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hapter 661 - Chapter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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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화 임재윤, 우리 그만하자

무언가를 떠올린 듯한 민여진이 사뭇 다른 표정으로 재빨리 입을 열었다.“네가 날 버리지 않는 한 말이지.”“내가 널 왜 버리겠어?”임재윤은 우스운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옅게 웃으며 넘겼다.하지만 민여진은 따라 웃을 수 없었다. 따스하고 행복한 시간은 영원하지 않는 법이었다. 아무리 미루고 또 미뤄도 결국에는 그 이야기를 꺼내야 할 것이다.연애하는 동안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었던 여자를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민여진은 입술이 미세하게 떨려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몸을 돌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거실에 가 있어. 여기 기름 냄새 심해. 몸에 안 좋으니까 다 끝내고 갈게.”“괜찮아. 같이 있을래.”마음속이 뒤죽박죽이었다.“말 좀 들어. 아니면 가서 술이라도 좀 사 올래?”“술?”임재윤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게 왜 필요해?”“갑자기 마시고 싶네. 같이 마셔줄 거야?”민여진은 장난스럽게 웃어넘겼다. 임재윤은 그녀의 귓가로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그는 다정함이 듬뿍 묻어나오는 눈빛으로 말했다.“갔다 올게. 그런데 너무 많이는 마시지 마.”“응...”임재윤이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가자 민여진은 그제서야 애써 끌어당겼던 입꼬리를 내릴 수 있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했지만 임재윤이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눈가는 금세 벌겋게 달아오르고 말았다.임재윤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그렇다고 숨긴 채 살아갈 수도 없었다. 그를 거짓 속에 묶어둔다면 평생 죄책감에 사로잡힐 게 뻔했다.팔팔 끓던 냄비의 물이 넘쳐흐르고 나서야 그녀는 부랴부랴 불을 껐다.현관문 소리가 들렸다. 임재윤이 들어오며 말했다.“올해는 유난히 춥네. 잠깐 다녀왔을 뿐인데 지금이 봄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부엌에서 나온 민여진은 웃는 얼굴로 맞이하며 다가갔다.“고생했네. 지금 열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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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후회할 거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의 입술이 다가왔다. 민여진은 떨리는 입술로 울음을 토해내며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키스가 끝난 뒤, 민여진은 담담하게 말했다.“나 내일 떠날 거야.”임재윤은 깊은숨을 들이켰다. 충격을 받은 듯한 두 눈이 어둠에 잠식되었다.“민여진, 장난치지 마.”“장난 아니야. 나 지금 진지해.”민여진은 진지했다.“그래도 네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라고 믿을게.”임재윤은 그녀의 눈가를 다정하게 훔쳤다.“여진아, 난 널 놓지 않을 거야. 다시는.”그 말에 민여진은 잠깐 멈칫했다. 이내 눈물이 밀려들어 어깨가 덜덜 떨렸다. 임재윤은 그대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민여진은 감정을 억누르며 물었다.“왜? 대체 왜 그렇게 날 믿는 거야?”임재윤이 말했다.“그냥 네가 민여진이라서.”임재윤은 울다가 지친 민여진을 풀어주고 물었다.“그래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민여진은 최근 있었던 일들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임재윤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놀라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 역시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처럼 태연할 뿐이었다.민여진이 이야기를 마치자 임재윤은 잠깐 웃더니 말했다.“바보야. 네가 박진성이랑 이혼한 건 나랑 함께하기 위해서였고 약을 먹었던 것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 넌 피해자였어. 내가 왜 널 탓해, 이 일도 지나갈 거야. 변하는 것도 없을 테고, 나 역시 마찬가지야.”민여진의 눈가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물었다.“정말 괜찮아?”“괜찮아.”민여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거야?”임재윤은 잠시 멈칫했다. 검은 눈동자에는 씁쓸한 기색이 번졌다.“진실을 알게 되면 그런 생각 안 들걸? 나 원래 그렇게 착한 사람 아니야.”“그게 무슨 말이야?”임재윤은 감정을 가다듬고는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동안 독엔 쪽 일 때문에 바빠서 네 곁에 있어 주지 못했어. 그래서 네가 많이 고생했지.”민여진은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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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아직도 이 사람이랑 만나는 거예요?

