마음을 기댈 곳이었다.“시연아...”그는 시연을 바라보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알아요. 다 알아요.”시연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가, 문득 물었다.“주머니에... 사탕 있어요?”“응?”유건이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가,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시연 때문이었다.그녀를 만나고부터, 그는 습관처럼 주머니에 사탕을 넣고 다녔다.“어느 쪽 주머니예요?”조이를 품에 안고 있어서 손을 쓸 수 없는 유건 대신, 시연이 몸을 기울였다.여자의 손이 유건의 왼쪽 재킷 주머니로 들어가, 작은 사탕 하나를 꺼냈다.시연은 사탕을 손에 들어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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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2화

강수희가 시연의 손을 덥석 잡았다.“하나만 물어봐도 될까?”그녀의 눈빛이 간절했다.“요즘 고 대표 곁을 그렇게 챙기는 거... 설마, 다시 돌아가려는 건 아니지?”그 말끝에 떨림이 섞였다.“그럼 우리 은범은 어떡하라고. 은범이 너 없으면 안 돼! 제발, 버리지 마.”“사모님...”시연은 놀라 급히 손을 감싸 쥐었다.“진정하세요. 제 잘못이에요. 제가 은범이한테 제대로 이야기했어야 하는데...”시연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낮아졌다.“오늘 안으로 꼭 만나서 이야기할게요. 괜찮으시죠?”“오늘?”강수희가 되묻자, 시연은 잠시 망설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네. 오늘 시간 내서 댁으로 가겠습니다.”“그래, 그렇게 해 줘. 우리 은범 기다릴게.”강수희는 안도한 듯, 간절하게 시연을 바라보았다.“네, 알겠습니다.”시연이 조용히 대답했다....멀찍이, 창가 쪽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유건이었다.그는 시연과 강수희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시연의 표정만 봐도 짐작할 수 있었다.‘은범 어머니구나...’그리고 강수희가 시연을 찾아온 이유도, 대충은 알 것 같았다.‘이제... 내가 훔쳐 온 시간도 끝나겠네.’유건의 시선이 천천히 창밖으로 흘렀다.하늘은 점점 밝아오고 있었다.그때, 문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부지하, 주정빈, 그리고 몇몇 친구들이 들어왔다.도리슬도 함께였다.“왔냐?”유건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혹시 도울 수 일 있을까 해서 왔어.”“지금은 괜찮아.”그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지난 며칠은 고상훈의 빈소가 차려진 기간이었다.하루하루 찾아오는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고, 일주일 뒤면 발인과 장례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었다.유건은 부지하와 진아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신혼여행 망친 셈이네. 미안하다.”“야, 그게 무슨 소리야?”지하가 일부러 눈을 부릅떴다.“진아도 요 며칠 몸이 좀 안 좋았거든. 오히려 잘 됐지. 좀 쉬었다가 다시 가면 돼.”그는 품에 안은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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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3화

시연이 진아의 손목을 살짝 잡더니, 조용히 복도 쪽으로 발을 물렸다.“왜 그래?”진아가 고개를 갸웃했다.“눈치도 없어?”시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그 둘 방해하면 안 되잖아.”“그 둘...?”진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진짜 사귀는 거야?”“모르겠어.”시연은 고개를 저었다.정확히 들은 것도, 본 것도 없었다.“근데, 분위기 보니까... 가능성은 있어 보이더라.”“헐.”진아가 놀란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그럼 넌?”“나?”시연은 씁쓸하게 웃었다.“내가 어떤 상황인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진아는 말이 막혔다.하지만 속으론 여전히 미련이 남았다.‘그래도... 둘은 결국 다시 만날 줄 알았는데.’“너희 둘, 계속 헤어지고 또 만나고 그랬잖아.”“그래서 난... 결국엔 다시 잘될 거라 생각했는데.”시연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그러게. 늘 헤어졌다가 또 만나고. 그게 아마... 운명이 아니라는 증거겠지.”‘정말 될 인연이었으면, 이미 오래전에 끝났을 리 없지.’그때, 뒤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아야.”지하였다.“뭐야, 또?”진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스럽게 돌아봤다.“시연이랑 얘기 중이야.”“미안.”지하가 시연에게 미소로 인사하곤, 조심스레 진아에게 말했다.“약 먹을 시간이야. 속 괜찮아졌어? 완전히 나은 건 아니지?”‘안 괜찮지... 아까 죽 끓여준 거 반 그릇 먹고도 배가 뒤집혔는데.’“가자.”지하가 부드럽게 그녀의 팔을 잡았다.“약 먹고, 죽 조금만 더 먹자. 계속 빈속으로 버티면 더 아플 거야.”“알았어.”진아는 손사래를 치며 투덜거렸다.“시연, 나 금방 다녀올게.”“응, 다녀와.”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나도 해야 할 일이 있지.’그녀는 잠시 창가를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진아가 자리를 뜨자, 시연은 도리슬이 보이지 않는 틈을 타 유건을 찾아갔다.“잠깐 나갔다 와야 해서요.”“그래.”유건은 전혀 놀란 기색 없이 바로 대답했다.“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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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4화

