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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님, 오늘 하루 고생 많으셨습니다.”“당연한 일이지요.”굿은 하루 종일 이어졌고 청운자도사와 도동은 아침부터 밤까지 바삐 돌아쳤다.밤 8시, 청운자도사가 돌아가려 하자 명우빈이 저녁이라도 함께 하시라며 만류했다.그러자 청운자도사는 손을 내저으며 부드럽게 웃었다.“저녁은 사양하겠습니다. 다만...”“말씀하십시오.”명우빈은 혹여 굿에 문제가 생겼나 싶어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명우빈은 교수이긴 해도 완벽한 유물론자는 아니었고 귀신과 운명 같은 말도 은근히 믿는 편이었다.당장 명우빈이 정경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도아영은 어떻게 명서현의 집에서 나왔는지 기억도 없었다. 단지 머리가 무겁고 몸이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도아영의 손에 꼭 쥔 건 작은 사탕 봉지 하나였다.병원에서는 두 아이가 이미 약물 치료를 받고 있어 상태가 점점 호전되는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문제는 허인하가 안배한 경호원이 병원에서 지키고 있었고 허인하가 가끔 병문안을 와도 늘 누군가 동행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도아영이 아이들과 단둘이 있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아이들에게 사탕을 먹일 기회가 없으니 허인하에게 죄를 씌울 기회도 있을 수 없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강현재는 소파에 앉아 수다를 떠는 도아영과 강지민을 발견했다.병실 안은 두 여자의 목소리만 가득했다.둘이 뭘 그렇게 얘기하는지 잘 몰랐지만 화장품 이름이 오가다 깔깔대는 웃음소리까지 섞여 있어서 그야말로 평화롭고 즐거워 보였다.강현재가 시선을 내리자 링거 바늘이 싸늘한 손등에 꽂혀 있는 게 보였다.천천히 떨어지는 수액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강현재는 문득 과거를 떠올렸다.강현재가 아플 때마다 눈만 뜨면 늘 허인하가 옆에 있었다.침대 한쪽에 앉아 있거나 강현재의 손을 잡은 채 잠들어 있곤 했다.그리고 허

정영숙의 머릿속이 윙윙 울렸고 북소리와 천둥이 귀 옆에서 한꺼번에 터지는 듯했다.그 몇 년 동안, 큰아들의 죽음을 떠올릴 때마다 정영숙은 밤새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정영숙은 비 오는 날을 싫어했고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을 더더욱 싫어했다.왜냐하면 폭우가 큰아들을 죽였고 감정에 휘둘린 여자가 큰아들을 죽였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때 아들을 들이받은 차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원망하지 않았다.정영숙의 이성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아슬아슬한 경지에 이르렀다.명서현은 조용히 기다렸다. 서두르지도 않았고 아무런 말도

혹시 맞은편 방의 이민혁을 놀라게 할까 봐 명서현은 일부러 한밤중 한 시가 넘은 시각에야 조용히 짐을 들고나왔다.게다가 명서현은 수행 경호원들도 부르지 않았다.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소리가 커지기 때문이다.명서현은 살금살금 문을 열었다.“안녕하세요. 늦은 시간 인사드려요, 명서현 씨.”이민혁의 커다란 얼굴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맞은편 방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이민혁은 어디서 끌어온 건지도 모를 커다란 사무용 의자에 앉아 있었다. 호텔 로비 전체가 자기 사무실이라도 되는 양 그 모습은 아주 편해 보였다.이민혁의 오른쪽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