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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또 한 번의 거절: Chapter 521 - Chapter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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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1화

배지유는 배건후에게 김지민을 내쫓으라면서 아버지가 또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녀는 손보미한테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따라가겠다고 했다.프로그램은 중단되었고 손보미는 접견실에 앉아있었다.그녀는 차가운 손발을 붙잡고 진정하려 애썼지만, 몸이 떨려서 통제할 수 없었다.하춘녀가 자신의 모든 비밀을 털어놓았다.자신은 절대 감옥에 가선 안 된다. 절대!곧 배건후와 결혼해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모님이 되고 부유한 가문에서 풍족한 삶을 살게 될 텐데 한순간에 이 모든 걸 잃을 순 없다.손보미는 하춘녀가 무엇을 말했는지 하나하나 되새겨봤다. 무슨 말을 해야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당시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머리가 엉망이 되어 많은 것들을 잊어버렸다.아! 손보미는 자신의 머리를 세게 쳤고 손가락을 물면서 자신을 진정시켰다.그때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손보미는 바로 몸에 긴장을 불어넣으며 기대를 품고 그쪽을 바라봤다.배건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건후 씨!” 손보미가 울먹이며 달려가서 그에게 안기려 했다.“도아린은 너무 악랄해. 내가 당신과 결혼하는 걸 원하지 않으면 직접 말했어야지. 내 어머니를 사칭해서 나를 모함하고 내 출신까지 꾸며냈어!”배건후는 손에 담배를 쥐고 팔꿈치를 굽혀서 그녀가 가까이 오지 못하게 막았다.손보미는 그 자리에서 멈췄다.밖에는 직원들이 지키고 있었고 모두 그 장면을 목격했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문을 닫았다.“건후 씨, 내가 도아린이 날 괴롭힌다고 했잖아. 아직도 안 믿어? 도아린이 나를 망가뜨리려고 일부러 이 프로그램을 계획한 거야! 내 계약서 가져와. 난 더는 도아린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싶지 않아.”배건후는 소파에 앉으며 재떨이를 당겨 담배 재를 털어냈다.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담담했다. “내가 말했잖아. 도아린이랑 엮이지 말라고.”“내가 도아린을 괴롭혔어? 내가 도아린을 괴롭힌 거야?”손보미는 점점 더 큰 목소리로 말하다가 밖에 있는 사람들이 들을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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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그녀는 날카로운 말투로 배건후의 약점을 계속 찔렀다.매번 고성만을 언급할 때면 배건후는 그녀를 용서해주곤 했고 언제나 효과적이었다.하지만 이번에 소파에 앉아있는 배건후는 표정이 어두웠지만 아무 반응도 없었다.아니, 그는 반응했다.담배가 다 타버려 손가락을 태우고 나서야 남자의 눈빛이 움직였다.“고성만은 네 방패가 아니야.”“하지만 그 사람은 내 오빠야!” 손보미는 울먹이며 말했다.“내 양부모는 아들이 한 명뿐이었어. 당신이 계획대로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에 성만 오빠는 신분을 드러내게 된 거야! 당신은 성만 오빠한테 목숨을 빚졌어!”손보미는 배건후 앞에 다가가 무릎을 꿇었고 고개를 들어 애정 어린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건후 씨, 당신 상처에 소금을 뿌리려는 게 아니야. 당신이 나를 감옥에 가는 일을 피하게만 도와준다면 나는 이후로 당신 말만 듣고 다시는 당신한테 결혼하자고 강요하지 않을게. 나를 한 번만 도와줘, 성만 오빠를 봐서라도...”그녀는 배건후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손끝이 닿기 전에 배건후가 손을 뺐다.“한 번만 시도해볼 수 있어. 만약 경찰서에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나도 어쩔 수 없어.”“나는 당신이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손보미는 눈물을 닦으며 웃었다. “사람을 보내서 엄마한테 말을 전할 거야. 엄마한테 그 말을 부인하라고 하고 그냥 관심을 끌려고 거짓말했다고 말하라고 할 거야!”배건후는 육청아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녀에게 인맥을 통해 손보미를 먼저 빼내도록 부탁했다.30분 후, 문밖에서 대기 중이던 스태프들이 모두 떠났다.손보미는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배건후가 고성만에게 죄책감을 느끼기만 한다면 그녀는 계속해서 그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두 사람이 사무실 구역으로 갔을 때, 멀리서 도아린이 진행자와 감독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그녀는 평소처럼 차분했고 당당했고 움직일 때마다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배건후는 눈을 떼지 못했다.