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Bab 1 - Bab 10

100 Bab

제1화

강제헌과 결혼한 이후, 조이람은 한 번도 이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이람은 제헌을 미치도록 사랑했다.그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만큼.그런데 제헌의 첫사랑이 돌아왔다.그때, 이람은 병원에 있었다.의사의 목소리는 무표정하고 차가웠다.“이번 수술로 손상이 좀 커서 앞으로 임신 가능성은 크게 떨어질 겁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겁니다.”‘뭐라고...?’이람의 머릿속이 ‘윙’ 하고 울렸다.이 아이를 위해 그녀는 3년을 준비해왔고, 겨우 임신 2개월 차였다.그러나.오늘 오후, 잠깐 나간 길. 이람은 갑자기 튀어나온 차 한 대에 놀라 넘어진 게 문제였다.의사가 다시 말을 걸었다.“조이람 씨, 괜찮으세요?”“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이람은 남들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는 걸 끔찍하게 싫어했다. 눈을 꼭 감았다 다시 떴다. 그리고 왈칵 치솟는 눈물을 억지로 꾹 눌러 담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뒤편에 서 있던 간호사들의 속닥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상황이 이렇게 나쁜데 남편은 왜 안 와?”“아유, 말도 마. 아까 거의 쓰러지다시피 하면서 남편한테 전화하더라고. 울면서 제발 와달라고... 근데 결국 안 왔대.”“헐... 부부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게 너무 티 나네. 저러고도 이혼 안 하고 있다니 진짜 용하다.”“...”이람은 이미 병원 복도를 벗어났기 때문에 간호사들의 뒷말은 들리지도 않았다.하지만 사실, 제헌은 병원에 오는 걸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전화를 받은 그 순간에도 이렇게 말했다.[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애 잃은 게 그렇게 큰일이야? 왜 그렇게 오버해? 지금 바쁘니까, 더는 귀찮게 하지 마.]그 뒤로 이람은 몇 번 더 통화를 시도했지만, 제헌은 한 번도 받지 않았다.사실 이런 식의 냉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지난 3년 동안, 제헌은 이람에게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차갑고 무심하고, 남보다 못한 거리감.솔직히, 이람은 제헌의 냉대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3년 전, 이람은 우연히 강
Baca selengkapnya

제2화

이혼 이야기를 먼저 꺼낸 건 제헌이었다.언제나 그랬듯, 이람은 잠시 집을 나갔다가 금세 돌아왔다. 그러고는 더 열심히, 더 애처롭게 제헌에게 매달렸다.그간 단 한 번도 예외는 없었다.이번에도 당연히 이람이 전처럼 제헌에게 매달릴 줄 알았다.제헌은 이람이 오늘따라 유난히 서둘러 나간 것이 잃은 아이 때문일 거로 생각했다.‘아이...’제헌의 눈빛이 차갑게 일그러졌다.이람은 애초에 아이를 가질 자격조차 없는 여자였다. 그 아이가 생긴 것도 그저 우연일 뿐.그러니 없어진 지금이 오히려 다행이었다....이람은 제헌과 이혼하면, 100억의 위자료를 받게 되어 있었다.두 사람의 이혼 서류와 함께 놓여 있는 은행 계좌였다.3년 전, 이람이 그때 바로 사인만 했다면 아무런 고생도 없이 그 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하지만 이람은 그 3년 동안 끝없는 기대와 환상에 자신을 몰아넣었다.심지어는 몸도, 마음도,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능력까지도.‘이쯤에서 그만두자.’인제 와서 후회하고 따지고 분노하는 건 다 소모일 뿐이었다.그런 소모엔 미래가 없고, 인생은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그리고 돈은... 없는 것보단 있는 편이 낫다.이람은 조용히 은행카드를 챙겨서, 심야 택시에 올라탔다....택시가 멈춘 곳은 ‘더 하이엘’ 아파트 단지.이 도시에서도 손에 꼽히는 고급 아파트.한 층에 두 세대뿐인 구조, 대형 평수.그중 한 세대가 이람의 명의로 되어 있었다.이 집은 이람 외삼촌의 소유였고, 이람의 어머니가 사고를 당한 후, 외삼촌은 외국으로 떠나버렸다.그 후 자연스럽게 이 집은 이람에게 맡겨졌다.이람은 이 집을 평생 쓸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계획보다 빠르게 뒤집힌다.바로 지금, 이혼한 지금처럼.7동, 펜트하우스 1호.이람은 여행용 가방을 끌고 조용히 안으로 들어섰다.오후에 미리 청소 업체를 불러 깨끗이 정리해 뒀기 때문에, 집은 깨끗했지만 150평 가까운 공간은 지나치게 텅 비어 있었다.예전 같았으면, 이
Baca selengkapnya

