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apítulo 691 - Capítulo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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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1화

이람이 가장 크게 흔들리는 순간은 소중한 사람이 다쳤을 때였다.그래서 이번에는 정말로 화가 났다.눈앞에서 하준의 상처를 직접 확인하자 이람의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졌다.누가 말하지 않았지만남진이 바로 사람을 불러 구급상자를 가져오게 했다.하준은 소파에 앉아 팔을 치료받았다.이람은 직접 도와주려 했다.하준은 이람의 눈에 담긴 걱정과 아픔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너는 디저트 좀 먹어. 금방 끝나.”“나... 당신 옆에 있고 싶어요.”이람은 자리를 뜰 생각이 전혀 없었다.아픈 사람의 곁을 지키는 건, 이람에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아플 때는 혼자보다 누군가 옆에 있는 편이 훨씬 낫다는 걸, 이람은 잘 알고 있었다.하준은 잠시 굳었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이곳의 의사는 이람보다 훨씬 숙련돼 있었고, 손놀림은 빠르고 정확했다.상처는 보기보다 깊지 않았고, 봉합도 필요 없었다.소독하고 약을 바른 뒤, 며칠만 잘 관리하면 충분했다.“물에 닿으면 안 됩니다. 바다에 들어가는 건 더더욱 안 되고요.”그 말을 듣고서야 이람은 한결 안심했다.치료를 마치고 떠나는 의사를 배웅까지 하고 돌아왔다.하준은 이람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무의식중에 다물었다.팔의 상처는 하준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통증도 거의 느끼지 못했다.하지만 이람의 반응은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미안했고, 자신이 싫었다.조금 전, 하준은 사실 자신의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고 그 선택을 했다.‘솔직히 말하면...’하준은 제헌과의 관계에서 결코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아니었다.제헌은 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았다.이람이 제헌을 가장 싫어했던 이유는 이 남자의 냉혹함이었다.‘하지만 만약 변한다면?’하준은 제헌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제헌이 하준을 아는 것처럼.제헌이 이람에게 ‘사랑해’라고 말했을 때, 하준은 단번에 알았다.진심이라는 걸.증거는 필요 없었다.그건 마치 제헌이 본능만으로도 자신이 강수철 회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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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의사를 배웅한 뒤, 이람은 고개를 돌려 하준을 바라봤다.초록 식물들에 둘러싸인 흰 소파 위에 하준이 앉아 있었다. 다친 쪽 팔의 팔꿈치를 무릎에 괴고 있었다.운동으로 다져진 체형은 팔뚝만 봐도 근육 선이 뚜렷했다.상처가 있는 부위에는 방수 거즈가 붙어 있었는데, 거슬리기는커녕 묘하게 어울렸다.마치 지난 싸움의 흔적 같은 느낌이랄까?이상하게도 시선이 갔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이람은 스스로를 탓했다. 그런 생각은 너무 못 된 생각인 것 같았다.그래도 사실이었다. 이람은 하준이 입고 있는 올블랙 차림이 마음에 들었다.옷의 재질이 좋았고, 하준의 얼굴과 체형이 더해지니 볼수록 값나가 보였다.휴양용 빌라는 곳곳이 세심하게 꾸며져 있었다.시야에 들어온 장면, 그 안에 있는 하준까지 포함해 한 폭의 그림 같았다.그런데 하준의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움직임 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고, 고요한 기운이 몸에 감겨 있었다.가볍지 않은 무게감도 함께였다.이 주변 사람들은 하준을 잘 아는 듯했다.지금의 상태를 알고 있어서인지 누구도 말을 걸지 않았다.이람은 그를 바라보며 다가갔다.하준은 발소리를 느낀 듯 고개를 들었다.그때 이람은 걸음을 멈췄다.하준의 눈에 스친 기운이 낯설었다.예리한 시선이 느껴졌다.이람은 그런 시선을 하준에게서 본 적이 없었다.A시에서 제헌에게 끌려갔을 때, 하준이 이람을 찾았을 때도 차갑고 가라앉아 있었을 뿐이었다.다시 보려는 찰나, 그 기운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서 대표로서의 하준은 늘 절제된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차가운 눈매일지라도, 그 안에 이람이 담기면 결은 부드러워졌다. 숲을 스쳐 가는 바람처럼 편안했다.지금의 하준도 그랬다.‘내가 잘못 본 건가?’이람은 눈을 떼지 않은 채 하준 앞에 섰다.이람은 서 있었고, 하준은 앉아 있었다.위치 차이 덕분에 하준의 표정을 살필 수 있었지만, 이상한 점은 찾기 어려웠다.제헌의 갑작스러운 방문 이후, 단둘이 할 말이 있겠다고 판단한 재원 일행은 야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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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이람은 제헌과 전에 두 번 만났던 일도 하준에게 다 말했다.