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의 선생님을 배려하기 위해 박한빈은 만남 장소를 학교 근처로 정했다.전날 사진으로 미리 학교의 모습을 확인했지만 실제로 와보니 사진 속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십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기에 학교는 더 낡아 있었다.게다가 주변에는 제대로 된 식당도 거의 없어서 이 대폿집이 그나마 가장 괜찮은 선택지였다.박한빈은 선생님을 처음 보았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안경을 쓴 그녀는 손에 든 휴대폰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안녕하세요.”박한빈이 다가가 먼저 말을 건네자 선생님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리곤 박한빈을 한 번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지서연 애인 맞죠? 안녕하세요.”...한편, 성유리는 오늘 촬영장에서 할 일이 거의 없었다.그러나 박한빈이 약속이 있다고 했으니 호텔에서 그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사실 처음엔 그가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도 했지만 박한빈이 말해주지 않는다면 굳이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이제는 박한빈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걸 충분히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해도 그가 없는 하루는 이상하게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결국 혼자 촬영장에 가서 둘러보기로 했다.이미 본격적인 촬영이 진행 중이었는데 마침 남녀 주인공의 투 샷 장면이 찍히고 있었다.연기력만 놓고 보면 이우빈의 연기는 확실히 좋았다.특히 감정이 실린 눈빛 연기는 인상적이었다.그러나 이우빈이 진실한 감정을 담아 여주인공을 바라볼 때, 성유리는 불현듯 그날 밤 박한빈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그 순간, 이유를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았고 앞으로는 그를 제대로 쳐다보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심지어 이 영화 자체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촬영장을 나온 후에도 딱히 갈 곳이 없어 성유리는 근처 거리로 향했다.하늘이와 김서영에게 줄 선물을 고르려던 참이었으나 한창 선물을 고르고 있던 중, 호텔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여보세요?”“성유리 님, 현재 프런트에서 손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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