이번 프로그램은 형편없게 되어 사과의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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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그는 대답하지 않았고 도아린은 점점 더 밝은 웃음을 띠었다.세 사람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고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다.도아린이 먼저 나갔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일북이 바로 따라가 배건후가 도아린과 가까워지지 않도록 거리를 두었다.문 앞에 도착하자 일남이 차를 몰고 왔다. 일북은 차 문을 열었고 도아린은 몸을 굽혀 차에 올라탔다.배건후는 몇 걸음 빠르게 다가가 손을 들어 자신의 기사를 호출했고 손보미가 차에 타기 전에 차 문을 닫았다.“너는 혼자 돌아가.”“건후 씨!”배건후의 차는 도아린이 떠나는 방향으로 따라갔다.“앞차를 따라가.”“네, 대표님.”배건후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영상은 네가 찍은 거지?”“하춘녀 씨가 자발적으로 인터뷰를 받겠다고 했어.”육하경의 목소리가 약간 피곤해 보였다.바쁜 와중에 그는 하춘녀를 인터뷰했고 프로그램에 제공된 영상은 일부에 불과했다.배건후가 오늘의 일을 덮고 싶다면 다른 언론에 영상 전체를 보낼 생각이었다.도아린이 어렵게 부탁한 일이니 반드시 제대로 처리해야 했다.“건후야, 손보미 같은 망나니를 위해서 도아린 씨를 버릴 거야? 후회하지 않겠어?”남자는 입술을 꽉 깨물며 말을 하지 않았다.육하경은 그가 후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자신도 후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부부 관계에 불화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는 우정을 버리고 대담하게 도아린에게 마음을 표현했어야 했다.기회가 있을지 없을지는 상관없이 시도는 해봐야만 후회가 남지 않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는 배건후와의 우정을 생각했고 배지유의 일을 해결하기만 한다면 그들이 부부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건후야...”“나는 문제를 피하려는 게 아니야.” 배건후는 그의 말을 끊었다. “하춘녀가 다른 말도 했을 거야. 영상을 전체 다 공개해.”“...”코를 만지고 있던 육하경의 행동이 느려졌다. 지금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가?“손보미가 궁지에 몰리면 손강해과 연락할 거야. 손강해는 손보미의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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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손보미는 방 안에서 던질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던져버렸다.도아린은 정말 자신을 완전히 망가뜨려야만 끝낼 작정인 걸까?그녀는 화가 나서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고 입술은 파래졌다. 그녀는 책상을 짚고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손보미는 급히 전화를 걸었다.“안녕하세요, 손보미입니다. 예전에 유전자 검사 부탁하셨죠? 이제 시간이 났네요. 네, 바로 가겠습니다.”손보미는 급히 옷을 갈아입고 비서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예전에 자원봉사자가 연락 와서 율이의 친부모를 찾고 있다고 했지만,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거절했다.지금 도아린이 자신을 망치려 하고 있지만, 만약 율이가 자신의 아이라면 도아린이 함부로 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손보미는 피를 뽑고 나서 의사에게 언제 결과가 나오는지 물었다.“삼일 이내에 결과가 나옵니다. 결과가 나오면 전화로 연락드리겠습니다.”“좀 더 빨리할 수 없나요? 딸과 빨리 만나고 싶어요!”“죄송합니다. 절차가 이렇습니다.”배건후가 나서면 절차를 더 빨리 진행할 수 있었을 텐데 손보미는 배건후에게 자신의 비밀을 알리기가 두려웠다.배건후가 변했다. 예전처럼 자신을 지켜주지 않았고 더는 고성만을 언급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심지어 배건후의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운 얼음 조각처럼 변해버렸다.손보미는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모자를 낮게 눌러 쓰고 병원을 빠져나갔다.차에 다가갔을 때, 그녀는 그만 멈춰 섰다.“누가 이런 거야!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야!” 손보미는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차 위에는 여러 봉지의 쓰레기가 던져져 있었고 그 안에는 음식 찌꺼기, 휴지, 그리고 피 묻은 생리대까지 있었다.비서는 급히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지만 막 정리한 바로 그 순간 또 다른 쓰레기 봉지가 손보미에게 던져졌다.“인간쓰레기 죽어!”“불륜인 걸 알면서도 내연녀가 되다니, 그런 뻔뻔한 얼굴로 아직도 사랑 쇼를 하고 있어?”등 돌린 팬들이 썩은 과일과 썩은 달걀을 손보미에게 던지며 비난했다.