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Bab 371 - Bab 380

565 Bab

제371화

떠나기 전에 뜻밖의 수확이 생길 줄은 몰랐다.음식은 곧바로 나왔고, 유시진은 조용히 혼자 식사를 시작했다.지나윤과 백이천이 나타난 것이, 유시진이 이곳에 남아 식사를 할 이유가 되었다.백이천은 지나윤을 데리고 창가 자리에 앉았는데 C국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자리였다.야경은 아주 아름다웠고 그대로 지나윤의 눈에 담겼다.하지만 지나윤은 마음 편히 야경에만 집중할 수가 없었다.C국은 지나윤에게 조금 특별한 곳이었다.사촌 오빠 오진헌이 이곳에서 일하며 살고 있었고, 지나윤의 든든한 조력자인 이씨 집안의 운전기사이자 비서, 경호원이자 해커인 조승헌도 이곳에 있었다.이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A국에서 C국으로 이주했고 지나윤만 혼자 남았지만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왜냐하면 지나윤은 이미 이씨 집안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지나윤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시선을 거두었다가, 무심코 곁눈질로 유시진을 보게 되었다.유시진이 혼자서 우아하게 서양식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지나윤은 적잖이 놀랐다.‘채연서는 어디에 있지?’아까 채연서를 보지 못했을 때만 해도, 화장실에 가서 화장을 고치고 있는 줄 알았다.하지만 유시진이 채연서를 기다리지도 않고 먼저 식사를 할 리는 없었다.‘설마 이런 날에, 유시진과 채연서가 싸우기라도 한 걸까?’지나윤은 대학 시절 사귀던 때든, 결혼한 뒤든, 자신은 유시진과 감히 다툴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떠올랐다.그 점만 놓고 보면, 채연서가 자신보다 나았다.지나윤은 자조적으로 웃고는 음식에 집중했다.그리고 지나윤이 시선을 거두자, 유시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눈을 들어 창가 쪽 자리를 바라보았다.지나윤은 식사를 하며 백이천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그러자 유시진의 입안에서 씹히던 음식은 점점 맛을 잃어 갔다.같은 시각 A국.A시.채연서는 아직 자신의 회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하루 종일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있었고, 뉴스든 광고든 알림 소리가 나기만 하면, 전화와 카톡, 문자메시지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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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지나윤은 잠시 멍하니 굳어 섰다.길고 짙은 속눈썹이 위로 들리며, 유시진의 늠름한 얼굴이 지나윤의 눈동자에 비쳤다.그 얼굴은 무척 진지했다.하지만 지나윤은, 유시진이 왜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이 말을 하는지, 당장은 이해할 수 없었다.유시진이 쏘아 올렸던 그 불꽃놀이를 지나윤은 기억하고 있었다.열기구, 케이크, 불꽃 쇼, 그것은 분명 지극히 로맨틱한 생일 파티였다.당시 지나윤은 의아해하면서도 무척 감동했었다.하지만 그때 감동하면 할수록, 설레면 설렐수록, 마음이 흔들리면 흔들릴수록 나중에 칼에 찔렸을 때는 더 아팠고 상처도 더 깊었다.지나윤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옅게 미소를 지었다.“착각하지 마. 그때 불꽃놀이는 나를 위해 한 게 아니었잖아.”채연서를 위해서였고, 미리 정해 둔 원석을 빼앗아 주기 위해, 지나윤에게 베푼 것이자 보상이었을 뿐이었다.지나윤은 유시진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유시진은 여자의 팔을 꽉 붙잡고 놓지 않았다.아무리 해도 빠지지 않았고 팔이 몹시 아프기만 했다.“뭐 하는 거죠?”백이천이 나타나자 유시진은 그제야 손을 놓았다.유시진은 지나윤의 새하얀 팔 위에 선명하게 남은 붉은 자국을 보고서야, 방금 자신이 얼마나 세게 붙잡고 있었는지 깨달았다.사과의 말이 입가까지 올라왔을 때, 그것보다 먼저 백이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괜찮아? 많이 아파? 내가 불어 줄게.”백이천은 지나윤의 팔에 몇 번 살며시 바람을 불어 주자 지나윤은 조금 나아진 느낌이 들었다.“괜찮아, 나 괜찮아.”지나윤은 그렇게 말하고는 유시진을 한 번 바라본 뒤, 돌아서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유시진은 방금 지나윤이 자신을 노려본 것 같다고 느꼈다.“유시진 씨, 전처를 붙잡고 늘어지는 건 보기 좋지 않아요.”‘전처’라는 두 글자가 백이천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유시진은 귀에 거슬린다는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남자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가볍게 웃었다.“정말 전처가 맞겠어요?”유시진의 담담한 반문에 백이천은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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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유시진은 이 선물을 아버지에게 돌려줄 생각이었다. 애초에 유태산이 이안영에게 사 준 것이었으니까.곧 유시진은 손에 들고 있던 선물 상자를 뜯었다.