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하고 실검 1위 찍었습니다: Bab 11 - Bab 20

30 Bab

제11화

며칠이 훌쩍 지나갔다.서씨 가문 가족 모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마침 하윤지는 새 사건을 하나 맡았고, 그걸 ‘출장’ 핑계로 삼아 멀리 피해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모든 준비를 끝내고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탑승구에서 누군가가 길을 막았다.“사모님, 김옥주 여사님 지시입니다. 가족 모임 전까지는 서울을 떠나시면 안 됩니다.”선두에 선 경호원이 공손한 척 말했지만 말투에는 거절의 여지가 없었다.하윤지는 캐리어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풀렸다를 반복했다.경호원들은 하윤지를 거의 감시하듯 따라붙으며 오션 빌리지 별장까지 데려다줬다.집에 도착했지만, 강시원도 서재현도 없었다. 하윤지는 아마 강민우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은 거라고 짐작했다.오히려 잘됐다. 조용했다.그때 임미진이 정교하게 포장된 선물 상자 하나를 들고 왔다.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사모님, 이거 도련님이 준비하신 선물이에요. 아침부터 사람 시켜 보내셨어요.”하윤지는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서재현이 ‘보상하겠다’고 했고, 돈 쓰는 데 인색한 사람도 아니었으니까.뚜껑을 열자 안에는 손이 잔뜩 간 드레스가 들어 있었다.천도, 바느질도, 장식도 지나치게 정교했다.값이 만만치 않다는 게 한눈에 보였다.예전 같았으면 당장 갈아입어 보고 거울 앞을 서성였겠지만, 지금은 달랐다.하윤지는 그저 웃기만 하고 임미진에게 드레스를 잘 보관해 달라고 한 뒤 그대로 침실로 들어갔다.가족 모임 당일, 서재현은 마침내 별장에 나타났다.그런데 그와 함께 온 건 강시원과 강민우였다.본가에 도착해 차에서 내릴 때, 하윤지는 자꾸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하윤지가 서재현의 휠체어를 밀고, 서재현의 옆에는 강시원이 붙어 있고, 강시원의 손에는 강민우가 매달려 있었다.딱 봐도 ‘세 식구’였다.그리고 하윤지는...몸에 걸친 값비싼 드레스가 아니었으면, 그들 집에 딸린 도우미처럼 보였을지도 몰랐다.김옥주는 강민우를 보자 기분이 좋아 보였다. 강시원과 웃고 떠들며 살갑게 굴었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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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하윤지 씨’라고 부르는 그 한마디가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완전히 벌려 놓았다.5년.꼬박 5년.천 개가 넘는 낮과 밤!하윤지는 이런 상황에서 유우진과 다시 마주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한 사람은 권세를 두르고 있었고, 한 사람은 남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서씨 가문은 겉으로는 가족 연회라고 했지만, 음식과 자리 배치는 전부 정식 연회 수준으로 꾸며져 있었다.이번 만남을 얼마나 중하게 여기는지 그대로 드러났다.식사 자리에서 김옥주는 심지어 상석을 유우진에게 내주었다.차례대로 술잔을 올린 뒤, 그녀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두 집안의 사업 이야기로 슬쩍 화제를 옮기려는 듯했다.“우진이는 정말 젊고 대단하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송씨 가문을 맡다니. 우리 집 이 못난 자손들은 전부 내놓을 데가 없는데 말이야.”‘송씨 가문을 맡았다라...’하윤지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아무 말 없이 밥을 먹던 손이 아주 미세하게 멈칫했다.심장이 큰 손에 꽉 붙잡힌 듯 조여 왔다.‘정말... 송씨 가문의 주인이 된 걸까?’5년 전의 기억이 파도처럼 한꺼번에 몰려 와, 그녀의 온몸을 파고들었다.하윤지는 그가 어떻게 송씨 가문의 주인이 되었는지 알지 못했다.그녀가 떠날 당시 유우진은 송씨 가문에서 존재감도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만 기억했다. 상속권은커녕, 성씨조차 송씨로 바꾸지 못하고 어머니 쪽 성을 따라 유씨를 쓰고 있었다.