손보미는 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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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어이, 손보미야, 어디서 굴러온 거지인 줄 알았네. 냄새가 너무 지독해. 거기서 멈춰 있어. 물을 더 뿌려줄 테니 더러운 것들을 묻히고 들어오지 마.”손보미는 그녀의 의도를 알았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한걸음 내디디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거실에서는 강재희와 강재민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강재희는 깎아놓은 사과를 반으로 나누어 강재민에게 주었다. 강재민은 한 입 베어 물고 의자에 기대어 있었다.지독한 냄새를 느낀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보았다.“아가씨, 도련님.”손보미는 마치 가족과 상봉한 사람처럼 울먹이며 말했다. “도아린 그 년이 날 함정에 빠뜨렸어요! 제발 복수해 주세요!”강재희는 무표정한 얼굴로 사과를 자르는 작은 칼을 손에 쥐고 안정감이 있게 돌렸다.손보미는 그녀 앞에 다가가 의자에 앉으려 했는데 강재희가 갑자기 의자를 차서 밀어버렸다. 손보미는 반응할 틈도 없이 뒤로 넘어졌다.그녀는 충격에 빠진 채 강재희를 올려다보았다. 손발을 다 써서 뒤로 물러났지만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아가씨...”강재희는 자리를 잡고 무릎을 굽혀 손보미 앞에 앉았다. 손에는 여전히 과도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칼을 한 바퀴 돌린 후, 그것을 손보미의 얼굴에 대였다.“아이를 유괴해서 팔아?”차가운 칼날이 손보미의 숨통을 끊을 듯했다. 눈을 옆으로 돌린 그녀의 시선에는 칼끝만 들어왔다. 강재희가 조금만 힘을 준다면 그녀의 얼굴에는 상처가 날 것이다.손보미는 몸이 떨려왔지만, 얼굴을 망칠까 두려워 애써 몸을 진정했다.“아가씨, 그때는 제가 너무 어렸어요. 모두 어머니가 강제로 시킨 일이에요...”강재희는 어렸을 때 유괴당한 적이 있었기에 가장 미워하는 것이 바로 여성과 어린이를 유괴해서 팔아먹는 일이었다.손보미는 그 두 가지를 모두 저질렀다.강재희의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웠지만, 입가에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녀는 손보미를 마치 해충을 보듯 했고 당장이라도 죽일 기세였다.“정말 원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커서 부모님과 인연을 끊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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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JS 픽처스 이사 사무실.도아린이 서류를 뒤적거리는데 일남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손보미가 유전자 검사를 하러 병원에 갔습니다.”펜을 꽉 움켜쥐고 있던 그녀의 눈빛이 매섭게 변하였다. 일남은 손보미의 처지와 손보미가 강씨 가문으로 숨어든 일에 대해 다 얘기해주었다. “수고했어. 손보미 쪽은 계속 주시하고 있어. 벼랑 끝에 몰리게 되면 아버지를 찾아가겠지.”“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후, 30분이 지나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곧 임원진 회의가 시작됩니다.”도아린은 마음에 든 시나리오를 몇 개 집어 들고 회의실로 향했다. 뜻밖에도 배건후가 연성 지사의 대표로 이 회의에 참석하였다. 그녀는 담담하게 그를 한 번 훑어보고는 곧장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다. 어느 날 갑자기 낙하산으로 이사 자리에 오게 된 도아린을 향해 사람들은 겉으로는 예의 바르게 행동하였지만 사실 뒤로는 여전히 불만이 많았다. 때문에 그녀가 처음 주최하는 회의에 거의 절반이 결석하였다. 그녀는 회의실을 한번 둘러보더니 한마디 내뱉었다. “희정 씨, 결석자 명단 체크하세요. 회의 시작하죠.”회의에 참석한 사람 중에도 절반 이상이 도아린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고 그녀가 웃음거리가 되는 걸 보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었다. 회의가 시작된 후, 사람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전혀 도아린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탁.마이크가 언제 켜졌는지 스피커를 통해 파일이 탁자에 던져지는 소리가 나자 사람들은 몸을 살짝 떨었다. 이때, 배건후가 고개를 들고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이사님, 우리가 초등학생도 아니고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요?”도아린은 피식 웃었다.“확실합니까? 올해 그쪽이 투자한 예능은 시청률이 모두 다 바닥났어요. 초등학생도 이렇게 손해 보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겁니다.”도아린에게 지적당한 사람은 순식간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녀 또한 아직은 확실한 실적이 없기 때문에 더는 뭐라 할 수가 없었다.“당신이 투자한 예능은 반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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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도아린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예를 들면요? 