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또 한 번의 거절: Bab 531 - Bab 540

933 Bab

제531화

주현정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진심이야. 앞으로 잘할게. 절대 당신 실망시키는 일 없을 거야.”배석준은 그녀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일단 일어나요. 사람들이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그녀는 재빨리 손을 뺐다. “내가 내 와이프한테 무릎을 꿇는데 뭐 어때서? 프러포즈할 때 무릎 못 꿇었던 거 지금 보상한다고 생각해.”그가 고개를 들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내가 밖에 나가 소란을 피울까 봐 걱정되는 거라면 계속 아픈 척하고 있을게. 하지만 이 병실은 너무 작고 답답해. 좀 더 큰 곳으로 마련해 줄 수 있어?”“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줄게요.”“고마워.”그가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껴안으려 하자 그녀는 이내 그의 손길을 피했다.“지금 바로 전화할게요.”그녀가 병실을 나서자마자 그는 배지유에게 전화를 걸었다.“일단 음식 사 오지 마. 너희 엄마가 다른 곳을 마련해 주겠대. 이따가 그쪽으로 음식을 보내달라고 해.”통화를 하고 있는데 병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여보, 벌써 다 된 거야? 네가... 여긴 어떻게?”순간, 그의 얼굴이 굳어졌고 그가 빠른 걸음으로 병실 문 앞에 가서 밖을 내다보았다. 다행히도 주현정은 이쪽을 등지고 복도 끝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와이프가 와 있어. 얼른 돌아가.”“회장님, 몇 마디만 하고 갈게요.”김지민은 애원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김지민이 난동이라도 부려 주현정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급히 그녀를 안으로 끌어들였다.“빨리 얘기하고 얼른 가.”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억울한 듯 입을 삐죽거렸다.“회장님께서는 절 버리실 거예요? 전 친구도 없고 직장도 없고 저한테는 이제 회장님밖에 없어요. 그런데 회장님도 절 버리실 거예요?”그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손사래를 쳤다.“전에도 분명히 얘기했지만 난 이혼 같은 거 절대 안 해. 너 스스로 상관없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이게 무슨 소란이야?”“네, 명분 같은 거 신경 쓰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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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주현정은 따지지도 않고 내쫓지도 않고 그저 담담하기만 했다. 그러나 배석준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은 마지막 남아있던 그 빛마저 사라져 버렸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은 배석준은 이내 앞으로 달려가 김지민을 밀어냈다.“꺼져. 당장 꺼지라고.”“회장님, 회장님. 몇 마디만 하게 해주세요.”“얘기하게 놔둬요.”소파에 앉아 있는 주현정은 우아하고 단아한 모습이었다. 바닥에 있는 김지민은 비교가 안 될 만큼. 배석준은 경고의 눈빛으로 김지민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김지민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주현정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사모님, 전 사모님과 회장님을 갈라놓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두 분 사이에 끼어든 건 제 잘못이에요. 하지만 저도 제 마음을 어쩔 수가 없었어요. 저 정말 회장님 많이 사랑합니다. 회장님 아이를 가졌어요. 절 이리 쫓아내시면 저더러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없는 거예요.”“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배석준은 불같이 화를 냈다. 피임을 했는데 어떻게 임신을 할 수가 있겠는가?그러나 그 얘기를 꺼내면 김지민과 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그는 이를 악물며 사나운 눈빛으로 김지민을 노려보았다. 이때, 김지민이 가방에서 임신 진단서를 꺼내 배석준의 손길을 피하여 주현정의 손에 쥐여주었다.“사모님, 저 바라는 거 없습니다. 명분도 원치 않고요. 그저 이 아이를 생각해서 회장님 곁에만 있게 해주세요.”임신 진단서는 구겨졌고 주현정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진짜든 가짜든 상관없었다. 오래전부터 배석준에 대해 크게 실망하였으니까.“여보, 이 아이는 분명 내 아이가 아닐 거야. 나한테 꼬리를 쳤다면 다른 남자한테도 꼬리를 쳤겠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지고 나한테 뒤집어씌우는 거라고.”배석준은 급하게 변명했다.“여보, 한 번만 기회를 줘. 난 이미 헤어지자고 했어. 그런데 그럴 받아들이지 못하고 쟤가 지금 이러는 거야.”주현정은 임신 진단서를 그한테 건네주었다.“당신한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어요.”