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apítulo 681 - Capítulo 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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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1화

남진은 곧바로 그 사진을 하준에게 전송했다.하준은 핸드폰 화면을 확인한 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사진을 저장했다.그 모습을 본 성모는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이람과 하준이 보는 앞에서 잔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 자기 잘못을 인정한다는 표시였다.그 뒤로는 다시 술과 음식, 대화가 이어졌다. 누군가의 큰 웃음소리가 간간이 터져 나왔고, 잠시 후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농담 섞인 말다툼을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웃음이 가득 찬 자리였다.성모는 감회에 젖은 듯 말했다.“이렇게 편한 건 정말 오랜만이네. 예전엔 내 자리가 너무 과했어. 이렇게 단순한 게 제일 좋아.”성모는 자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유 대표, 그렇지?”재원은 고개를 갸웃했다.“내 자리가 언제 과했어?”성모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재원에게 보냈다. 다 같은 남자였고, 재원이 예전에 얼마나 거칠게 놀았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 굳이 짚어낼 생각은 없었다.이람은 잠시 여유가 생기자 하준과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어때요, 마음에 들어요?”하준이 답했다.“당연하지.”“당신이 좋으면 됐어요.”이람의 얼굴에는 잔잔한 웃음이 머물렀다. 하준은 무심한 듯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늘 속을 알 수 없던 그의 눈빛에서 긴장이 풀리고 부드러움이 번졌다.‘정말 기분이 좋구나.’이람은 그렇게 느꼈고, 자연스레 웃음도 더 깊어졌다.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각자 떠들고 웃으며 장난을 치고 있었지만, 이람과 하준 사이에는 다른 결이 흐르고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막이 둘을 감싸고 있어, 다른 누구도 쉽게 끼어들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그렇다고 두 사람이 대화에서 빠져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시선을 거두면 언제든 친구들 사이로 자연스럽게 섞여 들었고, 분위기는 흐트러짐 없이 이어졌다.하지만 서로의 눈에 서로만 담기는 순간, 이 세상에는 둘만 존재하는 듯했다.이곳로부터 2000미터가 넘는 거리, 한 척의 유조선이 멈춰 서 있었다.갑판 위에는 고성능 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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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이혼은 말 그대로 이혼이었다.법이라는 기준으로 두 사람 사이의 연결을 단호하게 잘라내는 행위였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이렇게도 쉽게 부서진다. 부부였을 때는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던 사이가, 이혼하고 나면 남보다 못한 타인이 된다. 말 한마디 나눌 이유조차 남지 않는다.그런데도 사람 사이의 인연이라는 것은 묘했다. 혼인신고조차 없었는데도, 누구보다 단단히 이어질 수 있었다.지금의 이람과 하준이 그랬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두 사람이 감정이 얼마나 깊은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어떤 형식도 필요 없었고, 억지로 떼어내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지후는 한때 이혼사실확인서 한 장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이제 와서는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이럴 줄 알았으면, 더 일찍 움직였어야 했는데...’괜히 점잖은 척을 했다.이람이 거절할까 봐 무엇을 그리 두려워했을까?거절당했더라도 적어도 시도는 했을 것이다.결과는 결국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테니까.정확히 말하자면, 지금이 오히려 더 비참했다.지후는 이람이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멀리서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이람의 세계에서 지후는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한 사람이었다.아직 이람과 아무 일도 없었는데도 이렇게 후회가 밀려오는데, 제헌은 달랐다.제헌은 이람의 전 남편이었다.3년이라는 시간을 부부로 함께 보냈다.‘형은 지금 속이 어떨까?’지후는 차마 짐작하기 어려웠다.사실 이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지후는 제헌이 이람에게 미련을 가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런데 지금 제헌은 여기까지 와 있었다. 