제3화

제헌은 정장 차림으로 카페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 모델 같은 큰 키와 단정한 이목구비는 단번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카페 안 여기저기서 몰래 제헌을 훔쳐보는 손님들의 눈빛에는 감탄이 그대로 드러났다.제헌 옆에는 깔끔한 인상의 또 다른 남성이 나란히 서 있었다.삼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 남성은 단정한 외모에, 은근한 품위가 느껴지는 사람이었다.이람은 그 남자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보았다.시우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한빈.이람은 종종 IT 커뮤니티 사이트를 둘러보곤 했는데, 거기서 한빈이 AI 데이터 기반 안정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제헌과 한빈 뒤에는 제헌의 비서 허기성이 서류를 한 뭉치 안고 따르고 있었다.KU그룹은 H시에서 손꼽히는 테크 기업이다. 제헌과 한빈이 함께 있는 건 업무상 자리일 가능성이 컸다.‘제발 강제헌과 마주치지만 말자...’이람은 자리를 피하고 싶었지만 지금 일어나면 오히려 더 눈에 띌 게 뻔했다. 그저 들키지 않길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세상일은 늘 기대와는 반대로 흐른다.다음 순간, 제헌의 시선이 정확히 이람을 찾았다.둘의 시선이 마주쳤다.제헌은 이람을 낯선 사람이라도 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곧 무표정하게 고개를 돌렸다.제헌은 이람의 존재에 아무런 의미도 두지 않는 듯했다.기성도 제헌의 시선을 따라 이람을 바라봤지만, 역시 별다른 반응 없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룸은 이쪽입니다. 한 교수님, 대표님, 이쪽으로요.”이람은 조금 안도했다.그런데 그 순간, 제헌과 한빈이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한빈이 불쑥 물었다.“강 대표님, 창가에 앉아 계신 분... 아는 사이신가요? 실례일 수도 있지만, 방금 강 대표님이랑 허 비서님 두 분 모두 그분을 보신 것 같아서요. 우연히 눈에 띄었어요.”제헌은 이람이 회사에 나타날 거라 예상한 적은 있었지만, 이런 장소에서 마주칠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 사실이 제헌을 놀라게 하지는 않았다.그렇다고 반갑지
Baca selengkapnya

제4화

이람은 아무 말 없이 무표정하게 자신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을 바라보았다.오랫동안 끼웠던 반지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흉하다. 진작 뺐어야 했는데.”민서는 그 말을 듣고, 이람이 이번엔 진심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물론 백 퍼센트 확신할 순 없었지만, 지금 이람의 태도는 예전과는 분명 달랐다.굳이 더 비꼴 필요는 없었지만... 또 입이 근질거렸다.“네 사랑, 내 한 끼 밥값만도 못 하네.”이람은 변명하지 않았다.“그럼 가자. 오늘 내가 살게.”민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팔짱을 낀 채, 한쪽 눈썹을 올리고 이람을 바라봤다.“내 시간 비싸. 밥 먹기 전에 먼저 말해. 넌 왜 날 부른 건데? 어디 한번 들어나보자, 내가 너랑 밥 먹을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 좀 하게.”이람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그리고 잠시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예전에 중단했던 논문, 다시 쓰려고. 실험 데이터 돌릴 수 있게, 네 실험실 좀 쓰자.”요즘 업계 변화는 하루가 다르게 빠르다.이람은 그 흐름에 맞춰 논문의 방향도 바꿔야 했다.그래서 전화로는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그때 그냥 졸업하고 논문 냈으면...’민서라면 분명 이렇게 말할 테니까.예상대로 민서는 비웃듯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갑자기 생각난 거야?”“진심이야.”민서는 이람을 조용히 관찰했다.산업 최전선에 있는 사람답게, 흐름에 민감한 그녀는 최근 시우대학교 한빈 교수의 프로젝트가 국내외 굵직한 테크 기업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리고 그 누구도 몰랐다. 한빈 교수팀이 요즘 붙잡고 있는 기술적 난관을... 이람은 이미 3년 전에 풀어냈다는 사실을.완성된 Lugi-X.그 핵심 소스는 지금 민서 회사의 서버에 있다.이람은 Lugi-X 언어 기반 대형 모델의 유일한 개발자였다.그가 해결해낸 기술적 허들은, 연구팀 하나가 몇 년간 붙잡고도 못 풀 정도의 난이도. 이람은 민서가 본 인물 중 단연 최고의 천재였다.하지만 그 천재가 사랑에 빠지더니, 결혼
Baca selengkapnya

