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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1361 - Chapter 1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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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1화

“아...”진아가 짧게 신음을 삼켰다.지하의 손이 그녀의 팔을 꽉 쥐고 있었다. 아프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세게.진아는 피식 웃었다.“왜? 내가 나쁜 사람 안 만나서 아쉬워? 그래서 당신이 직접 그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거야?”“여보!”지하가 얼굴을 찌푸리며 낮게 소리쳤다. 표정이 굳어 있었다.“별일도 아닌 일 가지고 왜 그렇게 말을 해? 당신이 스스로한테 그런 말 하는 거, 듣기 싫어.”‘별일이 아니라고?’진아는 웃음을 거두었다.‘정말 나랑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 같아.’“그래, 맞아. 지금 기분 진짜 더러워.”“여보...”지하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내가 뭘 해야 네가 화를 안 낼까?”이미 일은 벌어졌다.지하가 할 수 있는 건 사과와 수습뿐이었다.진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좋아. 그럼 약속 하나 하자.”“약속?”“오늘 같은 일이 또 생기면... 그러니까 당신이 나 대신 오설아를 택하는 일이 또 생기면, 그땐 우리 그냥 끝내자. 이혼하자고.”“임진아!”지하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우리 아직 신혼이야. 그런 불길한 말, 꼭 해야 해?”진아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불길한 말을 하게 만든 건 당신이야. 내 전화는 안 받고, 전 여자친구랑 있었던 건 당신이잖아. 왜? 당신은 해도 되고, 난 말도 못 해?”“여보, 그건 오해야. 오늘은 정말...”지하는 설명하려 했지만,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자신의 변명이 얼마나 빈약한지,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진아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그렇게 힘들어? 당신 마음은 여전히 그쪽에 있는 거냐고.” “아니야!”지하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이번 일은 정말 우연이었어.”“그래?”진아가 비웃듯 웃었다.“그럼 뭐가 무서워서 대답을 망설여? 그 주저함이 바로 답이잖아.”잠시의 정적.지하는 결국 숨을 내쉬었다.“알겠어. 약속할게.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야.”‘부지하가... 정말로 약속을 받아들였다?’진아는 순간 놀랐다. 그리고 조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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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2화

지하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내 지난 일에 그렇게 관심 많아?”“아니.”진아는 짧게 대답했다. 말하고 나서야 후회가 밀려왔다.‘내가 왜 그런 말을 꺼냈지... 아무 의미도 없는데.’“그냥, 농담이었어. 그렇게 얼굴 굳힐 일은 아니잖아?”‘얼굴 굳힐 일?’지하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분명 먼저 건드려놓고선, 이제 와서 아무렇지 않게 말하네.’하지만 그는 더 이상 따질 마음이 없었다.결혼한 남자가 지켜야 할 규칙 하나.가정의 평화를 원한다면, 아내가 먼저다.“진아.”지하는 손끝으로 진아의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말했다.“우리... 이제 과거 얘기는 그만하자. 넌 내 아내고, 앞으로의 시간은 우리 둘 거잖아.”진아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눈을 감았다.“그럼 왼쪽 좀 더 긁어줘. 거기 간지러워.”“여기?”“아니, 좀 더 아래.”“여기?”“응, 거기. 좋아.”진아의 목소리에 미소가 섞였다.창밖으로 햇살이 부드럽게 쏟아지고 있었다.샤워를 마친 진아는 발코니에 앉아 머리를 말리고, 지하는 옆에서 이젤을 세워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진아는 자세를 잡는 것도 귀찮다는 듯 쿠션에 기대앉아 그냥 편하게 있었다.그 평화로운 순간...띵동-초인종 소리가 정적을 깼다.문 앞에는 재명이 서 있었다.“무슨 일 있어?”진아가 물었다.“응. 처리할 게 좀 있어서.”지하는 짧게 대답하고, 태블릿을 꺼내 진아에게 건넸다.“잠깐만 이거 가지고 놀고 있어. 금방 끝낼게.”“그래.”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재명이 찾아왔다는 건 회사 일일 가능성이 컸다.괜히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진아가 앉은 자리에서는 거실 쪽에서 지하와 재명이 마주 앉은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둘의 대화는 들리지 않았지만, 분위기만으로도 일 얘기임을 알 수 있었다.진아는 흥미를 잃고, 시선을 다시 태블릿으로 돌렸다.그때, 주방 쪽에서 가사도우미가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기름에 볶는 향과 따뜻한 음식 냄새가 공기 중에 스며들었다.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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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3화