“괜찮아!”민여진은 서둘러 말했다. 쥐구멍에 숨고 싶을 만큼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녀는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혼자 할 수 있어... 아까는 그냥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그래?”임재윤은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어제 내가 힘을 너무 줬나 보네. 이렇게 여릴 줄 알았으면 다음에는 좀 살살해야겠어.”민여진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답했다.“다음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그녀는 욕실로 도망치려 몸을 돌렸다. 하지만 임재윤이 한발 빠르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물었다.“어디로 도망가?”그는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민여진은 입술을 깨물었다.“너무해. 내가 부끄러워하는 거 뻔히 알면서 그걸로 놀리다니...”“앞으로 내 아내가 될 사람인데 뭐가 부끄럽다는 거야?”임재윤은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물며 낮게 속삭였다.“아니면 내가 아직 만족을 못 시켜준 건가?”민여진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만족은 모르겠고 어젯밤 즐겼던 기억은 분명했다.얼굴이 너무 뜨거워진 나머지 그녀는 고개를 그의 가슴팍에 묻어버렸다. 임재윤은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다가 불현듯 입을 열었다.“여진아, 나 사실 두려워.”“두렵다니?”정신을 차린 민여진은 고개를 들고 물었다.“왜 그래? 무슨 일인데?”임재윤은 마치 놓치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붙드는 것처럼 그녀의 얼굴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는 한참 동안 시선을 떼지 않더니 입을 열었다.“내가 가진 모든 게 언젠가는 다 사라져 버릴까 봐.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걸 억지로 얻은 건 아닌가 싶어서.”“원래 네 것이 아니었던 거라니?”민여진은 눈을 깜빡이며 임재윤의 얼굴을 어루만졌다.“혹시 나 말하는 거야?”“그래.”그 대답에 민여진은 순간 놀라 눈을 크게 떴다가 곧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볼을 부풀리며 물었다.“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재윤아, 난 네 거야. 그게 아니라면 내가 왜...”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임재윤은 다시 미소를 되찾았다. 그는 눈빛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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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불같이 화를 내는 장정아

“왜 이렇게 덤벙대는 거예요?”장정아는 한숨을 쉬더니 참다못해 덧붙였다.“화해한 거예요?”“우리요?”민여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누구랑요? 저랑 임재윤 말하는 거예요? 우리는 원래 잘 지내고 있었는데요?”“하지만...”“정아 씨, 잠깐 저랑 어디 좀 다녀오죠. 할 얘기가 있어서요.”진시우가 불쑥 끼어들어 장정아의 말을 잘랐다. 장정아는 하려던 말을 도로 삼키는 수밖에 없었다.민여진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임재윤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본인조차 자각하지 못한 듯했다.“재윤아, 손 아파.”민여진의 말에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듯, 임재윤은 황급히 손을 놓으며 다정하게 말했다.“미안.”민여진은 고개를 저으며 웃어 보였다. 그러고는 진시우와 장정아를 향해 말했다.“굳이 밖에서 얘기해야 해요? 날도 추운데 안으로 들어오지 그래요? 마침 곧 저녁 시간인데 제 요리 솜씨도 좀 맛보시지 않을래요?”진시우는 웃으며 말했다.“오늘 참 타이밍 좋네요. 덕분에 또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겠어요.”“그러니까요.”민여진이 맞장구치며 말했다.“어제 술도 사다 놨는데 잘됐네요. 한 달 넘게 못 모이다가 드디어 다 같이 앉게 됐으니 기쁘네요!”민여진은 말 나온 김에 곧장 소매를 걷고 임재윤에게 앞치마를 부탁했다. 그녀는 앞치마를 묶고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다가 문득 2층 창고 방에 밀가루 한 봉지가 있다는 게 떠올랐다.그녀는 불을 잠시 꺼놓고 손을 털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복도를 지나는데 어느 방 안에서 날 선 언성이 터져 나왔다.걸음을 멈춘 민여진은 귀를 기울였다. 장정아의 목소리였다.“왜 그래야 하는데요? 그럼 평생 속고 살아야 하잖아요! 그 사람한테 이게 공평하다고 생각해요?”민여진은 지금껏 장정아가 화내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늘 밝고 쾌활했다. 언제나 햇살 같은 얼굴로 좌절 같은 건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목소리에는 낯선 날이 서 있었다.민여진은 조심스럽게 더 다가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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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민여진 씨, 행복해요?

