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한테 한바탕 수모를 당한 진옥경은 눈앞의 이 미친 여자가 여태껏 얌전했던 딸이라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안민아는 진옥경에게 손찌검한 것도 모자라 그녀가 가지고 있던 목걸이와 반지를 모두 빼앗고 그녀를 집에서 쫓아냈다.안씨 가문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진옥경은 염치 불고하고 진씨 가문으로 향했다. 그녀의 낭패한 모습을 발견한 하인은 급히 진범준에게 알리고 그녀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오빠, 나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어.”한편, 아내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난 진범준은 잠옷 위에 가운을 걸치고 거실로 걸어 나왔다. 몇 시간 전에 집을 나선 여동생이 이런 몰골로 나타나자 그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일단 가서 좀 씻어. 어머니 놀라게 하지 말고.”“오빠, 나 좀 도와줘. 제발.”진옥경은 그의 가운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그녀도 이런 낭패한 모습으로 오빠 앞에 나타나고 싶지 않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어찌 됐든 진씨 가문은 그녀의 친정이었고 친정 식구들 앞에서 무슨 자존심을 세우겠는가?새언니가 이런 모습을 보고 가슴 아파한다면 어쩌면 탈출구가 생길지도 모른다.그 생각에 진옥경은 울고불고하며 난리를 쳤다. 그러나 윤명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대신 차화영이 인기척 소리를 듣고 거실로 나왔다. “옥경이니?”차화영은 그 자리에서 굳어져 버렸다.“옥경아... 너... 이게 무슨 꼴이야?”차화영은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다리와 팔꿈치가 부러져 이내 병원으로 옮겨졌고 진범준은 진경수에게 병실을 지키라고 당부하고는 차화영의 옷을 챙기러 집으로 돌아갔다. “고모, 한밤중에 울고불고해서 해결될 일이 뭐가 있다고 그래요? 할머니만 크게 놀라셨잖아요.”아랫사람한테 한 소리를 들은 진옥경은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녀는 머리를 숙인 채 주먹을 불끈 쥐고는 마음속으로 불만이 가득했다. 엄마가 넘어져서 다쳤는데도 새언니는 얼굴도 보이지 않다니...“오빠, 난 내일 있어서 먼저 돌아갈게요.”도아린이 하품하면서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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