아무리 말을 거칠게 해도, 아무리 이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척해도, 답은 분명했다.아직 이람을 좋아하고 있었다.그것 말고는 제헌의 상태를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지후가 알던 제헌은 늘 오만하고 차가운 사람이었다.그런 제헌이 지금은 남의 행복을 몰래 들여다보는 처지가 되었다.좋아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자신을 이런 상황에 몰아넣을 수 있을까?어떻게 이람에게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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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마치 셔츠를 찢어버릴 것처럼 움켜쥔 채 제헌은 자기 심장을 붙들려는 사람 같았다.호흡은 점점 가빠졌다.이 상태라면 누가 보더라도 중병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언제부터 그렇게 냉정하고, 늘 위에서 내려다보듯 세상을 보던 제헌이 이런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을까?지나가던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이 고통을 알아볼 만큼 고통스러운 모습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었다.제헌은 차라리 아파 죽는 편을 택할 사람이었다.자신의 약함을 들키는 일만큼은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다.상대에게 적의가 없더라도, 자기 고통을 보고 연민을 품는 것조차 제헌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런데 지금은 그 금기를 정면으로 어기고 있었다.감정을 눌러보려 했던 흔적은 분명했다.하지만 밀려오는 고통이 너무 컸다.아무리 억누르려 해도 이미 넘쳐흘러, 더는 감출 수 없는 지경이었다.지후는 형의 이런 모습을 보고 더는 비아냥거릴 수 없었다.표정이 굳어졌다.“형, 왜 이러세요? 이러시면 안 돼요. 나 너무 무섭잖아요.”제헌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 안에는 고통과 함께 방향을 잃은 혼란이 혼재했다. 말을 꺼내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나... 심장 고장난 거 아니야?”“뭐라고요?”지후는 그대로 굳었다.“아니면, 왜 이렇게 아파?”제헌은 셔츠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지후는 본능적으로 제헌의 손을 잡으려다, 허공에서 멈췄다.그다음 순간, 제헌의 눈가에서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렸다.제헌 자신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중병을 의심할 만큼 아파도 무감각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데 지금 자신은... 울고 있었다.지후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이 정도로 아픈 거야?’제헌이 다시 물었다.“왜 이런 거야?”지후는 몇 초간 침묵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 언제까지 형 자신을 속이실 건가요? 이건 심장병 아니에요. 형도 알고 있잖아요. 좋아하는 거예요. 아니면... 그보다 더 깊은 거고요.”“사랑이에요.”제헌의 표정이 급격히 흔들렸다. 눈 안에서 거센 파도가 일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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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을 마주했을 때, 그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완전히 수용하기까지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다.만약 스스로를 속이는 데 능하다면, 그 과정은 훨씬 더 길어진다.제헌은 처음 이람이 하준과 가까이 지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저 이람이 조건 좋은 사람 하나 잡았다고만 생각했다.이후 A시에서 이람이 직접 하준과 함께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조차 제헌은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여전히 이람이 자신을 자극하려는 것뿐이라고, 고집스럽게 믿었다.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이람이 일부러 섬까지 찾아와 하준의 생일을 챙기는 모습을 보았을 때, 제헌은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사실 끝까지 우길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 생각을 지탱해 줄 이유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현실이 이렇게 명확한데도 계속 외면한다면, 그건 정말로 미친 사람일 것이다.제헌이 정상적인 인간이라고 말하긴 어려웠지만, 적어도 완전히 이성의 끈을 놓은 사람은 아니었다.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가슴 한가운데에 칼을 꽂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피가 맺히는 즉시 생명을 끊는 독처럼 고통은 빠르고 치명적이었다.머릿속이 잠시 텅 비었다.