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빈은 오늘 밤 술을 꽤 많이 마셨다.원래 사업적인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비위를 맞출 필요도 없고 가끔 있는 술자리에서도 과하게 마시는 일은 드물었다.하지만 오늘은 자비 따윈 없었다.성유리는 박한빈을 잘 안다.그는 술을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 체질이고 오히려 마실수록 더 창백해지는 스타일이다.지금 박한빈의 핏기 하나 없는 얼굴을 보니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셨다는 걸 알 수 있었다.반면, 맞은편에 앉은 알리는 정반대였다.고량주를 반병 이상 마신 뒤, 알리의 얼굴은 피가 터질 듯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눈빛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성유리는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말리려는 찰나, 박한빈이 또다시 술잔을 들어 올렸다.그런데 알리는 이번에 잔을 받기는커녕 입을 틀어막고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뛰쳐나갔다.성유리는 힘들어 보이는 알리를 쫓아가는 대신 박한빈 쪽으로 몸을 돌려 그를 부축하며 물었다.“괜찮아요?”박한빈은 대답하지 않았다.다만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도대체 왜 그 사람하고 술을 이렇게 마시는 거예요?”성유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다시 물었지만 박한빈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부축에 따라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그러곤 성유리의 허리를 감싸안고 얼굴을 그녀의 가슴팍에 묻었다.박한빈의 눈은 이미 감겨 있었고 호흡은 차분했다.성유리는 한참을 지켜보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설마 지금 주무시는 거예요? 잘 거면 집에 가서 자야죠. 여기서...”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기요, 아까 나가신 손님분 일행 맞죠? 지금 복도에 토하셨는데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여서요.”직원의 말에 성유리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이내 박한빈을 잠시 맡아달라고 직원에게 부탁한 뒤, 성유리는 곧장 복도로 나갔다.그곳은 이미 꽤 시끄러워져 있었다.그 고귀하고 차가운 인상으로 처음 봤던 알리는 지금 쓰레기통을 붙잡고 마구 토하고 있었다.“구급차 부를까요?”옆에 있던 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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