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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의 모든 챕터: 챕터 1431 - 챕터 1440

1476 챕터

제1431화

“응.”지하는 조금 피곤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진아가 옷방으로 가기도 전에 그녀의 어깨에 몸을 기대었다.“얘기하면서 좀 먹었어.”진아는 그제야 지하에게서 술 냄새가 나는 걸 알아챘다.“배는 좀 채웠어? 부엌에 국 있는데, 한 그릇 먹을래?”‘술자리에서 밥이 제대로 넘어갔겠어?’지하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럼 한 그릇 먹을게.”“내가 데워 올게.”진아는 지하를 살짝 밀며 물었다.“옷만 갈아입고 내려올 거야, 아니면 씻고 올래?”“옷만 갈아입고 올게.”“응, 알았어.”...지하가 내려왔을 땐, 진아가 막 데운 국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지하는 뜨거운 국을 한입 떠넣고 나서야 몸 구석구석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고마워, 여보.”진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뭘 고마워해, 내가 끓인 것도 아닌데. 그냥 데운 거야.”“그래도 수고했잖아.”지하는 진아의 손을 잡았다.“나랑 결혼 안 했으면 이런 거 안 해도 됐을 텐데.”“참, 당신 말도 참 웃기다. 내가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처럼 들리잖아.”진아는 어깨를 으쓱했다.‘나도 이제 어른이잖아. 부모님 도와야지.’사실 결혼하고 나서는 예전보다 집안일이 줄어들긴 했다.그리고, 요즘은 일이 좀 많았다.고씨 가문 일로 지하가 고생하는 걸 보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게다가 지하와 유건은 워낙 친형제 같은 사이이고, 진아와 시연이 가까운 영향도 없진 않았다.조이마저도 지금 진아의 집에 머물고 있으니까.“저기...”지하가 거의 다 먹을 즈음, 진아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GP그룹, 요즘 어때?”“응.”지하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귀찮은 일은 여전해. 그 고승하라는 사람, 사업 감각이 전혀 없어. 지한이 있어서 그나마 버티는 중이지. 유건은 언제 돌아오려나 모르겠다.”그 부분은 지하의 친구들도 잘 몰랐다.CA국 쪽과 연락이 끊긴 지 오래라서.유건은 말할 것도 없고, 시연은 메터지강에 뛰어든 그날 이후 핸드폰도 잃어버려서 진아가 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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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2화

“나 그냥 가능성만 말한 거야. 억지로 하자는 뜻은 아니고.”진아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며 단호하게 말했다.“나 지금은 아기 가질 생각 없어. 그러니까 더 이상 떠보지 마.”그 말에 지하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그는 진아의 팔을 붙잡으며 물었다.“그 ‘지금’은... 언제까지야?”“언제까지냐고?”진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차분히 말했다.“잘 모르겠어.”“응?”지하가 되묻자, 진아가 조용히 덧붙였다.“당신 마음에 내가 들어갈 때쯤? 그때면, 그 ‘지금’도 끝나겠지.”지하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진아의 손을 꽉 쥐었다.“아야.”진아가 눈을 치켜뜨며 지하를 노려봤다.“좀 살살해, 아프잖아. 당신 남자야, 힘 좀 조절해.”“여보.”지하는 그제야 손에 힘을 조금 뺐다.“지금 그 말... 내 마음에 네가 없을 거라는 뜻이야?”진아의 눈빛은 잔잔했다.“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우리 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내가 이걸 받아들인 지 얼마나 됐는데...’진아는 이미 체념한 눈빛이었다.그런데 지하는 왜 이제 와서 저렇게 당황하는 걸까?“아니, 그게 아니라...”지하는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떨궜다.“혹시 싸우자는 거야?”“아니.”진아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럴 생각 전혀 없어.”그녀는 조이의 방 쪽을 힐끗 보고, 목소리를 낮췄다.“조용히 해. 아기 깰라.”그 짧은 순간, 지하는 진심으로 바랐다.‘그 애가... 우리 애였으면 좋겠다.’그랬다면 진아가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이렇게 자꾸 벽을 세우지도 않았을 텐데...진아는 돌아서서 방으로 향했다.지하는 그 뒤를 따라 들어갔고, 문이 닫히는 순간, 진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사실, 나 다 알고 있어.”지하가 놀라 묻기도 전에, 진아는 고개를 들고 그를 곧게 바라봤다.‘알고 있어...? 뭘...?’지하의 목이 뻣뻣하게 굳었다.진아는 아주 옅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 요즘 오설아 도와서 증거 모으고 있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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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3화