송씨 가문의 어르신이 위독해지지 않았다면, 집안 자손들이 침상 앞에서 효를 다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면, 밖에 맡겨 키운 사생아인 그가 송씨 가문 대문을 밟을 자격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어찌 되었든, 지금의 그는 이렇게 화려하다.‘원하던 걸 손에 쥔 셈이겠지.’5년이라는 시간 동안, 모든 것이 달라졌다.그리고 김옥주는 내내, 일부러 그런 게 아닌 것처럼 유우진을 계속 훑어보고 있었다.한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모두 속내가 따로 있었다.그중에서도 제일 궁금한 건, 조금 전 유우진이 하윤지의 인사에 굳이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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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음... 잘 맞아요.”하윤지는 유우진이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거의 그에게 이끌리듯 반응하고 있었다.아주 희미하게, 남자가 낮게 웃는 소리가 들린 듯했다. 식탁 위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서재현이 도우미에게 눈짓해 유우진의 술잔을 채우게 하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조심스럽게 떠보듯 말했다.“삼촌이랑 윤지는... 어떻게 아는 사이죠?”그 순간, 하윤지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심장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고, 유우진의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몰라 겁이 났다.그 과거는... 도저히 떳떳하다고 말할 수 있는 기억이 아니었다.하지만 유우진은 태연했다.그저 살짝 눈을 들었다가 손에 들고 있던 식기를 내려놓았을 뿐이었다.“서재현 씨께서 많이 궁금해하시는군요.”“윤지는 제 아내입니다. 저희가 금실이 좋은 부부라 당연히 신경 쓰이죠.”그 말에 힘을 실어 주듯, 그는 자연스럽게 하윤지의 손을 감싸 쥐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끼워 맞추며 말했다.“저만 그런 게 아니에요. 서씨 가문 사람들 다 윤지를 신경 써요.”“금실이 좋다고요?”유우진은 그들이 손을 맞잡은 모습을 보자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짧게 냉소를 흘렸다.“그렇다면 서재현 씨는 알고 계십니까. 그렇게 사이좋다는 당신의 아내가...”탁!뜨거운 국그릇이 바닥에 떨어졌다.국물이 튀어 올라 하윤지의 드레스 자락을 적셨다.서재현은 반사적으로 휴지를 몇 장 집어 들고 그녀에게 건넸다.“윤지야, 데진 않았어? 의사 부를까?”“아, 아니... 괜찮아.”하윤지는 고개를 숙인 채 드레스에 묻은 얼룩을 닦아 냈다.겉보기에는 침착해 보였지만, 아무도 모르게 식은땀이 이미 예복 안쪽을 적시고 있었다.“그래도 한 번 정리하자.”서재현은 도우미를 불러 말했다.“이렇게 젖은 채로 입고 있으면 불편할 거야. 2층 객실에 여벌 옷 있어.”하윤지는 지금 이 자리를 벗어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좋았다.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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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유우진의 말은 정확히 심장을 찔렀다.하윤지는 온몸의 뼈마디가 떨릴 만큼 아파 왔다.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하윤지는 고개를 들고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저... 원해요.”그 말을 듣는 순간 유우진의 눈이 확 붉어졌다.그는 하윤지의 허리를 세게 움켜쥐었다.“지금 뭐라고 했어?”“말했잖아요. 저는 살아서는 서씨 가문 사람이고, 죽어서는 서씨 가문의 귀신이에요. 저희는 진짜 사랑이에요. 저는 서재현, 그 장애인을 선택해서, 평생 무료 간병인으로 옆에서 돌볼 생각이에요... 으윽!”하윤지는 너무 고집이 셌다.그 앞에서 단 한 번도 약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았다.유우진은 이를 악물고 하윤지에게 입을 맞췄다.이를 벌려 파고들며 거칠게 깨물고 물어뜯었다.처음에는 벌을 주려는 마음뿐이었는데, 어째서인지 그가 먼저 그 안으로 빠져들고 말았다.