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강석이랑 정빈이 보기엔, 시연은 단순히 ‘의리’ 때문에 그런 거였다.여자의 마음이란, 참으로 복잡하다. 강석과 정빈은 시연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오후 두 시가 조금 넘자, 시연은 병원을 나섰다.이틀째 수술만 맡고 있었던 시연은 그 외의 일은 레지던트나 같은 팀 동료들에게 부탁해 두었다.모두가 고상훈의 죽음을 알고 있었기에, 자연스레 서로가 시연을 도왔다.오늘 시연은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 택시를 타야 했다.길가에 서서 기다리던 그때, 한 대의 차가 다가와 시연 앞에 멈췄다.“시연.”운전석 창문이 내려가고, 레오가 미소 지었다. 그 미소엔 다정함과 함께 조심스러운 눈치가 섞여 있었다.“어디 가? 내가 데려다줄게.”시연은 잠시 망설였다.‘거절해야 하는데... 그래도, 모른 척할 수는 없잖아.’결국, 시연은 조용히 문을 열고 차에 올랐다.“고씨 가문 본가로 가요.”“알지.”레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랑 관련된 건 다 알고 있어.”자기 딸이 고씨 가문 본가에서 그렇게 오래 지냈는데, 모를 리가 없었다.그 말을 듣자, 시연은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 안에는 묘하게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그... 있잖아요.”잠시 후, 시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GP그룹 일, 감사해요.”그게 오늘 시연이 이 차에 탄 이유였다.시연은 알고 있었다. 레오가 유건을 도운 건, 자신의 체면을 봐서라는 걸.고상훈이 임종 직전에도 시연에게 많은 말을 남겼었다.“아, 아냐. 별거 아니야.”레오는 어쩐지 감정이 북받쳤다.딸이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뒤, 이렇게 평온하게 이야기를 나눈 건 처음이었다.그 뒤로는, 다시 조용해졌다.서로 할 말이 없었다.그저 차창 밖 풍경만이, 묵묵히 흐르고 있었다.“시연...”레오는 백미러로 딸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조만간, 나랑... 우리, CA국으로 돌아가야 해.”‘돌아간다고?’시연이 잠깐 멍해졌다. 그래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