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람은 늘 도망치고 있었고, 제헌은 집요하게 뒤를 쫓아왔다.처음부터 균형이 맞지 않는 추격전이었다.이람은 언제나 수세에 몰려 있었다.그렇다면 이렇게 일방적으로 시작한 소동을, 제헌 혼자 시작한 이 끝없는 추격을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이람도 더 이상 달아날 수 없었고, 멈춰 서서 마주하는 수밖에 없었다.“고지후, 너희 여기까지 나타나서 일부러 시비 거는 거야?”재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굳어버린 공기를 견디기 힘든 표정이었다.“오늘은 내 절친 생일이야. 너희 환영 안 해. 알아들었으면 당장 가.”솔직히 말해, 재원은 하준을 알게 된 이후 이런 장면을 거의 겪어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알고 있었다.하준, 제헌, 이람.이 세 사람이 한 공간에 동시에 존재하는 그 자체가 재앙이라는 걸.이건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하는 판이었다.지후가 그걸 모를 리 없었다.그런데도 굳이 제헌을 데리고 나타났고, 말까지 노골적으로 제헌 편이었다.‘강제헌이 미쳤으면 고지후라도 말려야지. 같이 미쳐 날뛰어서 어쩌자는 거야?’재원은 이를 악물었다.‘내겐 저런 멍청한 사촌 없어.’재원은 벌떡 일어나 사람들을 내쫓을 생각이었다.그때 하준이 말했다.“재원아, 너희는 들어가서 쉬어.”목소리는 가벼웠지만,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형제 사이의 문제는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끼어들 수 없었다.결국 당사자들 몫이었다.여기 남아 있는 건, 정면충돌을 구경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재원과 연훈, 성모는 그걸 잘 알고 있었다.굳이 하준의 말이 아니었어도, 오래 머물 생각은 없었다.민서는 제헌을 처음 보는 게 아니었다.하준과 닮은 윤곽, 비슷한 체격.겉모습만 보면 제헌은 나쁘지 않았지만, 속은 완전히 썩어 있었다.지금 이 꼴을 보고 있자니, 솔직히 말해 민서는 속이 시원했다.민서는 잘 알고 있었다.이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고, 제헌 때문에 얼마나 망가졌는지.제헌과 이혼하고 나자 이람은 다시 살아났다.일에 집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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