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여인은 얼굴이 그려져 있지 않았다. 심지어 배경조차 텅 비어 있었다.계연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심서준 같은 사람이 미인도를 그린단 말인가. 이건 심서준이 직접 그린 그림일까, 아니면 그저 수집해 둔 것일까?그녀는 다른 그림들도 차례로 펼쳐 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같은 여인을 그린 것은 분명한데, 얼굴이 그려져 있지 않아 누구인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계연수는 그림을 창가로 가져가 빛에 비추어 보았다. 그러자 그림 속 여인의 모습이 조금 더 또렷해졌다. 목덜미에 찍힌 작은 점까지 선명하게 드러났다.하지만 그 점 말고는 여인의 신분을 짐작할 만한 단서가 보이지 않았다.여인은 긴 머리를 풀어 내리고 있었고, 그림마다 분홍빛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머리에는 장신구 하나 꽂지 않았고, 맨발인데다 손목에는 옥팔찌 하나만 끼고 있었다.흰 옥팔찌는 흔한 물건이었다. 그것만으로는 여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계연수는 그림을 다시 말아 원래 자리에 넣었다.그림 상자를 닫고 나가려던 순간, 그녀의 시선이 옆에 놓인 또 다른 그림 상자로 향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 계연수는 다시 그 상자를 열고, 안에 있던 그림 한 폭을 꺼냈다.그림이 천천히 펼쳐졌다.계연수가 고개를 숙여 그림을 들여다본 순간, 손끝이 가볍게 떨렸다.그림 속 여인은 흰 속옷 차림으로 침상 위에 앉아 있었다. 어깨가 드러나 있었고, 목덜미의 작은 점도 여전히 또렷했다.사실 어깨 한쪽이 살짝 드러난 것 말고는 특별히 노골적인 그림은 아니었다. 하지만 계연수는 가슴이 불쑥 내려앉는 느낌에 더 이상 볼 수 없었다.이것도 심서준이 그린 것일까?확실한 것은, 이 그림들이 모두 같은 여인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그리고 그 작은 점…방 어멈은 계단 어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후작의 서재에는 감히 함부로 들어갈 수 없어, 그저 계연수의 분부만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계연수는 방 어멈을 보자 아무 말 없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돌아가는 길, 한참을 걷던 계연수가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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