상자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은 유시진의 신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었는데 열쇠고리 한 쌍이었다.플라스틱 구슬로 엮은 토끼 모양의 열쇠고리였고, 수컷 토끼와 암컷 토끼가 꼭 끌어안고 있었다.유시진 자신도 왜 이런 물건을 샀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C국으로 출발하기 전, 유시진은 우연히 한 학교 앞을 지나쳤고, 교문 앞에서 누군가 이 물건을 팔고 있었다. 가격도 아주 쌌고 한 쌍에 몇천 원 남짓이었고, 사 가는 학생들이 끊이지 않았다.유시진은 그날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유시진은 결국 열쇠고리 한 쌍을 샀고, 따로 가게를 찾아 포장까지 맡겼다.포장비는 열쇠고리 값보다 몇십 배나 더 비쌌다.유시진에게는 여자친구도 없었고 누구에게 선물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유시진의 교제 범위를 생각하면 누구에게 주든 탐탁지 않게 여길 것이 분명했다.그 사람을 제외하면 말이다.유시진은 그 열쇠고리 한 쌍을 자신의 식탁 위에 그대로 두었다.자정 열두 시가 지나자, 더 이상 발렌타인데이가 아니었다.채연서는 회사에서 다음 날 아침이 밝을 때까지 내내 기다렸다.깜깜한 사무실 안에는 휴대폰 화면의 불빛만이 남아 있었고, 그 빛이 채연서의 얼굴을 귀신처럼 비추고 있었다.박아리는 여자는 너무 먼저 다가가면 안 되고, 남자에게 매달리듯 굴면 오히려 만만하게 보인다고 말했었다.채연서는 그 말을 들었고 그대로 따랐다.그 결과, 유시진과 함께 발렌타인데이를 보내지 못했다.유시진이 먼저 연락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채연서는 휴대폰 연락처를 열고, 먼저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 상대는 유시진이 아니었다.최근 지나윤의 일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몇 건의 주문을 연달아 마치고 나서, 지나윤은 소소하게나마 돈을 벌었고, 우선 아주 저렴한 중고차 한 대를 샀다.지나윤은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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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넓은 침실 안은 숨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다.지나윤은 말없이 서 있었고, 이준혁은 죽은 사람처럼 조용했다.이준혁은 지나윤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눈빛이 잠깐 밝아졌지만, 깊게 꺼진 눈두덩이 때문에 그 눈빛이 오히려 섬뜩해 보였다.지나윤은 먼저 물 한 컵을 따라 이준혁에게 건네며 그대로 입에 대어 마시게 했다.메말랐던 목이 조금 적셔지자 이준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가족들이 보내서 나를 설득하러 온 거죠?”“맞아요.”지나윤은 솔직하게 인정했고 이준혁에게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이준혁의 목 깊은 곳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나윤 씨도 내가 박시현이랑 결혼하라고 설득하러 온 거예요?”바짝 마른 이준혁의 얼굴은 음울할 정도로 어두웠다.“나는 굶어 죽어도 그 여자랑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왜겠어요? 내가 나윤 씨만 바라보는 이 마음 하나로 왜 움직일 수 없는 거죠?”“사랑하지 않기 때문에요.”지나윤이 다시 한번 단호하게 말하자, 이준혁은 격분한 듯 손을 휘둘러 탁자 위에 놓인 물건들을 쓸어버렸다.물건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지나윤에게는 맞지 않았지만 이준혁의 몸에는 부딪쳤다.“정말 잔인하네요. 나윤 씨, 왜 당신은 나를 좋아해 줄 수 없는 거죠?”“이유는 하나죠. 준혁 씨는 유시진을 이길 수 없으니까요.”지나윤의 말에 이준혁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결국 유시진 대표 때문인 건가요? 지금도 아직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예요?”이준혁은 힘없이 목을 쥐어짜듯 소리쳤으나 이 질문에 지나윤은 대답하지 않았다.지나윤은 이준혁 앞에 서서 남자와 마주했다.곧 이준혁은 힘없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시야에 들어온 지나윤의 얼굴은, 마치 전혀 다른 사람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다. “유시진은 HF그룹의 실질적인 실세죠. 발언권도 있고 결정권도 있죠. 그런데 준혁 씨는 뭐가 있어요?”“준혁 씨는 NS그룹조차 직접 쥐고 있지 못하고, 집안에서도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없잖아요.”“지금은 목숨까지 잃을 지경이고요. 이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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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그때 윤세희가 주방에서 나와,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있었다.“시현아, 역시 네가 제일 똑똑하고 상황 판단도 빠르네. 준혁에게 지나윤을 불러서 설득하자고 한 말이 정말 잘 통했어. 넌 우리 집안의 복덩이야.”박시현도 미소를 지었다.박시현이 이렇게까지 기뻐하는 이유는, 미래의 시어머니에게 칭찬받아서가 아니었다.