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hapter 691 - Chapter 700

731 Chapters

제691화 나랑 같이 있어 줘요

문채연의 두 눈이 금세 붉어지더니 절규하며 외쳤다.“진성 씨!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나잖아요.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박진성이 혐오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닥쳐. 내가 그때 눈이 멀었던 거야. 이제 너는 예전의 그 문채연이 아니야. 날 살리겠다고 몸 던지던, 착하고 순수했던 문채연은 이제 없다고. 다시는 널 믿지 않을 거야.”그때 만약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었더라면 민여진이 감옥에서 그렇게 고통받지 않았을 터였다. 더구나 지금처럼 자신을 혐오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결국 박진성은 다른 사람으로 위장해서야 민여진의 곁에 머물 수 있는 신세가 되었다.절망에 빠졌던 문채연은 곧 침착을 되찾고 눈물을 닦았다.“하지만 진성 씨, 당신이 나를 아무리 미워해도 소식을 알아내려면, 민여진을 위한다면, 당신은 내 곁에 있을 수밖에 없어요.”그녀는 입술 끝을 말아 올리며 웃었다.“당신이 내 곁에 있어만 준다면 우리에게는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질 거예요. 약속할게요, 당신은 날 다시 사랑하게 될 거예요.”“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건지 모르겠군. 뱀 같은 여자를 다시 사랑할 거라고 생각하는 게.”박진성은 그녀를 더 볼 가치도 없다는 듯 문을 열고 나가려 했다.문채연이 즉시 소리쳤다.“어디 가려는 거예요!”그녀는 입술을 잘근거리며 애처롭게 말했다.“또 여진 씨를 찾아가서 위로해 주려고요? 안 돼요. 진성 씨, 안 돼. 오늘은 나랑 같이 있어 줘요.”박진성의 미간이 찌푸려졌고 눈에는 혐오가 가득했다. 문채연은 애써 못 본 척하며 부드럽게 웃었다.“난 알아요. 당신은 민여진 씨를 위해 내 곁에 머물 거라는 걸.”...레스토랑을 나선 민여진은 거세게 부는 찬 바람을 맞은 뒤에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길목에 선 그녀의 마음속으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들었다.저런 박진성을 보면서도 여전히 가슴이 아프다는 사실이 참으로 우스웠다.그게 아니라면 그녀는 아마도 과거의 자신을 미워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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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누구시죠?

“물... 물론이죠. 걱정 마세요. 그런데 혼자 돌아가시게요? 제가 모셔다드릴까요?”민여진은 고개를 저으며 손사래 쳤다.“괜찮아요. 택시 타면 금방이에요. 정아 씨한테는 도착하면 따로 연락할게요. 혹시 저를 찾으면 몸이 좀 안 좋다고 말해주세요.”민유혁은 민여진이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더 캐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고마워요.”택시를 잡아 차에 오르자 그제야 온몸을 짓누르는 피로가 몰려왔다.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민여진은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저도 모르게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휴대폰 배터리가 아직 남아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임재윤에게서는 여전히 전화가 오지 않은 상태였다.“기사님, 지금 몇 시쯤 됐나요?”“8시 반 좀 넘었네요. 9시 다 돼가요.”‘벌써 이렇게 늦었다고? 혹시 아직 운전 중인가?’어쩌면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여진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별장에 도착하자마자 부엌으로 가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돌아온 임재윤이 식탁 가득 차려진 따뜻한 밥상을 보면 분명 기뻐할 것이다.그렇게 생각하자 민여진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하지만 반찬 세 개에 국까지 차려냈는데도 현관문은 여전히 조용했다.민여진은 손을 닦고 임재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번을 걸어도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그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진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임재윤이요?”진시우는 잠시 침묵했다.민여진은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물었다.“진시우 씨도 연락이 안 되나요?”“전 오늘 안진 프로젝트에 가지 않았어요. 하 비서랑 임재윤이 같이 갔죠. 좀 있다가 하 비서에게 전화해서 물어볼게요. 왜요? 아직 안 돌아갔나요?”“네, 전화도 안 받고 집에 안 왔네요.”민여진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안진 가는 길이 그렇게 험하다는데 혹시...”“괜찮아요.”진시우는 민여진을 안심시켰다.“지금 비도, 눈도 안 오니 길이 험하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 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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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얘기 좀 나누고 싶어

