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hapter 681 - Chapter 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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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1화 위선

쿵.생각들이 무너져 내렸다. 민여진은 두 눈을 크게 떴다.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몸은 칼날에 난도질을 당하는 것 같았고 영혼은 산산조각이 나 공중에 흩어지는 듯했다.숨을 크게 들이켰지만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그녀는 정수향을 붙잡고 매달리며 소리 질렀다.“무슨 말이에요? 그게 대체 무슨 말이죠?”“여진 씨!”장정아가 혼비백산하여 민여진을 끌어안았다. 이성을 잃은 민여진의 모습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아파트 단지에서는 이러면 안 돼요...”민여진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방금 전 물었던 말을 계속해서 되뇌고 있었다.“방금 뭐라고...”정수향은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시간이 늦었어요. 이제 우리 딸 학교 끝날 시간이라...”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와 걷는 동안 민여진은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다. 몸이 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머릿속에서는 정수향의 말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이제야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문채연이 보석으로 풀려나 무죄 방면되었다는 것이 그저 정수향과 관련된 일이라 믿었다니, 정말 순진해도 너무 순진했다.정수향의 증언만으로는 문채연의 죄가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만약 그 사람의 증언이 없었다면...’박진성을 떠올리자 가슴이 답답했고 구역질이 올라왔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주먹을 몇 번 휘두르며 그의 배신을 따지고 싶었다.문채연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말한 것도 그였고, 결국 문채연을 보석으로 풀어준 것도 그였다. 어쩐지 이혼할 때 그렇게 담담하더라니, 문채연을 하루빨리 데려오려고 그랬던 것이었다.‘그렇다면 난 뭐가 되는 거지? 그저 잠시 재미를 위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었던 걸까? 박진성의 입에서 나왔던 좋아한다는 말조차 허울뿐인 거짓이었던 걸까?’“여진 씨... 왜 그래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장정아는 민여진의 일거수일투족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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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너무 미운 그 사람

전화는 이내 연결되었고 수화기에서는 서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위가 시끌벅적했다. 그는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물었다.“누구시죠?”민여진은 허벅지를 세게 꼬집고 나서야 겨우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서원 씨, 저예요.”전화기 너머는 불현듯 고요해졌다.“민여진 씨?”그는 당황스러워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한 기색이었다.“여진 씨가 어떻게 전화를 다 하셨어요?”평소 같았으면 민여진은 가벼운 농담을 한마디 던졌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문채연이 풀려났다는 사실로 가득 차 있었다. 심장이 죄어지며 숨이 막혀왔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눈가를 붉히며 물었다.“박진성 어디 있어요?”“대표님은...”서원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안에 계십니다.”민여진은 제 얼굴을 한 손으로 쓸어내리며 고집스럽게 말했다.“전화 좀 바꿔줘요.”“그건...”서원은 망설였다.“민여진 씨...”“제발 부탁이에요. 바꿔줘요, 네?”민여진은 감정을 극한으로 억누른 채 낮게 닦달했다.“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하다못해 왜 이 지경이 됐는지 정도는 알려줄 수 있잖아요!”서원은 침묵에 잠겼다가 이내 말했다.“죄송합니다, 민여진 씨. 대표님께서 지시를 내리셨습니다. 그 누구도 민여진 씨랑 연락하지 말라고요. 저 역시 예외가 아니고요. 지금 여진 씨의 전화를 받은 것만으로도 저는 규정을 어긴 셈입니다. 그러니 저는 그분께 여진 씨의 전화를 바꿔드릴 수도 없습니다.”그 순간, 민여진은 거짓말처럼 평정심을 되찾았다.치가 떨릴 만큼 거대한 분노를 느꼈으나 그녀의 얼굴에는 그 어떤 표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얼굴을 한 번 더 쓸어내리고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너무 제 입장만 생각했네요. 제가 주제넘었어요.”“아닙니다.”민여진이 그렇게 말하자 서원은 오히려 더 난처해졌다. 그는 민여진이 자신을 멀리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아픈 마음을 억누르며 말했다.“민여진 씨, 이미 이렇게 된 이상 바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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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날 데리고 가 줘

