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681 - Chapter 1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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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1화

주용화는 단순히 하지율에게 길을 열어준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하지율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하지율이 가장 위태롭고 흔들리던 시절, 곁에서 그녀를 지켜줬던 사람 역시 주용화였다.그는 세상의 위협으로부터 하지율을 지켜주며 하지율이 상처 입지 않도록 자신의 품 안에서 천천히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줬다.만약 주용화가 없었다면 하지율은 지금까지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다.지금의 자리에 올라서고 나서야, 하지율 역시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주용화 이야기가 나오자, 유소린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내가 뭐랬어. 화야 씨 같은 남자는 절대 놓치면 안 된다니까. 연정미 주변에 남자야 많지. 그런데 제대로 된 남자는 한 명도 없잖아. 화야 씨 하나로 다 상대되는 거 봤잖아.”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눈빛을 반짝였다.“지율아. 너랑 화야 씨...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은 거 아니야?”하지율이 미간을 살짝 좁혔다.“뭐가?”“결혼 말이야.”유소린이 능청스럽게 웃었다.“화야 씨 요즘 집 알아보던데? 나한테 네가 좋아할 만한 인테리어 스타일까지 물어봤어. 분위기 보니까 거의 신혼집 준비하는 것 같던데? 너희 벌써 거기까지 얘기 끝난 거야?”하지율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니... 나랑 화야 씨 아직 사귀는 사이 아니야.”그 말을 들은 유소린이 황당하다는 듯 바로 말을 받았다.“너 요즘 SNS 안 봐?”“바빠서 한동안 못 봤어. 왜?”유소린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하지율을 바라봤다.“화야 씨가 이미 SNS에 다 올렸거든? 거의 공식적인 커플 선언 수준인데, 아직도 안 사귄다고?”유소린의 말을 들은 하지율은 그제야 휴대전화를 꺼내 주용화의 SNS를 확인했다.그리고 화면을 보는 순간 손에서 휴대전화를 떨어뜨릴 뻔했다.두 사람이 서로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 한 장이었다.얼굴은 나오지 않았지만, 하지율의 지인이라면 누구든 단번에 사진 속 손의 주인이 하지율이라는 사실을 알아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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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2화

이번 하지율과 계약을 체결한 회사는 해외의 유서 깊은 가문 소속 기업이었다.그런데 정작 총괄 책임자로 나타난 인물은 예상과 달리 동아국 남자였다.게다가 꽤 젊어 보였다. 많아 봐야 서른이 채 되지 않은 듯한 나이로 보였다.정돈된 짧은 머리에 양쪽 귀에는 작은 다이아몬드 피어싱이 박혀 있었다.하지만 또렷하고 잘생긴 인상에는 어딘가 거칠고 비뚤어진 분위기가 묻어났다.하지율은 눈앞의 남자를 조용히 바라봤다.“화야 씨 친구분인가요?”남자는 느긋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친구라고 할 수도 있죠.”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덧붙였다.“하지만 저는 ‘전우’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전우?’하지율은 속으로 그 말을 천천히 되뇌었다.‘전우는 친구보다 훨씬 무거운 의미긴 하지...’목숨이 오가는 순간을 함께 이겨내고 가장 위험한 상황에서도 등을 보일 수 있는 사람, 그 정도 관계가 아니고서는 쉽게 붙일 수 없는 표현이었다.주용화는 자신의 인간관계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 편은 아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친구가 없을 리도 없었다.남자는 그런 하지율의 반응을 가만히 살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소개가 늦었군요.”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제 이름은 남시온입니다. 현재 로이 가문 가주를 맡고 있습니다.”하지율은 속으로 짧게 생각했다.‘또 한 명의 가주... 역시 화야 씨 주변에는 평범한 사람이 없네.’하지율은 예의를 갖춰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하지만 남시온은 악수할 생각이 없는 듯 움직이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여전히 고압적이었다.“죄송하지만 저는 아무에게나 친절을 베풀지 않습니다.”남시온은 담백하게 말을 이었다.“적어도 같은 수준의 실력과 같은 계층에 있는 사람과만 친분을 쌓는 편입니다.”그는 하지율을 똑바로 바라봤다.“이번 계약 역시 용화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에 진행한 겁니다.”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덧붙였다.“소현이 역시 용화에게 빚진 게 많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딱히 갚을 방법이 없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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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3화