“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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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김지민은 잔뜩 겁을 먹고 몸을 움츠렸다. 당연히 아이는 배석준의 아이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아이가 없으면 어떻게 배석준을 묶어둘 수가 있겠는가?사실 이 아이는 술집에서 만난 원나잇 상대의 아이였다. “회장님 아이예요.”김지민은 눈물을 쏟으며 말을 이어갔다.“저도 처음 알았을 때는 많이 놀랐어요. 병원에서 잘못 진단한 줄 알았고요. 그런데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봐도 결과는 똑같았어요.”“회장님께서는 매번 느낌이 올 때만 콘돔을 사용하셨잖아요.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그렇게 하면 피임 성공률이 80%에 불과하대요. 믿지 못하시겠다면 아이가 태어난 후 유전자 검사 하세요. 그때가 되면 제가 회장님을 속였는지 아닌지 알게 되실 테니까.”그녀의 말에 배석준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솔직히 콘돔을 쓰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네가 누구의 아이를 가졌든 난 절대 이혼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더 이상 귀찮게 매달리지 마. 계속 이러면 네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어떻게 이리 모질게 절 대할 수가 있어요? 아이를 가지게 만들어놓고 지금 저한테 죽으라는 거예요?”김지민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밖으로 걸어나가 복도에 털썩 주저앉았다. “불쌍한 내 아가. 넌 결국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엄마랑 함께 죽게 되는구나. 아빠, 엄마. 제가 못난 자식이에요. 더는 아빠 엄마 곁에 있을 수 없게 되었어요.”배석준은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화가 치밀어 올라 혈압도 높아졌다.김지민에게 입 닥치라고 하면 할수록 울부짖는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이내 간호사들과 환자들이 달려와 주위를 에워쌌다.그녀의 옷은 흐트러지고 다리는 걷어차인 탓에 울긋불긋 멍이 들어 있었다. 김지민이 처참히 울고 있는 모습에 사람들은 혐오감과 경멸로 가득한 눈빛으로 배석준을 바라보았다. “경찰에 신고 좀 해주세요. 절 죽이려고 하고 있어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정말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했고 이런 일은 가족 간의 갈등으로 처리되었기 때문에 사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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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봤지만 두 사람 모두 건강한 상태였고 배란에 도움 되는 한약도 많이 챙겨 먹었었다.두 사람 몰래 콘돔도 몇 개 구멍 냈었는데 왜 아이가 생기지 않는 건지... 주현정은 불임의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전에 똑똑히 묻지 않았던 건 두 사람의 화해에 대해 조금은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부부한테 말 못 할 사정이라도 있는가 해서...그러나 현재 도아린의 옆에는 새로운 친구가 생겼고 도지현과도 사이가 좋아졌고 배건후는 그녀의 인생에서 완전히 아웃된 상태였다. 그래서 그 이유가 뭔지 똑똑히 알고 싶었다. 이런 얘기를 하기가 거북했던 도아린은 쓴웃음을 지었다. 한참 동안 침묵하던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저희 두 사람 함께 잔 적 없어요.”이게 무슨...주현정의 손에 있던 사탕 집게가 테이블 위로 떨어졌고 그녀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건후 문제니?”도아린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글쎄... 누구의 문제인 것일까?첫 관계를 가진 그날 밤, 그녀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일주일 동안이나 고열과 감염 때문에 고생했었다. 그러나 그는 매번 몸이 달아오를 때까지 달아올라도 결국은 절대 선을 넘지 않는 남자였다. 한편, 배건후가 주현정을 마중하러 왔을 때 도아린은 집에 일이 있다고 먼저 돌아섰다.도아린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주현정은 조롱이 가득 찬 말투로 입을 열었다.“출전 자격도 없는 사람이 우승까지 꿈꾸고 있는 건 우습지 않니?”그는 아무 말도 없이 시선을 거두었고 어이없어하는 주현정을 표정을 발견하고는 한마디 물었다.“저 사람이 무슨 얘기 하던가요?”“일 얘기했어.”아들이 사내구실을 못 한다는 사실은 엄마로서 비웃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 자신도 열등감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한의사를 찾아 아들의 몸을 돌봐줘야 할 것 같았다. 어찌 아들이 평생 외롭게 사는 걸 두고 볼 수만 있겠는가?...진씨 가문, 도유준이 또 찾아왔다. 강홍련이 도정국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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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그러니?”