다시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 제헌은 몸에 힘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걸 느꼈다.몸 안을 흐르던 붉은 기운이 누군가에 의해 한순간에 빠져나간 것 같았다.강한 공허함이 밀려와 제헌은 허리를 굽혀 난간을 붙잡지 않으면 그대로 무너질 것 같았다.너무 아팠다. 마치 세계 정상급 복서가 전력을 다해 날린 주먹을 맞은 것처럼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한꺼번에 몰려왔다.그 이후, 제헌의 세계는 폐허가 됐다.제헌은 원래 고통을 견디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그런데도 이해할 수 없었다.‘왜 이런 거지? 내가 무엇 때문에 아픈 거지?’‘무엇이 이렇게 괴로운 거지? 분명 어딘가 잘못됐어!’심장이 아플 때마다 제헌은 그렇게 생각했다.분명 문제는 어딘가에 있다. 그리고 그건 절대 제헌 자신은 아니었다.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가슴에서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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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제헌은 천성이 감정에 무심한 사람이었다. 감정 자체에는 가치를 두지 않았고, 때로는 비웃기까지 했다.지후는 제헌의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았고, 대신 이렇게 물었다.“그럼 형은 왜 조이람이랑 결혼하신 건데요?”모든 질문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이 질문은 제헌이 누구에게도 한 번도 꺼낸 적 없는 것이었다.의식적으로 피해 왔고, 스스로 물은 적도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다.사실 많은 일에는 이유가 없는 경우가 더러 있다.제헌은 그냥 이람과 결혼하고 싶었다. 아마도 처음 이람을 만난 날, 바닷가 날씨가 유난히 좋았을 수도 있고, 바다에서 끌어 올린 이람이 눈을 떴을 때, 사람 하나를 살렸다는 사실 덕분에 엉망이던 기분이 조금 나아졌을 수도 있다.어쨌든 이람이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을 때, 제헌은 속으로 비웃었다. 깊은 감정을 연기하며 자신을 속이려 한다고, 이람의 마음을 악의적으로 해석했다.그렇다고 해서 이람을 밀어낼 정도로 싫지는 않았다.언제 본색을 드러낼지, 조금 더 지켜보고 싶었다.그렇게 한 번, 두 번 허용하다 보니, 이람은 몇 달 넘게 제헌의 삶 안에 머물게 됐다.유일한 예외가 됐다.그리고... 그다음은 결혼이었다.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이람에게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기에, 제헌은 언젠가 이람이 자신을 혐오하고 떠날 거라고 확신했다.그래서 결혼식 날, 제헌은 이람에게 이혼 서류를 건넸다.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자세로 이람의 서투른 연기를 간파했다고 생각했다.모든 걸 통제하고, 스스로 다치지 않기 위해서였다.그런데 결과는 전혀 달랐다.제헌의 가슴속에서 썩어가던 의문과,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마음은 기억을 따라가며 하나씩 답을 드러냈다.제헌은 세상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 뒤로 결혼이라는 선택지를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누군가 정략결혼을 들이밀었다면, 테이블을 엎고 나왔을 사람이었다.억압 속에서 자란 사람은 누군가에게 선택을 강요당하는 걸 견디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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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제헌 형...”“한 마디만 더 하면 가만 안 둬.”제헌의 시선이 번뜩였다. 마치 번개가 스친 것처럼 날카로웠다.지후의 표정이 굳었다. 더 이상 말리지 않고, 대신 비웃듯 한마디 던졌다.“일 커지는 거, 각오는 하셔야죠.”크루즈는 조용히 방향을 틀어 프라이빗 비치로 향했다.“지후야, 내 인생은 이미 수습 불가야.”제헌은 잔잔해 보이지만 안쪽에서 요동치는 바다를 바라봤다.“태어났을 때부터.”제헌은 늘 패배했다. 늘 모든 걸 망쳐 왔다.사랑하는 사람을 스스로 밀어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그런데 제헌은 그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다.스스로 통제하지도 못하고 사람을 상처 입히는 자기 모습이 절망스러웠다.사랑이라는 걸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사람이라기보다는 짐승에 가깝다는 표현이 맞았다.누구도 제헌을 좋아하지 않는 게 당연했다.지후는 이런 제헌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서 얼굴이 더 굳어졌다....제헌, 지후, 윤정이 나타났을 때, 이람과 하준은 바다를 등지고 있었다.밤바다는 바람이 거셌고, 조명도 없었다.누구도 굳이 바다를 바라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제헌, 지후, 윤정이 해변에 내려섰을 때, 가장 먼저 셋을 알아본 건 성모였다.성모는 잠시 시선을 거두었다가, 의아한 얼굴로 하준을 봤다.“네 생일에 네 동생도 불렀어? 너희 둘, 물과 기름 사이 아니었냐?”성모 옆에 있던 연훈을 비롯한 사람들도 제헌을 봤다.하준은 성모의 말을 듣고 그를 봤다가 성모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제헌이 해변 쪽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시선은 줄곧 이람에게 고정돼 있었다.