“앞으로 내가 강제헌이랑 개인적으로 만나게 되면, 꼭 당신한테 먼저 말할게요. 물론 내가 먼저 만나자고 하지는 않을 거고요.”“어쨌든 오늘처럼 강제헌이 갑자기 찾아와서 내 전화를 기다렸다는 식의 일은 다시 없게 할게요.”“당신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기분이 안 좋을 수밖에 없잖아요. 나랑 아직 정리 안 된 게 있는 것처럼 계속 뭔가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테니까요.”이람은 말을 멈췄다가 자신을 책망하듯 덧붙였다.“지금 생각해 보니까, 내가 정말 잘못했어요.”곱씹을수록 그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하준은 제헌을 알고 있었지만, 제헌은 이람의 과거였다. 지금 함께하는 사람 앞에서 과거와 아무 관계도 없다는 걸 분명히 하는 건 필요했다.제헌은 확실히 예외적인 존재였다.그동안 제헌은 이람과 하준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피하게 되는 이름이었다. 말하지 않으면 편할 것 같았지만, 말하지 않고 있으면 넘지 못하는 선이 되기도 했다.그래서 이람은 숨기지 않기로 했다.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이람은 하준이 자신과 같은 곳을 보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믿었다.이람은 연인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숨김없는 목소리였다.“하준 씨, 나 당신 만나기 전부터 강제헌한테 마음 없었어요. 당신도 나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요. 한 번 결정하면 제 마음 흔들리지 않아요.”“그리고 그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강제헌이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알게 됐어요. 다른 일이라면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강제헌이랑 이혼한 건 평생 후회하지 않아요.”잠시 숨을 고른 뒤, 이람은 말을 이었다.“강제헌이 저한테 뭐 ‘사랑한다’라고 말해도, 난 그냥 우스워요. 난 그 사람한테서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말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믿지 않아요. 그러니까 나한테서 감정적으로 배신당할까 봐 걱정 안 하셔도 돼요.”하준의 시선은 거의 이람에게 고정돼 있었다.햇볕에 오래 노출된 것처럼, 피할 수 없는 열기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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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왜 말 안 해 줬어요?”이람은 말을 던진 뒤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설마... 내가 먼저 말해 주길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하준은 잠깐 시선을 내렸다가 답했다.“나도 잘 모르겠어... 어쩌면 그랬을지도...”이람은 문득 생각했다.‘이 남자... 너무 조심스러운 거 아닌가?’‘그리고 왜 나는 이제야 그걸 알아차린 걸까?’“당신은 나한테 그냥 말했어야죠. 그때 내가 말 안 한 건, 당신이 화낼까 봐 그랬고, 강제헌 얘기 자체를 꺼내고 싶지 않기도 해서였어요. 그래서 계속 미뤘던 건데...”“그럼 그동안 당신은 계속 내가 먼저 말해 주길 기다린 거잖아요. 그거, 얼마나 혼자서 마음 끓였겠어요.”이람은 손가락 하나를 들어 하준의 관자놀이를 가볍게 짚었다.“머릿속에 그렇게 많은 걸 담아두면, 정말 피곤해져요.”하준은 한참 동안 이람을 바라보다가 말했다.“고마워.”“뭐가 또 고마운데요?”“너무 좋은 사람이라서.”‘하지만 나는 충분히 좋은 사람이 아니야.’하준은 그제야 스스로에게 답을 내렸다.어릴 적, 강수철 회장의 사랑을 받기 위해 착한 아이인 척했듯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이람의 곁에 있기 위해서라면, 이람이 좋아할 모습이 되는 것도 상관없었다.설령 그게 평생 이어지는 연기라 해도.자기 안에 숨겨진 추한 면을 들키는 것보다, 하준이 더 두려웠던 건 이람이 자기 곁을 떠나는 일이었다.이람과 함께 있으면 몸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따뜻해졌다.같이 있는 시간이 쌓일수록, 좋아하는 감정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잃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면, 숨기는 쪽을 택하면 된다.결론은 하나였다. 하준은 이람과 계속 함께하고 싶었다.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알면, 그대로 행동한다.하준은 늘 그랬다. 서태인을 상대로 했던 복수도 수단은 비뚤어지고 극단적이었지만 결국 목적은 이뤘다.이람을 평생 기쁘게 하는 것.그건 원래 하준이 해야 할 일이었다.이람은 칭찬을 받아서 기분이 확 좋아졌다.