“은범아.”시연이 조심스레 다가가 은범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일어나야지?”“응...?”은범이 찡그린 얼굴로 천천히 눈을 떴다.시연이 보이자, 손을 더듬어 안경부터 썼다.“왔구나. 어르신 쪽 일은 다 정리됐어?”“당장은 급한 일은 없어.”시연이 책상 쪽을 가리켰다.“근데, 왜 방에 가서 안 자고 여기서 엎드려 있어? 감기 걸려.”“깜빡 잠들었나 봐.” 은범은 멋쩍게 웃으며 책상 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은범아.”시연이 입술을 다물었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사모님이 요즘 잠도 잘 못 잔다고 하시던데, 불면이야?”“우리 엄마가 그랬어?”은범이 순간 멍하니 있다가 피식 웃었다.“별일 아니야. 그냥 일이 좀 많았을 뿐이야.”‘그럴 리가 있나.’시연은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진짜라니까.”은범은 변명하듯 웃으며 책 밑에 있던 서류철을 꺼냈다.“이거 봐. 백일재가 보낸 거야. 그 사람 성격 알잖아, 일 재개하자마자 이걸 다 들이밀더라니까.”그는 어깨를 으쓱했다.“몇 년 쉬었잖아. 감도 좀 잃은 것 같고, 다시 공부 좀 해야지. 요즘 시장 분위기도 봐야 하고.”전문적인 얘기라, 시연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대신 서류철을 덮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사모님 말로는, 밥도 잘 안 먹는다던데.”“그건... 일하느라 그런 거지.”은범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일에 몰두하면 식사 시간이 아까워서 그래.”하지만 시연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자, 그는 손을 번쩍 들며 항복했다.“알았어,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 안 그럴게.”“앞으로 말고, 지금.”시연은 단호했다.“씻고 나와서 아침 먹어.”“예... 알겠습니다, 지 선생님.”...잠시 후, 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 앉았다.따뜻한 죽에서 김이 나기 시작했고, 식탁 위에는 조용한 평화가 감돌았다. 강수희가 아들을 보며 안도한 듯 웃었다.“이놈은 진짜 시연이 아니면 안 돼. 네가 와야 밥이라도 먹지.”그러곤 시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고생 많았어. 그래도 어쩌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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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5화

사실 진아의 걱정은 괜한 거였다.시어머니 이혜영은 진아를 유난히 아꼈다. 긴 식탁에 앉은 온갖 친척 중, 유독 진아에게만 신경을 쏟았다.“새아가, 이거 한번 먹어봐. 동파육인데...”이혜영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아,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런 기름진 거 안 좋아하겠지? 그럼 이거 먹어봐.”그녀는 가사도우미에게 손짓했다.“저거 새아가 앞에 가져다 드려.”“예, 진아 사모님. 드세요.”“감사합니다, 어머님.”진아는 어쩐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젓가락을 들었다.‘어머님... 아직 입에 붙지도 않는다.’“뭘 그렇게 감사하다고 해?”이혜영은 곁눈질로 지하를 흘겨보았다.“지하가 벌써 서른이야. 그 나이 되도록 결혼도 안 하더니, 이렇게 예쁜 새아가를 데려왔잖니? 순식간에 우리 부씨 가문 효자가 된 거지, 뭐.” “어머님...”진아는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숙였다.“많이 먹어. 저기 고기도 좀 더 먹고.”이혜영이 웃으며 덧붙였다.“네, 어머님.”식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아의 앞에는 금세 산더미 같은 반찬이 쌓였다.그녀는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옆의 남편을 쳐다봤다.지하는 바로 그 눈빛을 읽었다. 진아의 손을 슬쩍 잡고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걱정하지 마. 내가 다 먹을게.”‘역시 눈치 빠른 내 남편.’진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지하는 젓가락을 들어 진아 대신 접시를 비웠다.둘은 어깨를 나란히 붙이고, 때로는 서로에게 한입씩 먹여주며 웃었다.상석에 앉은 이혜영은 그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우리 막내, 드디어 철들었네. 이제야 안심이 된다니까?”“응, 당신 말이 맞아.”부태철은 아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결혼 후 내내 아내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사람이었다.“애까지 생기면, 이제 진짜 어른이지, 뭐.”이혜영은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아차, 새아가 보약 달이라고 했는데... 주방에 말만 해놓고 확인을 안 했네. 다녀올게.”그녀는 분주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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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6화