진아는 입안에 있는 음식을 꿀꺽 삼켰다.삼키고 나서야 겨우 말을 꺼냈다.“싫다는 게 아니라, 당신 집은 워낙 크잖아. 그 정도 규칙은 있어야지.”“당신 집?”지하가 눈썹을 찌푸렸다.“우리 집이지. 우린 한 식구잖아.”‘한 식구...?’진아는 그 말에 웃음이 났다가 금세 입을 다물었다.‘나는 그냥 며느리일 뿐이야. 끝까지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까?’‘하지만 그런 말 꺼냈다간 또 싸움이겠지.’‘이제는 피곤해. 그냥 밥이나 먹자.’지하는 그런 진아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진아의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 걸 눈치챘다.“나 한 그릇 더.”진아가 빈 밥그릇을 들어 올리며 장난기 어린 눈동자를 반짝거렸다. 지하가 웃으며 그릇을 받았다.“인제 그만 먹어. 너무 많이 먹으면 속 더부룩해.”“근데 배고파. 아직 덜 찼단 말이야.”진아가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그 표정이 어찌나 억울해 보이던지, 지하는 결국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진짜 조금만 더. 딱 반 공기야.”“응!”진아가 환하게 웃었다.지하는 새 밥을 퍼서 건네주며 그녀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요즘 왜 이렇게 식욕이 좋아졌어?”“배고파서.”진아는 닭갈비를 뜯으며 말했다.“며칠 전엔 위가 안 좋아서 제대로 못 먹었잖아. 이제 좀 괜찮아졌어.”“그래, 많이 먹어.”지하는 웃음을 지었다.“그래도 그렇게 먹다 살찌면 어떡해?”진아가 젓가락을 멈췄고,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그래서? 내가 살찌면 나 싫어할 거야?”지하는 살짝 당황한 듯 웃음을 삼켰다.“그런 뜻이 아니잖아.”“그래? 그럼 더 먹어야겠다.”진아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순간, 지하의 얼굴이 굳었다. 방금까지의 부드러운 분위기가 조용히 얼어붙었다.‘도대체 왜... 우리 대화는 꼭 이런 식으로 끝나는 걸까?’지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진아, 이제 그만 생각해. 나는 결혼한 이상, 이혼 같은 건 안 할 거야.”그 말에는 단호함과 지침이 섞여 있었다.진짜 이혼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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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4화

“그래요.”전화를 끊자마자, 진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핸드폰을 침대 옆에 내려놓으려던 순간...철컥-문이 열렸다.지하가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들어왔다. 방금 샤워를 마친 듯 어깨에 맺힌 물방울이 반짝였다.“깼어?”지하가 자연스럽게 말했다.“너 자길래, 잠깐 아래층 헬스장 다녀왔어. 운동 좀 하고 샤워했지.”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가락으로 탁자 위의 핸드폰을 가리켰다.“아까 오설아한테 전화 왔어. 내가 대신 받았어.”지하의 손이 멈췄다. 수건이 허공에서 멎은 채, 표정이 굳었다.“설아가... 뭐래?”“자기 남편 도와줘서 고맙다고 하더라.”“아.”지하는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진아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우리 남편, 참 대단하다.”그녀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전 여자친구 남편한테까지 그렇게 잘해주다니. 진짜... 대인배네.”“진아.”지하가 낮게 끊었다.진아의 다음 말을 듣고 싶지 않은 얼굴이었다.그는 수건을 아무렇게나 던지고, 순식간에 진아를 끌어안았다.진아의 몸이 남자의 품으로 휩쓸렸다.“잘 들어. 설아는 그냥 과거야. 넌 내 아내고, 나랑 서약한 사람이지.”지하의 눈빛이 매섭게 번쩍였다.“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마. 너, 나 떠날 생각 하지 마. 그런 일 생기면... 나, 너한테도, 네 가족한테도 가만 안 있을 거야.”진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지하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 깔린 기운은 묘하게 무서웠다.‘이거... 농담이 아니구나.’진아는 어색하게 웃었다.“뭐야, 그렇게 심각하게 말하지 마. 그냥 농담이잖아.”지하도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한숨을 쉬었다.“우리 신혼이야. 제발 이런 말 그만하자.”“내가 뭘?”진아가 눈을 치켜떴다.“한마디도 안 했는데, 혼자 흥분한 건 당신이잖아. 내가 당신 전화받았다고 화난 거야? 화났으면 화났다고 말해. 왜 자꾸 꼬아서 싸우게 만들어?”그녀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지하가 허리를 감아 붙잡았다.“앉아.”남자의 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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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5화