꽃보다 남자의 F4 같은 거요? 그건 명백한 집단 왕따라고요.”정상적인 사람이면 어찌 그럴 수가 있겠는가? 온갖 굴욕과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결국 상대방을 사랑하게 된다고?머리에 문제가 있거나 상대방의 돈이 탐나서 그런 거겠지.내가 널 좋아하는 걸 영광으로 여겨라 뭐 이런 건가? 이건 가스라이팅이잖아.도아린은 상대방의 손에 들려 있는 대본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그 시나리오는 누군가의 평범한 삶을 이야기 하고 있어요. 오랫동안 주변 사람들의 괴롭힘에 상처투성이가 된 주인공이 결국은 모든 걸 깨닫고 진정한 자신을 되찾아가는 스토리예요. 전 이런 스토리를 사람들한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사람들은 너무 많은 구속을 받고 있어요. 가족을 위해, 친구를 위해 여론을 위해...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격앙된 연설에도 사람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프로젝트를 받은 사람들은 또 감히 뭐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또 무슨 말을 하려다가 그녀는 결국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내 그녀는 또 다른 시나리오와 예능의 관전 포인트를 자세히 얘기했다.회의가 끝나갈 무렵, 주진모가 눈을 떴다. 왜 아직도 회의가 끝나지 않았냐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도 이사가 이제 막 이 업계에 들어왔으니 열정적인 건 좋은 일이에요. 그러나 시장의 수요도 고려해 봐야 하지 않겠어요? 투표를 하는 게 어떠한가요? 이 프로젝트를 동의하는 사람은 이 자리에서 손을 들어주시죠.”말을 마친 그가 빙그레 웃으며 사람들을 둘러보았다.그가 손을 들지 않으면 그의 사람들도 분명히 손을 들지 않을 것이다.한편, 그녀에게 설득당한 사람들도 다들 손을 들지 않는 것을 보고 감히 손을 들지 못하였다. 한 바퀴 둘러보니 손을 드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그녀는 천천히 사인펜을 꽉 움켜쥐었다.“난 동의합니다.”오른편에 앉아 있던 배건후가 무뚝뚝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었다. “JS 픽처스는 지난 2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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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도아린이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비서가 와서 문을 두드렸다.“배 대표님께서 오셨습니다.”거절할 틈도 없이 그가 바로 안으로 들어와 손에 있던 서류를 들어 올렸다. “공적인 일이야.”그녀도 억지를 부리지 않고 그한테 앉으라고 손짓했다.“이 연예인들은 새 프로젝트에 적합한 사람들이니 참고해.”그는 서류를 그녀의 앞에 밀어놓고서야 의자를 당겨 자리에 앉았다.그의 그런 모습에 도아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배건후가 건넨 리스트 중 절반 이상이 그녀가 눈여겨보고 있던 사람들이었고 이미 직원들을 시켜 섭외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오늘 회의에서 금방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한 것인데 그가 회의 중에 이리 섭외 리스트를 뽑아낼 줄은 몰랐다. 업무 능력 하나는 진짜 끝내주는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비록 익숙한 사업은 아니었지만 그는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충분히 공부를 한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영화의 여주인공은...서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그녀를 향해 그가 입을 열었다.“최지우는 이혼 후 삶이 완전히 바닥으로 추락했어. 몸매도 망가지고 우울증에도 시달리고 있지.”말을 멈추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그를 향해 그녀는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나한테 하는 말인가?이혼 후, 큰 타격을 받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여자들이 많았다. 비굴해지고 나약해지고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어려운 역경 속에서 성장한 한 여자의 삶을 표현하고 싶다면 최지우를 선택해. 지금 그녀의 상태는 극 중 캐릭터와 잘 어울릴 거야. 시청자들한테 최지우가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걸 보여주는 게 특수 분장보다 훨씬 더 믿음직한 일이니까.”말을 하던 그의 눈빛에 망설임이 스쳐 지나갔다.“만약 최지우의 의지가 부족하다면 체중 감량이 잘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럼 성형수술의 힘을 빌려야 할 거야.”“필요 없어요.”그녀는 서류를 덮으며 입을 열었다.“최지우보다 이 기회를 소중히 여길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남자들은 우리 여자들한테 필수품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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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다정한 그의 손길이 익숙지가 않아서 그녀는 급히 머릿결을 정리했다. “아주머니가 지현이를 잘 챙겨줬었어요.”