“그것뿐이야?”임재윤은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뚫어질 듯 바라보았다. 별다른 수상한 낌새가 느껴지지 않자 그는 한숨을 돌리며 그녀를 세차게 끌어안았다.민여진은 무심결에 그의 등에 손을 얹었다. 넓은 어깨가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그제야 무언가를 눈치채고는 물었다.“재윤아, 너 왜 떨고 있어?”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방문이 열렸다.장정아와 진시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장정아와 진시우가 들어섰다. 이미 안에서 모든 소리를 들은 듯 놀란 기색은 전혀 없었다.민여진은 미안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일부러 엿들은 건 아니에요. 그냥 밀가루 가지러 올라왔을 뿐인데... 근데 이미 다 들어버렸으니 솔직하게 물을게요. 혹시 두 분 싸우신 건 아니죠? 괜찮으세요?”장정아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푸른 기운까지 감돌았다. 그녀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임재윤을 흘끗 본 뒤, 주먹을 움켜쥐고 민여진을 향해 물었다.“여진 씨, 이분... 그러니까 임재윤 씨랑 같이 지내면서 행복해요?”민여진은 뜻밖의 질문에 잠시 멍해졌지만 얼굴에 곧 환한 미소가 번졌다.“그럼요, 당연하죠.”장정아는 길게 심호흡을 했다.“그러면 됐어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민여진이 미간을 좁혔다.“정아 씨, 왜 그래요?”“아무것도 아니에요.”장정아는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회사에 급한 일이 있었던 게 떠올랐네요, 먼저 가봐야겠어요.”“밥은 같이 먹고 가지 그래요? 무슨 일인데 그렇게 급해요?”“아뇨, 괜찮아요.”장정아는 고개를 저었다. 민여진을 더 보고 있다가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본인 역시 가해자라는 생각이 자꾸 목을 죄어왔다.표정에서 티가 날까 봐 두려워진 장정아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회사라는 게 원래 그렇잖아요. 부를 때 바로 가야지, 안 그러면 달달 볶아대잖아요! 다음에 와서 요리 맛볼게요, 네?”“알겠어요.”민여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시우 씨보고 바래다주라고 할 게요.”“괜찮아요!”장정아는 손사래를 쳤다.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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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박진성은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오게 될 거야

‘임재윤... 박진성...’문채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어서 사람을 시켜 민여진을 감시해. 그리고 걔 곁에 있는 그 남자, 임재윤이라고 했지. 그 사람도 알아봐.”“그건 좀...”마동원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문채연.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야? 민여진 뒤에 누가 있는지 몰라서 그래? 감시는커녕, 난 지금 걔가 어디 있는지도 파악할 수 없어.”“그래도 방법이 있을 거 아니야!”문채연은 목소리를 높이며 책상을 두드렸다.“마동원! 우리는 결국 같은 배를 탄 사이야. 그동안 내가 박진성 이름을 빌려서 널 얼마나 많이 도와줬는데 이제 와서 이럴 거야? 너무 배은망덕한 거 아니냐고!”마동원은 다리를 꼬고 앉아 여유만만한 태도로 말했다.“근데 지금은 나한테 아무 쓸모도 없잖아. 박진성이 널 버렸는데 내가 왜 붙잡아야 하지? 설마 아직도 얼굴로 날 꼬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네 그 성형 괴물 같은 얼굴, 사창가에서 정말 흔하게 찾을 수 있어.”“너!”문채연의 온몸이 분노로 바들바들 떨렸다. 예전의 마동원은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순종적으로 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사창가 아가씨들과 자신을 비교하고 있었다.박진성을 잃은 그녀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빈털터리로 몰락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문채연은 애써 참을 인을 새기며 부드럽게 말했다.“나 아직 쓸모 있어. 걱정 마. 내가 시킨 대로만 하면 박진성은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오게 될 거야.”...며칠 동안 장정아에게서는 전화 한 통 걸려 오지 않았다. 안부를 물으러 찾아온 적도 없었다. 결국 민여진이 참다못해 전화를 걸었지만 장정아는 우물쭈물 얼버무리며 바쁘다는 핑계만 늘어놓았다.민여진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장정아가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리는 탓에 더 캐물을 수도 없었다. 그녀는 결국 진시우에게 연락을 했다.그의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부드러웠다.“정아 씨요? 요즘 회사 일 때문에 많이 바쁘지 않을까요? 매년 봄이면 주문이 몰리니까 당분간은 야근이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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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데이트하려고 찾아온 거 맞죠?