어차피 진작 예상했던 결과였다. 박진성은 원래 그런 남자였다. 2년 동안 부부로 함께 살아온 자기 아내를 단숨에 끔찍한 나락으로 밀어 넣을 만큼 냉정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다.“문채연이 무죄로 풀려났대. 박진성의 짓이지. 겉으로는 문채연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나를 돕는 척했지만 질릴 만큼 나를 가지고 놀다가 결국에는 약속을 파기하고 문채연을 풀어줬어.”민여진의 등을 감싸고 있던 임재윤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알고 있었어.”“알고 있다고?”민여진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고개를 들었다. 눈물로 씻긴 눈동자는 맑고 투명했다. 민여진이 되물었다.“어떻게 알았어?”임재윤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입을 열기도 전에 민여진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그날 그거... 박진성 맞지?”민여진은 그의 옷자락을 쥐고 흔들었다.“그 아줌마도 그렇고 요즘 겪었던 모든 일이 전부 박진성 때문인 거지? 맞지!”민여진의 얼굴을 응시하던 임재윤은 떨리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눈을 감기를 택했다.“응, 전부 그 사람이야.”민여진의 눈에 절망감이 가득 찼다. 그제야 민여진은 임재윤이 왜 이토록 지쳐 보이는지 깨달았다. 박진성이 개입했다면 H국에서 활동을 하지 않는 임재윤은 감당하기 버거울 게 분명했다.“근데 왜 미안하다고 해?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사람은 나야! 나만 아니었어도, 내가 그 악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민여진은 폭발하고 말았다. 이혼하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끝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더 깊고 잔혹한 아픔이 계속 이어졌다.“재윤아... 나 정말 그 사람이 너무 미워... 난 대체 왜 박진성 같은 사람을 만났을까? 박진성을 믿고 사랑한 대가가 결국 이거야... 이 모양 이 꼴이 났어...”그 순간, 임재윤이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점점 심연으로 빠지는 그녀를 막으려는 듯 애절하게 키스했다.그의 얇은 입술이 떨렸다. 민여진은 몸을 웅크린 채 끊임없이 눈물을 쏟았다.“나 좀 데려가 줘... 재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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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단속반

“임재윤 씨는... 오늘 집에 안 계세요?”“네.”민여진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재윤이는 오늘 안진에 갔어요. 그 안진 리조트 프로젝트, 진시우 씨랑 함께하는 거라 진시우 씨 혼자 바쁘게 둘 수 없다고 귀국하기 전에 가서 정리 좀 해놓으려나 봐요.”“아, 잘됐다!”“잘됐다고요?”민여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장정아가 신이 나서 민여진의 손을 잡고 말했다.“임재윤 씨가 없으면 둘이서 신나게 놀 수 있잖아요!”“뭘 신나게 놀아요?”장정아가 손가락을 접어가며 말했다.“에이, 그게 한두 가지예요? 영화도 보고, 피시방도 가고, 바, 콘서트 등등... 아무튼 엄청 많아요. 아, 맞다! 오늘 동료가 그러던데, 시내에 새로 생긴 레스토랑이 있는데 맛이 끝내준대요. 이탈리아 요리사라는데 이곳에 와서 정착했나 봐요. 젊기도 하고 얼굴도 엄청 잘생겼대요!”“마지막 말이 제일 중요한 거죠?”민여진이 웃었다.“잘됐다고 하길래 뭐 특별히 신나는 놀이라도 있나 했더니, 그냥 평소처럼 노는 거잖아요. 재윤이가 있어도 똑같이 놀러 나갈 수 있거든요?”“됐어요.”장정아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민여진 씨, 남편이 단속 심한 거 모르는 사람 있나. 임재윤 씨가 두어 번 안아주고 다정한 목소리로 어르고 달래면 민여진 씨는 꼼짝 못 하잖아요.”그러고는 솔직하게 한마디를 덧붙였다.“너무해요!”민여진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인정했다.“네, 저 남편 말 잘 듣는 아내 맞아요.”“어머,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 보네요.”민여진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사랑에 빠져보면 알아요. 남자들의 애교, 특히 불쌍한 표정으로 남아달라고 말하면 어떤 여자가 견딜 수 있겠어요. 그걸 어떻게 막아요, 정말.”“아, 그만해요...”장정아는 몸서리를 쳤다. 특히 임재윤이 그 얼굴로 애교를 부리는 걸 상상하니,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민여진은 그런 장정아를 보며 싱긋 웃었다. 그러고는 비유하듯 물었다.“그럼, 만약 애교 부리는 남자가... 큼큼, 진시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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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익숙한 목소리