첫 대면에서는 하지율이 우위를 점했다.남시온은 더 이상 빙빙 돌려 말하지 않았다.“저와 용화, 그리고 소현이까지. 저희 세 사람은 10년 전 한 선발 대회에서 처음 만났습니다.”남시온은 잠시 시선을 내리깔았다.“참가자는 총 100명. 그중 무인도에서 살아남아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은 단 세 명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세 사람만이 최상위 엘리트 양성 과정을 받을 자격을 얻을 수 있었죠.”그는 물잔을 들어 목을 축인 뒤 다시 말을 이었다.“당시 저희 셋 모두 각자 가문에서 썩 좋은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는 처지는 아니었습니다. 소현이는 영나라 소속 가문 출신인데, 어머니가 동아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차별과 멸시를 받아왔었죠.”남시온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용화 역시 가문 내부 문제 때문에 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그는 잠시 옛 기억을 떠올리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그 선발전은 각 가문에서 밀려난 자식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같은 거였습니다.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죠.”남시온은 짧게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하지만 그 섬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섬 전체에 함정과 위험 요소가 깔려 있었고, 참가자들끼리 서로를 경계하며 살아남아야 했으니까요. 말 그대로 목숨 걸고 버티는 게임이었습니다.”그러다 문득 하지율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용화는 처음부터 그 안에서도 가장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정도 실력이면 굳이 선발전에 참가할 필요조차 없었죠.”남시온은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그런데 그 자식은 그냥 재미있어 보여서 왔다고 하더군요. 원래 자극적인 거나 목숨 걸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을 좋아하는 성격인 건 하지율 씨도 아실 거예요.”하지율은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었다.‘맞아. 내가 아는 화야 씨도 그런 사람이지...’그녀 역시 속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남시온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저희는 그 섬에서 한 달 동안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독충과 맹수를 상대하는 건 기본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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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4화

남시온은 하지율을 바라보며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었다.“그렇게 사람 만들어놨더니, 정작 곁에 남은 건 다른 여자라... 그런데 이번에는 늘 원칙주의자이던 소현이가 예외를 두면서까지 하지율 씨를 밀어줬네요.”하지율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기분이 상한 건지, 아니면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지 겉으로는 좀처럼 읽히지 않았다.남시온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아직 모르시겠습니까? 왜 용화가 이 이야기를 하지율 씨에게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는지.”하지율은 잠시 생각하다가 조용히 답했다.“글쎄요.”남시온은 흥미롭다는 듯 낮게 웃었다.“설마 이번에도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 잊고 있었을 거라고 말씀하시려는 건 아니겠죠?”하지율은 대답하지 않았다.짧은 침묵이 방 안에 가라앉았다.그때 남시온이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용화는 적에게는 냉정한 사람이지만, 적어도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는 성격은 아닙니다.”그는 하지율을 똑바로 바라봤다.“소현이와의 일을 굳이 숨기려 했던 게 아닙니다.”남시온의 입가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숨기려 했다기보다 애초에 기억조차 못 하는 일이니까요.”그 말을 듣는 순간 하지율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가능성이 있었다.“설마... 화야 씨가 기억을 잃었던 적이라도 있었던 건가요?”남시온은 예상보다 빠른 반응에 눈썹을 살짝 움직였다.“완전히 기억상실이라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최면 치료를 받은 적은 있습니다.”...남시온을 만나고 나왔을 때는 이미 밖이 완전히 어두워진 뒤였다.유소린은 계속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듯, 하지율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다가왔다.“지율아, 로이 가문 가주라는 사람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유소린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얘기를 했길래 이렇게 오래 걸렸어?”하지만 하지율은 가볍게 고개만 저었다.“일단 돌아가자.”하지율의 얼굴에 짙게 내려앉은 피로를 본 유소린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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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5화