왜인지 채연서가 알려 준 계획이 제대로 성공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깊은 밤, 외곽 지역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섬뜩하게 조용했다.지나윤은 이준혁의 집을 나와 차를 몰고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미행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뒤따라오는 차량은 두 대였다.차량 성능도 지나윤의 차보다 훨씬 좋아 보였고, 안에 탄 사람 역시 두 명이 전부일 리 없었다.지나윤은 운전대를 꽉 붙잡았고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점점 더 많이 배어 나왔다.리버더힐.그날 밤, 채연서는 단 한숨도 자지 못한 채 박시현 쪽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새벽 3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박시현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성공했어요.]이 5글자는 마치 채연서에게 강한 도파민을 주입한 것처럼 작용했고 채연서는 더더욱 잠을 이루지 못했다.날이 완전히 밝았다.HF그룹 대표실에서 장우영이 업무 보고를 하고 있었다.“이상 각 프로젝트의 현재 진행 상황입니다.”“알았어.”유시진은 보고를 들은 뒤, 장우영에게 몇 가지 지시를 덧붙였다.장우영이 돌아서서 나가려는 순간, 뒤에서 유시진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나윤은 요즘 뭐 해?”장우영은 걸음을 멈추고 유시진을 돌아보았는데 표정에는 분명한 당혹감이 떠올라 있었다.지나윤이 요즘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장우영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그러나 장우영은 그렇게 대답할 수 없었다.유시진은 장우영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눈빛은 분명했다.같은 질문을 두 번 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제가 바로 알아보고 오겠습니다.”장우영이 나간 뒤, 유시진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지나윤의 근황을 굳이 장우영에게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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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유시진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이런 결과가 나와도, 유시진은 놀랄 이유가 없었다.M국에서 그날, 유시진이 지나윤에게 이혼을 증명하는 서류를 보여 준 이후로, 지나윤은 마치 자신을 인생에서 완전히 지워 버린 사람처럼 행동했기 때문이다.그래서 이혼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확인한 바로 그날 밤, 지나윤은 호텔을 떠나 이준혁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그리고 지금은... 지나윤의 곁에 다시 백이천이 있었다.백이천은 유시진이 양옆으로 늘어뜨린 손을 꽉 쥐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유시진 씨, 환자를 찾아온 거라면 당연히 환자 본인의 뜻을 존중해야 하지 않겠어요? 돌아가 주세요.”유시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한겨울에 유시진은 온몸에 땀이 흥건히 밸 정도로 달려왔으나 결과는 문전박대였다.유시진은 난생처음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졌다.병실 안에서, 지나윤은 침대에 누운 채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고개를 살짝만 돌려도 아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유시진이 블루 벤틀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백이천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그때 지나윤이 막 창밖에서 시선을 거두었다“사과, 딸기, 망고, 포도 가운데 뭐 먹고 싶어?”“음... 사과.”이천은 이미 씻어 둔 사과 하나를 집어 들고 막 껍질을 벗기려 했다.“내가 할게.”지나윤이 백이천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손에 붕대 감고 있잖아요.”백이천의 말에 지나윤은 그제야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마치 빵처럼 두껍게 감긴 붕대를 보고, 지나윤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러네. 지금은 내가 환자네.”지나윤이 입원하자마자 채연서는 곧바로 박시현과 손을 잡고 파티를 열었고, 초대받은 사람들은 모두 지나윤의 고객들이었다.지나윤의 현재 고객들은 모두 예전에 엘리자베스가 참석했던 그 파티에서 인연이 닿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박시현을 통해 연락을 취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파티에서 채연서는 모든 손님에게 그날 파티에서 있었던 일을 해명했다.자신은 지나윤에게 당한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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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지나윤은 원래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이었다.