진아보다 지하는 여섯 살 많았다.그래서 진아가 금세 눈썹을 치켜세우자 지하는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진정해, 진아. 이건 어머니 말씀이야, 내 생각 아니라고.”지하는 얼른 다가가 진아를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나 진짜 아직 애 가질 생각 없어. 전에 말했잖아. 우리 둘이서 몇 년은 그냥 편하게 지내자고. 진짜야, 거짓말 아니야.”“그럼 이건 뭐야...”진아가 삐죽한 입술로 탁자 위 약그릇을 가리켰다.“그건 말이지...”지하가 고개를 긁적이며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몸보신하는 거랑 아기 갖는 건 별개야. 건강 잘 챙겨둬서 나쁠 건 없잖아? 그렇지 않아?”‘그 말도 맞긴 하네.’진아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시어머니의 정성이며, 분명 비싼 약일 테니 버릴 수도 없었다.“알겠어.”진아는 얌전하게 약그릇을 들어 조심스레 한 모금 마셨다.“으...”얼굴이 바로 찌푸려졌다.“완전 써!”“그렇게 써?”지하가 급히 약그릇을 받아 한 모금 삼켜봤다. 그러곤 바로 얼굴을 구겼다.“와... 진짜 쓰다.”진아는 그가 ‘그래도 다 마셔야지’라고 말할 줄 알았다.그런데 지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그만 마셔.”“어?”진아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럼 이건 어떡해? 버리면 아깝잖아.”“인간적으로 너무 착하다, 우리 와이프.”지하는 웃으며 진아의 코끝을 살짝 눌렀다.“그럼 내가 마시면 되지. 안 그래?”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하는 약그릇을 번쩍 들어 목을 젖혔다.꿀꺽- 꿀꺽-한숨에 다 들이켜버렸다.“와아!”진아는 두 손을 모아 손뼉을 쳤다.“멋있다, 우리 여보 최고!”지하는 얼굴을 찡그리며 겨우 숨을 고르다가, 그 달콤한 한마디에 표정이 순식간에 풀렸다.‘와이프가 이렇게 귀엽게 구는데, 이 정도 쓴 건 아무것도 아니네.’그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털어내고 그릇을 내려놓았다.그리고 길게 팔을 뻗어 진아를 품 안으로 꾹 안았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뭐?”진아는 떨어질까 봐 지하의 목에 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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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7화