“화야 씨가 나한테까지 전화했었어.”유소린은 운전대를 잡은 채 말을 이었다.“네가 그냥 잠든 거라고 하니까 그제야 조금 안심하더라.”하지율은 힘없이 짧게 대답했다.“응...”유소린은 하지율의 얼굴을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너 무슨 일 있어? 표정이 너무 안 좋아 보여.”하지율은 손으로 피곤한 눈가를 꾹 눌렀다.“그냥... 요즘 좀 많이 피곤해서 그런가 봐.”유소린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연정미 돌아오기 전에 최대한 자리 잡으려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몸이 먼저야.”그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너 요즘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 우리한테 아직 시간 많잖아. 그렇게까지 조급해할 필요 없어.”하지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맞다, 소린아. 너 요즘 손여준이랑은 연락 안 해?”유소린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손씨 가문 나온 뒤로는 거의 연락 끊겼어.”하지율은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물었다.“손여준이 앞을 못 보게 된 거랑 다리를 다친 거... 진짜일까?”유소린의 표정이 조금 복잡해졌다.“눈은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다리를 다친 건 맞아. 다만 지금 완전히 못 걷는 상태인지, 아니면 회복 가능성이 있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고.”하지율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는 더 이상 질문을 이어가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소린은 차를 연씨 가문 저택 앞으로 몰고 들어갔다.두 사람은 그대로 각자 쉬러 들어갔다....그 후 며칠 동안 하지율은 일에 파묻혀 지냈다.주용화가 보내오는 메시지에는 답장했지만 몇 번이나 이어진 데이트 제안은 모두 정중하게 거절했다.하지율에게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복잡해진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고, 다시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했다.그러던 어느 날, 정기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지율 씨, 저 출장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오늘 저녁 시간 괜찮으시면 같이 식사라도 하실래요?”정기석은 M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었지만 워낙 바쁜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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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6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주용화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막 들어오던 하지율과 시선이 정면으로 마주쳤다.하지율의 걸음이 순간 멈췄다.“화야 씨? 여기 어떻게 오셨어요?”하지율 사무실 출입문에는 지문 인식 잠금이 걸려 있었다.하지만 주용화가 떠난 뒤에도 하지율은 그의 지문을 삭제하지 않았다.그래서 주용화는 돌아온 뒤로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다만 오늘처럼 일부러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건 분명 유소린이 일정을 알려준 게 틀림없었다.하지율의 스케줄을 자세히 아는 사람은 유소린뿐이었으니까.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율은 한 번도 막지 않았다.주용화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어두운 조명 아래 앉아 있는 주용화의 얼굴에는 평소보다 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주용화는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하지율을 바라봤다.“지율 씨 얼굴 너무 오래 못 봐서요... 보고 싶어서 그냥 와봤습니다.”주용화는 ‘보고 싶었다’는 말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꺼냈다. 마치 오래된 연인 사이에서나 나올 법한 익숙한 말이었다.하지만 따지고 보면 두 사람이 얼굴을 보지 못한 시간은 고작 일주일 남짓에 불과했다.하지율이 문 앞에 선 채 안으로 들어오지 않자, 주용화가 느슨하게 웃으며 말했다.“왜 안 들어오십니까?”그는 잠시 하지율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제가 잡아먹기라도 할 것 같습니까?”입가에는 분명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하지율은 단번에 알아챘다. 주용화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오랜 시간 가까이 지내온 만큼, 그런 미묘한 분위기를 모를 리 없었다.하지율은 천천히 걸어가 주용화 앞에 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제가 요즘 일이 좀 많아서요. 그래서...”하지만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그때 주용화가 먼저 그녀의 말을 끊었다.“정기석 씨 만날 시간은 있으셨나 봅니다.”하지율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그녀는 곧바로 주용화를 바라봤다.주용화는 한순간도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하지율을 응시하고 있었다.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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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7화

