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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의 모든 챕터: 챕터 1441 - 챕터 1450

1476 챕터

제1441화

“그래.”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 한마디에 지하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그는 진아를 더 세게 안았다.“진아, 고마워. 정말... 고마워.”“됐어.”진아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부부 사이에, 이런 말까지 해야 한다는 게 슬펐다.‘고맙다’라는 말이 위로보다 더 무겁게 들렸다.하지만 어쩌겠나?진아에게는 지하와 이혼할 용기가 없었다.그렇다면 결국 이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편하게 살려면, 그냥... 모른 척해야지.’진아는 자신을 다독였다....진아는 어느 순간부터, 자기 몸이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처음엔 그냥 ‘요즘 살이 안 찌네’ 하고 넘겼다.그런데 이젠 점점 더 마르고 있었다.가장 심각했던 건, 그날 밤이었다.잠깐이었지만, 진아는 정말로 지하를 알아보지 못했다.지하는 그저 놀라서 무서웠을 뿐이었지만, 진아는 그 일을 마음 깊이 새겨두었다.며칠 뒤, 진아는 시간을 내서 병원에 들렀다.오랫동안 근무했던 강울대병원, 그곳은 진아에게 낯설지 않았다.대기표도 필요 없었고, 결과를 보여줄 의사도 필요 없었다.진아 자신이 그 분야의 전문가였으니까.검사를 마치고, 결과지를 펼쳐 본 진아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보고서도 만들지 않았다.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그저 진료실 앞 벤치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한참 후, 진아는 핸드폰을 들어 지하의 번호를 눌렀다.하지만, 전화받지 않았다.“그래...”진아가 작게 중얼거렸다.오늘이 오설아의 이혼 재판일이었다.아침에 나가기 전, 지하가 말했다.오늘 법정에 가서 직접 들을 거라고.그 재판은 어려운 사건이 아니었다.지하는 그저 설아의 편에 서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러 간 것뿐이었다.진아는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손끝으로 굴렸다.‘이 전화... 다시 걸 수 있을까.’‘아니, 이제는... 굳이 뭐라고 할 말도 없네.’진아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병원을 나섰다....그 시각, 법정에서는 이혼 재판이 막 끝나고 있었다.지하가 핸드폰을 확인하자, 화면에 진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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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2화

“지하야.”뒤돌아본 지하 앞에 설아가 서 있었다.설아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고마워. 정말... 진심으로 고마워.”지하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깔끔하게 이혼이 끝나지도, 그 좋은 재산 분할받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됐어.”지하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그냥 가볍게 도와줬을 뿐이야.”잠시 말을 멈춘 지하는, 설아를 똑바로 바라보며 덧붙였다.“이제 너도 끝났으니까, 새로 시작하면 돼. 설아야, 이제 진짜 잘 살아.”설아는 잠시 멍해졌다.그 말에는... 어딘가 이별 같은 느낌이 섞여 있었다.‘잘 살라니... 그게 무슨 뜻이야? 이제 끝이라는 거야?’하지만 설아는 태연하게 웃으며 대꾸했다.“오늘 나 진짜 기분 좋다. 지하야, 내가 밥 살게. 이렇게 도와줬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잖아.”“아니야, 됐어.”“안 돼.”설아가 단호하게 말했다.“성의라도 보여야지. 내가 직접 요리할게. 우리 집으로 와.”지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진아 요즘 몸이 좀 안 좋아. 다음에 보자.”“진아 씨?”설아의 미소가 살짝 굳었다.그 한마디는 마치 ‘선 긋자’라는 경고처럼 들렸다.설아는 애써 웃으며 물었다.“몸이 안 좋아? 어디 아파?”“소화가 좀 안 돼서 그래.”지하는 무심히 대답했지만, 얼굴엔 걱정이 묻어 있었다.요즘 진아는 아무리 잘 챙겨줘도 하루가 다르게 마르고 있었다.‘이제 설아 일도 끝났으니까, 진아도 좀 편해지겠지... 살도 좀 찌고.’그렇게 생각하며 지하는 마크힐스로 돌아가기 전에 설아를 집 앞까지 바래다줬다.하지만 집에 도착하자, 집 안은 조용했다.진아가 없었다.이런 경우는 거의 처음이었다.지하는 바로 진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진아가 전화를 받았다.뒤편이 꽤 시끄러웠다.음악 소리, 사람들 목소리... 아무래도 밖이었다.“어디야? 나 집 왔어.”[진짜?]진아가 놀란 듯 말했다.[이 시간에? 좀 빠른데.]“뭐가 빠른데?”지하의 목소리가 살짝 날카로워졌다.“재판 끝나자마자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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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3화