“안녕하세요, 민여진이라고 합니다.”노지은은 순간 놀란 듯했지만 이내 말없이 예의 바르게 웃고는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민유혁을 바라보았다.민유혁의 시선이 민여진에게서 떨어질 줄 모르자 노지은은 팔꿈치로 그를 쿡 찌르며 말했다.“뭘 봐? 얼른 자기소개나 하시지?”민유혁은 어색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을 소개했다.“안녕하세요, 민여진 씨. 저는 민유혁이라고 합니다.”노지은은 민유혁의 속마음을 눈치챈 듯 능청스럽게 말을 이었다.“어라, 두 분 성이 같네요? 신기하다!”“신기할 게 뭐 있어.”장정아가 끼어들며 말했다.“옛날 옛적에는 모두가 다 한집안 사람이었지, 뭐.”노지은이 과장하며 소리를 질렀다.“낭만도 모르는 녀석!”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민여진의 기분도 덩달아 가벼워졌다.오락실에서도 세 사람은 민여진을 꽤 살뜰하게 챙겼다. 다만 장정아와 노지은이 워낙 정신없이 노는 바람에 민여진의 곁에는 줄곧 민유혁이 남아 안부를 물으며 보살펴 주었다.민여진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그냥 가서 노세요, 저는 괜찮아요. 앞도 조금은 보이니 길을 잃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저 때문에 모처럼 오셨는데 시시하게 보내지 마세요.”민유혁은 덥지도 않은데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너무 긴장한 탓이었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전 딱히 놀 게 없어서요. 얘네가 절 부른 이유도 쇼핑할 때 짐꾼이 필요해서 그런 거예요. 전 도구일 뿐입니다. 제 주제를 아주 잘 알고 있어요.”민여진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 민유혁은 잠시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민여진 씨는... 웃는 모습이 참 아름다우시네요.”만난 지 반나절도 되지 않은 사람에게 칭찬을 듣자 민여진은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그때, 옆에서 노지은이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어머나, 우리가 너무 눈치 없이 돌아왔나? 두 사람, 벌써 예쁘다는 칭찬할 정도로 진도가 나갔네?”“누가? 민유혁이?”장정아는 아쉬운 듯 인형 뽑기 기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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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박진성이 그 안에 있을까?

“여진 씨? 룸 정리 다 됐어요. 거기 서서 뭐 해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장정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민여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눈동자는 여전히 작게 흔들리고 있었다.그녀는 자기 귀가 잘못됐다고 믿고 싶었다. 시끄러운 소리가 뒤섞인 탓에 제대로 듣지 못했거나, 어쩌면 자신이 너무 예민했던 거라고 믿고 싶었다. 문채연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걸 부정하고 싶었다.“여진 씨?”“미안해요.”민여진은 애써 웃음을 지었다. 즐거운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잠깐 다른 생각 좀 했어요. 들어가요.”장정아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그녀는 민여진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또 그 일 때문에 그래요? 다 지난 일이잖아요. 이제 그만 잊어버려요.”“네.”민여진은 장정아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장정아는 화려한 실내를 보고는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며 여기저기 둘러보았다.“새로 생긴 레스토랑은 다르네. 인테리어에 엄청 공들였나 봐요. 장미 디자인으로 꾸몄네요. 옆방은 피치 룸이던데, 설마 복숭아꽃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는 건 아니겠죠?”노지은이 말했다.“아까 못 봤어? 옆방 문이 열려 있길래 내가 살짝 들여다봤는데 벽지가 죄다 복숭아꽃이더라.”“어머, 재밌네! 맛 괜찮으면 나중에 다른 룸으로 또 오자.”두 사람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민여진은 옆방 이름만 조용히 되뇌었다. 어떻게 해야 그 방의 손님이 누군지 알아낼 수 있을까 하며 고민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불현듯 정신을 차렸다.‘나 지금 뭐 하는 거지?’모든 것을 잊고 떠나기로 결심했었다. 임재윤이 모든 것을 정리하면 함께 멀리 떠나기로 했는데 대체 왜 이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아직 미련이 남은 것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그저 박진성이 그 방에 있는지 없는지 알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었다.“여진 씨, 뭐 먹을래요? 여기 메뉴판이 있는데 내가 읽어줄게요!”“괜찮아요.”마음을 가라앉힌 민여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전 아무거나 잘 먹어서 다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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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들키면 안 돼