이제 두 손이 망가진 몸이 되었으니, 채연서는 지나윤이 앞으로 어떻게 고가의 고대 보석을 복원할 수 있을지 직접 두 눈으로 지켜볼 생각이었다.채연서는 직접 X박물관에 연락했다.결국 박물관 측은 채연서와 지나윤이 현장에서 함께 복원을 진행하고, 더 잘 복원한 사람의 결과물을 채택하겠다는 조건에 동의했다.채연서는 유시진이 지나윤이 자신에게 완전히 패배하는 모습을 직접 보게 만들고 싶었다.두 손이 망가져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자를, 유시진의 성격상 다시 쳐다볼 리 없었다.이번에는, 지나윤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다.파티가 끝난 뒤, 참석자 중 거의 절반이 채연서의 새로운 고객이 되었다.채연서는 남은 절반도 고대 보석 복원이 끝나면 모두 자신에게 넘어올 것이라 확신했다.그때가 되면, 지나윤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터였다.그리고 백이천에 대해서는, 채연서는 오히려 지나윤이 두 손을 쓰지 못하게 되었을 때 백이천이 대소변까지 챙기며 간호해 주기를 바랐다.두 사람의 관계가 더 단단해질수록, 지나윤은 다시는 유시진에게 미련을 갖지 않게 될 테니까 말이다.HF그룹.장우영은 유시진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지만, 보고할 내용은 여전히 보고해야 했다.“대표님, 그때 현장에서 붙잡힌 양아치들은 전부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손도 다 못 쓰게 됐고 전원 구속됐습니다.”유시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대표님이 연락하셨던 정형외과 전문의 지나윤 씨가 돌려보냈다고 합니다.”책상 앞에 앉아 있던 유시진이 순간 고개를 들어 올렸는데 장우영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이런 눈빛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내가 언제 정형외과 의사를 찾으라고 했어?”장우영의 입꼬리가 경련하듯 떨렸다.“그럼, 약은...”“버려.”유시진이 단호하게 말했다.“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장우영이 사무실을 나가려는 순간, 유시진이 다시 불렀다.“반품부터 하고 버려.”장우영은 속으로 말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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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행사장 안은 조명이 어두웠지만, 유시진은 채연서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또렷이 볼 수 있었다.“좋아.”유시진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채연서도 곧바로 일어났다.그렇게 두 사람은 앞뒤로 행사장을 빠져나갔다.특별히 친밀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두 사람이 꽤 가까워 보였다.직원이 유시진과 채연서를 위해 별도의 회의실 하나를 열어 주었다.회의실은 텅 비어 있었고, 안에는 유시진과 채연서 두 사람뿐이었다.“시진아, 지나윤 손 다친 거 알고 있어?”“알고 있어.”유시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X박물관 쪽에서 들었어.”“X박물관?”유시진이 의외라는 표정을 보이자, 채연서는 난처한 듯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지나윤이 전에 맡았던 일이야. X박물관의 고대 보석을 복원하는 작업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손을 다쳤잖아.”“그래서 박물관 쪽에서 나한테 연락이 와서, 나더러 대신 맡아 달라고 했어. 그런데 지나윤이 그걸 거절했다고 하더라고.”“그래서 박물관에서는 지나윤 씨가 포기하도록 나랑 지나윤 씨가 현장에서 함께 복원하고 잘한 사람 작품을 쓰겠다고 했어.”채연서는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숙였다.“시진아, 지나윤한테 기권하라고 한 번만 말해 주면 안 될까?”그 말에 유시진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업계 사람들 앞에서 너무 난처해지는 건 나도 원하지 않아. 손 상태가 꽤 심각하다고 들었어.”“괜히 무리해서 주목받으려고 하다가 더 창피해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금 물러나는 게 낫잖아.”“내 입장에서 말해 봤자 지나윤이 들을 리가 없지만 너는 다르잖아. 전남편이니까, 네가 말하면 지나윤도 마음이 조금은 움직일지도 모르잖아.”채연서의 말투는 진심 어린 것처럼 들렸다.처음부터 채연서는, 지나윤이 스스로 복원 작업을 포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만약 지나윤이 포기한다면, 채연서는 지나윤이 겁을 먹고 정면 승부를 피한 것이라고 말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업계 인사들 앞에서, 지나윤을 완전히 짓밟아 버리는 쪽이 훨씬 통쾌했다.그래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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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채연서의 하소연에는 연기가 섞여 있었지만, 진심도 조금은 담겨 있었다.채연서는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다.유시진의 유일한 사랑이자 첫사랑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데도, 왜 유시진은 이혼한 뒤 오히려 자신에게 점점 더 차갑게 구는지 알 수 없었다.