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예는 그 순간,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작은 방 안에 들리는 고양이의 고른 숨소리와 아이의 웃음소리...‘이 평온함이 영원했으면 좋겠어... 정말로...’그때, 욕실 문이 열렸다.기현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머리카락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따뜻한 조명이 그의 어깨와 팔 선을 따라 흘러내렸다.문가에 선 남자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며 방 안을 덮었다.그는 아무 말 없이 문틀에 기대섰다.시선은 오롯이, 사예와 동우에게 향해 있었다.어린 아들과 아내가 고양이 옆에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따뜻하고, 낯설게 평화로웠다.기현은 그 장면을 깨뜨리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숨을 죽였다.그런데 동우가 먼저 아빠를 발견했다.“아빠!”동우는 반갑게 달려가 기현의 손을 잡았다.“아빠, 이거 봐요! 제 고양이에요. 제가 아까 우유도 먹였어요!”아이의 눈동자가 자랑스럽게 반짝였다.기현은 그 눈빛을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짧게 대답했다.“그래, 잘했네. 앞으로도 잘 돌봐야 해.”그 순간, 사예는 무심코 그들을 바라봤다.‘이런 모습, 진짜 오랜만이야.’기현의 입가에 미묘한 웃음이 번졌다.그는 평소처럼 차갑지도, 무심하지도 않았다.아들을 향한 눈빛은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했다.그 모습을 보는 순간, 사예의 마음 어딘가가 묘하게 흔들렸다.‘이게... 우리가 잃어버린 거였나.’하지만 다음 순간, 동우의 한마디가 그 따스함을 무너뜨렸다.“걱정 마세요, 엄마. 이건 애진 이모가 준 고양이에요. 제가 꼭 잘 키울게요.”사예의 손끝이 갑자기 얼었다.‘그래, 잊을 뻔했네. 이건 고애진의 고양이지.’‘내 남편도, 내 아들도... 결국 다 그  여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사예는 얼른 일어서며 말을 돌렸다.“이제 잘 시간이야. 늦으면 내일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알겠어요, 엄마. 바로 잘게요. 아빠,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그래, 잘 자.”기현과 사예는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문이 닫히자, 방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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