윤명희는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을 꺼내 그녀의 앞으로 내밀었다.“이 브랜드의 마스크팩이 그렇게 좋더라. 두 개밖에 안 남았어. 다음에 살 때는 네 것도 사줄게.”“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거 아니에요? 저 툭하면 여드름이 나거든요.”두 모녀는 곁에 있는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마스크팩 얘기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차화영은 오늘 이 일이 성사되지 않을 거라는 걸 짐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달갑지가 않았다. 외손녀에게 주는 혼수를 왜 도아린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건지.“명희야. 민아는 어렸을 때부터 네 곁에서 자랐어. 친자식처럼 데리고 다니던 아이가 아니더냐. 네가 이 집안으로 시집온 지난 시간 동안, 난 너의 일 처리가 줄곧 마음에 들었다. 그러니 이번 민아의 혼사도 네가 전적으로 맡아서 준비하거라.”핸드폰에서 시선을 뗀 윤명희가 웃으면서 대답했다.“아무리 가까워도 친자식은 아니죠. 그리고 친엄마가 있는데 제가 어떻게 감히...”“이제 막 세은이를 찾게 되었으니 세은이를 더 많이 사랑해 줄 생각입니다. 민아의 결혼식까지 준비할 여유가 없어요. 잘못하다가 결혼식을 망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나요?”차화영은 벌컥 화를 냈다.“민아는 절대 네 탓을 하지 않을 거다. 그러니 딸을 시집보낸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거라.”“그건 더더욱 안 되죠. 이제 막 돌아온 딸인데 전 세은이가 시집가는 걸 절대 용납 못 합니다.”그동안 한약을 마시고 마침내 손을 떨지 않던 차화영은 화가 나니 또다시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다들 이런저런 핑계만 대면서 내 체면을 짓밟는 것이냐? 그래도 아직은 내가 이 집안의 어른이야. 어떻게 이리 내 말을 무시한단 말이냐?”“차라리 장례식을 치르거라. 언젠가는 너희들 때문에 화병으로 죽을 것 같으니까. 장례식 부조금은 민아의 혼수로 사용해. 민아야, 섭섭지 말거라. 이 할미가 목숨까지 너한테 준 거니까.”“할머니, 오래오래 사셔야죠. 전 아직 할머니께 효도도 못 해 드렸어요.”안민아는 차화영의 품에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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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사실 안민아는 남자에 빠져 사리 분별이 안 되는 사람이 아니었다. 도아린보다 잘 살고 싶었고 도아린의 기를 꺾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도움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었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도유진을 동아줄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빠한테 회사 경영을 맡길 생각이에요. 아빠의 능력이라면 이 혼수는 분명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나도 더 이상 할 말 없어.”도아린이 이리 통쾌하게 동의할 줄은 몰랐다. 안씨 가문의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승리 직전의 기쁨을 만끽했다.“다들 이의가 없다면 혼수를 얼마나 해줄 건지에 대해 의논해 보자.”이때, 차화영이 다급히 입을 열며 외손녀의 손을 토닥였다.“이 할미가 그동안 아껴 쓰고 모은 돈이야. 2천만 원 되는데 다 너한테 줄게.”아껴 쓰기는 개뿔. 어렵게 살았던 차화영은 아들이 부자가 된 후부터는 욕망만 늘어났다. 아들딸 집에 갈 때는 간단한 음식들을 위주로 먹었지만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면 호의호식하였다. 사실 모아둔 돈이 2천만 원밖에 없는 건 아니었다. 그저 진범준한테 들으라고 한 소리일 뿐. 생활비를 더 뜯어내려는 목적이었다. 안민아도 외할머니한테 고작 2천만 원 밖에 없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할머니가 자신을 위해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할머니, 이 돈을 다 저한테 주시면 어떡해요? 젊었을 때부터 고생 많이 하셨는데 몸에 좋은 거 많이 사드세요.”“역시 내 생각하는 건 우리 민아밖에 없다니까. 민아만 좋다면 이 할미는 뭐든 다 줄 수 있어.”“엄마, 할머니께서 2천만 원을 주셨으니 엄마는 얼마 줄 거예요? 할머니보다 더 많이 내놓은 건 도리가 아닌 것 같은데.”핸드폰을 계속 주시하고 있던 윤명희가 무심하게 한마디 내뱉었다. “난 1600만 원 줄 거야.”“그럼 난 1200만 원.”차화영과 안씨 가문의 사람들은 말문이 막혀버렸다.한편, 도유준의 안색도 어두워졌다.진씨 가문에 혼수를 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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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하지만 민아의 혼수는...”진범준이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자네도 이 바닥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한 사람이니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겠지. 