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또 한 번의 거절 / 챕터 621 - 챕터 630

또 한 번의 거절의 모든 챕터: 챕터 621 - 챕터 630

933 챕터

제621화

“도아린 씨.”그녀를 부르던 제작자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당신들의 방법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겁니다.”“당신들이요?”“배 대표님과 함께 생각해 낸 방법 아닙니까?”감독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최지우의 일을 알게 된 후부터 그녀는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이 생각은 이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오늘 최지우의 일이 터지고 나서야 그녀는 사건의 경과를 자세히 파악한 끝에 이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었다. 배건후와는 말 한마디도 섞지 않았는데 어떻게 함께 방법을 생각할 수가 있겠는가?얼굴이 어두워진 도아린을 보고 제작자는 급히 해명했다.“제가 무례했습니다. 아린 씨가 말한 이 방법은 배 대표님이 말씀하신 방법과 거의 같습니다. 두 분이 부부 사이라고 하길래 전 또... 죄송합니다.”“배건후 씨와 전 이미 이혼한 사이예요.”도아린은 간단하게 해명했다.“그 사람이 당신들을 찾아온 건 전 모르는 일이에요. 이 방법이 괜찮다면 대본 수정하라고 하겠습니다.”“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대본은 알아서 수정해 주십시오.”“그럴게요.”사무실로 돌아오니 배건후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색이 좋아 않아 보이는데 그게 몸이 불편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드라마의 홍보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줄 알고 그녀는 그가 사무실에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그 일은 감독님과 제작자한테 이미 말씀드렸어요. 그러니까 당신이랑 할 얘기 없어요.”“스읍.”그녀가 들고 있던 서류판이 그의 상처를 찌르자 남자는 숨을 들이마셨다. 방금까지만 해도 건강해 보였던 사람이 순간 쓰러질 정도 허약해 보였다.옆으로 비켜서자 그가 벽에 손을 기대로 통증을 참았고 한참이 지나서야 사무실로 따라 들어갔다. “지유가 실종됐어.”그녀의 책상 앞에 서서 그가 한 첫마디였다.도아린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서랍에서 다른
더 보기

제622화

도아린은 과감하게 전화를 꺼내 통화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 방금은 회의가 있어서 전화를 받지 못했어요.”의자를 뒤로 빼고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최지우가 실검에 올랐더라고요. 그 여자가 대해 조금 알고 있는 게 있는데. 같이 점심 먹어요. 만나서 얘기해요 우리.”알았다고 하려던 찰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팔꿈치를 뒤로 뻗었다.퍼억!팔꿈치가 그의 상처에 심하게 부딪혔고 그 순간 그는 엄청난 고통에 정신을 잃을 뻔했다.“흐읍!”도아린은 재빨리 피했고 전화기 너머의 강재민은 예리하게 이상함을 감지했다. “배 대표가 또 매달려요?”그녀는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진 그의 얼굴과 식은땀이 맺힌 그의 이마를 쳐다보며 대답했다.“아니요. 프로젝트 회의 중이에요.”강재민의 목소리가 한결 무거워졌다.“아래층에 있어요. 기다릴게요.”“알았어요.”전화를 끊은 그녀는 여전히 벽을 짚고 버티고 있는 그의 모습에 그가 크게 다쳤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비서를 사무실로 불렀다.“배 대표님 비서한테 연락해요. 연락이 안 되면 병원에 직접 데려다줘요.”그의 통증이 가라앉기도 전에 도아린은 사무실을 떠났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한 후, 넋을 잃고 있는 도아린을 보며 강재민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잊지 못한 거예요?”“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요.”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녀는 손보미와 안준휘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강재민에게 알려주었다.“지금 분명한 건 손보미가 우리 아빠를 해치려고 교통사고를 계획했다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배지유가 그날 밤, 차를 몰고 그곳을 지난 게 정말 우연이었을까요?”그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무의식적으로 피하고 싶었지만 흠칫하다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손은 차가웠지만 부드러웠다. 건방지고 거친 사람이었지만 그녀의 손을 잡을 때는 유난히 다정했고 조심스러워 보였다.“나한테 맡겨요.”그녀의 표정을 지켜보며 그녀가 거부하지 않자 그는 손을 더 세게 잡았다.
더 보기