“어, 어...!”남자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저 잠깐의 로맨스쯤으로 생각했던 일인데, 상대가 유부녀라는 걸 깨닫자 얼굴이 새빨개졌다.남자는 서둘러 핸드폰을 집어넣고, 머쓱하게 인사하더니 황급히 사라졌다.“푸핫, 하하하하...”남자가 사라지자 진아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웃어?”지하는 아직 화가 덜 풀렸다.집에 갔을 때 진아가 없었던 것도 이미 기분이 나빴는데, 막상 와 보니 낯선 남자랑 신나게 놀고 있었다.“이 와중에 웃음이 나와?”입으론 그렇게 말하면서도 지하는 어느새 손을 뻗어 진아의 허리를 감쌌다.“나랑은 같이 안 놀더니, 낯선 남자랑은 그렇게 잘 놀아?”“그 사람 말이야?”진아가 팔을 들어 지하의 어깨에 기대며 몸을 살짝 흔들었다.“나 혼자 놀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먼저 대결하자고 했어.”“하.”지하는 비웃듯 코로 짧게 숨을 뱉었다.“내가 안 왔으면, 연락처라도 주려고 했던 거 아니야?”“응?”진아가 한쪽 눈썹을 올렸다.“그럴 수도 있지 뭐... 하하하.”“임진아.”지하가 낮게 이름을 불렀다.그리고 진아의 허리를 살짝 꼬집었다.아프진 않았지만, 간질간질했다.“하하하하, 그만해!”진아는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결국 지하의 손을 붙잡았다.“그럼, 이렇게 된 김에 당신이 나랑 놀아줄래?”“좋지.”지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안 그러면 또 누가 자기 아내한테 접근할지도 모르니까.“가자!”진아가 손을 잡아끌었다.두 사람은 오락실의 거의 모든 게임을 돌아다녔다.사실 진아의 실력은 별로였다.그런데도 진아는 계속 웃고 있었다.지하는 그 웃음을 보며 생각했다.‘그래, 이런 게 좋지.’‘이기는 게 뭐가 중요해. 즐거우면 되는 거야.’오락실을 나서며 지하는 바로 옆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 콘 두 개를 사 왔다.“자.”진아는 망설임도 없이 두 개를 모두 받아 한 쪽씩 베어 물었다.“음, 맛있다.”“응?”지하가 미간을 찌푸리며 웃었다.“두 개 다 네 거야? 내 건 없어?”“먹고 싶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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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4화

하룻밤 푹 잤다.다음 날 아침, 지하가 눈을 떴을 때 품은 이미 비어 있었다.“여보?”아직 덜 깬 잠이 순식간에 날아갔다.지하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집 안을 둘러봤다.다행히 옷방에서 진아의 그림자가 보였다.지하는 두 걸음에 다가가 뒤에서 그녀를 안았다.“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일 그만두기로 했잖아.”“부지하 씨.”진아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지하의 품에 팔을 둘렀기에, 그녀의 따뜻한 손이 남자의 등에 닿아 있었다.그런데 그 입에서 나온 말은 너무 낯설었다.“우리... 그만하자.”지하는 순간 멈칫했고, 눈이 커졌다.‘뭐라고...?’“여보, 우리 어제 얘기했잖아. 이제 잘 지내자고.”“응.”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지금 이렇게 얘기하는 거야. 싸우고 싶지 않아. 그냥... 조용히 끝내고 싶어.”“뭐?”지하가 헛웃음을 내뱉었다.“이게 조용히 얘기하는 거야?”그는 곧바로 어제 일을 떠올렸다.“설아 때문이야? 설아 이야기는 이제 끝났잖아. 이혼도 정리됐고, 다 끝났어!”“상관없어.”진아가 고개를 저었다.목소리는 담담했다.“앞으로 당신 일에는 신경 안 쓸래.” 그녀의 눈빛이 정확히 지하를 향했다.“어제 내가 전화했을 때, 사실 진짜로 당신이 받길 바랐어.”잠시 숨을 고르고 진아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내가 했던 말 기억나? 나랑 오설아 사이에서, 다시는 그 여자를 선택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런 적 없어!”지하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재판이었잖아, 그건 너도 알고 있었잖아!”“그랬지.”진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표정엔 미세한 흔들림조차 없었다.“그래도... 어쩌겠어. 그날 내 전화를 안 받았잖아. 그래서 이제... 그만하려고.”지하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그녀가 이렇게 똑바로 말할 줄은 몰랐다.“그 이유로?”“응.”진아는 미소를 지었다.그 미소는 평온했지만, 그 안엔 완전히 식어버린 감정이 담겨 있었다.“당신 눈엔 내가 유치하게 보이겠지. 괜히 별것 아닌 걸로 화내는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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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5화