그 이유를 유시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끝내 마주하지 않으려 했을 뿐이었다.회의실 안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했고, 유시진과 채연서는 마주 보고 서 있었다.채연서는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이었고, 유시진은 휴지를 꺼내 채연서의 눈가를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그 신사적이고 다정한 행동에 채연서는 울음을 멈추고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마음속에도 다시 조금 자신감이 차올랐다.“아마도 나를 한 번도 믿어 준 적이 없었을 거야.”유시진의 차갑고도 거리감 있는 목소리가 채연서의 귀에 파고들었다.“내가 귀국하던 날, 공항에 나가서 했던 말은 전부 진심이었어.”유시진은 채연서의 눈물이 묻은 휴지를 채연서의 손에 쥐여 주고, 그대로 회의실을 나갔다.곧 회의실에는 채연서 혼자만 남았다.채연서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는 이미 굳어 있었고, 손에 쥔 휴지도 말라 있었다.깊은 밤이었다.제한병원.이미 면회 시간이 지난 시각이었지만, 유시진에게는 나름의 특권이 있었다.유시진은 지나윤의 병실 앞에 섰는데 이번에는 백이천이 막고 있지 않았다.노크할지 말지, 유시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지나윤을 깨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이 시간이라면, 지나윤은 이미 잠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유시진은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야 깨달았다.설령 여기까지 왔다고 해도, 지나윤과 나눌 말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그런데도 왜 온 걸까? 그저 지나윤을 한 번 보고 싶어서였을까?’유시진은 고개를 젓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VIP 개인 병실이었다.1인실보다 훨씬 넓고 환경도 나쁘지 않았다.유시진이 들어서는 순간, 지나윤과 시선이 마주쳤다.“안 잤어?”유시진은 지나윤을 보고 잠시 놀랐다.“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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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왜?”지나윤이 곧바로 되물었다.“너 손 다쳤잖아. 지금 상태로는 채연서와 현장에서 대결해도 이길 수 없어. 괜히 망신만 당할 뿐이야...”그러나 유시진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지나윤이 노골적인 비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받아쳤다.“내가 지금 얼마나 망신을 당하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날 그렇게까지 생각해?”유시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내가 못 가게 하는 게 그냥 내 체면 때문이라고 생각해?”“그럼 뭐 때문인데?”지나윤은 되묻자마자, 일부러 무언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아, 맞네. 채연서 앞길에 내가 걸림돌이니까. 예전에도 그런 일, 한두 번이 아니었잖아.”“지나윤.”유시진은 결국 화를 참지 못했다.유시진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X박물관의 복원 대결에는 유명 주얼리 디자이너, 컬렉터, 문화재 복원 전문가 등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초청되어 있었다.모두가 업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었다.또한 지나윤은 아직 손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그런 상태로 나가 봐야, 본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고, 오히려 실력이 부족하다는 인상만 남길 뿐이었다.결국 경쟁자에게 좋은 일만 시켜 주는 꼴이 되고 만다.지나윤이 앞으로 이 업계를 완전히 떠날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그 순간, 유시진의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불쑥 떠올랐다.지나윤이 업계를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유시진은 여러 번 직접 세공 실력을 본 적이 있었고, 지금 와서 지나윤의 재능을 의심할 마음은 전혀 없었다.하지만 지나윤의 기술은 두 손으로 정교하게 작업해야만 완성되는 것이었다.외과 의사나 만화가처럼 손이 생명인 직업과 다르지 않았다.그렇기에 한 번 손을 다치면 과거의 영광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 분명했다.‘그러면 지나윤이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주얼리 디자이너 말고 지나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유시진의 머릿속에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전업주부.’유시진의 기억 속에서 지나윤이 가장 오래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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