냉큼 튀어나온 손이 문채연의 팔을 움켜쥐었다. 힘을 주어 문채연의 팔을 등 뒤에서 끌어내자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이 드러나고 말았다.박진성의 눈동자가 움찔하며 수축했다. 그는 문채연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통화 기록을 뒤져 보았다.민여진에게서 걸려 온 수많은 부재중 전화, 그리고 맨 위에 찍힌 1분 30초짜리 통화 기록을 본 그는 사색이 되었다.문채연은 머리카락을 꼬아댈 뿐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녀는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진성 씨, 그래도 다정한 남자가 나은 것 같아요. 너무 거칠면 좀 그렇잖아요. 안 그래요?”박진성은 그녀를 노려보며 고함을 질렀다.“너 미쳤어?”민여진이 혹시나 문채연의 목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심장이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눈빛은 당장이라도 사람을 죽일 듯 서늘하게 번뜩였다.그의 매서운 눈빛에 문채연은 심장이 덜컥했지만 이내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진성 씨, 걱정 마요. 저인 줄 모르는 거 같아요. 전화를 받고 찍소리도 내지 않았으니 아마 모르고 있을 거예요. 전 약속한 건 지키는 사람이에요. 우리가 같이 있다는 사실을 여진 씨한테 절대 알리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요.”문채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박진성을 위하는 척했다. 박진성은 가증스러운 그녀가 역겹기만 했다.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문채연을 경고하듯 한 번 쏘아보고는 테이블 위에 놓인 차 키를 집어 들고 쏜살같이 뛰쳐나갔다.문채연은 그를 말리지 않았다. 그녀는 창가로 다가가 박진성이 급하게 시동을 걸고 멀어져 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민여진...”문채연은 민여진의 이름을 읊조리며 섬뜩한 눈빛을 드러냈다.“이제 너한테 지는 일은 없을 거야. 박진성은 오직 내 거야, 나 혼자만의 거라고!”...차는 별장 마당에 멈춰 섰다. 박진성은 차에서 쏜살같이 내려 열쇠로 문을 열었다.거실에는 희미한 조명 하나가 켜져 있었고 민여진은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추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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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누구한테 홀리기라도 했어?

박진성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민여진이 옅은 웃음을 머금고 말을 이었다.“만약 밤늦게 귀가한 것에 대한 이유라면 들어볼 마음이 있지만 그 여자와 어떤 관계였는지에 대한 설명이라면 굳이 안 해도 돼.”박진성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되물었다.“여진아?”“그럴 필요 없으니까.”민여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녀의 눈빛은 변함없이 다정했다.“난 널 믿어. 넌 정당하고 깨끗한 관계만 맺을 것 같아. 날 배신할 리 없고, 우리 관계를 배신할 리 없잖아. 난 그런 쓸데없는 생각 안 하니까 괜히 긴장할 필요가 없어.”박진성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운전하는 내내 그의 가슴은 뜨거운 불길에 휩싸인 듯 타들어 갔었다.민여진이 자신을 의심하고, 멀리하고, 심지어는 미워할까 봐 두려웠다. 수많은 가능성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가장 두려웠던 것은 그녀가 자신에게 완전히 실망하여 더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에게 흔들림 없는 믿음을 보여주고 있었다.그 믿음 때문에 그녀는 울면서 그 여자가 누구냐고 따져 묻지 않았다. 히스테리를 부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가 늦게 돌아와 반찬이 식어버린 것을 더 안타까워하고 있었다.박진성은 민여진을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감정의 파도가 너무 격하게 몰아쳐서 그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여진아, 내가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자신은 죽어 마땅한 죄인이며 평생 고통의 그늘 속에서 살아야 할 존재였다. 그녀의 이토록 숭고한 사랑을 가질 자격도, 권리도 없었다.그런데도 그는 이기적으로 그녀를 소유하려 했고 그 집착이 끝내 지금의 모든 걸 불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온 마음을 다해 그를 믿어주었다.민여진은 어깨에 닿는 뜨거운 감촉에 무심결에 물었다.“재윤아, 너 지금 울어?”“아니.”그녀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자격은 무슨, 그런 말을 해야 할 사람은 나야.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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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그의 향기