새로운 사업을 한다는 소문만 조금 내면 합작하자고 찾아올 사람이 있을 거야.”화가 치밀어 오른 안준휘는 진옥경을 향해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 등을 꼿꼿이 펴던 그녀는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오빠, 다른 사람이 이 일에 끼어들면 결국은 민아의 혼수를 나눠 가질 거잖아. 그럼 부모 입장에서 우리가 뭐가 되겠어?”“그렇다고 너희 딸 혼수 때문에 내 딸의 사업이 물 건너가는 걸 어떻게 두고만 보니.”진범준은 갑자기 언성을 높였다.“세은이는 그동안 밖에서 온갖 고생을 다 하고 살았어. 세은이가 돌아왔을 때 너희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지. 그런데 지금 또 내 딸의 사업을 망치려 하는 거야?”그 순간, 안준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형님께서 도와줄 생각이 없다면 됐습니다. 다른 사람을 알아보는 수밖에요. 민아가 시집가는 날 남들이 형님의 험담을 하더라도 형님은 그저 모른 척하세요.”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밖으로 나가는 안준휘의 모습에 도유준과 안민아는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급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안 서방, 민아야...”차화영은 조급한 얼굴로 딸을 쳐다보았다. 진옥경은 따라가고 싶지 않았지만 혼수를 챙기지 못한 안준휘가 그녀를 괴롭힐 것이 뻔했다. 그러나 또 따라가지 않으면 더 괴롭힐지도 모른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앞까지 걸어간 그녀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 진범준을 쳐다보았다.그러나 단호한 그의 모습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뒤돌아섰다. “옥경이가 돌아가면 분명 또 한 소리 들을 거다.”차화영이 소파를 내리치며 화를 냈다.“20억이 없으면 10억은? 어떻게 합쳐서 2억도 안 돼? 옥경이가 시댁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있겠니?”“어머님, 아가씨가 진씨 가문의 돈으로 시댁에서 고개를 들고 산다면 진작에 이혼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남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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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차화영이 계단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도아린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할머니, 드릴 말씀이 있어요.”“너랑 얘기하면 화가 나고 머리가 아파. 난 얘기하고 싶지 않다.”“그래요? 민아한테 혼수를 해주고 싶어서 그런 거였는데. 싫으시다면 어쩔 수 없죠 뭐.”도아린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자. 얘기해.”손을 뻗어 문을 밀던 차화영은 문틈에 손가락이 끼여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문을 세게 내리쳤다.“넌 정말 나랑 궁합이 안 맞는 것 같구나.”도아린은 급히 차화영이 안으로 들어오도록 한발 물러섰다. 손끝에 멍이 생긴 차화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진작 그렇게 철이 들었으면 얼마나 좋아. 그럼 오늘같이 난처한 상황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거야. 그래, 넌 얼마를 보탤 생각이니?”그녀는 차화영의 손을 주무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할머니, 전 정말 돈이 없어요.”손을 빼고 일어서려는데 그녀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돈을 구할 방법은 있어요.”차화영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똑바로 말해. 수작 부리지 말고.”“할머니, 제가 이혼할 때 빈털터리로 쫓겨나서 정말 돈이 없거든요. 진씨 가문에 기여한 게 없으니 아빠가 주신 주식도 받지 않았고 오빠가 주겠다고 한 회사도 거절했어요.”진지한 얼굴로 말을 하는 그녀를 보며 차화영은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도 주제 파악은 되는 애네. 돌아오자마자 돈을 요구하지 않은 걸 보면...“민아의 결혼은 큰일이에요. 제가 도유준을 계속 몰아붙이지 않았다면 도유준은 아마 지금도 도정국과 인연을 끊지 못했을 거예요. 강씨 가문에서 이렇게 큰 사업도 가져오지 못했겠죠. 전 다 민아를 위해서 그런 거예요.”“정말이냐?”차화영은 반신반의한 얼굴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사생아인 도유준이 안민아와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강씨로 성을 바꾸라고 한 사람은 도아린이었다. 강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가? 해남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명문 가문이다. 만약 도유준이 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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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안방 안, 진범준이 아내를 끌어안고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나 어땠어?”