“그게 무슨 말이야?”지하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내가 언제 너한테 화낸 적 있어?”“없다고?”진아가 되물었다.지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있지... 근데, 매번 당신이 먼저 시비 걸었잖아.’하지만 그런 말은 꿀꺽 삼켰다. 남자는 상황 볼 줄 알아야 했다.“그래, 계속 말해봐. 왜 살찌고 싶다는 건데?”“그게 말이야...”진아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조금 통통해지고 싶어. 더 이상 사람들이 ‘부지하 애인하고 아내가 똑같이 생겼다’... 그런 소리 안 하게.”순간, 지하의 손이 진아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진아는 얼굴을 찡그렸다.“아, 봐봐. 내가 뭐랬어? 또 이러잖아.”“임진아.”그 이름을 부르는 순간,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지하가 진짜 화났을 때마다 항상 이렇게, 이름을 또박또박 불렀다.“일부러 그러는 거야? 길거리에서 누가 아무 말이나 한 걸... 왜 그렇게 신경 써?”진아는 오히려 피식 웃었다.“아무 말이라니? 솔직한 말이잖아. 사람들은 속으로 생각하는 걸 말한 것뿐이야. 당신이 나한테 처음 관심 가졌던 이유도, 내가 오설아랑 닮아서였잖아.” 지하는 대답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었다. 진아는 그 침묵을 보고,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봐, 역시 그렇지.’그녀는 테이블 위의 감자칩 봉지를 들었다.딱-소리가 나며 포장이 열렸다.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으려는 순간...“그만 먹어!”지하가 손을 뻗어, 감자칩 봉지를 거칠게 낚아챘다. 바닥에 흩어진 조각들이 부서지며 소리를 냈다.진아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지금 뭐 하는 거야?”그녀가 허리를 숙여 조각을 주우려 하자 지하가 손목을 잡았다.“줍지 마.”지하의 손끝이 차갑게 진아의 손을 누르고 있었다.“진짜 그렇게 생각해? 네가 설아랑 닮았다고?”진아는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내가 그렇게 생각했다는 거야?’‘당신이 그렇게 생각했던 게 아니고?’ “흥.”지하가 냉소를 흘렸다.“사람 얼굴엔 마음이 드러난대. 성격이 완전히 다른데 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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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6화

‘무슨 일이지?’‘대표님이랑 사모님은 늘 붙어 다니셨는데...’오늘은 공기가 이상했다.가사도우미는 조심스레 식탁을 차리며 눈치를 봤다.“대표님...”조심스레 말을 꺼내려는 순간...또각- 또각-2층에서 발소리가 내려왔다.진아였다.“이모님, 밥 다 됐어요? 배고파 죽겠어요.”“아, 네! 금방 됩니다!”가사도우미는 허둥지둥 대답했다.“사모님, 바로 차릴게요!”그녀는 슬쩍 지하 쪽을 흘겨보며 주방으로 사라졌다.지하는 이마를 짚었다.‘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밥 타령이라니.’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무거운 걸음으로 다이닝룸으로 향했다.진아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밥그릇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고개를 숙이고 밥만 보고 있었다.숟가락이 부딪치는 소리만 들렸다.지하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의자를 끌어다 앉으며 낮게 말했다.“그만 먹어.”“응?”진아가 눈을 들어 그를 봤다.“이제 밥도 마음대로 못 먹게 해?”“그만 먹으라니까.”지하가 진아의 젓가락을 잡아채더니, 그대로 빼앗았다.“아! 돌려줘!”“안 줘.”진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미쳤어?!”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방 쪽으로 몸을 돌렸다.“이모님, 젓가락 하나만 더...”“안 돼!”지하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끊었다.가사도우미는 숨도 못 쉬고 굳어 버렸다.‘이럴 땐 그냥 모른 척해야 해...’“도대체 왜 이러는데?”진아가 지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내가 직접 가져올게, 됐지?”“앉아.”지하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당신...”“임진아!”지하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인제 그만 좀 해. 그래, 인정할게. 나 처음에 네 얼굴에 끌렸어.”진아의 눈이 커졌다.“뭐?”“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난 네 마음이 아니라 얼굴을 봤었다고!” 진아는 입을 다물었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지하는 진심이었다.“내 취향이 그랬어. 난 그냥... 네 얼굴이 좋았어. 그런데 그게 문제라고 한다면, 나도 어쩔 수 없어.”진아는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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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7화