진시우는 이상해진 분위기를 예민하게 눈치채고는 미간을 찌푸린 채 되물었다.“대체 무슨 일이야?”박진성은 휴대폰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연기 너머로 그는 가늘게 눈을 뜨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둠에 잠식된 밤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을 고요하게 눈에 담자 그제야 가슴속 깊이 끓어오르던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는 듯했다.“문채연을 보석으로 풀어줬어.”진시우는 그 사건에 대해 깊이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많았기 때문에 박진성의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왜? 어떻게 된 거야?”진시우는 박진성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추측할 뿐이었다.“협박이라도 당한 거야?”문채연이 임재윤의 정체가 박진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문채연은 물귀신 작전으로 박진성을 협박할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진시우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박진성이 지금 민여진을 데리고 독엔으로 가기만 하면 문채연은 민여진을 건들 수도 없을 텐데 대체 어떻게 협박이 성립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때, 진시우는 꺼림칙한 생각 하나가 불쑥 떠올랐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박진성, 솔직하게 말해. 문채연이 뭘 가지고 널 협박하는 거야?”박진성의 짙은 눈동자에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이 번지기 시작했다. 칠흑 같은 어둠을 응시하는 그의 눈에 작은 불빛이 반짝였다. 담배 연기 너머에 있는 그의 모습은 더욱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그게...”박진성이 막 입을 떼려는 찰나, 민여진의 방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박진성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서둘러 전화를 끊고 방으로 향했다.불을 켜보니 민여진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고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박진성의 눈에 걱정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 그는 민여진에게 다가가 그녀를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왜 그래, 여진아. 또 악몽 꾼 거야?”민여진은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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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여자 하나 좀 빌려줘

민여진은 고개를 불쑥 들었다. 그러나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왜 그래?”박진성이 바짝 다가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짐짓 능청스러운 말투로 물었다.“내가 잘못 알아맞혔나? 잠들기 전에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었나 본데?”민여진은 금세 얼굴을 푹 숙였다. 민망해하는 민여진에 박진성은 가볍게 웃으며 그녀를 끌어안고 말했다.“자자.”“응.”조금 전 막 눈을 떴을 때만 해도 졸음이 달아난 참이었다. 그런데 임재윤이 곁에 있으니 그녀는 다시 스르르 눈이 감겼다. 그렇게 민여진은 서서히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임재윤은 민여진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손수 끓여놓은 국수를 내어주었다. 그녀가 국수를 다 먹고 난 뒤에야 임재윤은 그녀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길에 올랐다.“뭐라고! 두 사람 사이가 멀쩡해 보였다고? 다투거나 싸운 게 아니라? 말도 안 돼!”문채연은 잔뜩 굳은 얼굴로 네일 아트를 받던 손을 빼냈다.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걸어가 낮게 물었다.“제대로 본 거 맞아?”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답했다.“네. 민여진이 오늘 직접 박진성을 현관까지 배웅했습니다. 게다가...”“게다가 뭐?”“게다가 박진성은 민여진에게 입도 맞췄습니다. 민여진이 몹시 부끄러워하는 눈치였는데 둘 사이가 더 가까워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싸운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문채연은 문짝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분노를 삭이는 듯 차갑게 웃었다.“민여진의 그릇을 너무 얕잡아 봤군. 티끌 하나 용납 못 하는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한계는 딱 그 정도였나 보네.”“그럼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할까요? 계속 감시할까요, 아니면...”“일단 돌아가. 너무 큰 움직임은 박진성이 눈치챌 수 있어. 다음에 필요하면 그때 다시 연락할게.”전화를 끊은 문채연의 기분이 몹시 나빠졌다.어제 급하게 돌아가는 박진성을 그녀는 일부러 말리지 않았다. 그렇게 부랴부랴 돌아가면 괜히 찔리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일 줄 알았기 때문이다.여자의 마음은 여자가 가장 잘 안다. 민여진이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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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그 사람의 아이를 가졌어요