“알았어.”지하는 망설임 하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겉옷을 걸치고는 진아의 얼굴을 살짝 만졌다.“잠깐만 기다려. 여보가 다녀올게.”“귀찮은 거 아냐? 귀찮으면 그냥 나중에...”“안 귀찮아. 우리 여보가 먹고 싶다는데, 남편이 당연히 나가야지. 조금만 기다려.”지하는 조용히 복도를 지나 형 호준의 방 앞으로 갔다.“형.”방문이 살짝 열리자, 호준이 인상부터 찌푸렸다.“뭐냐, 새벽에?”“형, 그렇게 째려보지 말고.”지하는 낯간지럽게 웃으며 방 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방해했어? 형이랑 형수님, 혹시 셋째 준비 중?”“닥쳐.”호준의 목소리는 싸늘했다.그런데도 지하는 멈추지 않았다.“아 미안. 금방 갈게. 진짜 잠깐이야.”그때 안쪽에서 이청희가 봉투를 들고나왔다.“자, 여기요. 이것저것 챙겼어요. 이 정도면 되겠죠?”“우와.”지하의 눈이 번쩍 뜨였다.“형수님, 이걸 다요?”호준은 그걸 보고 코웃음을 쳤다.“차라리 과자 들어있는 찬장 통째로 가져가라. 귀찮게 봉투는 왜 써?”“정말? 그럼 더 좋은데?”지하의 얼굴이 환해졌다.“역시 우리 형 최고야.”호준의 눈썹이 다시 꿈틀했다.‘이놈... 진짜 맞아야 정신 차리겠네.’“그만...”청희가 웃으며 봉투를 내밀었다.“이 정도면 충분할 거예요. 내일 또 채워놔야죠. 안 그러면 애들 난리 날걸요?”“감사합니다, 형수님.”지하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쳇.”호준이 한숨을 쉬며 손을 내저었다.“이만 꺼져라. 한밤중에 남의 방 털러 오는 놈이 어디 있느냐?” “형 말대로, 바로 꺼질게!”지하는 장난스레 경례까지 하더니, 형을 의미심장하게 한번 쓱 훑어봤다.‘이 얼굴, 분명 방해 제대로 했네.’‘형수님이랑 좋은 분위기였나 보네?’그는 속으로 킥킥 웃으며 봉투를 품에 안고, 쏜살같이 복도를 빠져나갔다.“당신 말이야.”청희가 남편을 흘겨보며 말했다.“못 봤어? 그 과자들, 도련님이 먹으려고 가져간 게 아니잖아.”“그럼...?”호준이 눈썹을 찌푸렸다.“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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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8화

“좀 더 먹어.”지하가 진아의 볼을 살짝 만지며 말했다.“처음 봤을 때보다 얼굴 살이 많이 빠졌네. 살짝만 만져도 뼈가 느껴지겠어.”그의 시선에는 묘한 그리움이 묻어 있었다.“그때는 말이야, 네 얼굴 동글동글했잖아. 찐빵 같고, 귀엽고... 진짜 한입 베어 물고 싶을 정도였는데.”진아는 순간 젓가락을 멈췄다.‘부지하가 나한테 반한 이유가... 오설아랑 닮아서가 아니었다고?’ 순간, 살이 빠지고 나서야 오설아와 닮아 보인다는 시연의 말이 떠올랐다.‘그럼... 내가 살쪘을 땐, 그냥 나로 봐준 거네?’“왜 그래?”지하가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봤다.“목에 걸렸어?”“아니.”진아는 고개를 저으며 조심스레 물었다.“나... 얼굴 동그랗던 게 더 좋았어?”“응.”지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때는 진짜 귀여웠어. 볼살이 통통해서 만지고 싶었는데, 그땐 내가 감히 못 만졌지.”“아...”진아는 입술 끝을 올렸다.‘그 말, 왜 이렇게 기분 좋지.’작은 따뜻함이 마음속에 피어올랐다.“다 먹었어?”지하가 손을 내밀었다.“이리 와. 여보가 안아서 화장실 데려다줄게.”“좋아!”진아는 장난스럽게 팔을 내밀며 그 품에 안겼다.신혼여행이 아직 끝나지 않은 둘은 다음 날 새벽, 제남도로 향했다.본가에 오래 머무는 게 진아에게 부담일까 봐... 지하가 미리 준비한 짧은 여행이었다.항구에서 배를 타는 순간, 진아가 물었다.“부 대표님은 개인 요트도 없어요?”지하는 피식 웃었다.“그런 거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보통 멀쩡한 사람 아니야.”“왜?”지하는 팔로 진아의 허리를 감싸며 낮게 말했다.“남자들이 요트 사는 이유? 대부분 몰래 바람피우려고 그래.”“흥, 웃기고 있네.”진아가 코웃음을 쳤다.“고유건 대표는 요트 있잖아. 그럼 고 대표가 누군가랑 바람피운다는 거야?”“그건 유건이가 산 게 아니잖아.”지하가 웃음을 터뜨렸다.“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거래. 아마 조상님 중에 좀... 바람둥이가 있었던 모양이지.”“당신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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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9화