진아는 조용히 캐리어를 닫았다.그 손끝의 움직임엔 망설임이 전혀 없었다.이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결심이었다.“가지 마.”지하가 다가와 진아의 손에서 캐리어 손잡이를 거칠게 빼앗았다.그러고는 그대로 발로 차버렸다.진아가 놀라서 지하를 바라봤다.“왜 안 된다는 거야?”지하의 목소리는 낮고, 분노로 떨렸다.“임 박사 정도 되는 사람이, 사람이 뱉은 말에는 책임져야 한다는 것도 몰라?” “응, 알아.”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맞지.”“그럼 왜...”“근데...”진아가 짧게 웃었다.“인생은 너무 짧잖아. 그냥 문득... 내가 하고 싶었던 걸, 지금이라도 해보고 싶어졌어.”“뭐?”지하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나랑 있으면 그걸 못 해? 내가 언제 너한테 뭐 하지 말랬어?”“부지하 씨.”진아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그 순간, 가슴이 아주 살짝 아려왔다.“내가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처음부터 잘못된 이 결혼을 끝내는 거야.”“임진아!”지하는 거의 외치듯 불렀다.그녀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잘 지내던 우리였는데... 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설아 일도 다 정리됐고, 이제 정말 평온해질 거라 믿었는데...“안 돼.”지하의 표정이 굳어졌다.“나는 동의 못 해. 내 허락 없이, 넌 이 집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그 말을 남기고, 지하는 홱 돌아서 나가버렸다.진아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뭐야, 지금 협박한 거야?’하지만 곧 알게 됐다.그게 단순한 말이 아니었다는 걸....진아가 계단을 내려가자 거실에 낯선 남자 둘이 앉아 있었다.둘 다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고, 군인처럼 자세가 꼿꼿했다.둘은 진아를 보자마자 일어나 인사했다.“사모님, 기 비서님께서 저희를 보내셨습니다. 사모님을 보호하라고 하셨습니다.”‘기 비서...? 기재명.’진아의 눈매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보호? 웃기지 마. 감시겠지.’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그건 웃음이라기보다...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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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6화

“물론이죠.”하순자가 말했다.“식욕이 꽤 좋으셨습니다.”“알았어요.”지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 진아가 괜히 화나서 밥까지 거를까 봐 걱정했는데...’진아는 그런 면에서 참 괜찮았다.둘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더라도, 불편한 일이 있더라도 진아는 엉뚱한 걸로 감정싸움을 하진 않았다.진아는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지하와 진아의 ‘이성’이 늘 엇갈린다는 거였다.지하는 뒷마당으로 걸어 나갔다.햇살이 딱 좋았다. 너무 뜨겁지도 않고, 몸에 닿는 온기가 기분 좋게 퍼졌다.지하는 주변을 둘러봤다.‘진아는 어디 있지?’그때였다.잔디 사이로 길고 얇게, 새빨간 그림자가 드러나 있었다.진아였다.진아는 붉은 캐시미어 롱원피스를 입고 잔디에 누워 있었다. 얼굴 위엔 토끼털 버킷 모자을 덮어놨다.옆에는 핸드폰이 놓여 있었고, 즐겨찾기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왔다.진아는 꽤 한가롭고 평온해 보였다.“여보.”지하는 몸을 굽혀 진아 얼굴 위의 모자를 걷어내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응?”진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오랫동안 빛을 가렸던 눈이 갑자기 햇살을 받아 잠시 적응이 안 되는 듯했다.“왔어?”톤은 담담했다. 기쁨도, 짜증도 느껴지지 않는 중립적인 말투였다.“바쁘지 않아? 아직 시간도 이른데?”지하의 귀엔 그 말이 묘하게 비꼬는 듯 들렸다.“응, 다 끝냈어. 저녁 자리는 재명이 보고 대신 가라고 했지.”지하는 진아의 긴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했다.“일 안 하고 혼자 집에 있으니까... 답답하지 않아?”진아가 눈을 굴리며 말했다.“날 이 감옥에서 꺼내주기만 하면, 훨씬 재밌게 지낼 수 있을 거야.”지하는 말없이 굳었다.‘감옥이라니... 꺼내주다니...’‘그래, 인정해. 내 방식이 좀 과하긴 했어.’하지만 진아가 원하는 게 ‘자유롭게 나다니는 거’인지, 아니면 ‘여길 영영 떠나는 거’ 인지는... 알 수 없었다.지하는 그 위험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그는 고개를 숙여 진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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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7화

