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인의 시점."해인 씨, 고마워요. 저, 진지하게 마주해 보려고요.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서, 그리고 저 자신을 위해서요. 무엇이 가장 행복하고 가장 좋은 선택인지,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바탕 울고 난 뒤 현관에서 그렇게 말한 심예련은 조금 전까지의 망설임이 사라지고, 어딘가 의연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구두의 가느다란 스트랩을 채우기 위해 현관 바닥에 짐을 내려놓았을 때였다. 예전에 심예련에게 말차 테린을 받았던 날이 떠올랐다. 그날 종이봉투 안에는 내가 받은 것과 똑같은 테린이 하나 더 들어 있었고, 거기에는 강성환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다른 날 최 씨 그룹 봉투와 명함을 발견했을 때도, 강성환 이야기만 나오면 심예련의 태도는 늘 평소와 달라졌었다. '설마…….' "저기, 예련 씨. 실례되는 말이지만…… 혹시 마음에 두고 있는 분이라는 게 성환 씨인가요?" 내 질문에 그녀는 깜짝 놀란 듯 어깨를 움찔했다. 숨기려 해도 감추지 못하는 동요가 그녀의 순수함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어떻게……." "예련 씨가 곧고 성실하고 노력가라는 건 알고 있지만, 행사장에서 길 안내를 해 준 사람에게 꼭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는 정말 성실한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예련 씨, 성환 씨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에요. 제 남편이었던 준혁 씨도 그렇게 말했었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해요.""네? 준혁 씨라면…… 최 씨 그룹 대표님 말씀하시는 건가요? 성환 씨는 늘 제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시고, 경영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조언해 주시는 존경할 만한 분이에요. 그래서 더더욱 저 때문에 그분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심예련의 말은 끝없이 겸손하고 헌신적이었다. 하지만 그 겸손함이 오히려 그녀 자신을 더 몰아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예련 씨, 누군가에게 기대는 건 이기적인 일이 아니에요. 특히 성환 씨가 그렇게까지 말했잖아요. 의지해 주면 오히려 기뻐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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