하윤지가 숨이 막혀 그를 세게 물었을 때서야, 유우진은 폭주 직전에 간신히 이성을 되찾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떨어져 나왔지만 그의 눈에는 감정이 그대로 들끓고 있었다.“네가 말하는 그 진짜 사랑이, 지금 이 모습을 봐도 여전히 너를 원할까?”짝!하윤지는 손을 들어 그의 뺨을 세게 때렸다. 그리고 살짝 부어오른 입술을 거칠게 문질렀다.한쪽으로 돌아간 얼굴을 손으로 짚어 보던 유우진이 문득 웃었다.“결혼하더니 배짱이 생겼나 보네. 이제는 오빠라고 부르던 사람한테도 손을 대?”오빠.그 한마디가 하윤지의 기억을 십여 년 전으로 단숨에 끌고 갔다.하윤지는 잠깐 멍해졌다가, 정신을 차리는 순간 마치 오래된 상처가 다시 찢어진 것처럼 심장이 촘촘히 아파 왔다.눈물을 억누른 채, 하윤지의 눈가에 비웃음이 스쳤다.“자격이나 있어요?”“영화로운 삶을 위해 저를 버려 놓고, 이제 와서 제 인생까지 망치려는 사람이 그 말을 들을 자격이 있나요?”버렸다...그녀의 인생을 망쳤다...유우진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하윤지를 붙잡고 있던 손에도 힘이 풀렸다. 눈빛에 잠깐의 당황이 스쳐 갔다.“윤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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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서재현은 원래 강민우의 밥을 챙기고 있다가, 그 말을 듣자 아이를 옆의 도우미에게 맡겼다. 그리고 휠체어를 조작해 앞으로 나가며 물었다.“경찰관님, 강시원 씨에게 무슨 일이 있나요?”서씨 가문은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집안이라 경찰도 서재현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경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만 하고는 곧바로 공적인 톤으로 말했다.“강시원 씨는 타인에게 위법 범죄를 사주한 혐의가 있고, 돈을 주고 사람을 시킨 정황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법에 따라 강시원 씨를 구금해서 조사해야 합니다.”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경찰의 말이 끝나자, 서씨 가문 사람들은 곧장 모여 웅성거리기 시작했다.김옥주는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위엄 어린 시선을 강시원에게 내리꽂았다.“시원아, 이게 대체 무슨 소리니?”강시원은 원래도 패닉 상태였는데, 김옥주의 시선에 눌리자 부정하는 말이 거의 튀어나오듯 나왔다.“아니에요, 저 아니에요! 저 그런 적 없어요!”눈물이 와르르 쏟아졌다. 강시원은 비틀거리며 서재현의 앞으로 달려들었다.“할머니, 저를 믿어줘요. 진짜 아니에요... 오빠, 제발 좀 도와줘!”강시원은 울음을 터뜨린 채 매달렸고, 서재현도 마음이 편치 않은지 그녀를 자기 뒤로 끌어당겼다.“경찰관님, 제 동생이 돈 주고 사람을 시켰다고 하셨는데, 증거가 있나요? 그리고 다친 사람은 누구고, 제 동생을 신고한 사람은 누군가요?”“나야.”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목소리가 계단 쪽에서 들려왔다.하윤지는 서두르지도, 머뭇거리지도 않는 걸음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서재현의 심장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증거는 충분해. 증거 흐름도 다 맞고, 증인 진술도 있어요. 내가 신고한 건 당연히 정당한 절차고.”“윤지, 너...”서재현이 믿기지 않는 얼굴로 바라봤지만, 하윤지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귀에는 서씨 가문 젊은 사람들의 작은 수군거림이 섞여 들어왔다.“형수, 집안 연회 자리에서 경찰을 부르다니 너무한 거 아니야...”“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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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하윤지는 반박하지 않았고 마당으로 나가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하윤지는 반성할 생각이 없었다.강시원이 먼저 그 남자아이 어머니의 증오심을 이용했고, 돈으로 매수해 하윤지에게 해를 끼치게 했다.