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정은 따지지도 않고 내쫓지도 않고 그저 담담하기만 했다. 그러나 배석준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은 마지막 남아있던 그 빛마저 사라져 버렸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은 배석준은 이내 앞으로 달려가 김지민을 밀어냈다.“꺼져. 당장 꺼지라고.”“회장님, 회장님. 몇 마디만 하게 해주세요.”“얘기하게 놔둬요.”소파에 앉아 있는 주현정은 우아하고 단아한 모습이었다. 바닥에 있는 김지민은 비교가 안 될 만큼. 배석준은 경고의 눈빛으로 김지민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김지민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주현정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사모님, 전 사모님과 회장님을 갈라놓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두 분 사이에 끼어든 건 제 잘못이에요. 하지만 저도 제 마음을 어쩔 수가 없었어요. 저 정말 회장님 많이 사랑합니다. 회장님 아이를 가졌어요. 절 이리 쫓아내시면 저더러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없는 거예요.”“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배석준은 불같이 화를 냈다. 피임을 했는데 어떻게 임신을 할 수가 있겠는가?그러나 그 얘기를 꺼내면 김지민과 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그는 이를 악물며 사나운 눈빛으로 김지민을 노려보았다. 이때, 김지민이 가방에서 임신 진단서를 꺼내 배석준의 손길을 피하여 주현정의 손에 쥐여주었다.“사모님, 저 바라는 거 없습니다. 명분도 원치 않고요. 그저 이 아이를 생각해서 회장님 곁에만 있게 해주세요.”임신 진단서는 구겨졌고 주현정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진짜든 가짜든 상관없었다. 오래전부터 배석준에 대해 크게 실망하였으니까.“여보, 이 아이는 분명 내 아이가 아닐 거야. 나한테 꼬리를 쳤다면 다른 남자한테도 꼬리를 쳤겠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지고 나한테 뒤집어씌우는 거라고.”배석준은 급하게 변명했다.“여보, 한 번만 기회를 줘. 난 이미 헤어지자고 했어. 그런데 그럴 받아들이지 못하고 쟤가 지금 이러는 거야.”주현정은 임신 진단서를 그한테 건네주었다.“당신한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어요.”“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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