제623화

“나한테 딱 맞는 사람이에요. 내가 멍청하다고 싫어하지도 않을 거고 내 뜻을 왜곡해서 오해하지도 않을 거잖아요.”늘씬하고 예쁜 그의 손이 탁자에서 피아노를 치듯 움직이다가 다시 그녀에게로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밥 먹고 나랑 같이 갈 데가 있어요.”...“이거 놔. 다치지 말라고.”배지유가 눈을 가린 채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미친 듯이 몸을 비틀거리며 더럽고 냄새나는 손길을 거부했다.“당신들이 날 이렇게 대한 걸 우리 오빠가 알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우리 오빠? 하하하.”옆에 있던 남자가 큰소리로 웃었다.“너희 오빠가 우리한테 시킨 거야. 널 혼내주라고. 다시는 도아린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라고 했어.”흠칫하던 그녀는 계속해서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도아린이랑 무슨 상관인데. 내가 언제 괴롭혔다고?”“모르고 있었어?”다른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네가 치어 죽인 사람이 바로 도아린의 고모야.”“뭐?”그녀는 놀란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보아도 눈앞에 있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그 사람이 도아린의 고모라고?그러니까 오빠가 날 잡아 오라고 한 건 나한테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아린을 대신해 분풀이를 하기 위해서였던 거야?왜? 도대체 왜? 내가 친동생인데.어떻게 여자 하나 때문에 날 이렇게 만들 수가 있어? 어떻게 다른 놈이 날 모욕하는 것조차 내버려둘 수가 있냐고?“오빠를 만나야겠어. 이거 놔.”몸이 차가워지는 순간 옷이 아래로 당겨졌고 거칠고 투박한 손이 그녀의 몸을 마구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왜 배 대표님의 여자를 건드린 거야? 네가 한 짓 때문에 배 대표님이 그 여자한테 차인 거잖아. 그러니 너한테 화풀이를 하는 거겠지.”남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의 발을 덥석 잡고 아래로 잡아당겼다. “다리 한쪽이 없는 꼴을 보니 나도 구역질이 나. 배 대표님의 지시만 아니었다면 나도 네 몸에 손댈 생각 없어.”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한쪽
더 보기

제624화

“아니요.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도아린은 피식 웃었다.“배지유가 내 드레스를 빼앗을 때도 알레르기가 생기는 귀걸이를 하라고 나한테 강요했을 때도 사람을 시켜 날 죽이라고 했을 때도 배건후 씨는 나한테 합의서를 써달라고 강요했어요. 그러니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절대 아니에요.”손잡이에 손을 얹고 손가락을 튕기던 그가 멈칫했다.“그럼 누군가 이간질을 하고 있다는 건데... 무슨 목적일까요?”“글쎄요. 서로 물고 뜯고 하는 거겠죠.”그녀는 이어폰을 그에게 건네주며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안에 도청 장치를 설치한 거예요?”“이 창고는 원래 내가 사용하던 곳이었어요. 마침 장비를 회수하라고 했는데 뜻밖에 이 비밀을 발견했지 뭐예요.”그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구해올까요?”“배씨 가문 사람의 생사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에요.”그녀는 오후에 회의가 있다며 먼저 데려다 달라고 했다.회사에 도착한 후, 도아린은 ‘찬란한 인생'의 대본을 찾아 내용을 수정했다. 다들 최지우 전남편의 사기 사건에 관심이 있으니 이 사건을 영화에 담아 이것으로 홍보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번 실검을 이용해 사전 홍보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화장품 사기 사건에서 빠져나간 자가 있다면 분명히 꿈틀거릴 것이고 그들이 움직이기만 한다면 알려지지 않은 비밀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오후의 회의에 배건후도 참석했다.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제작자는 그에게 건강에 주의하라고 젊은 나이만 믿고 몸을 막 쓰지 말라고 충고했다. 모건 그룹 수만 명의 직원들은 여전히 그가 회사를 이끌고 다시 정상에 오를 것을 기대하고 있고 배석준과 주현정도 그의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가족을 위해서라도 몸조심하라고 했다.가족이라...그가 그윽한 눈빛으로 맞은편에 앉아 있는 도아린을 쳐다보았다. 서류를 보고 있던 그녀는 그의 시선을 눈치채고도 모른 척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비서를 향해 입을 열었다.“점심에 유자차 사 온 거 있는데 가서 타와요.”유자차?
더 보기