“어떻게 아셨어요?”“그 룸에 있는 사람, 제가 아는 사람이라서요. 주문하는 모양새가 워낙 요란스러워서... 그런데...”민여진은 말끝을 흐렸다.“그런데 뭐요?”“그 사람, 돈은 별로 없는데 허세 부리는 걸 좋아해요. 예전에 양성에 있을 때도 손님 많은 새 레스토랑만 골라서 잔뜩 주문하고는 도망치기 일쑤였거든요. 여기까지 와서도 아마 그 버릇 못 고쳤을 거예요.”말이 끝나도 예상했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못 믿으시면 한번 가서 물어보세요. 그 여자, 문채연이에요.”“물어볼 필요 없어요.”카운터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손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 여자는 절대 도망가지 못하니까요.”민여진은 의아한 듯 되물었다.“왜 그렇게 확신하세요?”“그 룸, 박진성 대표님이 직접 잡아줬거든요.”민여진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이내 손끝이 미세하게 떨려왔지만 동시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카운터 직원은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양성의 박진성 대표님이라면 손님도 양성 분이시니 잘 아시겠죠? 박 대표님 곁에 붙었는데 이까짓 돈은 껌값이라 절대 도망 안 갈 거예요.”“그래요?”민여진은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제가 쓸데없는 걱정을 했네요. 그럼 전 이만 올라갈게요.”“네, 안녕히 가세요.”민여진은 몸을 돌려 계단을 올랐다. 현실과 허상이 뒤섞인 탓이었을까, 발을 헛딛을뻔했다.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는 찰나, 다행히도 누군가의 넓고 커다란 손이 그녀의 몸을 받쳤다.“민여진 씨.”민여진은 고개를 들었다.“민유혁 씨...”“괜찮으세요?”민유혁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안색이 안 좋아 보여요. 어디 아픈가요? 마침 걱정돼서 밖으로 나오길 잘했네요. 안 그랬으면 크게 다칠 뻔했어요.”“감사합니다.”민여진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대로 넘어졌으면 크게 다쳤을 것이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잠깐 딴생각을 했나 봐요.”“다음에는 조심하는 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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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이 남자 누구야?

10미터.5미터.3미터.가슴은 미친 듯이 쿵쾅거리고 손끝부터 차가운 냉기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쿵.발소리가 계단에 내려앉자 그 소리와 함께 민여진의 심장도 덜컹 주저앉았다.두 사람은 계단 위쪽에 서 있고 박진성은 그 뒤에 있었다.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듯 몇 걸음 만에 민여진과 나란히 서게 되었다.그녀는 박진성에게서 나는 특유의 향기를 맡았다. 그는 그녀를 스쳐 지나 더 높은 층으로 올라갔다.‘간 건가?’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그녀는 민유혁의 옷자락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녀는 그제야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걸 깨달았다.“민여진 씨, 왜 그래요?”민유혁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괜찮아요?”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박진성은 돌연 걸음을 멈추었다. 민여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박진성이 돌아섰다. 남자의 품에 안긴 그림자, 그리고 그가 직접 골라준 외투가 보였다. 민여진과 함께 거리를 걷다가 직접 골라준 옷이었다.검은 눈동자가 수축하며 이내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흔들렸다. 박진성은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 남자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하지만 곧 냉정을 되찾았다.민여진이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있다니, 그럴 리 없고,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어쩌면 그저 똑같은 옷을 입은 다른 사람일 수도 있었다.더 이상 자신을 설득할 수 없었다. 그는 감정을 가라앉히기 힘들어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민여진의 몸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녀는 민유혁의 팔을 붙잡았다.“가요...”그녀의 목소리에는 간절한 애원이 묻어 있었다.“우리, 나가요.”민유혁은 여전히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민여진의 말에 순순히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녀와 함께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발이 아직 땅에 닿기도 전에 누군가의 부름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거기 서.”민유혁이 고개를 들었다. 계단 위에는 신이 빚은 듯 완벽한 얼굴이 있었다. 같은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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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어디까지 할 건데?