“잘생긴 남자요?”장정아는 잠시 멈칫했다. 요즘 자신을 쫓아다니는 사람이 있기는 했다. 또 그 지루할 만큼 집요한 재벌 2세인가 싶어 그녀는 귀찮다는 듯 말했다.“나 놀리는 거죠? 그게 잘생긴 거예요? 저녁에 제가 밥 살 테니까 대신 좀 처리해 줘요. 부탁이에요.”“에이, 설마요! 엄청 잘생기셨어요! 정말 이런 미남을 마다한다고요? 싫으면 제가 가집니다?”동료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삼켰다.“잠깐만요...”장정아는 그녀는 붙잡았다. 동료의 취향을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곽기범 말하는 거 아니에요?”동료는 얼굴을 찌푸렸다.“어떻게 그 사람을 내 뮤즈 같은 남신이랑 비교할 수 있어요? 장정아 씨, 충고하는데 얼른 내 남신한테 사과하는 게 좋을 거예요. 안 그러면 남신 모욕죄로 고소할 거예요!”“...”예전 같으면 장정아도 동료와 장난을 주고받았겠지만 요즘은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그래도 동료 덕분에 확실해졌다. 그녀를 찾아온 사람은 곽기범이 아니었다.‘곽기범이 아니라면 누구지? 동료가 뮤즈라고 부를 정도의 사람이라면...’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얼굴 하나가 있었다. 그러자 장정아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그 생각을 떨쳐냈다.그 사람이 올 리가 없었다. 와서도 안 되는 사람이었다.“제가 직접 보고 올게요.”그녀는 의자에 걸쳐 두었던 외투를 집어 들고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탔다. 로비에 도착하자마자 문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발걸음은 저절로 멈추고 말았다.진시우도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시선이 맞닿은 순간, 장정아는 얼른 몸을 돌려 다시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정아 씨.”진시우의 목소리가 그녀를 붙들었다.“계속 피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좋아한다던 간식 좀 사 왔어요. 우리 잠깐 얘기 좀 해요. 10분 정도면 돼요.”장정아는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손바닥에서 땀이 배어 나왔다. 그녀는 갈팡질팡하며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근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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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당신의 목적

장정아는 그제야 진시우가 정말로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책상 위 보고서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가 무슨 뜻으로 찾아온 건지 알 수 없었다.‘민여진한테 진실을 밝힐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설마 날 설득하려 온 건가? 그럴 만큼 내가 중요한 사람인가?’그런 생각이 스치자 장정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복잡하게 몰려드는 생각을 애써 떨쳐냈다. 그녀는 화장실로 가서 차가운 물로 얼굴을 적셨다.자리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퇴근 시간이 지나 있었다. 동료들은 어디로 저녁을 먹으러 갈지 의논하며 떠들고 있었다. 누군가가 장정아에게 물었다.“같이 갈 거예요?”장정아는 고개를 저었다.“전 괜찮아요. 아직 수정 못 한 서류가 있어서 좀 더 보고 가야 해요. 저 빼고 가요.”“너무 무리하지는 마요. 내일 아침에 다시 해도 되잖아요. 월요일에 컨펌하는 거라 급한 건 아니니까요.”“네.”장정아는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은 진시우를 피하고 싶어서였다.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사무실이 조용해지자 그녀는 그제야 겨우 서류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간단한 작업을 마치고는 저장 버튼을 눌렀다. 몸을 일으키자 창밖은 이미 짙은 어둠에 잠식되어 있었다.그녀는 외투를 걸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로비 문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단정한 정장 차림에 큰 키, 추위에 발갛게 물든 손가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선이 고운 얼굴에 원래도 하얗던 피부는 추위 때문에 발그레한 기색이 물들어 있었다.장정아가 내려오자 진시우는 자세를 고치며 입을 열었다.“왔어요? 시간도 딱 맞았네요. 바로 저녁 먹으러 가면 되겠어요. 다만 사 온 간식이 식어버린 게 조금 아쉽네요.”장정아의 입술이 가볍게 떨렸다.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그는 여전히 웃음을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약속했잖아요. 번복하면 안 돼요.”결국 장정아는 거절하지 못했다. 그들은 근처의 한 샤부샤부 가게로 향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진시우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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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기꺼이 기회를 줄 생각이에요

