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이 진아의 손목을 살짝 잡더니, 조용히 복도 쪽으로 발을 물렸다.“왜 그래?”진아가 고개를 갸웃했다.“눈치도 없어?”시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그 둘 방해하면 안 되잖아.”“그 둘...?”진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진짜 사귀는 거야?”“모르겠어.”시연은 고개를 저었다.정확히 들은 것도, 본 것도 없었다.“근데, 분위기 보니까... 가능성은 있어 보이더라.”“헐.”진아가 놀란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그럼 넌?”“나?”시연은 씁쓸하게 웃었다.“내가 어떤 상황인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진아는 말이 막혔다.하지만 속으론 여전히 미련이 남았다.‘그래도... 둘은 결국 다시 만날 줄 알았는데.’“너희 둘, 계속 헤어지고 또 만나고 그랬잖아.”“그래서 난... 결국엔 다시 잘될 거라 생각했는데.”시연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그러게. 늘 헤어졌다가 또 만나고. 그게 아마... 운명이 아니라는 증거겠지.”‘정말 될 인연이었으면, 이미 오래전에 끝났을 리 없지.’그때, 뒤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아야.”지하였다.“뭐야, 또?”진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스럽게 돌아봤다.“시연이랑 얘기 중이야.”“미안.”지하가 시연에게 미소로 인사하곤, 조심스레 진아에게 말했다.“약 먹을 시간이야. 속 괜찮아졌어? 완전히 나은 건 아니지?”‘안 괜찮지... 아까 죽 끓여준 거 반 그릇 먹고도 배가 뒤집혔는데.’“가자.”지하가 부드럽게 그녀의 팔을 잡았다.“약 먹고, 죽 조금만 더 먹자. 계속 빈속으로 버티면 더 아플 거야.”“알았어.”진아는 손사래를 치며 투덜거렸다.“시연, 나 금방 다녀올게.”“응, 다녀와.”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나도 해야 할 일이 있지.’그녀는 잠시 창가를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진아가 자리를 뜨자, 시연은 도리슬이 보이지 않는 틈을 타 유건을 찾아갔다.“잠깐 나갔다 와야 해서요.”“그래.”유건은 전혀 놀란 기색 없이 바로 대답했다.“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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