“바로 그거야.”진아는 게으르게 지하를 바라봤다.“그런 생각은 이제 버려. 나한테 미안해하지 마. 난 당신 원망 안 해.”진아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당신은 나한테도, 우리 집안에도 이미 충분히 잘했어.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난 그저... 당신이 진짜 행복했으면 좋겠어.”소리도 지르지 않고, 감정 한 점 드러내지 않는 진아의 모습이... 오히려 지하를 더 불안하게 했다. “여보, 나 믿어줘. 나 그런 마음, 단 한 번도...”“이제는 해봐.”진아는 지하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이제 생각해도 돼. 내가 허락할게. 제대로 고민해 봐.”“여보, 나...”“당신, 오설아 많이 사랑했지?”진아의 눈가가 살짝 시큰해졌다.하지만 그 눈동자는 여전히 마른 상태였다.“그렇게 사랑하지 않았다면, 내가 당신 아내가 될 일도 없었겠지. 이제 오설아는 자유야.”“아마... 오설아도 후회하고 있을 거야. 지금이라도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지하가 무언가 말하기 전에 진아는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지금은 대답하지 마. 당신은 나를 가둘 수도 있고, 경호원 시켜 감시하게 할 수도 있겠지. 괜찮아. 난 기다릴게. 당신이 정말 마음을 정할 때까지.”“여보...”지하는 떨리는 손으로 진아의 손을 잡아 내렸다.손끝이 이상하리만큼 떨렸다.정확히 말하면, 떨림을 넘어 아프기까지 했다.“결국 아직도 날 안 믿는 거야! 좋아, 증명해 줄게. 나랑 설아, 다 끝났어. 완전히!”‘부지하, 여전히 고집불통이네...’진아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그래? 그럼 우리 약속 하나 하자.”“약속?”“응.”진아가 천천히 말했다.“이제 오설아 만나지 마. 연락도 하지 말고. 그 여자한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절대 나서지 마. 그거... 할 수 있어?”지하는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못 하겠어?”진아가 눈썹을 살짝 올렸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입가엔 묘한 웃음이 번졌다.“바보야, 아직 오설아 못 놓았잖아.”“할게!”지하가 갑자기 고개를 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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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8화

진아가 조급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지난 일주일 동안 지하는 거의 진아 곁에서 떨어지질 않았다.회사에 가는 시간 말고는, 매일 같이 일찍 퇴근해 집으로 돌아와 진아 옆에 붙어 있었다.진아는 그게 조금 과하다고 느꼈다.‘부지하... 일부러 이러는 거지.’‘마치 당신이 곁에 있으면, 우리 사이가 절대 안 무너질 것처럼...’하지만 진아는 어쩐지 예감이 들었다.‘우린 오래 못 가겠지. 하늘이 나한테 병까지 주었는데, 이건 분명한 신호야.’낮잠에서 깨어난 진아는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핸드폰을 들어 달력을 확인했다.이번 달 생리,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물론 불규칙할 때도 있긴 하지만, 결혼한 여자에겐 이건 절대 좋은 신호가 아니었다.‘설마...?’진아는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 없어. 꾸준히 피임했잖아.’그래도 혹시 몰라서 진아는 확인하기로 했다.핸드폰을 들어 병원 동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일어날 일은, 결국 피할 수 없지.’...해 질 무렵, 지하는 평소처럼 서둘러 회사를 나섰다.마크힐스로 가는 길, 핸드폰이 울렸다.오설아였다.지하는 화면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결국 통화를 눌렀다.‘이젠 말해야지. 정리할 건 정리해야 해.’“여보세요, 설아...”[지하야!]전화기 너머에서 설아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흑... 어떡해, 나 너무 무서워...]“무슨 일이야? 무슨 일 생긴 거야?”지하는 순식간에 온몸이 굳었다.“설아, 울지 말고 천천히 말해.”[나 방금... 넘어졌어. 배가 너무 아파...]“설아, 진정해! 괜찮아, 내가 지금 바로 구급차 부를게. 우리 병원에서 보자!”[응... 응, 알겠어...]전화를 끊자마자 지하는 곧장 119에 신고했다.상황을 정리한 뒤, 핸드폰을 쥔 채 잠시 망설였다.‘진아한테 말해야 하나?’지하는 떳떳했다. 숨길 일은 아니었다.‘그런데 문제는... 진아랑 약속했잖아.’‘다시는 오설아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고.’‘하지만 오늘은 예외야. 진짜로, 어쩔 수 없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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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9화