하준의 눈에서 한때 풀어졌던 냉기가 다시 깊이 가라앉았다.그와 함께 눈빛 속에 숨겨져 있던 차가움이 또렷하게 드러났다.하준은 본능적으로 이람을 봤다.성모의 입에서 ‘동생’이라는 말이 나온 순간, 따뜻하던 분위기는 단번에 깨졌다.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이람은 곧바로 뒤를 돌아봤다.제헌을 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거리는 최소 50미터는 됐지만, 모습은 분명히 알아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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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이람은 늘 도망치고 있었고, 제헌은 집요하게 뒤를 쫓아왔다.처음부터 균형이 맞지 않는 추격전이었다.이람은 언제나 수세에 몰려 있었다.그렇다면 이렇게 일방적으로 시작한 소동을, 제헌 혼자 시작한 이 끝없는 추격을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이람도 더 이상 달아날 수 없었고, 멈춰 서서 마주하는 수밖에 없었다.“고지후, 너희 여기까지 나타나서 일부러 시비 거는 거야?”재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굳어버린 공기를 견디기 힘든 표정이었다.“오늘은 내 절친 생일이야. 너희 환영 안 해. 알아들었으면 당장 가.”솔직히 말해, 재원은 하준을 알게 된 이후 이런 장면을 거의 겪어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알고 있었다.하준, 제헌, 이람.이 세 사람이 한 공간에 동시에 존재하는 그 자체가 재앙이라는 걸.이건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하는 판이었다.지후가 그걸 모를 리 없었다.그런데도 굳이 제헌을 데리고 나타났고, 말까지 노골적으로 제헌 편이었다.‘강제헌이 미쳤으면 고지후라도 말려야지. 같이 미쳐 날뛰어서 어쩌자는 거야?’재원은 이를 악물었다.‘내겐 저런 멍청한 사촌 없어.’재원은 벌떡 일어나 사람들을 내쫓을 생각이었다.그때 하준이 말했다.“재원아, 너희는 들어가서 쉬어.”목소리는 가벼웠지만,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형제 사이의 문제는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끼어들 수 없었다.결국 당사자들 몫이었다.여기 남아 있는 건, 정면충돌을 구경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재원과 연훈, 성모는 그걸 잘 알고 있었다.굳이 하준의 말이 아니었어도, 오래 머물 생각은 없었다.민서는 제헌을 처음 보는 게 아니었다.하준과 닮은 윤곽, 비슷한 체격.겉모습만 보면 제헌은 나쁘지 않았지만, 속은 완전히 썩어 있었다.지금 이 꼴을 보고 있자니, 솔직히 말해 민서는 속이 시원했다.민서는 잘 알고 있었다.이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고, 제헌 때문에 얼마나 망가졌는지.제헌과 이혼하고 나자 이람은 다시 살아났다.일에 집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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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강수철 회장의 생일이 끝난 뒤, 제헌은 A시까지 쫓아왔다.그 이후에는 촬영장까지 찾아와 이람을 막아 세웠다.그때의 제헌은 A시에서 보였던 극단적인 모습과는 달랐고, 이람은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물론 제헌은 포기하지 않았다. 여전히 이람과의 재결합 가능성을 믿었고, 심지어 선택권을 이람에게 넘기기까지 했다.자기가 무엇을 해야 이람이 돌아올지, 어떻게 해야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마치 이람이 제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것처럼 제헌은 그녀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하지만 이미 이혼한 이후였다.이람이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이람이 바란 건 단 하나였다.제헌이 자기 삶에서 멀어지는 것.시간이 지나면, 이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헌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로 생각했다.그렇게 되면 언젠가는 받아들이게 될 거라고 믿었다.크게 애쓰지 않아도 당장은 이 문제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하준에게는 따로 말하지 않았다.그 무렵의 이람은 예민했다.하준은 이람의 입에서 제헌의 이름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가라앉았다.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티가 났다.그래서 이람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게다가 이람과 제헌은 이제 다시는 이어질 수 없는 관계였다.말하든 안 하든 큰 의미는 없었다.제헌이 마음을 접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었다.지금의 삶에 괜히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는 것... 그게 더 중요했다.이람은 제헌이 언젠가는 포기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오늘 제헌이 여기까지 따라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게다가 전화할 거냐 말 거냐를 확인하러 올 줄은 더 알지 못했다.