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이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김단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소하가 그녀의 얼굴에 약을 발라 줄 때부터였을까?아니면 조심스럽게 상처에 숨결을 불어줄 때부터였을까?하지만 소한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녀는 단번에 깨달았다.그는 지금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이고 있었다.그의 눈빛은 서늘하다 못해 오싹하기까지 했다.김단을 쏘아보는 그 시선에는 질투와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예전에 명정대군과 함께 있는 그녀를 보았을 때도 분노하긴 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눈빛은 그때보다 훨씬 더 날카롭고 뜨거웠다.예전 같았으면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다 들킨 것처럼 괜스레 마음이 조급해졌을 텐데 지금은 너무나도 차분했다.아니, 어쩌면 그가 이렇게 오해해 주길 바랐는지도 모른다.오해가 쌓이면 체념하고 자신을 포기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비롯된 마음이었다.소하 역시 김단의 시선에서 뭔가를 느끼고는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았다.소한의 눈동자는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당장이라도 뛰어들어가 자신을 집어삼킬 것 같았다.원래라면 소한은 병영에 나가 있어야 했다.그런데 이곳에 있다는 것은 김단을 보기 위해 무단으로 빠져나왔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소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숨기지도, 그렇다고 해서 피하지도 않았다.그는 김단을 아끼는 마음에 직접 그녀에게 연고를 발라주었다.그게 전부였다.그러니 그 어떤 해명도 필요하지 않았다.오히려 그녀를 위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작은 그녀를 품에 안고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싶었다.그런데 과거 그의 손에서 이 모든 것을 빼앗아간 자가 누구였던가?만약 소한이 자신을 속여 잠들게 하지 않았더라면,만약 어머니가 김단에게 화리서를 쥐여주지 않았더라면자신은 당당하게 이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김단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소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약 발라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라버니. 시간이 늦었으니 저는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소하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조심히 가시오.”몸을 돌려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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