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인의 시점.“이 선생님 일로 사고의 진상에 대해 말씀해 주셨을 때, 어머니의 임신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으셨던 건 예련 씨를 생각해서…… 그러셨던 거군요.”내 조용한 물음에 아버지는 시선을 내리깔고 깊이 상처받은 표정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세연의 임신과, 세연이 목숨을 걸고 기적적으로 낳은 그 아이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무덤까지 가져갈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어. 존재조차 모른다면 신경 쓸 일도, 찾아볼 일도 없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해서 나와 전민수만의 가슴속에 묻어 둘 생각이었지.”조금 쓸쓸한 그림자를 드리운 채 고개를 숙인 아버지는 자신의 과거 결정을 필사적으로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려는 듯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동안 생각에 잠긴 듯 정적이 방 안을 지배했지만, 이윽고 아버지는 아주 조금 입꼬리를 올리며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구나. 참 신기한 인연도 다 있지.”‘인연.’――그 말을 들은 순간, 한 달 전 심예련과 강성환이 우리 집에 선물을 전해 주러 왔던 날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두 사람이 돌아간 뒤, 좀처럼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관해 묻지 않는 아버지가 왜 최 씨 그룹의 전무인 강성환과 다도 교실 관계자인 심예련이 함께 있는지 내게 물었다. 두 사람이 교제하고 있다고 말하자, 아버지는 조용히 ‘참 신기한 인연도 다 있지’라고 중얼거렸었다.‘그때 말한 ‘신기한 인연’이라는 건…… 예련 씨와 성환 씨의 교제만을 말한 게 아니라, 우리 서 씨 가문과 예련 씨를 두고 한 말이었던 걸까……? 게다가…… 내가 준혁 씨와 맺어지고, 예련 씨는 준혁 씨를 곁에서 보좌하는 성환 씨를 만나 연인이 되다니……’내가 청운 산장에서 서울로 돌아와 다도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 만남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다도 선생님이 성시우가 아닌 다른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면, 다성이나 심예련을 만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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