얼굴의 홍조가 아직 가시지 않은 그녀는 일부러 시치미를 뗐다.“아주 잘했어요. 사람들 앞에서 우리 세은이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따졌을 때, 말문이 막힌 그 사람들 보면서 내가 얼마나 통쾌한 줄 알아요?”“그거 말고.”“그럼요?”그가 그녀의 입술을 살짝 머금었다.“방금 말이야.”그녀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젊었을 때보다는 조금 형편없긴 했어요.”충격을 받은 진범준은 다음날부터 운동하기 시작했다. 정원에서 달리기를 하던 도아린과 진경수는 힘들게 턱걸이를 하는 진범준의 모습을 보고 다가갔다. “아빠, 운동은 왜 하세요?”“왜... 너희들만... 복근 만들라는 법 있어?”진경수는 그의 드러난 뱃살을 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엄마가 뭐라고 해요?”“뭐라고 하긴... 너희 엄마 그런 사람이 아니야.”철봉에서 내려온 그가 숨을 헐떡거리며 말을 이어갔다.“너희 엄마가 뭐라고 한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하고 있는 거야. 애프터서비스는 충분히 보장해 줘야지. 너희 엄마가 나한테 시집왔을 때는 내가 너보다 훨씬 몸이 좋았어.”“네. 넓은 어깨에 가는 허리, 메뚜기 다리 맞죠?”진범준은 아들의 농담에 발을 뻗었고 진경수는 도아린을 끌고 이내 도망쳤다. “도망쳐. 아버지한테 맞으면 병원에 입원해야 할지도 몰라.”도아린은 깔깔 웃다가 숨을 들이마시며 딸꾹질을 해댔다.“아빠랑 엄마 두 분 사이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결혼한 지 30년이 넘었는데도 신혼처럼 알콩달콩한 두 사람이 너무 부러웠다. 한참을 뛰다가 진경수가 걸음을 늦추며 입을 열었다.“엄마가 아팠을 때, 아버지는 일을 하시면서도 엄마를 직접 돌보셨어. 형이 과묵해진 건 아버지가 고생하시는 걸 보고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더 일찍 아버지를 도와 회사 일을 하게 된 거고.”진경수는 고개를 들고 나뭇잎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태양을 쳐다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그가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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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차화영은 아무 말도 없이 밥을 먹고 난 뒤, 도아린을 계속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 도아린은 그녀가 안민아의 혼수 때문에 자신을 재촉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할머니, 아빠, 오빠. 회사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그녀는 눈치껏 자리를 떴다. 한편, 그녀가 강재민을 찾아가기도 전에 강재민이 먼저 회사로 그녀를 찾아왔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묻는 전화가 끊기질 않네요.”어제 도유준이 가져온 그 사업 계획서가 강재민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안준휘는 투자할 능력이 되는 사람 몇 명에게만 이 일을 알려주었다. 강씨 가문의 사업이라는 걸 알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마음이 움직였다. 그러나 안준휘는 다른 사람이 권력을 가로채 갈까 봐 지분을 조금만 주겠다고 했다.하지만 돈은 많이 벌면 벌 수록 좋은 게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자연히 강재민과 직접 연락을 했고 안준휘라는 중개인을 따돌리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안준휘가 진 대표님을 찾아가 투자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들었어요.”강재민은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다리를 포개고 미소를 지었다.“나랑 사업하기 싫은 건가?”“속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도아린은 이미 서대은에게 조사해 보라고 하였고 이 프로젝트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사업이었다. 사실 그전에는 안준휘도 함께 이 일을 꾸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투자자를 찾는 걸 보면 안준휘 역시 속은 것 같았다. 강재민은 피식 웃으며 긴 손가락으로 책상을 몇 번을 두드리며 물었다.“내가 폭로할까요?”“조금만 더 기다려봐요.”안민아와 도유준이 결혼하고 모든 일이 다 결정되었을 때 이 일을 폭로할 것이다. 안씨 가문의 사람들이 더는 일어설 희망이 없게 만들어버릴 것이다. 강재민은 그녀가 독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오히려 장난꾸러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적으로 협조할게요.”“지현이한태 농구 가르쳐준 거 고마워요. 오늘 점심은 내가 살게요.”도아린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든 다 돼요?”사악하게 웃는 그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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