“누구시죠?”여자는 실없이 웃음을 터뜨렸다.“아직도 기억 안 나요?”여자는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어젯밤에 제가 아주 친절하게 전화도 받아줬는데 말이죠.”그제야 민여진은 모든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어졌다.여자의 붉은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아직 날 완전히 잊지는 않았나 보네요. 난 또 임재윤 씨가 마법이라도 걸어서 어제 일을 다 잊어버린 줄 알았죠. 알고 보니 겉으로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속으로는 내내 미련을 못 버렸나 보네요?”민여진은 차가운 얼굴로 행주를 반듯하게 개키며 되물었다.“여긴 무슨 일로 오신 거죠?”여자는 턱을 치켜들고 기세등등하게 말했다.“간단해요. 어제 내 행동을 보고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서 이렇게 직접 찾아왔어요. 나와 임재윤 씨의 미래를 위해서 내가 직접 불청객을 내쫓으려고요. 눈치가 있다면 임재윤 씨 곁에서 하루빨리 사라져 줘요! 더는 뻔뻔하게 굴지 말고요.”“뻔뻔하다고요?”민여진은 그녀의 말을 되뇌며 실소를 머금었다.“저기... 아가씨?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여자는 미간을 찌푸렸다.“그건 왜 묻는 거예요?”“그냥 궁금해서요.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분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민여진은 담담하게 웃었다.“방금 저보고 뻔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기억하기로는 저와 임재윤이 그쪽보다 더 먼저 만나기 시작했거든요. 만약 그쪽 말대로 그쪽과 임재윤 사이에 정말로 무언가가 있었다면 그쪽이야말로 불청객인 거죠. 우리 중에 누가 더 뻔뻔할까요?”“뭐라고요?”여자는 잠시 얼굴을 굳혔다가 이내 다시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사랑이라는 건 선후를 따지는 게 아니잖아요. 게다가 당신과 임재윤 씨는 결혼한 사이도 아니고요. 그리고 나는 그 사람의 아이까지 가졌는데 말이죠.”민여진의 눈빛이 흔들렸다.“아이요?”민여진의 반응에 여자는 의기양양해졌다.“그래요, 임신했다고요. 어제 임재윤 씨가 내 곁에서 날 보살폈던 이유도 내가 그분의 아이를 임신했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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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진짜 죽일지도 몰라

“누구시죠?”남자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싸늘한 기운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그는 민여진을 제 등 뒤로 숨기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낯선 여자를 쏘아봤다.“누가 널 보냈지?”날이 선 시선에 여자는 숨 막히는 것 같았다. 그저 시선이 한 번 마주쳤을 뿐인데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마동원이라면 그래도 꽤 기세 있는 남자라고 생각했다. 뒤에 수많은 패거리를 거느리고 더러운 일을 하면서도 기세등등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에 비하면 마동원은 그저 한낱 개미에 지나지 않았다. 새 발의 피에 불과한 하찮은 존재였다.“저, 저는...”목소리가 저절로 떨렸다. 어떻게든 말을 이어가려고 이를 악물었지만 두려움에 질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임재윤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이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는데요. 여기는 산들 빌리지 106호입니다. 누군가 주택에 무단 침입해 절도를 시도한 것 같습니다.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잠시 후, 경찰이 들이닥쳐 여자를 데리고 나갔다. 임재윤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는 민여진을 끌어안고 물었다.“저 여자, 왜 왔대?”민여진의 표정은 복잡했다. 그녀는 사실을 말하는 대신 대충 둘러대기로 결심했다.“나도 잘 모르겠어.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네가 돌아왔거든.”임재윤은 민여진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다음부터는 모르는 사람에게 쉽게 문 열어주지 마.”“응, 알겠어.”민여진은 애써 웃는 척을 하며 말했다.“준비 다 해놨어. 탁자에 있는 서류 맞지? 가져가.”임재윤은 서류를 챙기고 말했다.“저녁에 돌아올게.”“응.”임재윤이 문을 나서자 민여진은 그제야 얼굴에서 억지웃음을 지울 수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곧 혼란스러움으로 물들었다.그 시각, 차를 돌린 박진성은 도심에 있는 한 별장으로 향했다. 차를 세우고 올라가는 동안 아무도 그를 막아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계단을 올라간 박진성은 잠옷 차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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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그 여자가 당신한테 그렇게 중요해요?