지하는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흑... 흑...”설아가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어깨가 들썩거릴 정도로, 참을 수 없는 울음이었다.지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설아, 그만 울고... 지금은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지.”“나...”설아가 손을 내리고 지하를 봤다.눈가가 벌겋게 부어 있었다.“모르겠어.”“설아.”지하는 난감한 듯 숨을 내쉬었다.“넌 그 아이의 엄마야. 결정은 네가 해야 해.”그 말이 옳다는 걸, 설아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입술만 파르르 떨릴 뿐, 말은 나오지 않았다.“그럼...”지하는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레 물었다.“이 일... 윤빈한테 알릴 생각은 해봤어?”윤빈과 설아는 이미 이혼했다.하지만 이 아이는 결국 둘의 아이였다.게다가... 시기적으로, 너무도 애매했다.“안 돼!”지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설아가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손이 꽉 쥐어지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그 사람이랑 아무 상관 없어! 그 사람은 이 아이를 알 자격도, 결정할 권리도 없어!”“설아...”지하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네가 낳겠다고 하면... 결국 윤빈이 모를 수는 없을 거야.”“나, 나...”설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얘졌다.그 말이 두려웠다.‘그 사람이 알게 되면... 그땐 정말 끝이야.’“흑... 안 돼. 지하야, 나 어떻게 해야 해... 나 너무 무서워...”설아는 울먹이며 지하의 팔을 붙잡았다.그리고 그대로 지하의 품으로 파고들었다.지하는 손을 들었다가 잠시 멈췄다.‘밀어내야 해. 지금 이건 안 돼.’하지만 설아의 몸이 너무나 작게 떨리고 있었다.결국 그는 손을 내리지 못했다.복도 끝에서 오후 근무 간호사가 손을 흔들었다.“임 선생님!”진아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걸음을 재촉했다.“지금 시간 괜찮으세요?”“괜찮아요. 임 선생님은 여기 잠깐 서 계세요. 치료 트레이 금방 가지고 올게요.”“네.”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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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0화

진아는 지하의 손이 닿기 전에 이미 한발 물러섰다.손끝이 닿기라도 하면 숨이 막힐 것 같았다.진아는 지하를, 그리고 오설아를 번갈아 보았다.잠시 후, 아주 엷은 미소를 띠었다.“이게 당신이 말한 ‘볼일’이었구나.”목소리는 놀랄 만큼 담담했다.하지만, 종잇장처럼 얇아서 바람만 스쳐도 찢어질 것 같았다.“여보...”지하가 입을 떼었지만, 변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진아의 눈빛이 이미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진아는 그에게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그냥 돌아서서 걸었다.“여보!”지하가 급히 뒤따라와 진아의 팔을 붙잡았다.“들어봐. 일부러 숨긴 거 아니야. 그냥...”“쉿.”진아가 그를 짧게 쏘아보았다.“할 말 있으면, 다 끝내고 집에서 해. 응?”주변을 둘러보니, 벌써 몇몇 사람들이 이쪽을 힐끔거리고 있었다.“아니면, 여기서 다들 구경하게 둘까?”진아는 고개를 저었다.“여긴 내가 일하던 병원이야. 아는 사람 많아. 제발... 내 체면은 좀 지켜줘.”“알았어.”지하가 여전히 팔을 놓지 않은 채 말했다.“그럼 지금 같이 가자. 집으로.”“지금?”진아가 비웃듯 눈썹을 올렸다.지하의 어깨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나는 상관없어. 근데 당신은... 좀 어렵겠지? 저기, 누가 기다리고 있잖아.”지하가 고개를 숙였고,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그래, 결국 그렇지.’진아는 가볍게 웃었다.“이제 손 놔. 난 먼저 갈게. 끝나면... 그때 얘기하자.”그 말과 함께 팔을 빼냈다.“여보...”지하의 목소리가 따라붙었다.“기다려줄 거지?”그때, 간호사가 복도 끝에서 진아를 불렀다.“임 선생님!”진아는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렸다.“금방 갈게요!”진아가 짧게 말하며 간호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지하는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됐어요?”간호사가 트레이를 내려놓으며 미소 지었다.“축하드려요.”그리고 조용히 진아의 귀에 속삭였다.“양성이에요.”진아는 아무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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