지하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말의 내용보다도, 진아가 그 말을 그렇게 차분하게 내뱉는 태도에 더 놀랐다.‘이렇게 담담할 수가 있나...?’그 순간, 지하는 묘한 공허함에 휩싸였다.진아에게선 어떤 동요도 느껴지지 않았다.마치... 그와 오설아의 일 따위에는 이미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지하는 비웃듯 낮게 숨을 내쉬었다.“또 그 얘기 하려는 거야? 이혼하자고?”“아니...”“아니면 뭐?”지하의 목소리가 조금 거칠어졌다.“결혼할 때도 마지못해 한 거, 나 알고 있어. 결혼하고 나서도 계속 그런 눈빛이잖아. 우리 오래 못 간다고, 계속 그 암시 주고.”“임진아, 결혼은 그렇게 유지되는 거 아니야. 둘 중 하나라도 자꾸 무너뜨리면 끝나.”그 말에 진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틀린 말은 아니었다.‘나도 알아... 이런 결혼은 오래 못 간다는 거.’하지만 이 관계는 애초부터 정상적인 시작이 아니었다.진아는 작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는 비관하는 게 아니라... 그냥 당신이랑 나, 현실을 똑바로 보자는 거야. 그리고 나 자신한테도 시간을 좀 주고 싶고.”그녀는 최대한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싸우지 말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처음부터 당신이 나한테 끌린 이유, 그건 내가 오설아랑 닮아서였잖아. 이건 사실이야.”지하의 입술이 굳어졌다.진아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이제 오설아가 이혼하게 되면, 그럼 나는... 자연스럽게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거 아닐까?”“임진아!”지하가 낮게 외치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그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는 분노보다 더 깊은 절망이 섞여 있었다.지하는 몸을 숙여 진아를 끌어안았다.“그런 말 하지 마. 너는 내 아내야. 내 옆이, 네 자리라고.”그 품 안에서 느껴지는 그의 떨림.지하의 숨결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진아는 살짝 웃으며, 그를 안아주었다.“당신 나한테 참 잘해줬어. 우리 집안에도 신경 많이 써줬고.”‘사람들이 말하는 사랑이란 게 얼마나 순수하겠어.’이 세상에서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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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4화

“그래?”진아는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자기 몸이 달라졌다는 걸, 정작 본인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그럼.”지하는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매일 안고 자는데 모를 리가 있냐? 내 손은 자 같다고. 허리, 이젠 손으로 한 바퀴 돌릴 수 있겠더라.”그 말에 진아는 잠깐 웃음이 났다가, 곧 고개를 돌렸다.지하는 문득 떠올랐다. 진아가 얼마 전부터 약을 먹고 있다는 걸.“그 선배가 준 약, 효과 없는 거 아니야? 그냥 나랑 본가 가자. 우리 어머니가 아는 한의사 있는데, 경력도 많고 진료도 잘 봐.”본가라니.시어머니가 한의사까지 부르는 건, 진아 입장에서 너무 번거로웠다.‘그 정도로 아픈 것도 아닌데... 굳이?’“아니야.”진아는 고개를 저었다.“선배 약 아직 오래 안 먹었어. 조금 더 봐야지. 게다가 나 불편한 것도 없는데, 그냥 두자.”그 말에 지하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더는 밀어붙이지 않았다.그러다 다시 말을 꺼냈다.“너 요즘 생각이 너무 많아. 그래서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거야.”그는 진아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천천히 얼굴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괜한 걱정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우리 절대 안 헤어질 거야. 영원히 같이 있을 거야.” 진아는 조용히 그 얼굴을 바라봤다.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못 믿겠어?”지하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런 거 아니야.”진아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난 아무 문제 없어. 솔직히 따지고 보면, 내가 복 받은 거지.”돈을 봐도, 사람을 봐도 지하는 분명 최고의 남편이었다.‘나는 욕심도 많고, 움직이기도 귀찮은 사람이니까.’그녀는 담담히 웃었다.“게다가 당신은... 나쁘지 않아. 사랑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니까.”“그럼, 흔들리지 마.”지하의 손끝이 미묘하게 흔들렸다.그는 다시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찾아갔다.“우리 그냥 잘 살자.”...아침.진아가 눈을 떴을 때, 욕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지하는 이미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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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5화