“박진성, 혹시 잊은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내가 돌아가든 말든 네가 신경 쓸 권리는 없어. 네가 뭔데 참견이야!”“내가 뭔데 참견하냐고?”박진성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그럼 네 애인은? 네 애인도 네가 다른 남자랑 끌어안고 있는 걸 허락해? 민여진, 너 제정신이야?”민여진은 실소가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제법 설득력이 있었을 텐데 하필 박진성이 이러고 있으니 너무 어이가 없었다.“난 아무리 미쳐도 뱉은 말은 지켜. 그런데 넌?”민여진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애써 눌러 담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네 말에 진심이란 게 있긴 해?”박진성은 얇은 입술을 달싹였다.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민여진,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 문채연이 앞으로 널 다치게 하는 일은 없을 거야. 맹세해!”민여진의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온몸이 떨려왔다. 힘겹게 버텨온 시간, 간절히 바랐던 문채연의 추락, 그 모든 노력이 겨우 문채연은 이제 민여진을 다치게 하지 않을 거라는 박진성의 가벼운 한마디로 끝나버렸다.문채연이 그녀를 해할 일은 없을 터였다. 문채연이 아무리 잔인하다 한들, 박진성보다 더할 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는 이미 그녀를 만신창이로 만들어놓지 않았던가, 그 뒤에 찾아오는 그 어떤 고통도 그가 안겨준 상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박진성... 난 네가 얼마나 더 역겨운 짓을 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나를 절망하게 할 수 있을까 늘 생각했어.”민여진은 주먹을 꽉 쥐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넌 절대 나를 실망시키지 않네.”박진성이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렇게 해야만 속에서 치솟는 아픔을 억누를 수 있었다. 그는 그녀의 말을 애써 모르는 척하며 엉뚱한 소리만 했다.“오늘은 그냥 돌아가.”민여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박진성이 말을 이었다.“안 돌아가도 상관없어. 그런데 네 옆에 있는 이 친구는 내가 반드시 순순히 돌아가게 만들 거야.”협박이 담긴 말투였다. 민여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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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민여진은 그의 역린

웃음을 반쯤 거둔 문채연은 여전히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며 말했다.“여진 씨 덕분이겠지요. 여진 씨가 진성 씨 곁에 있어 준 덕분에 진성 씨가 저를 더 그리워하게 됐고 더 나아가 저를 구치소에서 꺼내주었으니 제가 더 고마울 따름입니다. 여진 씨가 제 대체품이라는 사실은 아무리 애써도 바뀌지 않나 봐요.”박진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그녀에게 위협적인 눈빛을 보내지만 문채연은 본체만체했다.박진성의 약점을 쥐고 있는 문채연은 그가 화를 내도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박진성한테 새초롬하게 물을 뿐이었다.“그렇죠, 진성 씨?”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박진성의 대답을 기다렸다. 박진성은 눈을 감았다 뜨며 답했다.“그래.”민여진의 가슴이 얼어붙었다. 너무 충격을 받아 오히려 감각이 무뎌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담담하게 물었다.“그런데 왜 아직도 그렇게 우쭐대는 거야? 그냥 한순간 널 그리워해서 구치소에서 꺼내줬다고 해도 언젠가 마음이 식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떠나버릴 게 분명해. 내가 너라면 옛사람 앞에서 으스대는 게 아니라 박진성을 붙잡아둘 방법을 생각할 것 같아. 지금 아무리 잘나가도 한때일 뿐이니까. 박진성이 정말로 널 사랑하는지는 별개의 문제거든.”민여진의 말에 문채연은 조금 마음이 아픈 듯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진성 씨가 저를 사랑하는지에 대한 증명이 필요해요? 평생을 살아도 여진 씨는 진성 씨와 저처럼 살갑게 지낼 수나 있을까요?”“못하지.”민여진이 솔직하게 말했다.“난 남이 쓰던 물건은 탐내지 않으니까.”박진성의 얼굴이 굳었다. 문채연은 그가 화를 내주길 기다렸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문채연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일그러졌다. 박진성이 민여진에게만 보이는 인내심에 놀랐기 때문이다.“지금 그렇게 뻣뻣하게 굴어봤자 나중에는 후회할 거예요.”민여진은 문채연을 무시하며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민유혁 씨.”정신을 차린 민유혁이 황급히 다가왔다.“네.”“우리, 나갑시다.”그녀는 당장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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