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 한마디에 지하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그는 진아를 더 세게 안았다.“진아, 고마워. 정말... 고마워.”“됐어.”진아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부부 사이에, 이런 말까지 해야 한다는 게 슬펐다.‘고맙다’라는 말이 위로보다 더 무겁게 들렸다.하지만 어쩌겠나?진아에게는 지하와 이혼할 용기가 없었다.그렇다면 결국 이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편하게 살려면, 그냥... 모른 척해야지.’진아는 자신을 다독였다....진아는 어느 순간부터, 자기 몸이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처음엔 그냥 ‘요즘 살이 안 찌네’ 하고 넘겼다.그런데 이젠 점점 더 마르고 있었다.가장 심각했던 건, 그날 밤이었다.잠깐이었지만, 진아는 정말로 지하를 알아보지 못했다.지하는 그저 놀라서 무서웠을 뿐이었지만, 진아는 그 일을 마음 깊이 새겨두었다.며칠 뒤, 진아는 시간을 내서 병원에 들렀다.오랫동안 근무했던 강울대병원, 그곳은 진아에게 낯설지 않았다.대기표도 필요 없었고, 결과를 보여줄 의사도 필요 없었다.진아 자신이 그 분야의 전문가였으니까.검사를 마치고, 결과지를 펼쳐 본 진아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보고서도 만들지 않았다.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그저 진료실 앞 벤치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한참 후, 진아는 핸드폰을 들어 지하의 번호를 눌렀다.하지만, 전화받지 않았다.“그래...”진아가 작게 중얼거렸다.오늘이 오설아의 이혼 재판일이었다.아침에 나가기 전, 지하가 말했다.오늘 법정에 가서 직접 들을 거라고.그 재판은 어려운 사건이 아니었다.지하는 그저 설아의 편에 서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러 간 것뿐이었다.진아는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손끝으로 굴렸다.‘이 전화... 다시 걸 수 있을까.’‘아니, 이제는... 굳이 뭐라고 할 말도 없네.’진아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병원을 나섰다....그 시각, 법정에서는 이혼 재판이 막 끝나고 있었다.지하가 핸드폰을 확인하자, 화면에 진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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