지하와 진아의 모습은 누가 봐도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미녀와 야수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진아는 지하 옆에 서면 언제나 조금 더 ‘소박한 쪽’으로 보였다.둘이 키스하던 그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그 안에는 부러움도, 질투도 섞여 있었다.지하는 아무렇지 않았고, 그의 태도에는 여유와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진아는 달랐다.‘이 사람, 부끄럽다는 걸 모르나 봐...’배가 항구에 닿을 때까지, 진아의 볼은 내내 붉게 물들어 있었다.전날 늦게까지 함께 깨어 있었고, 아침에는 어른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해야 해서 일찍 일어났었다. 제남도에 도착해 부씨 가문의 별장에 짐을 풀자마자, 둘은 아무 말 없이 동시에 ‘낮잠’을 선택했다.둘이 눈을 뜨니, 창밖으로 붉은 노을이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진아는 옆으로 몸을 돌려 자신을 꼭 껴안은 지하의 품에서 빠져나왔다.“깼네?”지하가 나른한 목소리로 웃었다.“이제 여보는 필요 없다는 거야?”“안고 있으면 덥잖아.”“자는 동안엔 안 더웠어?”지하가 장난스럽게 진아의 코끝을 눌렀다.“일어나자. 배고프지?”“응. 배고파.”“그럼 가자.”지하는 먼저 몸을 일으키더니, 이내 진아를 두 팔로 들어 올렸다.“제남도의 밤은 생각보다 시끌벅적해.”...밖으로 나갈 때, 진아는 커다란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이미 어두운데 그걸 왜 써?”지하가 웃음을 터뜨렸다.“나한테 당신이 있잖아.”진아는 선글라스를 살짝 밀어 올리며 말했다.“내 옆에 당신 있는데, 내가 뭐가 위험하겠어?”사실은 말하지 못했다.‘이 사람, 너무 눈에 띄어...’같이 걷기만 해도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왔다.괜히 비교당하는 시선이 불편했다.그래서 선글라스는 일종의 방패였다.“그래, 안 다치게 지켜줄게.”지하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좋을 대로 해. 여보는 내가 지켜줄게.”진아는 웃으며 그 품에 기대었다.‘진짜... 이런 남편 또 있을까?’어디 가서 흠잡을 데 없는 남자였다....제남도 밤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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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0화

아직 그 남자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지하의 주먹이 그대로 남자의 턱을 향해 날아갔다.“안 돼!!”진아의 비명이 터졌다.‘뭐야, 갑자기 왜 이래?’진아는 황급히 뛰어들어 지하의 팔을 붙잡았다.“왜 그래? 왜 사람을 때려?!”“이 자식이 너한테 치근덕거렸잖아!”지하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고, 눈빛은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다.그리고 깊고 어두워서, 그 속으로 빛 한 줄기도 닿지 못하는 듯했다.그 눈을 마주친 순간, 진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이 사람... 지금 완전히 다른 사람이야.’진아는 더듬거리며 말했다.“그게 아니라... 아무 일도 없었어.”“아무 일도 없었다?”지하가 테이블 위의 칵테일 잔을 가리켰다.“그럼 이건 뭐야? 이걸 왜 너한테 주는데?”“그게...”그때,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남자가 급히 손을 저었다.“오해하신 것 같아요. 전 그냥... 사모님이 혼자 계신 줄 알고, 실례한 것 같아서 사과하려고... 그게 다입니다!”“닥쳐.”지하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몸 전체의 근육이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솟아 있었다.다시 주먹을 쥐는 순간, 진아는 재빨리 지하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지하 씨!”“안 돼! 진짜로 그냥 말만 걸었어. 내가 상황 설명하니까, 이분 바로 가려던 참이었어. 정말 그게 다야!”지하는 진아의 말을 듣고도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턱을 굳게 다문 채, 눈동자만 흔들렸다.진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진짜야, 믿어줘.”‘대체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거야... 평소랑 완전히 달라.’진아는 지하의 팔을 놓지 못했다.“왜 그래... 그새 무슨 일 있었어?”잠시 머뭇거리다, 진아가 한 걸음 더 다가섰다.남자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으며 속삭였다.“여보, 나 무서워. 제발... 그만하자, 응?”그 말에 지하의 눈빛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알았어.”진아는 여전히 손을 풀지 않은 채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이제 된 거지? 자, 이제 그 얘기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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