진시우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나마 정답에 가까운 대답을 내놓았다.“민여진에게는 아직 정아 씨가 필요해요.”그는 낮게 이어 말했다.“여진 씨가 오늘 내게 전화를 걸었어요. 요즘 정아 씨가 예전과 다르다고 걱정하더군요. 친구로서 많이 걱정하는 눈치였어요. 어찌 됐든 여진 씨의 평온한 생활을 뒤흔드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어요?”장정아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혹시라도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어서 이렇게 길게 설명해 주는 건 아닐까 하며 그녀는 잠시나마 순진한 착각을 했었다.“그러니까...”장정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결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를 찾아온 거네요? 단 한 번도 스스로 잘못됐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는 말이군요.”“속이는 건 언제나 잘못된 일이죠. 하지만 앞서 말했듯 우리가 끼어들 권한은 없어요.”진시우는 장정아의 눈시울에 고여 있는 눈물을 담담히 바라보았다.“정아 씨는 이제 큰 어른이잖아요, 하 비서의 소꿉친구이기도 하고요.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여진 씨와의 우정을 망치는 일은 없길 바라요.”장정아는 주먹을 말아쥐었다. 진시우의 잔잔한 얼굴을 바라보던 장정아는 그제야 하빈이 했던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진시우는 지나치게 차가운 사람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세상 풍파를 너무 많이 겪은 탓이라 해야 할까, 웬만한 일에도 지나치게 차분해서 사람이라면 마땅히 있어야 할 감정 따위는 다 밀려나 버린 것일지도 몰랐다.장정아는 입꼬리를 힘없이 올리며 말했다.“알겠어요. 식사 자리에 괜히 낀 것 같네요. 우리는 원래부터 다른 사람이었다는 걸 잊었어요.”외투를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진시우가 불쑥 말을 던졌다.“정아 씨, 저 좋아하죠?”그 한마디에 가슴 깊숙한 곳에서 뜨거운 감정이 거칠게 치미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만약 그렇다면 그냥 계속 좋아해도 돼요. 예전처럼 지내면 되잖아요. 정아 씨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굴 수 있다면 저도 기꺼이 기회를 줄 생각이에요.”깊게 심호흡을 하던 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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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몰래카메라

“정아 씨, 요즘 어떻게 지내요? 별일 없죠?”장정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요. 괜히 걱정 끼쳤네요. 얼마 전에는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그만...”민여진은 그 핑계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미소 지었다.“바쁜 건 괜찮아요, 금방 지나가는 일이잖아요. 그냥 나한테 전화하는 일을 껄끄러워하지 않으면 돼요.”“제가 왜 그렇게 생각하겠어요... 전 여진 씨를 친구로 생각하는데.”말을 뱉고 나니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답답했다.민여진이 먼저 말을 돌렸다.“오늘은 쉬는 날이죠? 저녁에 우리 집에 와서 밥 먹을래요?”“임재윤 씨도 있어요?”“그럼요. 우리 같이 살아요.”민여진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덧붙였다.“혹시 저랑 단둘이 만나고 싶은 거예요?”“아니요, 그냥 물어본 거예요.”장정아는 어색하게 둘러대며 말했다.“그럼 저녁에 그쪽으로 갈게요. 대신 제가 좋아하는 가지볶음 꼭 해 줘요. 한동안 못 먹어서 생각나더라고요.”민여진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알겠어요.”전화를 끊자 임재윤이 다가와 그녀의 턱을 잡고 짧게 입을 맞췄다.“서재에서 나오니까 아주 즐겁게 통화하고 있더라고. 누구야?”“정아 씨야. 며칠 만에 마음이 풀린 것 같아.”민여진의 입가에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번졌다. 임재윤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는 무심하게 물었다.“무슨 얘기를 했는데 그렇게 좋아하는 거야?”민여진은 너무 기쁜 나머지 수상한 기색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그녀는 수도꼭지를 틀고 손을 씻으며 대꾸했다.“별거 아니야. 아직 회사에 있으니까 오래 얘기 못 나눴어. 오늘 저녁에 같이 밥 먹자고 했어. 겸사겸사 진시우 씨도 불러서 예전 일 다 풀어버리려고.”“좋네.”임재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럼 내가 진시우한테 전화할게.”“응.”베란다에서 통화를 마치고 돌아오니 민여진은 이미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어디 가?”“장 볼 거야. 둘이나 오는데 좀 넉넉히 사둬야지. 정아 씨가 가지볶음 해 달라잖아. 냉장고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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