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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나의 조각배: Chapter 21 - Chapter 22

22 Chapters

21화

주말의 공원은 느긋했다. 햇볕은 제법 따가웠지만,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 얼굴로 잔디 위를 걷고 있었다. 아이들은 비눗방울을 쫓아 뛰어다녔고, 부모들은 그 모습을 웃으며 지켜봤다. 어디선가 커피 향이 바람을 타고 흘러왔고, 나무 그늘 아래에는 돗자리를 펴고 앉은 사람들이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사이에 서나가 있었다. 벤치에 앉아, 등을 곧게 세운 채 손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있었다. 시선은 사람들을 보며 쓸쓸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때였다. 눈앞으로 불쑥 무언가가 들어왔다. 투명한 플라스틱 컵. 안에는 얼음이 가득 들어간 아이스커피였다. “…!” 놀라서 고개를 뒤로 젖힌 서나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뒤에는 도윤이 서 있었다. 한 손에는 커피 한 잔, 다른 손에는 이미 몇 모금 마신 같은 커피를 들고 있었다. 햇빛을 등지고 서 있어서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지만, 입꼬리는 분명히 올라가 있었다. “깜짝 놀랐지?” 서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봤다. “…진짜 놀랐거든요?” “표정은 별로 안 놀랐는데.” “속으로 놀랐어요.” “그건 인정 못 하지.” 도윤은 아무렇지 않게 커피를 건넸다. 서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받아들었다. 손에 닿는 차가운 온도가 현실감을 조금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둘은 자연스럽게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아이들 웃음소리, 멀리서 들리는 개 짖는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겹쳐졌다. 햇빛은 여전히 강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만큼은 산들바람에 온도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둘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사람들을 바라봤다. 서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얼음이 컵 안에서 부딪히며 작은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묘하게 크게 들렸다. 정적을 깬 건 서나였다. “그래서.”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 “왜 보자고 했어요?” 도윤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손에 들린 컵을 내려다보며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걸 잠깐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아무렇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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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병원 복도는 점심 시간이 지나며 다시 분주해지고 있었다. 서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은 생각보다 빠르게 퍼졌다. 처음엔 조용히 지나갈 줄 알았지만, 그녀를 오래 봐온 동료들이 하나 둘 다가왔다.“한 간호사.”고개를 들자, 환하게 웃는 얼굴이 보였다.“결혼 축하해.”말은 가볍게 건넨 것 같았지만, 그 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아, 감사합니다.”짧게 대답했지만, 그 뒤로 몇 명이 더 다가왔다.“와, 언제 말하려고 했어요?”“진짜 티 하나도 안 냈다니까. 남자친구 있는 것도 몰랐어.”“요즘 자주 핸드폰으로 연락하던 사람이 남자친구였구나?!”조금은 소란스러운 스테이션에 조금 더 많은 사람이 모였다.“한 간호사 진짜야? 결혼 때문에 나가는 거야?”“와… 축하해야 하는 거지 이거?”“근데 너무 아쉽다 진짜… 너 없으면 우리 어떡해.”“맞아요. 한 간호사 있으면 진짜 든든했는데.”“환자들도 엄청 찾을 텐데…”서나는 멋쩍게 웃었다. 축하와 아쉬움이 뒤섞인 말들이 연달아 쏟아졌고, 그녀는 그 사이에서 애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는 말은 했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묘한 죄책감이 남아 있었다. 아무것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떠나는 기분. 하지만 퇴사를 되돌릴 수도 이 시간들을 멈출 수는 없었다.오후가 지나고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즈음, 서나는 퇴근 준비를 하며 개인 물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복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점점 소리가 커지더니 결국 간호 스테이션까지 밀려왔다.“누구야? 연예인이야?”“아니, 누굴 찾는 것 같은데…”그 순간, 모든 시선이 한 방향으로 쏠렸다. 그 시선에 서나도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멈췄다.스테이션을 사이로 서현이 서 있었다.말끔한 수트 차림, 단정하게 정리된 머리, 그리고 그 옆에는 능숙하게 움직이는 김실장이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고급 베이커리 케이크 박스와 커피가 들려 있었다.“안녕하세요. 한서나 간호사 약혼자 주서현입니다.”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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