절친 사이엔 비밀이 없었다.진아는 제남도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시연에게 털어놨다.시연은 한참 말이 없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랬구나... 그래서 부지하랑 고유건이 그렇게 친한 거구나.”장소미 일로 이미 세상의 이면을 본 시연은, 그 두 남자의 ‘사랑 방식’이 어쩐지 닮아 있다는 걸 금세 눈치챘다.“진아.”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네 얘기 들어보니까... 부지하가 그래도 너한테는 잘하는 거 같아. 아직 결혼한 지 얼마 안 됐잖아.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지 마.”진아는 피식 웃었다.“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결혼하자마자 이혼이라도 할까 ?” “아니야, 그런 뜻은...”“알아.”진아는 고개를 저었다.“나 그럴 용기도 없어. 우리 집안에서 내가 그런 짓 하면... 우리 부모님, 얼굴 들고 못 살아.”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밑에는 작은 체념이 깔려 있었다.시연은 진아의 얼굴을 찬찬히 보더니, 손을 들어 볼살을 톡 건드렸다.“진짜 살 빠졌다니까. 소화가 안 된다며? 퇴근하고 나랑 선배한테 가자. 약이라도 좀 받아.”그 선배는 도전만 교수 밑에서 한의학을 전공한 사람이었다.체질 진단과 위장 관리로 꽤 소문난 사람이었다.“그래야겠다.”진아는 가볍게 웃었지만, 속으로는 생각했다. ‘정말 이상하긴 해... 먹는데도 살이 안 붙어.’ 퇴근 무렵, 지하는 평소처럼 진아를 데리러 왔다.“왜 왔어? 바쁠 텐데.”진아는 의아했다.결혼 이후 꽤 긴 휴가를 썼던 지하라, 이제 정신없이 바쁠 줄 알았다.“나 아직 신혼이야.”지하가 차문을 열며 말했다.“먼저 데리러 와서 밥 같이 먹고, 밤엔 미팅 가면 되지.”‘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일부러 온 거구나.’조금 번거로워 보여도 지하는 그런 내색 하나 없었다.그게 오히려 진아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시연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너무 급하게 결정하지 마.’진아는 속으로 중얼거렸다.‘그래, 조금만 더 지켜보자. 내가 너무 예민한 걸 수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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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8화

“그래.”성빈이 씁쓸하게 웃었다.“근데, 은범아. 내가 그때... 진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었다면 믿겠냐?”은범이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말이야? 제대로 말해봐.”성빈이 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때는 진짜... 진아를 친구로라도 잃을까 봐 무서웠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사귀자고 한 거야. 솔직히 그땐, 그 이후를 전혀 생각 못 했어. 그냥... 좋은 친구일 뿐이라고 믿었지.”“그럼 지금은?”은범의 표정엔 냉정함이 섞여 있었다. 이런 이야기에 반전이 없을 리가 없었다.성빈의 입꼬리가 비틀리듯 내려앉았다.“지금은... 이해해. 사람이 어떤 걸 가졌을 땐 그게 당연한 줄 아는데, 잃고 나면 알게 돼. 그게 얼마나 대체 불가능한 건지.”그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바로 진아였다.은범이 헛웃음을 터뜨렸다.“야, 설마 지금 와서 깨달았다는 게... 진아한테 친구 이상의 감정이 있었다는 거냐?”성빈은 대답 대신, 쓴 표정으로 은범을 바라봤다.“나... 많이 멍청하지?”“멍청하지, 완전.”은범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좋아하는지 아닌지도 구분 못 하면서 뭘 사귀고 헤어져?”“나도 알아.”성빈이 고개를 숙였다.“왜 난 너처럼 못 살았을까? 넌 열여덟 살 때부터 네 마음이 뭔지 알고 살았잖아.”‘은범은 처음부터 한 사람뿐이었지.’‘근데 난... 그걸 잃고 나서야 알았어.’은범이 ‘죽을 때까지 변치 않는 사랑’이란 말을 진짜로 이해했을 때, 성빈은 아직도 여러 사람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진짜 사랑’을 찾고 있었다.하지만 성빈은 몰랐다.그 진짜 사랑이... 늘 자기 곁에 있었다는 걸.허공을 맴도는 성빈의 눈빛에는 오랜 후회가 스며 있었다. “그만 쳐다봐라.”은범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면서 맞은편에 앉은 진아와 시연 쪽을 흘끗 보며 덧붙였다.“이제 와서 깨달아도 소용없어. 진아는 지금 잘 살고 있어. 부지하 대표가 진짜 잘해줘. 진아 부모님도 편하게 지내시고.”그건 사실이었다.부씨 가문의 도움으로 임태권의 사업도 안정됐고,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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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9화