김옥주가 강시원을 얼마나 아끼는지, 서재현이 강시원에게 얼마나 편파적인지 생각하면, 하윤지가 조용히 신고했다가는 일이 결국 크게 번지지 못하고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컸다.게다가...하윤지에게는 강시원이 일정 기간 구금되는 게 필요했다. 끝내 유죄가 나오지 않더라도 최소한 한동안은 서재현의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려놓을 수 있다. 그러면 하윤지가 몰래 이혼을 진행하는 일도 변수가 조금은 줄어들 테니까...별장 안에서는 김옥주가 엉망이 된 광경을 바라보다가 화가 치밀어, 진정제를 연달아 두 알이나 삼켰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찻잔 두 개를 더 깨뜨리며 소리쳤다.“봐라, 이게 네가 들인 며느리 짓이다!”서재현도 늘 분란을 피하려던 하윤지가 이런 큰 일을 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하필 강민우까지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며 울고불고 엄마를 찾는 바람에, 서재현의 신경은 더 날카로워졌다.서재현은 그저 도우미에게 아이를 먼저 데리고 내려가 잘 돌보라고만 지시했다.김옥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현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차갑게 명령하듯 말했다.“서재현,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다. 오늘 일, 반드시 깔끔하게 정리해!”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2층에서 맑고 또렷한 박수 소리가 쏟아져 내려왔다.사람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유우진이 어느새 난간에 기대 서 있었다. 입가에는 희미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오늘 연회는 생각보다 훨씬 흥미롭네요...”정장 아래로 길게 뻗은 다리가 느긋하게 계단을 밟아 내려왔다.“하지만 서씨 가문에 집안일이 생긴 모양이니,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요.”“우진아...”송미연이 무언가 말을 꺼내려는 듯했지만, 유우진이 손바닥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을 끊었다.“서씨 가문의 며느리는 저를 ‘유 대표님’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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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집안일이라고요?”유우진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낮게 웃었다.“서재현 씨, 조금 전에는 서씨 가문과 송씨 가문이 사돈이고, 한 식구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한 식구라면, 제가 조금 더 신경 쓰는 것도 당연한 일 아닌가요.”유우진은 계단을 내려와 한 걸음 한 걸음 서재현 앞까지 다가갔다.몸을 숙이는 순간 숨 막힐 듯한 압박감이 내려앉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오직 서재현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았다.“아내를 끔찍이 사랑하는 남편이라는 설정, 아직은 좀 부족해 보이네요.”그 말을 남기고, 유우진은 더는 머무르지 않았다. 곧장 등을 돌려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서씨 가문의 저택은 고대 정원식 누각을 본떠 지은 건물이라, 기둥과 들보마다 정교한 조각이 새겨져 있었고, 바닥은 거의 전부 화강암으로 되어 있었다.단단하고 차가웠다.한겨울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 하윤지는 얇은 예복 한 겹만 걸친 채였다.바람이 스치자 푸른 측백나무 가지가 흔들렸고, 하윤지는 몸을 떨며 소름을 느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유우진은 서씨 가문의 집사에게 안내를 받아 저택을 빠져나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쪽을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오히려 뒤따르던 비서 방성훈이 차마 못 보겠다는 듯,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대표님, 정말 하윤지 씨를 그냥 두셔도 되는 겁니까?”