게다가 오늘은 하준의 생일이었다.이 자리에 제헌은 명백히 환영받지 않는 사람이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얼마나 난처하고 모욕적인 상황이 될지, 제헌도 모를 리 없었다.그런데도 제헌은 아무렇지 않게 이 자리에 나타났다.‘굳이 문제를 만들 거라면, 생일파티가 끝난 뒤가 훨씬 나았을 텐데...’‘이렇게 명백히 거절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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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제헌은 하준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지금 이람과 이야기하고 있는데, 왜 끼어드냐고.하준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듯, 깨져 이가 나간 접시를 움켜쥔 채 제헌에게 다가갔다.다행히도 뒤따라온 재원과 사람들이 급히 하준을 붙잡아 막아섰다.이람은 말없이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다 갑자기 몸을 돌렸다. 자신도 제어하지 못한 채 테이블 위의 나이프와 포크를 집어 들었다.모두의 시선은 가장 위험해 보이는 두 남자를 떼어놓는 데 쏠려 있었다.아무도 이람을 보고 있지 않았다.그래서 이람은 쉽게 제헌 앞까지 다가갈 수 있었다.이람은 제헌과 눈을 마주쳤고, 망설임 없이 손에 쥔 나이프와 포크를 제헌의 팔에 깊게 찔러 넣었다.피가 상처에서 흘러내렸다.마치 정지 버튼이 눌린 것처럼 주변의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람에게로 쏠렸다.특히 제헌은 자기 팔의 상처를 내려다봤다가 그걸 찌른 사람이 이람이라는 걸 확인하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굳어버렸다.머리를 얻어맞은 사람처럼 몸이 경직됐다.목소리가 떨렸다.“너... 너...”제헌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이람은 그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동안 이람은 제헌에게 너무 잘해줬다.아플 때는 밤을 새워 간호했고, 위가 안 좋을까 봐 늘 신경 썼고, 기분이 가라앉아 있으면 이유부터 살폈다.제헌은 그런 이람에 익숙해져 있었다.평생 이람이 직접 자신을 다치게 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강제헌, 너 같은 인간은 진짜 죽어 마땅해!”이람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시선에는 숨김없는 적의를 담았다.이건 이람의 평소 방식이 아니었다.사람은 여러 일을 겪으며 자기 자신을 더 분명히 알게 된다.일에 모든 걸 쏟아부을 때의 이람은 자신을 어머니 같다고 느꼈다.그렇다면 지금의 이람은 무엇일까?오랜 시간 집요하게 얽혀 온 끝에 더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차분한 얼굴로 흉기를 휘두르는 이 모습은 누구를 닮았을까?답은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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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제헌과 지후, 윤정이 떠난 뒤, 남진과 연훈이 미리 불러 두었던 경호원들은 할 일이 없어졌다.남진은 직원들에게 이곳을 빠르게 정리하라고 지시했다.세진은 뒷수습을 맡았다.제헌이 어떤 경로로 이곳까지 왔는지 확인하고, 이후 보안을 더 강화하는 일이었다.사실 사태가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몸싸움이 벌어지긴 했지만, 몇 차례 충돌이 오가기 전에 모두가 달려들어 말렸다.친구들이 다 모여 있는 자리였다.누구도 싸움을 그대로 두고 볼 생각은 없었다.게다가 이 정도 상처는 성모나 재원, 연훈, 남진, 그리고 하준을 따라 해외에서 몇 년을 보낸 세진에게는 솔직히 큰일도 아니었다.A시에서 성모는 아예 제대로 맞붙었던 적도 있었다.다들 경험이 많았고, 처리도 빠르고 차분했다.대처 역시 즉각적이었다.잠시 후, 깨진 접시 조각과 유리 파편은 말끔히 치워졌다.절반쯤 먹던 테이블은 디저트와 술로 다시 채워졌고,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눈에 띄는 건, 하준의 다친 팔뿐이었다.남진이 다가가려 했지만, 하준이 손짓으로 말렸다.이번 일은 얼마나 피가 났느냐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었다.단순히 말하면 감정의 문제였고, 감정은 가장 풀기 어려운 영역이었다.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을 사람은 아마 이람일 것이다.이람은 이 자리를 위해 정말 공을 들였다.모두 함께 이틀쯤 편히 쉬자고 모처럼 준비한 휴가였다.그런데 제헌이 나타나 분위기를 망쳐버렸다.이 상황을 가장 원치 않았던 사람도 이람이었다.혹시 이람이 자책하지는 않을까?하지만 이 일은 이람의 잘못이 아니었다.이혼은 이미 지난 일이었고, 제헌이 일방적으로 찾아온 것이었다.만약 이람이 스스로를 탓한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어떻게든 그녀를 달랠 생각이었다.재원은 민서에게 눈짓했다. 어서 가서 이람을 확인해 보라는 신호였다.민서는 이람이 제헌에게 휘두른 그 한 방이 솔직히 너무 멋져서 감탄하고 있었다.‘왜 조금 더 세게 하지 않았을까? 역시 내 절친 조이람은 마음이 너무 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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