제625화

솔직히 유일한 카드를 정말 내놓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배건후는 외출도 허락하지 않고 그녀를 보러 오지도 않는다.필요한 게 있으면 경호원한테 부탁하라고 했지만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만 사다 주곤 했다. 이건 감옥살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오랫동안 망설이던 끝에 그녀는 결국 결심을 내렸다.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문을 잠그고 기억 속의 번호에 따라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었지만 상대방은 말을 하지 않았다.“지금 당신이 필요해요. 더 이상 방법이 없어요.”뚜뚜뚜....같은 시각, 도아린이 대본을 수정하고 회사를 떠나려고 할 때 강재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그는 함께 콘서트에 가자고 제안했다.“재민 씨는 되게 한가한가 보네요.”그의 차에 올라탄 그녀가 안전벨트를 하며 입을 열었다.“설마 내가 귀찮은 건 아니죠?”그는 밀크티와 간식을 건네주며 대꾸했다. 도아린은 간식 상자를 열고 과자 하나를 꺼내고는 나머지는 뒷좌석에 놓아두었다.“귀찮은 게 아니라 육청아 씨가 당신을 찾지 못해 계획에 영향이라도 미칠까 봐 그러죠.”차분한 말투에 약간의 걱정이 들어있는 것 같아 그는 그녀의 의도를 도무지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과자를 먹고 난 뒤 밀크티를 몇 모금 마시던 그녀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그의 모습에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조직 내부에서 보스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중요한 시기이니까 육청아 씨가 당신한테 자주 연락을 할 것 같아서 하는 말이에요.”“저들이 싸우는 걸 보고 있다가 우리가 어부지를 얻으면 좋을 거 아닌가요?”강재민은 핸드폰 전원을 끄고 핸드폰을 서랍에 넣어두었다.“오늘 밤은 아린 씨하고만 보낼 거예요.”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얼른 운전이나 하라고 손짓했다.그들이 도착했을 때, 콘서트는 벌써 시작된 상태였다. 공연 중인 밴드는 인디밴드였고 팬들도 몇 안 되고 업계의 인맥도 얼마 없는 팀이었다. 도아린은 강재민을 따라 뒤쪽에 앉았고 노래를 들으면서 과자를 먹고 있었다. “아린
더 보기

제626화

몇 소절 부른 뒤 그녀는 눈을 번쩍 떴다.조명이 그녀의 몸을 비추자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허공에 있던 손을 살짝 흔들자 리듬이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평소 말할 때는 목소리가 차가웠지만 노래할 때는 훨씬 감미로웠다. 낮고 중성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더니 갑자기 고음이 터져 나왔고 앞에 있던 팬들이 소리를 질렀다. 활기차고 젊음이 가득한 노래, 말을 타고 질주하며 적진으로 돌진하는 여장부의 결단력 있고 패기 넘치는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조명은 리듬에 따라 변했고 무대 반대편으로 몸을 돌리던 그녀는 관중들 속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게 되었다.그 사람은 바로 강재희였다. 그녀는 검은색 반팔 셔츠에 슬림한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세련된 단발머리에 금테 안경을 착용하고 있었다.늘씬한 몸매를 가진 강재희를 그녀는 복잡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도아린은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도발적이고 매력적인 웃음에 관중들은 환호했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던 강재민도 강재희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의 눈 밑에 분노가 차올랐다.노래가 끝나자 관객들은 앙코르를 외쳤지만 강재민은 그녀를 끌고 무대로 내려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 쪽으로 걸어갔다.“왜 그래요?”그에 이끌려 가다가 하마터면 다른 사람에게 부딪힐 뻔했다.강재희는 이미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들을 보고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차가 고장 났어. 같이 가.”“택시 타고 가.”“뭐야? 벌써 이 누나는 안중에도 없는 거야?”강재희는 차의 뒷문을 열고 바로 차에 올라탔다. 가운데 앉더니 그녀가 도아린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강재민은 경고의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앞으로 내 아내가 될 사람이야.”“너도 말했다시피 미래에 될 수도 있다는 거잖아.”미래라는 건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뜻이다. 원래 도아린을 데리고 야식을 먹으러 가려고 했지만 강재희가 굳이 따라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그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그녀를 돌려보냈다. 도아린이 뭔가 눈치라도 채면 안 되니까.집으로 돌아온
더 보기