방성훈은 작게 중얼거렸다.“이렇게 추운데, 서씨 가문 노부인은 대체 언제까지 벌을 줄 생각인지... 혹시라도...”“혹시라도 뭐요?”유우진이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본인이 사서 고생을 택했는데, 왜 쓸데없는 걱정을 해요?”“그래도...”“그만해요.”유우진은 서씨 가문 대문을 나서며 차갑게 내뱉었다.“그 정도는 당해 봐야 정신을 차리죠.”방성훈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뒤를 따를 뿐이었다.어쩌겠는가. 그가 상사인 것을.이렇게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나자, 서씨 가문 사람들도 더는 식사할 기분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고, 저택 앞은 다시 적막해졌다.송미연은 김옥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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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서씨 가문 저택에서 조금 떨어진 곳, 한 그루 나무 아래에서 방성훈은 운전석에 기대어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방성훈은 가끔 뒷좌석의 남자를 훔쳐보았다.입으로는 차갑게 굴면서 속으로는 신경 쓰는 게 뻔하다고 혼자 투덜거리면서도, 저택 대문 쪽 움직임을 계속 살폈다.그러다 시야 한쪽에 익숙한 휠체어가 들어오자, 방성훈은 벌떡 몸을 세웠다.“대표님, 서재현 씨가 나왔습니다!”방성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더 똑바로 보려다가, 곧 의아한 듯 중얼거렸다.“이상하네요. 하윤지 씨는 같이 안 나왔어요...”뒤에서 아무 반응이 없자, 방성훈은 유우진이 못 들은 줄 알고 한 번 더 말했다.“대표님, 하윤지 씨가 안 나왔습니다.”밤이 깊어 어둠이 내려앉은 가운데, 유우진은 뒷좌석에 기대 눈을 감은 채로 가볍게 콧소리를 냈다.“응.”‘응? 이 응이 대체 무슨 뜻이지?’방성훈은 코끝을 만지며 잠깐 판단이 서지 않았다.유우진이 신경 쓰는 것 같기도 했다. 말 한마디만 하면 하윤지를 서씨 가문에서 바로 데리고 나올 수 있는데 그러지 않았다.신경을 안 쓰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도 저택에서 나가자마자 차를 빼지도 못하게 하고, 이렇게 구석진 곳에 세워 둔 채 버티고 있었다.유우진의 속마음은 늘 읽기 어려웠다. 방성훈은 제멋대로 결정할 엄두도 나지 않아 조심스럽게 떠봤다.“그럼... 계속 기다릴까요?”유우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바빠요?”“네?”“아니면 퇴근하고 싶어요?”“...”방성훈의 얼굴에 그늘이 짙어졌다.방성훈은 유우진의 곁에서 가장 오래 일한 사람이자 심복이었다. 그래서 유우진과 하윤지 사이에 있었던 일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그래도 함부로 입을 열 수는 없어서, 그저 유우진 옆에서 묵묵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하윤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방성훈은 결국 못 참고 툴툴거렸다.“서씨 가문 그 노부인, 너무한 거 아닙니까? 벌써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내보내지를 않네요...”하지만 뒷좌석은 여전히 고요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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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어르신 말씀으로는요, 작은 사모님께서 이 마당을 무릎으로 한 바퀴 돌면 오늘 벌은 그걸로 끝이라고 하셨습니다.”권서중은 공손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작은 사모님 안전을 위해서 보디가드 두 분도 곁에 붙여 두셨습니다. 밤에는 시야가 좋지 않으니 실수로 다치실까 봐요.”하윤지는 놀람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바로 얼어붙었다. 그 한마디 사이에 감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하윤지는 헛웃음을 흘렸다.하윤지는 송미연이 말한 ‘선처’가 선처가 아니라는 걸 모를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그건 그저 더 음험한 방식으로 하윤지를 벌주겠다는 뜻이었다.