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의 허리는 거의 꺾이다시피 굽어 있었다.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렸고, 등에 업힌 유건의 체온이 뜨겁게 번졌다.시연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려 애썼다.‘조금만 더... 제발 조금만 더 버텨줘요, 유건 씨...’그 순간이었다.“야!”어디선가 남자가 불쑥 튀어나왔다.시연은 놀라서 비명을 삼켰다.발이 헛디뎌 앞으로 쏠렸지만, 이를 악물고 간신히 버텼다.“허억... 허억...”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자, 눈앞에는 낯선 사내가 서 있었다.“하, 하하하...”남자는 이상하게 웃었다.햇빛에 바랜 갈색 머리카락은 떡이 져 있었고, 얼굴은 피곤과 광기에 뒤섞여 있었다.옷은 찢겨 있었고, 냄새는 코를 찔렀다.‘뭐지... 이 사람...’시연은 본능적으로 몸을 굳혔다.그 남자의 눈빛이, 어딘가... 위험했다.“블랙 헤어 걸?”남자가 시연을 똑바로 보며 눈을 번뜩였다.“블랙 헤어 걸 맞지?”시연은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새도 없었다.하지만 직감적으로 느꼈다.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야.’“움직이지 마.”남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날카로워졌다.그리고 눈동자가 미친 듯 흔들렸다.“거기 멈춰. 스윗하트,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면 아주 위험하단 거 알아?”시연의 몸이 얼어붙었고,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미쳤어... 완전히 미쳤어.’남자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미친 듯이 웃었다.“좋아, 잘했어. 스윗하트. 이제 우리 게임 하나 하자, 응?”“무... 무슨 게임?”시연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남자가 입꼬리를 천천히 끌어올렸다.그 웃음은 섬뜩하고 기분 나쁘게 길었다.“의사랑 환자 놀이.”남자는 자기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나는 의사야.”그리고 시연을, 그다음 등에 업힌 유건을 가리켰다.“너희는 환자지.”순간, 시연의 심장이 멈춘 듯했다.‘고승하... 그 사람이 한 말, 그게 이거였구나.’그녀는 조금 전 승하가 비웃듯 내뱉은 말이 떠올랐다.‘메터지강이 이렇게 넓은데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