제5화

“맞... 맞아요. 사모님한테서 연락은 안 왔고, 제가 전화 드려도... 계속 안 받으세요. 그게... 아마... 저를 차단하신 것 같기도...”탁!제헌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일어났다.그리고 표정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이순심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내가 착각했네. 사모님과 좀 떨어져 지내면 대표님도 잠잠해질 줄 알았는데...’제헌은 평소에 화를 내는 사람은 아니었다. 웬만해선 목소리조차 높이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이렇게 불쾌해하는 태도만으로도 주위를 얼어붙게 만드는 사람이었다.이순심은 그제야 깨달았다.‘사모님... 대표님한테 이렇게 튕길 게 아니었어...’‘대표님은 강하게 나오는 사람한테 절대 약하지 않거든.’‘그걸 모를 리 없을 텐데...’이순심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사모님, 정말 눈치도 없다니까.’...제헌은 사무실에 도착해 평소처럼 정례회의를 마쳤다.얼마 지나지 않아 기성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대표님, 택배입니다.”그가 내민 작은 선물 봉투.제헌은 말없이 그것을 받아 들었다.상자를 열자, 안에는 심플한 디자인의 실반지 하나.‘지후 말이 맞았네. 결혼반지를 팔아놓고... 또 다른 주얼리 샵을 들렀다더니.’‘이틀 동안 연락 한 통 없더니, 결국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 거야?’‘이따가 도시락 들고 회사까지 찾아오겠지.’‘기성이 말로는 매번 점심 무렵에 맞춰 오는 패턴이니까.’제헌의 이마가 좁아지며 주름이 생겼다.그는 반지 케이스를 닫고, 무심하게 책상 한쪽으로 밀어놨다.몇 초 뒤, 내선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오늘 와이프 들어오게 하지 마. 출입 절대 금지시켜.”목소리는 차갑고 명확했다.기성이 당황해 아무 말 못 하고 끊자, 제헌은 반지 케이스를 그대로 휴지통에 던져버렸다.‘이런 식의 계산된 접근, 딱 질색인데...’월요일 아침.이람은 SY그룹의 사무실, 자신의 자리 앞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결혼 초반 몇 달간, 이람은 직장을 다니지 않았다.하지만 어느 날, 강 회장은 집안 사람들이 모두
Baca selengkapnya

제6화

“넌 정말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야.”제헌의 말에 유리는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남자의 눈은 분명히 유리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다.진심 어린 감탄, 그런 눈빛이었다.‘이 반응쯤은 당연하지.’유리는 속으로 말했다.KU그룹은 최근 한빈 교수의 연구팀과 협업 중이다.그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KU그룹에도 막대한 기술적 이익이 돌아갈 것이다.유리는 이번 귀국을 단순한 제헌과의 재회가 아니라, 그 기술적 돌파구를 해결할 ‘핵심 인물’이 되기 위해서 준비했다.그리고 그럴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이제는 바보처럼 굴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에, 밥 좀 잘하고, 애교 몇 마디 던져서 남자 마음을 얻는 시대는 끝났다.능력 있는 여자가, 더 많은 기회를 갖는 세상.그런 세상에서 유리는, ‘능력으로 인정받는 여자’가 되고 싶었다....이람은 오전 내내 바쁜 일정으로 눈코 뜰 새 없었다.점심 전, 잠시 커피 생각이 나 탕비실에 들렀다.동료에게 줄 커피까지 챙기며 바삐 움직이던 그때.핸드폰이 울렸다.발신인은 장수란.KU그룹 대표이사 비서실 비서.이람과 수란의 유일한 연결고리는, 예전에 이람이 제헌의 동선을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걸었던 것이 전부였다.요즘 이람은 제헌과 관련된 그 어떤 것도, 그 누구와도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수란은 그때도 다정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잠깐... 일단 받아보자.’망설이다가 통화를 받았다.[사모님... 요즘 괜찮으세요?]조심스러운 목소리.작고, 떨리는 숨결이 느껴졌다.“네. 잘 지내고 있어요.”이람은 수란이 왜 이렇게 갑작스러운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그냥 안부를 묻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수란의 다음 말은 예상 밖이었다.[강 대표님이... 방금 여자분 한 분이랑 회사에 오셨어요. 정말... 분위기 장난 아니었고요. 임원들도 전부, 그분을 미래 사모님으로 보는 분위기예요...][사모님은 혹시 알고 계셨을까 해서요. 그래서 조심스럽게라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 여자
Baca selengkapnya

