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마치고 난 뒤, 사예는 정말로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했다.왕준한 교수의 집은 늘 따뜻했다.잔잔한 웃음소리, 갓 지은 밥 냄새, 그리고 오랜 정이 배어 있는 공간.‘집이란 게 이런 거였지.’사예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오후가 되자, 사예와 호빈은 연구원으로 돌아왔다.이제 사예는 공식적으로 연구원의 일원이 되었다.면접은 며칠 뒤였지만, 오늘부터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사예는 흰색 가운을 입고 실험실로 들어섰다.처음에 맡은 일은 간단한 기초 데이터 정리였다.하지만 금세 몰입했다.실험 도표를 확인하고, 결과 수치를 기록하며, 반복 측정까지 이어졌다.시간은 흘렀고, 사예는 저녁이 된 것도 모른 채 계속 손을 놀렸다.“한사예, 야.”문밖에서 호빈의 목소리가 들렸다.그가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지금 몇 시인 줄 알아? 벌써 아홉 시야. 퇴근은 해야지.”사예는 고개를 들어 시계를 봤다. 바늘이 정확히 9를 가리키고 있었다.‘벌써 이렇게 늦었어?’눈앞에 숫자들이 어지럽게 흔들렸다.“조금만요. 마지막 실험 한 번만 더...”사예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눈앞이 하얗게 번졌다. 어깨가 축 처지며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한사예! 야, 정신 차려봐!”호빈이 놀라서 달려왔다.사예의 얼굴은 창백했고, 호흡은 약했다.호빈은 급히 사예를 안아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창밖엔 초승달이 떠 있었고, 응급실의 흰 불빛 아래서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사예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밤이 깊었다.천장이 희미하게 흐릿했다.옆에서 누군가 작게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고개를 돌리자, 의자에 앉은 호빈의 눈이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우리 사예 후배님, 이제야 깨어나시네.”남자의 목소리는 장난스럽지만, 눈빛은 걱정으로 가득했다.“저... 왜 여기 누워있어요?”“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수술 후유증이라네. 몸이 아직 회복 안 됐는데, 오후 내내 실험만 하니까 그럴 수밖에. 좀 쉬라니까, 진짜 사람 놀라게 하네.”호빈의 말투엔 짜증과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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