하지율은 입술을 달싹였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지만 끝내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스스로도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다.조금 전까지 강하게 밀어붙이던 주용화는 어느새 태도를 누그러뜨린 상태였다. 그는 하지율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지율 씨...”잠시 말을 고르던 그가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요즘 제가 뭐 잘못한 거 있습니까?”짧게 숨을 고른 뒤, 그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본 채 말을 이었다.“그래서 저 피하는 겁니까?”하지율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아니에요.”그녀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제가 요즘 좀 바빠서...”하지만 주용화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거짓말...”그의 시선은 지나치게 날카로웠다. 마치 사람 속까지 그대로 들여다보는 거울 같았다.하지율은 결국 다시 입을 다물었다.주용화를 피하려 했던 것도 결국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는 지나치게 영리하고 예민한 사람이었다.그래서 그의 앞에만 서면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말았다.거짓말도, 망설임도, 흔들리는 마음마저 전부 다 들킬 것만 같았다.주용화는 천천히 두 손으로 하지율의 어깨를 감쌌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숙여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혹시 SNS에 올린 사진 때문입니까?”그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냈다.“지율 씨가 싫으면 바로 지우겠습니다.”금방이라도 게시물을 삭제하려는 듯 화면을 스크롤하자, 하지율이 급히 그의 손을 붙잡았다.“화야 씨!”하지율은 작게 숨을 삼킨 뒤 말했다.“그거 때문은 아니에요.”주용화의 손이 멈췄다. 그는 하지율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그러면 뭐 때문인데요?”하지율은 또다시 말을 잃었다.말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었다. 단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랐다.‘혹시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거 아니냐고. 전부 기억을 되찾으면 결국 전처한테 돌아가는 거 아니냐고. 지금 나한테 향하는 감정도 사실은 다른 사람에게 향했던 감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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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8화

그때 주용화가 천천히 하지율의 손을 끌어와 자기 심장 위에 올려놓았다.두꺼운 셔츠 아래 심장 박동이 선명하게 전해졌다.주용화는 하지율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지율 씨, 저는 지율 씨한테 거짓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쩌면 진소현 씨와는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것도 아니었을 가능성도 있고요.”그는 잠시 숨을 고르듯 말을 멈췄다가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하지만 뭐가 됐든... 제가 잊어버린 기억이라면... 저한테는 결국 과거일 뿐입니다.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만 지금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하나뿐입니다.”주용화는 자기 심장 위에 얹은 하지율의 손을 더 세게 눌렀다.‘쿵... 쿵...’빠르고 선명한 심장 박동이 손끝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지율 씨, 지금 제 마음속에 있는 사람은 지율 씨뿐입니다.”그 순간 그의 눈동자에는 오직 하지율만 담겨 있었다. 짙고 깊은 검은 눈동자 위로 은은한 빛이 번져, 마치 별빛이 내려앉은 호수처럼 잔잔하게 반짝였다.“지금도 앞으로도 변함없을 겁니다.”돌이켜보면 하지율 역시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왔다.그럼에도 그 순간만큼은 심장이 제멋대로 크게 뛰기 시작했다.주용화의 고백은 다른 남자들과는 달랐다. 노골적이지는 않았지만 조금의 숨김도 없었다. 흔한 ‘좋아한다’, ‘사랑한다’ 같은 말보다 훨씬 더 진정성 있어 보였다.마치 그녀의 동요를 이미 꿰뚫어 본 듯, 주용화의 목소리는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그 안에는 사람을 서서히 끌어당기는 듯한 묘한 유혹까지 스며 있었다.“지율 씨... 저 버리지 마세요.”그 한마디에 하지율의 숨이 순간 막혔다.주용화 같은 남자가 작정하고 다정해지면 그 매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자는 아마 없을지도 몰랐다.한 번 크게 상처받은 뒤로는 다시는 쉽게 마음을 주지 않으려 했던 하지율조차 그의 다정함만큼은 끝내 밀어내지 못했다.정말 사람 마음을 너무 잘 아는 남자였다.하지율은 주용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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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9화

