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내 지난 일에 그렇게 관심 많아?”“아니.”진아는 짧게 대답했다. 말하고 나서야 후회가 밀려왔다.‘내가 왜 그런 말을 꺼냈지... 아무 의미도 없는데.’“그냥, 농담이었어. 그렇게 얼굴 굳힐 일은 아니잖아?”‘얼굴 굳힐 일?’지하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분명 먼저 건드려놓고선, 이제 와서 아무렇지 않게 말하네.’하지만 그는 더 이상 따질 마음이 없었다.결혼한 남자가 지켜야 할 규칙 하나.가정의 평화를 원한다면, 아내가 먼저다.“진아.”지하는 손끝으로 진아의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말했다.“우리... 이제 과거 얘기는 그만하자. 넌 내 아내고, 앞으로의 시간은 우리 둘 거잖아.”진아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눈을 감았다.“그럼 왼쪽 좀 더 긁어줘. 거기 간지러워.”“여기?”“아니, 좀 더 아래.”“여기?”“응, 거기. 좋아.”진아의 목소리에 미소가 섞였다.창밖으로 햇살이 부드럽게 쏟아지고 있었다.샤워를 마친 진아는 발코니에 앉아 머리를 말리고, 지하는 옆에서 이젤을 세워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진아는 자세를 잡는 것도 귀찮다는 듯 쿠션에 기대앉아 그냥 편하게 있었다.그 평화로운 순간...띵동-초인종 소리가 정적을 깼다.문 앞에는 재명이 서 있었다.“무슨 일 있어?”진아가 물었다.“응. 처리할 게 좀 있어서.”지하는 짧게 대답하고, 태블릿을 꺼내 진아에게 건넸다.“잠깐만 이거 가지고 놀고 있어. 금방 끝낼게.”“그래.”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재명이 찾아왔다는 건 회사 일일 가능성이 컸다.괜히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진아가 앉은 자리에서는 거실 쪽에서 지하와 재명이 마주 앉은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둘의 대화는 들리지 않았지만, 분위기만으로도 일 얘기임을 알 수 있었다.진아는 흥미를 잃고, 시선을 다시 태블릿으로 돌렸다.그때, 주방 쪽에서 가사도우미가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기름에 볶는 향과 따뜻한 음식 냄새가 공기 중에 스며들었다.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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