혼자 있을 때의 이람은 각이 분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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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5분이 지났다.이람은 하준의 품에서 내려왔다. 하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이람은 바로 그의 팔을 확인했다. 거즈 가장자리에 붉은 피가 조금 배어 나와 있었다.“그러니까, 안지 말랬잖아요.”하준은 고개를 숙였다.“참기 힘들어서 어쩔 수 없었어.”이람은 분명 화가 났지만, 서 대표님의 뻔뻔함에 더 말 섞지 않기로 했다.“그래요. 그럼 혼자서 감당하세요.”그렇게 말하고 손을 빼려는 찰나, 하준이 이람의 손을 잡아끌었다.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엇갈려 맞물렸다.“다음엔 너 걱정 안 하게 할게.” 하준이 말했다.이람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다음에 또 그러면요? 또 걱정되면 어떡해요?”하준은 몸을 조금 낮췄다.“그땐 네가 어떻게 하든, 다 네 말대로 할게.”하준의 태도는 지나치게 진지했다.이람은 생각이 다른 데로 튀려다가 이를 악물고 참고 말았다.이람은 하준과 함께 다시 빌라로 들어갔다.거실 한쪽에서는 재원, 성모, 세진 세 남자가 팔굽혀펴기 하고 있었다.민서와 나솔이 옆에서 소리를 높이며 응원 하고 있었고, 그 덕분에 셋은 더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반대편에서는 연훈과 남진이 조용히 당구를 치고 있었다.한쪽은 열기로 가득했고, 다른 한쪽은 차분했다.묘하게 어울리는 풍경이었다.민서는 이람을 보자마자 달려와 손을 끌었다. 그대로 응원하는 무리 안으로 밀어 넣었다.“장 대표님, 손 떨리잖아요! 빨리요, 더! 멈추면 안 돼요!” 민서가 외쳤다.“유 대표님, 파이팅 파이팅!” 나솔도 덩달아 소리를 질렀다.이람은 웃으며 말했다.“세진 씨, 잘하고 있어요!”그 말이 끝나자마자, 세진의 힘이 풀렸다. 팔을 접고 그대로 뒤집어져 카펫 위에 누웠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말했다.“안 됩니다, 안 돼요. 저 여기까지예요.”세진은 이 자리에서 민서와 이람과 나이가 같았다. 아직 젊은 편이었고, 이른바 ‘아저씨들’과 체력 싸움을 하는 건 무리였다.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이람이 물었다.“몇 개나 하셨어요?”세진은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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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하준은 고개를 숙인 채 불을 붙였다가, 이람의 시선을 느낀 듯 눈을 들었다.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각도였다. 감정이 드러나지 않을 때의 하준은 늘 그랬다. 시선이 차갑고,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하지만 그 시선이 이람이라는 걸 알아보자, 분위기는 그대로인데 눈 안쪽이 달라졌다.차가운 결은 남아 있었지만, 그 안에 온기가 스며들었다.이람은 잠시 말을 잃었다.‘왜 이렇게 생겼지.’‘내 남자친구인데, 왜 무슨 조직 보스 같아.’기세가 있었다. 괜히 숨을 고르게 될 정도로.나솔이 이람의 시선을 따라가 보더니, 귀에 대고 말했다.“서 대표님, 진짜 잘생기지 않았어요?”이람은 고개를 끄덕였다.“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정말 그랬다.오늘 하루 종일, 하준은 이유 없이 계속 멋있었다.이람은 하준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처음 봤다.평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이람은 원래 담배를 좋아하지 않았다. 담배 냄새도 싫어했고, 공공장소에서 연기를 맡기만 해도 기분이 흐트러졌다.하준이 평소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 습관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도.친구들과 어울릴 때 가끔 한두 번 정도라면, 이람은 굳이 뭐라고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몇 번 더 시선을 두었다가 이람은 고개를 돌렸다.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람들이 많아서 참았다.나솔이 다시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저는 서 대표님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는데, 그냥 잘생긴 정도가 아니에요. 잘생긴 사람은 많잖아요. 근데 잘생긴 사람도 종류가 달라요.”이람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서 대표님은요, 되게 어나더레벨이에요.” 나솔이 웃으며 말했다.“가까이 가면, 아, 이 사람은 저 위에 있어서 선 넘으면 안 되겠다 싶은 타입. 그래서 다들 멀리서 보기만 해요. 감히 못 다가가고.”이람은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또 다른 타입이 있거든요. 아무 말 안 해도, 그냥 앉아만 있어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타입.”나솔은 자연스럽게 다른 쪽을 힐끗 봤다.