“그런데 말이에요, 내가 죽으면 진성 씨는 원하는 걸 얻지 못하게 되잖아요.”문채연은 웃음을 터뜨렸다. 박진성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말이 없었다. 그녀는 요염한 몸짓으로 그에게 다가갔다.“물론 전 진성 씨를 무척이나 사랑하니 약속은 절대 어기지 않아요. 해달라는 것들 다 해줬잖아요. 민여진은 내 존재를 모를 거고 당신이 누구인지도 모를 거예요.”박진성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손을 뻗어오는 문채연을 피하며 혐오와 차가움을 숨기지 않았다.“그럼 오늘 그 여자는? 네가 한 거 아니라는 소리하기만 해봐.”문채연은 담담하게 인정했다.“맞아요, 내가 보냈어요.”“그래 놓고 약속은 안 어긴다고?”“내가 진성 씨에게 약속한 거랑 그 여자가 무슨 상관이라도 있나요?”문채연은 당당했다. 매혹적으로 웃었지만 눈빛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민여진에게 진실을 알리지 않겠다고는 약속했지만 둘의 관계를 가만히 내버려두겠다고는 안 했어요. 둘은 엄연히 다른 문제예요.”박진성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억지가 이어지는 말싸움에 더 이상 논쟁할 의미를 찾지 못했다. 그는 그저 이 여자를 빨리 떼어내고 싶을 뿐이었다.“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뭐길래 이래? 어떻게 해야 네가 가진 정보를 넘겨줄 거냐고.”문채연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진성 씨, 왜 그런 걸 묻고 그래요? 예전부터 지금까지, 진성 씨를 향한 내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 없었어요. 진성 씨도 알잖아요, 나는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걸...”“그만해!”박진성은 구역질이 났다.“변하지 않았다고? 사적으로 다른 남자들과 엉망으로 관계를 맺고 뒤에서 내 이름을 팔아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게 나에 대한 마음이야? 네가 원하는 건 그저 권력과 돈뿐이잖아!”문채연은 부끄러운 기색이 없었다.“돈 앞에 장사 없다고 하잖아요. 돈과 권력이 없으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게다가 진성 씨랑 돈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잖아요. 그러니 진성 씨랑 돈은 한 몸인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러니 전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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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나랑 결혼해요

기억을 더듬어 그 얼굴을 떠올렸지만 낯설게 느껴지기만 했다.‘똑같은 얼굴인데 어째서 문채연의 눈빛에서는 영악하고 계산적인 기색이 묻어나는 걸까? 아니면 지난 세월 동안 손에 넣은 수많은 명예가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놓아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 걸까?’박진성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는 더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애를 쓰며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감정 없이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화재 속에서 나를 구한 것에 대한 은혜는 지난 8년간 충분히 갚았다고 생각해. 그동안 나 또한 네 목숨을 구해준 적 있었잖아. 목숨으로 목숨을 갚았으니, 이제 너한테 빚진 건 없어.”그는 오직 민여진에게만 갚지 못한 빚이 남아있었다. 그 빚은 영원히 다 갚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겼다.“나는 동의하지 않아요!”문채연의 예쁜 얼굴이 일그러졌다.“절대 그렇게는 못 해요!”박진성은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동의하든 말든 상관없어. 중요한 건 내 마음이지. 내가 민여진을 떠나 너랑 함께하길 바란다면 나는 영원히 그렇게는 안 된다고 할 수밖에 없어.”박진성의 단호함에 문채연은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그녀는 박진성의 결심이 얼마나 확고한지 잘 알고 있었다.문채연은 아랫입술을 깨물고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민여진을 떠나라고 요구하지는 않을게요. 하지만... 나랑 결혼해야 해요! 당신의 약혼녀는 문채연이라고 온 세상에 알려야해요! 공식적으로 당신의 아내가 될 거예요.”박진성의 동공이 크게 수축했다.“어림없는 소리!”“거절하지만 말고 일단 들어봐요.”문채연은 태연하게 말했다.“나는 진성 씨를 너무 몰아세우지도, 강요하지도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것과 함께 진성 씨가 얻고자 하는 것도 같이 사라지겠죠.”“너!”박진성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불거졌다. 그는 쓰레기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문채연을 쏘아보았다.“날 협박하는 거야?”“협박하는 거 아니에요.”문채연도 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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