하지만 금세 감을 잡은 주용화는 아까와 전혀 달랐다.한 번 흐름을 탄 뒤부터는 거침이 없었다.숨 돌릴 틈도 주지 않은 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입맞춤에 하지율은 점점 정신이 흐릿해졌다.애초에 이런 쪽으로는 주용화를 이길 수가 없었다.하지율의 사고는 서서히 흐트러졌고 힘이 풀린 몸은 자연스럽게 주용화 품에 기대어 갔다.두 사람의 호흡도 점점 거칠어졌다.가까이 맞닿은 숨결 사이로 뜨거운 열기가 천천히 번졌고 사무실 안의 공기마저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조금만 더 가면 정말 걷잡을 수 없을 분위기였다.그 순간, 문 쪽에서 아주 작게 인기척이 들렸다.곧이어 유소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화야 씨, 아직 식사 안 하셨다면서요? 제가 간식 좀 가져왔는...”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고, 유소린의 목소리가 그대로 멈춰버렸다.동시에 손에 들고 있던 과자 봉지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순간 정적이 흘렀다.다음 순간, 유소린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마치 절대 보면 안 될 현장을 봐버린 사람처럼 눈동자까지 흔들렸다.“아, 아니... 제가 잘못 들어왔네요...”유소린은 어색하게 웃으며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계속하세요! 네, 계속하시면 됩니다!”유소린은 바닥에 떨어진 간식을 허둥지둥 주워 담더니 그대로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갔다.문이 닫히고 나서야 그녀는 복도에서 제 이마를 퍽 치며 중얼거렸다.‘화야 씨가 식사도 못 했다길래 혹시 배고플까 봐 간식을 챙겨온 건데... 화야 씨가 먹고 싶었던 게 과자가 아니라 지율이 입술일 줄은 몰랐네!’...주용화는 하지율의 야근이 끝날 때까지 곁에 남아 함께 일을 봐줬다.모든 업무가 마무리된 뒤에는 직접 운전해서 하지율과 유소린을 데려다줬다.차 안에서 유소린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러고 보니까 화야 씨가 지율이 경호원 그만둔 뒤로는 화야 씨 차 처음 타보는 거네요?”유소린은 일부러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주씨 가문 가주님이 직접 운전해 주는 차라 그런가, 느낌이 다르네.”지금 주용화의 기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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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0화

조금 전까지 단검이 얼굴 바로 앞을 스쳐 지나갔는데도 남시온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오히려 더 느긋한 표정으로 웃기까지 했다.“왜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굴어? 난 그냥 사실 몇 마디 전달했을 뿐인데.”어둠 속에 서 있던 주용화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지금까지는 소현 씨 얼굴 봐서 살려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럴 필요도 없어 보이는군.”주용화는 그림자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검은 눈동자에는 아무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그놈들이 널 못 죽였다고 해서 내가 못 죽인다는 뜻은 아니지. 마침 시간도 났겠다. 이번엔 내가 직접 처리해도 되겠군.”남시온은 그 말을 듣고도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우리 둘 다 같은 스승 밑에서 자랐잖아. 내가 너보다 약한 건 인정하는데, 적어도 도망쳐서 목숨 부지하는 데는 자신 있거든.”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일부러 더 신경을 긁어댔다.“어쩌지? 네가 건 2조 현상금도 휴지 조각이랑 다를 바 없게 됐네?”하지만 주용화는 화를 내지 않았다.그는 오히려 아주 자연스럽게 서재 안으로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그리고 다리를 느슨하게 꼰 채 남시온을 바라봤다.“그 멍청한 것들이 널 못 죽인 거랑, 내가 널 안 죽인 건 전혀 다른 문제야. 예전엔 바빠서 너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것뿐. 내가 정말 마음만 먹었으면 네가 지금까지 멀쩡히 살아 있었을 것 같아?”남시온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코웃음을 쳤다.“웃기네. 내가 그렇게 오래 네 목숨 노리고 사람 풀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더니, 그 여자가 좀 다쳤다고 바로 전 세계를 뒤져가며 날 찾더라. 주용화, 너 원래 이렇게까지 사랑에 미친 인간은 아니었잖아.”주용화가 비웃듯 대꾸했다.“그 말은 네 입에서 나올 소린 아닌 것 같은데. 너야말로 사랑에 미친 게 아니었으면 남의 일에 그렇게까지 끼어들 이유도 없었겠지. 진소현 씨가 그렇게 안쓰러우면 차라리 네가 직접 데려가서 결혼하든가.”남시온의 눈빛이 순간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주용화는 그 반응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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