“장 대표님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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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나 이제 곧 서른이야. 가정도 꾸려야 할 나이고, 게다가 큰누나의 결혼 압박이 장난 아니야.”성모는 누나를 무서워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명문가 집안에서의 혼인은, 집안 입장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하준이 물었다.“나솔 씨는?”“나솔이는...”성모는 다시 통유리 너머를 봤다. 안쪽에서 웃고 있는 나솔의 얼굴이 보였다.“너도 알잖아. 난 원래 예쁜 사람 좋아해. 나솔은 어디 하나 빠지는 데 없이 예뻐. 곁에 두고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고.”“그럼 사귀는 거 아니야?”하준의 목소리에는 의외라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성모는 더 의외라는 표정으로 되물었다.“아니? 내가 나솔이랑 사귄다고? 너 눈은 뜨고 본 거야?”하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이 두 눈으로.”성모는 코웃음을 쳤다.“나솔이는 내가 돈 주고 만든 관계야. 공식적으로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존재는 아니지.”하준은 성모의 단정적인 태도를 보며 반문했다.“데리고 다닐 수 없는데, 여긴 왜 데려왔어?”“여긴...”성모는 잠시 말을 고르다 이어갔다.“여긴 다 친구들이잖아. 다들 알고 있는 사이고, 같이 있어도 특별히 문제 될 거 없어.”“네가 말하는 건, 언론에 노출되는 자리나 공식 석상, 아니면 우리 집에 데려가는 거겠지? 그건 말도 안 돼. 솔직히 나솔이는 그냥 예쁜 모델일 뿐이야.”성모의 시선이 조금 가라앉았다.“지금 같은 관계라면 아버지도 아무 말 안 하셔. 근데 진짜 결혼 얘기 꺼내면, 아버지는 내가 미쳤다고 할 거야.”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모가 그를 흘끗 보며 말했다.“왜 그렇게 보고 있냐?”“너희 둘, 연애하는 것처럼 보여.”하준은 같은 말을 반복했다.“어디를 봐도 그래.”이람과 함께 지내면서, 하준은 연애가 어떤 감각인지 알게 됐다.예전엔 친구들의 관계를 봐도 판단할 기준이 없었다.지금은 다르다. 적어도 구분은 할 수 있었다.성모는 고개를 저었다.“나솔이는 그냥 너무 내 취향이야. 그래서 좀 챙겨주고 싶을 뿐이지. 질리면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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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나솔이 성모의 마음을 잘 맞춰 주기는 했지만, 이 관계가 돈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돈으로 산 관계라면, 거기에 진심을 들이붓는 쪽이 어리석은 거였다.그래서 더 이상했다. 성모는 고개를 기울였다.“내가 어떤 생각으로 사는지 너도 다 알잖아. 그런데 왜 내 선택은 이해하면서도, 막상 인정은 안 해? 심지어 내가 나솔이랑 연애 중인 것처럼 말하고. 모순 아니냐?”“난 널 평가한 적 없어.”성모는 이 질문에 집착하듯 말을 이었다.“너도 봤잖아. 이람이랑 나솔이 잘 지내는 거. 이람이 눈에는 너 말고는 다 여자야. 우리 같은 놈들은 안중에도 없고.”“근데 내가 결혼하면, 나솔이는 분명히 상처받을 거고, 이람 씨도 나를 불편해할 거야. 그럼 너는 친구랑 이람 씨 사이에 끼게 되는데, 그때 누구 편을 들 거야?”하준은 망설이지 않았다.“이람 씨.”“그래서 그거 때문에 너 말 돌려가면서 나랑 나솔이를 엮으려고 한 거냐?”성모는 눈을 가늘게 떴다.“겉으로는 내 혼인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하면서, 사실은 내 선택이 마음에 안 드는 거 아니야?”하준은 성모를 바라봤다. 쓸데없이 이 문제를 놓지 않는다는 건, 성모 자신도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었다.“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틀린 생각은 아니야.”“야, 진지하게.” 성모가 말했다.“이람 씨한테 영향받지 마라.”“첫째, 네가 누구랑 결혼하든 난 가서 축하해 줄 거야. 둘째, 내가 너랑 나솔 씨가 연애하는 것 같다고 느낀 건, 내가 본 그대로야. 이람 씨랑은 상관없어.”하준은 말을 이어갔다.“마지막으로, 네 선택은 네 자유야. 다만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다면 소중히 대해라.”성모의 웃음이 얼굴에 걸린 채로 굳어 버릴 뻔했다.“아까도 말했잖아. 나솔이에 대한 감정은 내 이익 앞에서는 아무 의미 없어.”하준이 물었다.“그럼 넌 무슨 말을 듣고 싶은데?”성모는 잠깐 말이 막혔다.“너... 그냥 잡담한 거지, 뭐.”하준은 미묘하게 미간을 찌푸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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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나?”하준은 짧게 웃었다. 웃음에는 옅은 냉소가 섞여 있었다.“너랑 똑같아. 다 집안 관례지.”부모 세대의 사랑과 증오는 겉보기엔 오래전에 정리된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늘 어지러웠다.하준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며 자랐고, 그 모습만으로도 결혼에 대한 기대나 환상은 일찌감치 사라졌다.