진아에게는 요즘 마음속에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앞으로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박사 과정을 마치고 이제 곧 졸업을 앞둔 진아는 임상으로 나갈지, 아니면 학문 쪽에 남을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현재 진아는 강울대병원에 남아 연구를 이어가고 있었고, 지도교수는 진아가 아예 연구 중심으로, 즉 학문 쪽으로만 가길 바라고 있었다.이 문제에 대해 진아는 예전에 지하에게도 조심스레 의견을 물었다.지하의 생각은 분명했다. 진아가 강울대에 남는 게 낫다는 것.이유는 단순했다.지하의 눈엔, 진아는 너무 여리고 말랐다.‘밤샘 근무? 그런 거 절대 안 맞아.’지하가 보기엔 그저 아내의 몸이 버텨주지 못할 것 같았다.“앞으로 일, 생각은 좀 해봤어?”지하는 다시금 물었다.그는 자기 의견이 있긴 했지만, 언제나 진아의 선택을 우선으로 두었다.“아직.”진아는 고개를 저었다.“지금 하고 있는 연구 끝나고 나서 생각해 보려고. 오늘은 학교만 다녀오면 돼.”“그래.”지하는 진아의 뺨을 살짝 어루만지며 말했다.“밥 거르지 말고 챙겨 먹어.”“응, 알았어.”...그날 지하는 회사에서 하루 종일 정신없이 일했다.하지만 약속대로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그렇다고 바로 마크힐스 자택으로 향한 건 아니었다.지하의 차는 곧장 본가로 향했다.오늘은 어머니 이혜영과 미리 약속이 있던 날이었다.문을 열자마자, 거실에 앉아 있던 이혜영이 반가운 듯 일어섰다.“왔니?”그녀는 곧장 지하 뒤편을 힐끗 보더니, 표정이 조금 풀 죽었다.“혼자 왔네? 새아가는 안 데리고 왔어?”“어머니.”지하는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저 어머니 친아들이잖아요. 저도 좀 반겨주세요.”농담조로 말했지만, 그 안엔 진심이 담겨 있었다.지하는 어머니가 진아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고, 그게 오히려 고마웠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어머니도 아껴주는 게 제일 좋지.’“친아들이면 뭐 하니?”이혜영은 눈을 흘기며 손사래를 쳤다.“난 그래도 향기 나고 부드러운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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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6화

이혜영은 지하 옆에 놓인 종이봉투를을 힐끗 보았다.“그래도 너희, 이제 아이 가질 생각까지 했다니 엄마 말이 괜히 잔소리였네. 아이가 생기면, 집이 진짜 집다워지는 거야.”그녀는 잠시 미소를 짓더니, 다시 아들을 바라보며 덧붙였다.“그래도 네가 새아가 챙길 줄 아네. 그 약은 쓴데, 이건 환이라 훨씬 나아. 야생 꿀을 좀 넣었거든, 그냥 알약처럼 먹으면 돼.”“네.”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 정도면 진아도 거부감 없이 먹겠지.’그는 종이봉투를을 손에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감사합니다, 어머니. 이거 다 먹으면 다시 연락드릴게요.”“어?”이혜영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벌써 가? 밥이라도 먹고 가지.”“아니요.”지하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 지었다.“진아랑 같이 저녁 먹기로 했어요. 요즘 바빠서 며칠째 같이 밥을 못 먹었거든요.”“그래, 그럼 얼른 가.”이혜영은 잔소리 대신 손을 내저었다.그녀는 며느리와 아들 사이를 두고 싸움 붙이는 스타일이 아니었다.“빨리 가서 먹여줘라, 우리 새아가 기다리겠다.”그러면서도 한마디 덧붙였다.“그래도 다음엔 꼭 데리고 와. 엄마도 새아가 얼굴 좀 보자.”지하는 웃으며 대답했다.“다음에요, 어머니. 진아가 여기 오면 항상 좀 불편해해서요.”‘다정하게 대해주시는데도, 왠지 긴장하나 봐.’...마크힐스로 돌아왔을 때, 집 안은 따뜻한 불빛으로 가득했다.진아는 벌써 돌아와 있었고, 연한 크림색 캐시미어 맨투맨 차림으로 조이 옆에 앉아 숙제를 봐주고 있었다. 조이는 손에 연필을 쥐고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이모, 이거 맞아요? 이거 이렇게 하면 돼요?”진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잘했어. 근데 이건 이렇게 써야 더 예쁘지.”그 차분한 목소리와 부드러운 표정에, 지하는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우리 아이가 생기면... 진아는 분명 좋은 엄마가 될 거야.’그 시선이 오래 머물렀는지... 진아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지하와 눈이 마주치자 진아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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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7화