제627화

“뭐라고?”“모르는 척할 거예요? 다 알고 있어요. 오빠가 그놈들한테 날 혼내라고 한 거”배지유는 눈물을 왈칵 쏟으며 말을 이어갔다.“사람을 친 건 인정할게요.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어요. 그 여자가 스스로 뛰어든 거라고요. 난 녹색 신호등에 정상적으로 운전한 건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래요?”“그 여자가 도아린의 고모라서 나한테 책임을 지라고 강요하는 거예요? 그래서 싫다고 하는 나한테 그놈들을 보내 날 괴롭힌 거냐고요? 난 오빠 동생인데 어떻게 도아린 때문에 나한테 이리 못되게 굴어요?”그녀는 미친 듯이 침대를 두드리며 손에 잡히는 대로 모두 바닥에 던져버렸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얼굴 표정은 험악하기 그지없었다. 배건후는 우뚝 서서 그녀를 바라보며 눈썹을 찌푸렸다.그녀를 구했을 때, 그는 이미 그녀가 겪은 일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성대호에게 끌려간 사람이 왜 이런 지경까지 된 것인지?침대 옆에 우뚝 서 있던 그는 배지유가 힘이 빠져 조금 진정되자 비로소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상대방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해도 도망가지 말았어야지. 네가 현장을 떠나기만 하면 그 책임은 너한테 있는 거야.”배지유는 그 말에 불복하며 그를 노려보았다.“그 사람이 도아린의 고모가 아니어도 오빠가 이 일에 참견했을까요?”남자는 단호하게 대답했다.“누구든 네가 잘못한 건 사실이잖아.”“거짓말! 도아린의 고모가 아니었다면 오빠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을 거예요.”그녀는 언성을 높이며 쏘아붙였다.“전에 사고가 났을 때는 왜 참견하지 않았어요? 전에 사람을 때렸을 때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잖아요. 왜 도아린하고 엮이기만 하면 정의감이 생기는데요? 가식적이네요. 오빠는...”철썩!그녀의 얼굴이 한쪽으로 기울어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크게 떴다. 이내 얼굴이 부어오르고 입에서 피 냄새가 나고 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놈들이 배건후가 시킨 짓이라고 했을 때 그녀는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오빠가 나한테 손찌검을 하다니? 그
더 보기

제628화

“어디 한번 마음대로 해봐.”배건후도 뒤돌아보지도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화가 난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바닥을 힘껏 두드렸고 손이 아파서 이를 꽉 악물었다. 화가 나 죽을 지경이었지만 진짜로 죽는 건 또 싫었다. 배건후에게 겁을 주고 싶었지만 방을 둘러보니 크게 다치지 않을 만한 물건을 찾지 못하였다. 옆방, 배건후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의사는 미리 준비한 주사를 그에게 놓아주었다. 소파 등받이에 기대어 있는 그는 계속 미열이 나고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웠다. 링거를 거의 다 맞을 때쯤, 우정윤이 들어와서 바늘을 뽑아줬다.“아가씨한테 도시락을 챙겨줬지만 다 쏟아버렸습니다.”“그냥 내버려둬.”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지금 하고 있는 일 인수인계 하고 해남 쪽으로 건너와.”...다음날, 도아린이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던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복잡한 눈빛으로 강재희를 쳐다보던 그녀의 모습을 강재민을 쳐다보는 것처럼 누군가 영상을 편집했다. 그 바람에 두 사람의 연애 사실이 단숨에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영상 아래에는 많은 사람들이 응원의 댓글을 남겨주었다. 지난 결혼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였다. 도아린이 그 영상을 봤을 때는 이미 리트윗이 백만을 넘어선 상태였다. 이때, 서대은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두 사람 진짜 사귀는 거야?”“만나보기로 했어. 서로 마음이 맞을지도 모르잖아.”그녀는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고 책상에 앉아 대본을 수정했다.“배지유가 구조되었어. 주변 CCTV를 확인해 봤는데 배건후 씨의 흔적은 없었어.”서대은은 도아린의 문자를 받고 사람들을 보내 그 창고를 감시하고 있었다.“하지만 배건후 씨를 제외하고 누가 그렇게 배지유를 구해갈 수 있을까?”“배지유를 가둔 사람이 무슨 목적인지 생각해 봤어?”도아린은 피식 웃었다.전날 배지유가 욕설을 퍼붓는 걸 듣고 그녀는 누군가 배지유와 배건후의 관계를 이간질하려 한다는 걸 알아
더 보기