진아 쪽에서는 웃음소리와 음악 소리가 뒤섞여 흘러나왔다.남자 목소리, 여자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그 생생한 소리에 지하는 알 수 없는 불쾌감이 천천히 올라오는 걸 느꼈다.“밖이야? 친구들이랑 있는 거야?”지하가 최대한 부드럽게 물었다.“이제 늦었는데, 내가 데리러 갈게.”[데리러 온다고?]진아가 놀란 듯 되물었다.[당신... 돌아왔어?]그 말투엔 반가움보다 놀람이 먼저 묻어 있었다.지하의 미간이 살짝 움직였다. 속으로는 이미 심기가 복잡했지만, 겉으론 여전히 차분했다.“그래, 방금 도착했어. 어디야? 내가 갈게.”[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진아가 조심스레 말했다.[방금 왔다며? 피곤할 텐데 얼른 쉬어.]“어디냐고 물었잖아.”지하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단어 하나하나에 눌린 감정이 묻어났다.“가겠다고 했어. 데리러 간다고.”진아는 그 말투에서 더 이상 거절이 통하지 않음을 느꼈다.‘이럴 줄 알았지...’[이타원 근처야.]결국 진아가 대답했다.“이타원?”이타원, 술집 거리.지하는 짧게 되묻더니, 숨을 내쉬며 짐짓 담담하게 말했다.“알겠어. 곧 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지하는 말없이 차 키를 들었다.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이타원의 밤은 여전히 시끄러웠다.비가 갠 뒤의 거리엔 술 냄새와 향수가 섞여 떠돌았다.지하는 도착하자마자 조용히 차를 세우고, 한참을 바라본 후에야 안으로 들어갔다.문을 여는 순간, 커다란 베이스 소리가 온몸을 울렸다.눈이 아릴 만큼 어두운 조명, 번쩍이는 불빛.지하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한번 감았다가 떴다.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은범이었다.“부 대표님.”은범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지하는 짧게 답했다.“노 사장님만 계시네요?”“다들 무대 쪽에 있어요.”은범이 고개를 들어, 무대 앞을 가리켰다.“다 같이 춤추고 있네요.”지하의 시선이 그 방향으로 향했다.그리고, 바로 찾았다.조명 사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진아.길게 풀어진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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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0화

“여보?”지하가 팔에 힘을 주며 진아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그 동작엔 은근한 경고의 의미가 섞여 있었다.“알았어.”진아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친구들을 향해 미안한 미소를 지었다.“나 먼저 갈게. 다음엔 내가 살게.”“그래, 조심히 가.”“응, 잘 가.”지하는 아무 말 없이 진아의 허리를 감싸안고 몸을 돌렸다.그때 성빈과 시선이 마주쳤다.성빈의 눈은 분명히 진아에게만 머물러 있었다.‘눈깔이 붙었나, 왜 쳐다보고 있어.’지하의 속에서 서늘한 불쾌감이 피어올랐다.밖으로 나오자마자, 두 사람은 말없이 차에 올랐다.시동이 걸리고, 불빛이 스쳐 지나갔다.차 안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지하는 운전대를 잡은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표정은 단단히 굳어 있었다.진아는 몰래 두 번쯤 옆을 훔쳐봤다.‘또 왜 저래...’결국 포기하고 창밖만 바라봤다.하루 종일 긴장이 이어졌던 탓일까... 진아는 몸이 풀리자 금세 졸음이 몰려왔다.그녀는 고개를 기대고 그대로 잠들었다.“여보.”마크힐스 지하 주차장.지하의 목소리에 진아가 눈을 떴다.“응?”진아가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다.“도착했네.”문을 열려던 순간, 지하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진짜 몰라서 그런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거야?”지하의 말투엔 피로가 아닌 냉기가 섞여 있었다.“하긴, 임 박사 정도 머리면, 진짜 모를 리는 없겠지.”“뭐?”진아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하고 싶은 말 있으면 그냥 해. 돌려 말하지 말고.”“좋아.”지하가 안전띠를 풀며 몸을 기울였다.“내가 화난 거, 눈치 못 챘어?”진아는 순간 멈칫했다.‘챘지... 근데 대체 왜 화난 건데?’“그럼 왜 화났는데?”“너...”지하가 짧게 숨을 들이켰다.“임진아, 요즘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거야?”“내가 뭘?”진아는 이마를 문질렀다.“우리 출국 전엔 멀쩡했잖아. 근데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인데?”지하는 결국 참지 못했다.“왜 나한테 말 안 했어?”남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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