누구나 알고 있었다.저택은 면적이 엄청나게 넓다. 두 다리로 한 바퀴 도는 데도 한 시간이 훌쩍 걸릴 정도였다. 그런데 무릎으로라니.하윤지는 고개를 돌려 보디가드 두 사람을 바라봤다.말은 그럴듯했다. 안전을 위해서라니. 하지만 속뜻은 뻔했다. 중간에 하윤지가 조금이라도 쉬거나, 편법을 쓰지 못하게 하려는 거였다.저택은 넓어서 모퉁이마다 감시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도 있다. 그러니 이제는 아예 ‘사람’ 두 명을 붙인 셈이었다.하윤지가 잠깐이라도 일어나 걸으려는 순간, 그들이 바로 막아설 게 뻔했다.하윤지는 이를 악물고 움직였다.무릎이 화강암과 시멘트 바닥에 쓸렸다. 얇디얇은 예복은 아무런 보호도 되지 못했다. 오히려 치맛자락에 박힌 작은 장식들이 무릎을 더 아프게 찔렀다.몇 걸음 가지도 못해 하윤지는 한 번씩 휘청이며 넘어졌다. 그런데도 하윤지가 조금이라도 일어서려는 기색을 보이면, 보디가드 둘은 피 냄새 맡은 듯 바짝 달라붙었다.당장 김옥주에게 끌고 가 고자질이라도 할 기세였다.세상일은 모르는 법이었다.권서중도 원래는 저택 절반쯤을 함께 따라 돌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하지만 보디가드들은 임무가 있었다. 칼이 떨어져도 일을 끝내고야 말겠다는 태도였다.고생은 고스란히 하윤지 몫이었다.하윤지는 무릎을 꿇고, 한 걸음. 또 한 걸음 움직였다.서씨 가문 저택을 빠져나올 때쯤에는, 하윤지의 속눈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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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하윤지는 차가 멈춘 걸 느끼고 천천히 눈을 떴다.“죄송해요, 사모님. 그게... 어르신께서 전화하셔서요...”문지기는 난감하면서도 미안한 얼굴이었다.“보세요, 이제 산 아래 거의 다 왔어요. 내려가면 차도 있을 거예요. 사모님께서 조금만 걸어가셔서, 택시 잡고 집에 가시면 될 것 같아요...”문지기는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아휴, 도련님만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도련님이라면 어르신이 이렇게 벌주는 거 절대 못 보셨을 거예요. 얼마나 마음 아파하셨겠어요....”마음 아파한다고?그럴 리가 없다.서재현이 정말 여기 있었다면, 하윤지는 오히려 ‘자업자득’이라고 들었을지도 모른다.서재현에게 강시원은 마음속 가장 예민한 곳에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을 건드렸으니, 하윤지가 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을 것이다.문지기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지만, 이미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 두고 있었다.“사모님, 제가 부축해 드릴게요...”문지기는 다시 말끝을 흐리며 변명하듯 말했다.“저도 어쩔 수가 없어요. 저야... 그냥 일하는 사람이라서요...”문지기의 눈빛에는 안쓰러움이 담겨 있었다. 꼭 자기 집 어린 사람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서씨 가문에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김옥주가 미워하는 사람이라면 손가락질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도움의 손길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려웠다.문지기는 드문 경우였다.하윤지는 그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자신 때문에 밥줄이 끊기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하윤지는 문지기의 힘을 빌려 조심히 차에서 내려섰다.“사모님, 이 길로 내려가시면 돼요. 길어도 십 분이면 큰길로 나가서 차가 보여요. 혼자 조심하셔야 해요.”문지기는 걱정스러운 듯 몇 번이나 당부했다.그런데 문지기가 손을 놓자마자, 하윤지는 그대로 힘없이 주저앉았다.“사모님!”문지기가 놀라 외치며 몸을 낮춰 하윤지를 부축하려던 그때였다.강한 헤드라이트 불빛이 두 사람 앞을 환하게 비췄다.문지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봤다. 길게 뻗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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