제7화

이람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수란은 그런 이람이 늘 걱정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이람은 좀처럼 하지 않던 설명을 덧붙였다.[나, 강제헌 씨랑 이혼했어요.]수란은 깜짝 놀랐다.“사모님이랑 대표님이 이혼하셨다고요? 사모님은 그렇게 대표님을 사랑하셨잖아요...”[네, 했어요.]이람은 담담했다.수란은 곧 마음을 추스렸다. 이람의 선택을 이해 못 할 이유는 없었다.굳이 이해하려 들 것도 없었다.수란은 제헌이 이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일방적인 감정에는 애초에 ‘왜’ 같은 이유가 필요 없었다.“그럼 대표님... 정말 그 하유리 씨랑 결혼하시는 건가요?”말을 꺼내고 나서야 수란은 자신이 너무 무례했다는 걸 깨달았다.“죄송해요. 제가 괜한 말을...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몰라요.]‘그 사람의 마음은... 내가 3년을 안고 있어도 따뜻해지지 않았는데...’‘지금 와서 어떻게 알 수 있을까?’통화는 그걸로 끝이었다.서로 더 할 말도, 들을 말도 없었다....전화를 끊은 뒤, 이람의 머릿속에 유리가 떠올랐다.제헌을 알기 전부터, 이람은 유리를 알고 있었다.하지만 유리가 제헌의 첫사랑이라는 걸 알게 된 건 결혼하고 나서였다.유리를 알게 된 계기는 단순하지 않았다.정확히는, 유리는 이람의 이모 심혜영과 관련이 있었다.이람의 어머니 심혜주가 사고를 당한 뒤, 외삼촌 심기정은 해외에 정착했고, 심혜영이 외할아버지가 일군 가업을 이어받았다.그러던 중,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심혜영은 유리의 아버지를 사랑하게 되었다.맹렬한 사랑이었다.유리의 어머니는 아이 셋을 남긴 채 일찍 세상을 떠났다.그럼에도 심혜영은 단호하게 하씨 집안으로 시집갔다.그때의 하씨 집안은 H시에선 유명하지 않은 작은 기업 하나를 소유한 것이 전부였다.심혜영은 자신이 가진 모든 자원을 하씨 집안에 쏟아부었고, 그 결과가 지금의 HT그룹이다.몇 년 사이, HT그룹은 H시 재계에서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대기업이 되었다.유
Baca selengkapnya

제8화

하루가 지나서야 제헌에게서 톡으로 메시지가 도착했다.이람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핸드폰을 열었다.‘혹시... 기억하고 있을까?’‘기억하기만 해도 돼. 그거면 충분해.’하지만 제헌의 답장은 이랬다.[오늘 저녁 8시쯤 들어갈 거니까 저녁 미리 준비해 둬.]순간, 그녀는 얼음물 한 통을 머리부터 뒤집어쓴 기분이었다. 몸은 멀쩡했지만, 심장은 얼어붙어버렸다.‘이런 말, 결혼 3년 내내 수도 없이 들었어.’제헌은 분명히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그건 마치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하는 지시처럼 무미건조했다.무엇보다... 이람이 보낸 메시지는, 애초에 읽지도 않은 것 같았다.‘읽었어도 그냥 무시한 거겠지.’‘이 정도의 무관심... 그 사람답네.’그날 이람은 스스로에게 말했다.‘기대하지 말자. 생일은 그냥 지나가는 365일 중 하루일 뿐이야.’‘괜히 의미 부여하지 말자.’그래서 민서가 오늘 생일을 챙기겠다고 말했을 땐, 이람은 순간 당황스러울 정도로 놀랐다.이람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다.속은 뒤집혀도 겉은 평온했다.결국 겨우 한마디 입 밖으로 꺼냈다.“감동이야.”“감동은 무슨. 결국 자리도 못 잡았는데.”민서는 쏘아붙이듯 말해놓고, 이내 한숨을 쉬었다.“내 잘못이지 뭐. 미리 예약했어야 했는데... 평소엔 손님도 많지 않고 널널하길래 방심했지. 오늘 따라 하필 통째로 대관이래.”그러더니 작은 쇼핑백을 내밀었다.이람이 받으며 물었다.“이게 뭐야?”“생일선물. 일단 받아. 너는 잠깐 길가에서 기다려. 내가 차 끌고 올게. 자리 옮겨서, 더 좋은 데 가서 먹자.”민서는 그 말만 남기고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이람은 민서의 당당한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손에 쥔 쇼핑백을 내려다보았다.쇼핑백에는 익숙한 주얼리 브랜드 로고가 찍혀 있었다.며칠 전, 결혼반지를 팔고 나온 날 민서와 함께 지나가던 매장.안에 들어 있는 건 정사각형의 작은 박스.아마 팔찌나 목걸이 같은 악세사리겠지.‘그날, 이미 챙길 생각 하고 있었
Baca selengkapnya