이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누군가를 사랑할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제헌도 아마 비슷했을 거라고 하준은 생각했다.하준은 제헌과 자신이 같은 여자를 동시에 사랑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단지 운의 차이였다.몇 분 먼저, 제헌이 이람의 삶에 들어갔을 뿐이다.그게 아니었다면, 제헌과 이람은 애초에 아무 접점도 없었을 것이다.성모는 하준과 제헌의 친부, 그리고 두 명의 어머니 사이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자기 집안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다만 친부가 데려온 여자들이 대부분 힘없는 미인들이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본처를 제외하면, 전부 외부 사람들이었다.반대로 하준과 제헌의 아버지들은 다른 길을 택했다.상대는 하나같이 만만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특히 하준의 어머니.성모는 예전에 정계와 경제계 인사들이 모인 만찬에서 서주연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다.그녀는 웃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압도적이었다.J시 권력층이 가진 힘이 무엇인지, 성모는 그 자리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하준의 아버지는 다 자기보다 센 타입을 좋아하나 보지.’성모가 말을 이었다.“그뿐만이 아니야. 너희는 그래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잖아. 나는... 하.”웃으며 말했다.“완전히 길들었지.”자조는 없었다. 현실을 받아들인 태도였다.“우리 집에서 결혼은 그냥 자본을 가장 효율적으로 굴리는 방식이야. 거기다 대고 좋다 싫다를 따질 이유가 없지.”말을 마친 성모가 물었다.“너랑 이람 씨는 언제 결혼할 거야?”하준은 통유리 너머를 바라봤다.실내에서 이람은 나솔과 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하준은 답하기 애매한 질문을 받은 듯, 잠시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조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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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나솔이 인정한 친구들 앞에서는 나솔의 감정과 생각이 전부 얼굴에 드러났다.그만큼 숨김이 없었다.나솔처럼 단순한 사람은 성모 곁을 떠나기라도 하면 하루도 채 안 돼서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속아 넘어갈 것 같았다.‘진짜...’성모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나솔은 자신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그럼 결혼 날짜만 확정되면 그때 정리할까?그때까지는 최대한 잘해 주고, 조금이라도 늦게 혼자 세상에 내보내 주는 게 낫지 않을까?사람 마음이 얼마나 믿을 수 없는지, 조금이라도 덜 겪게 해 주고 싶었다.성모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때, 나솔은 생일 파티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당일, 아주 담담하게 성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망설임도 없었고,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그 일로 성모는 크게 충격을 받았고, 이후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A시 연예와 재계 가십란의 1면을 장식해도 남을 만한 이야기들이 되었지만, 그건 모두 나중의 일이었다....그날 밤 모임은 새벽 다섯 시가 되어서야 끝났다.모두 만취 상태로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고, 점심이 한참 지난 뒤에야 하나둘 깨어났다.오후 일정은 해변이었다.햇볕을 쬐며 제대로 된 휴식을 즐기는 시간.식사는 별장 전속 매니저가 알아서 준비해 주고 있었다.재원, 성모, 세진은 바다로 들어가 서핑을 했다.세 사람 모두 수영복 바지 하나만 입은 채 상반신을 드러내고 있었고, 단단히 다져진 몸에 바닷물이 맺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남진과 민서도 서핑에 도전했지만, 두 사람은 오랜만에 바다에 나온 터라 영 어설펐다.파도에 열 번 넘게 보드에서 떨어진 뒤에야 겨우 요령을 잡았고, 즐긴다기보다는 훈련에 가까웠다.나솔은 수영장은 괜찮았지만, 바다는 불안해했다.비키니 차림에 선글라스를 쓰고, 파라솔 아래에서 느긋하게 햇볕을 즐겼다.이람은 당연히 서핑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하준은 내심 걱정했지만, 이람은 신경 쓰지 않았다.몇 번이나 당부를 듣고서야 수영복 차림으로 바다에 들어갔다.나솔은 분위기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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