보통 같았으면, 지하는 바로 반박했을 것이다.그리고 곧장 행동으로 보여줬을 거다.자신이 아직도 스무 살 청년 못지않다는 걸.하지만 오늘은... 안 됐다.“지금 나 도발하는 거야?”지하는 피식 웃으며 진아의 볼을 손끝으로 쓰다듬었다.“우리 여보, 요즘 왜 이렇게 적극적이야?”“뭐?”진아는 잠깐 얼어 있다가,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뭐라는 거야, 진짜!”당황해서 밀어내려 했지만, 지하는 오히려 그 반응이 귀여웠다.“그게 왜 부끄러워?”그는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아 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우리 여보가 나 좋아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 근데 말이지, 오늘은 좀 쉬어야겠다. 앞으로는 길게 봐야 하니까, 알지? 평생이니까.”진아는 황당하다는 듯 눈을 흘겼다.“누가 평생이래...”지하는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소리가 방 안을 부드럽게 채웠다.그는 고개를 숙여 진아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화내지 마. 내일은...”“아직도 안 끝났어?”진아가 그의 가슴을 밀어내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비켜. 나 씻을래.”“잠깐만.”지하는 진아를 꼭 끌어안으며 놓아주지 않았다.“조금만 더. 잠깐만 누워 있어.”“응?”진아는 눈을 깜빡이며 그를 올려다봤다.“진짜 피곤한 거야?”지하가 이렇게 말하는 건 처음이었다.예전엔 절대 이런 말 안 했으니까.“응.”그는 짧게 대답했다. 진아를 꼭 안은 채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있었다.“잠깐만 이러고 있다가 일어날게. 알겠지?”“그래.”진아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뭔가 이상하긴 한데... 피곤한 거겠지.’지하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그래, 이렇게 오해하는 게 낫지.’진아가 혹시라도 눈치챌까 봐, 그는 괜히 진아의 허리 밑에 베개라도 받쳐주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다음 날 아침.알람이 울리기도 전이었다.침대 머리맡에서 지하의 핸드폰이 진동했다.진아는 얼굴을 찡그리며 몸을 뒤척였다.지하의 품에서 굴러 나오듯 빠져나가 이불을 턱까지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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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8화

지하의 심장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진아가 지하를 한번 흘깃 보더니, 물었다.“그 사람이 온 걸까? 또 오설아를 때린 걸까?” 눈앞의 광경은 마치 막 ‘격전’이라도 벌어진 자리 같았다.하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그리고 무엇이 이상한지 알아차리려던 찰나였다. “지하!”안에서 인기척을 들은 설아가 뛰어나왔다.지하 앞까지 그대로 달려오더니, 그 옆에 서 있는 진아를 보고는 딱 멈춰 섰다.진아는 미묘하게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없었으면, 오설아는 지금쯤 부지하 품에 안겨 있었겠지.’“진아 씨.”설아가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했다.“네.”진아도 예의 있게 미소를 돌려주었다.지하가 진아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앉자.”그러고는 설아에게 물었다.“여기 우유 있어? 우리 급하게 오느라 진아가 아직 아무것도 못 먹었어.”“어, 있어.”설아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가져올게.”“내가 할게.”지하는 바로 부엌으로 향했고,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컵에 따랐다.그러고는 따뜻하게 데워 진아에게 내밀었다. “먼저 이거 마셔. 이따가 아침 같이 먹으러 가자.”지하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다정했다.“응.”진아가 컵을 꼭 쥐고 미소 지었다.“가서 일 봐.”“응.”지하는 안도하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경찰이 도착했다.지하가 부호준에게 전화해 둔 덕이었다.“이분들...”경찰을 본 설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지하...”“괜찮아.”지하가 차분히 설명했다.“여기 이렇게 엉망인데, 혹시 잃은 게 있는지 확인해야지.”“그렇지... 맞아.”설아가 이마를 짚었다.“머리가 하얘서, 아무 생각도 안 났어.”사고가 터진 그 순간, 설아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오직 부지하였다.“일단 결과 기다리자.”“응, 알았어.”...경찰의 현장 감식 결과는 ‘침입 절도’였다.“뭐라고?”설아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윤빈이 아니라고?”“아니야.”지하가 설아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설아, 너무 긴장했어. 그냥 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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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9화