제9화

이람은 길가에 서서 민서의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제헌 일행과의 거리는 대략 7미터 남짓.어둑해진 하늘 아래, 지나가는 사람들 틈에 섞이면, 조금만 시선을 피하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거리였다.하지만, 지후의 한 마디가 모든 시선을 끌어당겼다.“형수님?”이람은 당황스러웠다.정말, 상당히.하지만 이람의 첫 반응은 제헌의 왼손을 보는 것이었다.남자의 약지.그 위엔 은은한 광택이 흐르는 남성용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절제된 디자인, 깔끔한 선.제헌의 길고 곧은 손가락을 더 우아하게 만들어주는 반지였다.그리고 유리의 손가락에도, 똑같은 디자인의 반지가...커플링이었다.‘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는 건 또 다르네.’이람은 순간적으로 답답해졌다.그리고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그때, 클락션 소리가 두 번 울렸다.빵- 빵-이람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민서의 차가 도로 가장자리에 멈춰 있었다.운전석 안의 민서가 턱짓으로 조수석을 가리켰다.이람은 아무 생각 없이 차 문을 열고, 조용히 차에 올랐다.그 모든 과정은 순식간에 일어났다.지후는 입을 벌리고 멍하니 서 있었다. 제헌 쪽을 돌아보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형수님 지금... 우리 무시하신 거예요?”이람은... 너무도 단호하게, 너무도 냉정하게, 그 자리를 떠났다.예전의 이람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제헌 주변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잘 지내보려 애쓰던 그녀였지만, 이제 이람의 그 눈빛... 예전과는 달라졌다.차갑고, 겅계선이 명확해 보였다.존재감도 없던 여자가 어느 순간부터 날이 바짝 서 있었다.이람이 달라진 것이다.지후는 그걸 느꼈지만, 뭐가... 왜 그런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제헌은 이미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입술은 차갑게 닫혀 있었고, 목소리는 더 차가웠다.“그 사람 얘긴 하지 마.”지후는 유리를 슬쩍 바라봤다.하지만 유리는 단 한 번도 이람 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하게, 가볍게 턱을 들고 서 있을 뿐이었다.‘신경도 안 쓰는구나.’지후는 눈
Baca selengkapnya

제10화

이미 이람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지후의 눈은 정확했다.운전석에 앉아 있던 건, 분명 여자였다.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이람의 눈과 마음에는 오직 강제헌뿐이었다.그 어떤 남자도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차는 고요히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하지만 이람의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다.‘안 떠올리고 싶어도, 자꾸 비교하게 돼.’‘내 생일은... 언제부터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 걸까.’조용히 침묵을 삼키던 이람이, 한참을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25일 남았어.”민서는 순간 울음을 터뜨릴 줄 알았다. 혹은 소리 내어 원망하거나, 애써 담담한 척 웃을 줄 알았다.방금 전, 눈앞에서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와 다른 여자, 그 둘의 반지를 똑똑히 본 이람이었다.그런데 느닷없이 튀어나온 숫자.“25일?”“이혼숙려기간. 25일만 지나면, 그 사람과 완전히 끝낼 수 있어.”이람의 목소리는 전혀 떨리지 않았다.오히려 단단해졌다.민서는 그제야 이람의 눈동자 속에서 이전에 본 적 없는 ‘결심’을 보았다.강제헌, 스물여덟의 미남.강씨 가문은 H시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문 재벌가.KU그룹을 물려받은 이후, 파격적인 사업 구조 개편으로 강제헌을 중심으로 그룹 전체가 재편됐다.H시에 새로운 부자들이 쏟아지는 요즘에도, 강씨 가문은 여전히 도시의 정점에 있었다.강제헌의 외모, 배경, 학벌, 수완.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남자였다.이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만으로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사랑하진 않는다. 이람이 이렇게까지 깊이 빠진 데엔, 더 큰 이유가 있었다.3년 전.어머니가 사고를 당했을 때 이람의 세계는 완전히 무너졌다.그녀는 정신이 나간 듯 방황하다 실수로 바닷가 방파제에서 떨어졌다.마침 근처에서 요트 동호회 모임에 있던 제헌이 그녀를 발견해, 직접 물에 뛰어들어 구해냈다.제헌이가 아니었다면, 이람은 그날 세상을 떠났을지도 몰랐다.제헌은 병원까지 동행했고, 이람은 그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23456
...
10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