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이람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지후의 눈은 정확했다.운전석에 앉아 있던 건, 분명 여자였다.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이람의 눈과 마음에는 오직 강제헌뿐이었다.그 어떤 남자도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차는 고요히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하지만 이람의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다.‘안 떠올리고 싶어도, 자꾸 비교하게 돼.’‘내 생일은... 언제부터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 걸까.’조용히 침묵을 삼키던 이람이, 한참을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25일 남았어.”민서는 순간 울음을 터뜨릴 줄 알았다. 혹은 소리 내어 원망하거나, 애써 담담한 척 웃을 줄 알았다.방금 전, 눈앞에서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와 다른 여자, 그 둘의 반지를 똑똑히 본 이람이었다.그런데 느닷없이 튀어나온 숫자.“25일?”“이혼숙려기간. 25일만 지나면, 그 사람과 완전히 끝낼 수 있어.”이람의 목소리는 전혀 떨리지 않았다.오히려 단단해졌다.민서는 그제야 이람의 눈동자 속에서 이전에 본 적 없는 ‘결심’을 보았다.강제헌, 스물여덟의 미남.강씨 가문은 H시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문 재벌가.KU그룹을 물려받은 이후, 파격적인 사업 구조 개편으로 강제헌을 중심으로 그룹 전체가 재편됐다.H시에 새로운 부자들이 쏟아지는 요즘에도, 강씨 가문은 여전히 도시의 정점에 있었다.강제헌의 외모, 배경, 학벌, 수완.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남자였다.이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만으로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사랑하진 않는다. 이람이 이렇게까지 깊이 빠진 데엔, 더 큰 이유가 있었다.3년 전.어머니가 사고를 당했을 때 이람의 세계는 완전히 무너졌다.그녀는 정신이 나간 듯 방황하다 실수로 바닷가 방파제에서 떨어졌다.마침 근처에서 요트 동호회 모임에 있던 제헌이 그녀를 발견해, 직접 물에 뛰어들어 구해냈다.제헌이가 아니었다면, 이람은 그날 세상을 떠났을지도 몰랐다.제헌은 병원까지 동행했고, 이람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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