“응?”진아가 정신을 번쩍 차렸다.“들었어...”하지만 진아는 두 식당 다 고르지 않았다.“그냥 집에 가고 싶어.”“왜?”지하는 진아의 얼굴을 살폈다.표정이 조금 어두워 보였다. 기분이 상한 건가 싶었다.“배고프지 않아?”“그렇긴 하지.”진아가 고개를 저었다.“그런데 너무 피곤해. 순자 이모님이 식사 준비했을 거야. 집 가서 대충 먹고 바로 자고 싶어.”진아는 그렇게 말했지만, 지하는 오늘 바로 회사에 가야 했다.“나 저 앞 사거리에서 내려줘. 택시 탈게. 당신은 회사 가.”지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 내가 데려다줄게.”진아를 혼자 택시 태워 보낼 리가 없었다.“진짜 괜찮아.”진아가 고집스럽게 말했다.“당신도 피곤하잖아. 괜히 왔다 갔다 하지 마. 여기서 마크힐스까지 멀어. 귀찮게 뭐 하러 그래.”지하가 잠시 멈칫했다.“여보, 우리 부부잖아.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람인데, 왜 내가 귀찮다고 생각하겠어?”‘내 말이 그렇게 들렸나?’진아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더 말해봤자 소용없단 걸 알았다.‘이 사람, 한 번 마음 먹으면 절대 안 바뀌니까.’“알았어.”진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등받이에 몸을 기대 눈을 감았다.마크힐스로 돌아가는 길.진아는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그걸 확인한 지하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나 때문에 잠도 못 잔 거잖아.’차가 도착하자, 지하는 조용히 내려 진아를 품에 안아 들었다.안방에 들어갈 때까지도 진아는 전혀 깨어날 기미가 없었다.지하는 오히려 걱정됐다.이마를 짚어보고, 뺨에 손을 대 봤다.온도는 괜찮았다.‘그냥 많이 피곤했던 거네.’“아이고, 우리 돼지.”지하가 작게 웃으며 진아에게 이불을 덮어줬다.그제야 안심한 듯 방을 나섰다.계단을 내려오면서 하순자에게 당부했다.“진아 자고 있어요. 오전엔 깨우지 말고, 점심쯤 돼서 불러요.”“네, 알겠습니다, 대표님.”하순자는 속으로 감탄했다. 평생 가사도우미 일을 해왔지만, 이렇게 여자 주인을 세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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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0화

‘진아... 지금 나를 경계하는 거야?’지하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얼굴빛이 순식간에 굳었다.“여보, 나야. 나 좀 봐봐. 부지하야!”진아가 잠깐 멈칫했다. 뭔가 반응은 있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멍하니 있었다.“부지하...?”그 말투는 마치 ‘부지하’가 누군지 떠올려보는 사람 같았다.순간, 지하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겁이 확 올라와서, 급히 방 안의 메인 조명을 켰다.강한 불빛에 진아가 눈을 질끈 감았다.“여보!”지하가 진아의 어깨를 붙잡았다.“눈 좀 떠봐. 나야. 왜 그래? 나 몰라보겠어?”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세상에, 자다 깨서 남편을 못 알아보는 사람이 어딨겠어?’지하가 흔들어대자, 진아의 의식이 서서히 또렷해졌다.그제야 진아는 지하를 똑바로 바라봤다.“부지하...”한참을 뜸 들이다가 작게 말했다.“아, 왔구나.”그 한마디에 지하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진짜 깜짝 놀랐잖아. 나 심장 멎는 줄 알았다고.”“왜 그래?”진아가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나... 그냥 너무 푹 자서 그런가 봐. 좀 멍하네.”“그래, 그래.”지하는 아직 놀란 마음을 다 추스르지 못한 채, 진아의 손을 꼭 잡았다.“아까 나 못 알아봤어. 완전히 다른 사람 보는 눈이었어.”“그래?”진아가 피식 웃었다.“하루 종일 자니까, 머리까지 잠든 모양이네.”“일어날래?”지하가 팔을 내밀며 말했다.“안아줄게.”“응.”진아가 손을 뻗었지만, 온몸에 힘이 빠져 있었다.결국 그냥 지하 품에 쓰윽 안겼다.지하는 그 모습에 입꼬리를 올렸다.‘이렇게 내 품에 안겨 있는 게... 제일 좋아.’하지만 입으로는 장난스럽게 말했다.“여보, 참아. 어제 약속했잖아. 그래도 밥은 먹고.”진아가 얼굴을 들어 지하를 째려봤다.“하하하.”지하가 웃으며 진아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장난이야. 밥 먹고, 바로 돌아오자.”“이따가 먹자.”진아가 고개를 저었다.“방금 깨서 그런지, 아직 입맛이 없어.”진아는 지하의 손을 꼭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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