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은 육혜수를 품에 안고 있었지만, 시선은 서청아를 쫓고 있었다. 그의 품에 기댄 육혜수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질투 섞인 눈빛을 애써 억눌렀다. 잠시 후, 앞길을 가로막던 혼잡함이 마침내 풀렸다. 마차는 다시 출발하여 반 시진 남짓 더 달린 끝에 난약사에 도착했다. 난약사는 산을 등지고 지어져, 아침 햇살을 받은 붉은 담장과 푸른 기와가 무척이나 엄숙해 보였다. 산문 앞에는 이미 온갖 마차들이 가득 멈춰 있었고, 불공을 드리러 온 사람들이 끊임없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서청아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배현진과 육혜수도 차에서 내려 사찰 입구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난약사 안으로 들어서자, 미리 소식을 전해 들은 주지 스님이 직접 서청아와 배현진 일행을 맞이했다. "태자비 마마와 연왕 전하, 연왕비 마마께서 멀리서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법회가 시작되기까지 차 반 잔 정도의 시간이 남았으니, 먼저 노승을 따라 객원으로 가서 잠시 쉬시겠습니까?" 일행은 그러겠다고 답하고는 스님의 안내에 따라 객원으로 향했다. 길이 엇갈리는 순간, 배현진의 시선이 다시 한번 서청아에게 머물렀다. 서청아는 못 본 척하며 발걸음을 재촉해 자신의 객원으로 들어갔고, 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진령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 뜻을 알아차린 진령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척도 없이 객원을 빠져나와 뒷산 방향으로 사라졌다. 설하와 추월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의아해했지만, 눈치껏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얼마 후, 스님 한 분이 찾아와 법회가 곧 시작될 예정이니 설법이 열리는 광장으로 서청아를 안내했다. 서청아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설하와 추월 등을 데리고 스님을 따라 객원을 나섰다. 난약사의 광장에는 이미 많은 불자들로 가득 찼고, 향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운데 끊임없이 경전 읽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설법을 맡은 이는 난약사의 망진 대사로, 그는 높은 단상 위에 단정히 앉아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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