말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내비게이션을 켜고 위치를 검색하여 강재민에게 보여줬다. 약간 흥분된 그녀는 안전벨트를 당겼다가 유리창을 찔러보았다가 옆에서 안절부절못하였다.그녀의 모습에 강재민은 너무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도아린이 도지현을 위해 마련한 집은 번화가에 위치하지는 않았지만 근처에 큰 슈퍼마켓이 있어 장보기가 매우 편리하였다.차가 막 멈추자 도아린은 안전벨트를 풀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지현아.”“누나? 누나?”방안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이서가 문을 여는데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진 도아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아린 씨, 얼른 지현이 한번 봐 봐요.”그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현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그녀는 가방을 버리고 집안 곳곳을 뒤졌다. 이때, 도지현이 재활실에서 나오며 큰소리로 그녀를 불렀다.“나 여기 있어.”그 자리에서 굳어진 그녀는 우뚝 솟은 도지현을 멍하니 쳐다보았다.“너...”심장이 두근거리고 손가락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 앞으로 다가온 그녀는 감히 그를 만지지 못하였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한 번 만지면 깨질 것만 같은 꿈일까 봐.도지현은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들었고 이내 차가운 빛이 도는 금속 골격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 도지현은 천천히 두 발짝 내딛다가 그녀의 앞에서 한 바퀴 돌았다.“너무 마음에 들어. 아직은 적응이 잘 안되지만 나중에 익숙해지면 뛸 수도 있을 거야.”도아린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남동생은 늘 밝고 씩씩한 사람이었고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늘 긍정적이었다.그가 이 기계 다리에 적응하느라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도지현이라면 분명 어떻게 해서든 더 잘해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거봐요. 누나가 날 보면 운다고 했잖아요.”울컥한 목소리로 말을 하던 그가 도아린의 뒤를 쳐다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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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강재민은 그녀의 손에서 귤을 낚아챘다. 한 조각 먹더니 시큼한 귤 맛에 얼굴을 찡그리며 귤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전에 아린 씨 학교에 가서 농구 친선 경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린 씨는 상대 팀 선수들만 쳐다보더라고요.”도아린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래전부터 만난 사이라니...“그... 그래요?”“5월 7일. 여름방학 전이었죠.”정확한 날짜를 말하는 강재민의 말을 듣고 찻잔을 들려고 손을 뻗던 그녀는 허공에서 손이 굳어져 버렸다. 0507, 배건후가 그녀에게 선물한 차 번호였다. 그녀와 처음 만난 기념일이라면서 배건후가 그 번호판을 선물해 줬었다. 강재민이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당황스러움을 눈치채지 못한 듯 강재민은 말을 계속 이어갔다.“아린 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리턴슛도 했는데 당신은 전혀 나한테 관심이 없더라고요. 경기가 끝나고 일부러 우연히 만난 척하면서 학교 도서관의 위치까지 물어봤었는데...”전혀 기억이 없던 그녀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어색하게 목을 쓰다듬었다. “누나, 재민이 형 진짜 농구 잘해. 형이 나한테 상체 운동도 가르쳐주고 슛하는 법도 알려주고 장애인 친구들도 소개해 준 거야. 누나한테 말하지 않았던 건 형이 누나한테 깜짝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다고 해서... 하지만 안타깝게도 난...”건물에서 추락하게 된 후 더는 도아린에게 말할 기회가 없게 되었고 깨어나서는 강재민을 다시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던 것이다. 강재민이 병실에 나타나 도아린 대신 그를 해남으로 데려가겠다고 했을 때 그는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도지현은 강재민을 좋아했고 인생의 멘토처럼 그를 따랐다. 두 사람 사이의 화제는 곧 농구로 이어졌고 잘 알아듣지 못했던 도아린은 잠시 앉아 있다가 아주머니를 도와 음식 정리를 하러 주방으로 향했다. “아주머니 동의도 없이 이곳으로 데려와서 죄송해요. 혹시 불편하지는 않으신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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