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한번 마음대로 해봐.”배건후도 뒤돌아보지도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화가 난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바닥을 힘껏 두드렸고 손이 아파서 이를 꽉 악물었다. 화가 나 죽을 지경이었지만 진짜로 죽는 건 또 싫었다. 배건후에게 겁을 주고 싶었지만 방을 둘러보니 크게 다치지 않을 만한 물건을 찾지 못하였다. 옆방, 배건후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의사는 미리 준비한 주사를 그에게 놓아주었다. 소파 등받이에 기대어 있는 그는 계속 미열이 나고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웠다. 링거를 거의 다 맞을 때쯤, 우정윤이 들어와서 바늘을 뽑아줬다.“아가씨한테 도시락을 챙겨줬지만 다 쏟아버렸습니다.”“그냥 내버려둬.”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지금 하고 있는 일 인수인계 하고 해남 쪽으로 건너와.”...다음날, 도아린이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던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복잡한 눈빛으로 강재희를 쳐다보던 그녀의 모습을 강재민을 쳐다보는 것처럼 누군가 영상을 편집했다. 그 바람에 두 사람의 연애 사실이 단숨에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영상 아래에는 많은 사람들이 응원의 댓글을 남겨주었다. 지난 결혼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였다. 도아린이 그 영상을 봤을 때는 이미 리트윗이 백만을 넘어선 상태였다. 이때, 서대은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두 사람 진짜 사귀는 거야?”“만나보기로 했어. 서로 마음이 맞을지도 모르잖아.”그녀는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고 책상에 앉아 대본을 수정했다.“배지유가 구조되었어. 주변 CCTV를 확인해 봤는데 배건후 씨의 흔적은 없었어.”서대은은 도아린의 문자를 받고 사람들을 보내 그 창고를 감시하고 있었다.“하지만 배건후 씨를 제외하고 누가 그렇게 배지유를 구해갈 수 있을까?”“배지유를 가둔 사람이 무슨 목적인지 생각해 봤어?”도아린은 피식 웃었다.전날 배지유가 욕설을 퍼붓는 걸 듣고 그녀는 누군가 배지유와 배건후의 관계를 이간질하려 한다는 걸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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