제629화

그날 ‘찬란한 인생’의 홍보 영상이 공개되었고 영상 속 최지우가 연기한 여주인공은 친한 친구에게 속아 대출을 받아서 대량의 화장품을 구입하여 삶을 역전시키려고 하였다. 영상이 공개된 후, 그날 밤 최지우는 어머니가 갑자기 병에 걸려 입원했다는 전화를 받게 되었다. 기자들이 병원을 지키고 있었고 만약 그녀가 나서지 않는다면 그녀의 어머니는 언론에 그녀가 불효한 자식이라고 폭로할 거라고 했다.새벽 두 시가 되어 촬영이 끝난 그녀는 화장도 지우지 못한 채 병원으로 달려갔다. 촬영장을 떠나 시내에 들어서기도 전에 한적한 도로서 통제 불능의 대형 트럭이 정면으로 충돌해 왔다.일북은 브레이크를 세게 밟으며 방향을 틀었고 차는 이내 길가에 멈춰 섰다. 통제 불능 상태인 대형 트럭은 화물칸 전체가 도로에서 마찰을 일으켰고 차량 앞부분이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두 차량이 충돌할 때쯤 일북은 급히 후진하여 백 미터 뒤로 물러섰고 안에 있던 운전기사는 운전자석에서 뛰어나와 산비탈로 떨어졌다. 조수석에 있던 최지우는 차에서 내려 울타리 쪽으로 걸어가서 이미 이런 일이 있을 걸 예상했다는 듯이 차에서 뛰어내린 운전기사를 쳐다보았다. 운전기사가 비틀거리며 일어서는데 이내 엄청난 힘에 의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당신...”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밟고 있는 최지우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힘이 매우 셌고 운전기사의 팔을 잡고 뒤로 누르자 이내 운전기사의 팔이 빠졌다.“아악.”“당신은 알 거 없어.”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곧이어 운전기사의 다른 한쪽 팔도 부러뜨렸다. 남자는 치마를 벗고 가짜 살갗을 드러내고는 치마로 운전기사의 발을 묶은 뒤 고개를 들어 일북을 불렀다.“나 좀 끌어올려 줘.”그를 끌어 올리는 일북의 얼굴에 싫은 표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답답하고 더워죽는 줄 알았네. 배우들은 이런 분장을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일남은 뒤돌아서 일북에게 지퍼를 열어달라고 했다. 잠시 후, 경찰들이 와서 운전기사를 경찰서로 데리고 갔다.
더 보기

제630화

배지유는 그 사람을 보고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부릅떴다.“내 일 때문에 해남에 온 거예요?”남궁유민은 모건 그룹의 변호사였고 그가 맡은 사건들은 모두 몇백억이 넘는 사건들이었다. 설마 오빠가 내 사건에 남궁 변호사를 붙여준 거야?하지만 아무리 남궁유민이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죽었으니 그녀는 감옥에 가는 걸 피할 길이 없었다. “안 가요. 누가 변호를 해줘도 난 경찰서에 안 간다고.”“우 비서님, 아가씨랑 단둘이 얘기 좀 했으면 합니다.”양복 차림의 그는 조금도 지쳐 보이는 내색이 없이 프로패셔널했다. 고개를 끄덕이던 우정윤은 자리를 뜨면서 그녀에게 이제 그만 억지를 부리라는 눈빛을 보냈다. “긴말 필요 없어요. 아무리 설득해도 난 절대 자수할 생각 없어요.”그녀는 고개를 한쪽으로 휙 돌렸다. 말은 그리 당당하게 했지만 마음속으로 너무 불안했다. 오빠는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를 경찰서에 보내기로 결정한 이상 손발을 묶어서라도 끝내 데리고 갈 것이다.“난 지유 씨를 도와주러 온 사람이에요.”남궁유민은 의자를 끌어다가 침대 옆에 앉았다.그녀는 이불을 꽉 움켜쥐고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입을 열었다. “정말 날 돕고 싶다면 나 대신 벌을 받을 사람을 찾아와요. 대호 오빠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우리 오빠라면 분명 할 수 있을 거예요. 오빠가 나선다면 상대방 쪽에서 얼마를 원해도 다 들어줄 수 있을 거예요.”남궁유민이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가방에서 서류들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그녀는 서류들을 한 번 흘겨보고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가 서류를 그녀의 손에 쥐여주고는 구석에 있는 CCTV를 힐끗 쳐다보았다.방안에 CCTV가 있는 것을 보니 그녀가 자살이라도 할까 봐 걱정되기보다는 도망갈까 봐 감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그녀는 서류를 천천히 들고 CCTV에 서류의 내용이 찍히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이내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더 보기
이전
1
...
6162636465
...
94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