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산은 한때 빛을 입고 사는 사람이었다.젊었을 때 그는 한국에서 모델로 활동했고 아주 유명한 이름은 아니었지만 분명 업계 안에서 눈에 띄는 존재였다. 길게 뻗은 신체, 균형 잡힌 비율, 그리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받아내는 눈. 누군가는 말했었다. ‘조금만 장래가 유망한 모델’이라고.실제로도 그랬다. 기회는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그 무렵, 일본 매거진에서 러브콜이 왔다. 단발성 촬영이었지만 조건은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해외 작업이라는 점이 그의 선택을 빠르게 만들었다. 이산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일본으로 건너갔다.낯선 언어, 낯선 거리, 낯선 공기. 하지만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만큼은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건 늘 프레임 안의 자신뿐이었으니까.그리고 그곳에서, 미코를 만났다.사진작가였던 그녀는 조용한 사람이었다. 말수가 많지 않았고, 대신 셔터를 누르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확신에 차 있었다.“don’t move”짧은 한마디.찰칵.“いいな…”(좋네…)그녀의 시선은 정확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산은 그 시선을 의식하게 됐다. 단순히 촬영이라 생각해서 의식한건 아니였다. 촬영이 끝난 후에도, 그는 몇 번이나 돌아보게 됐다. 그건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종류의 끌림이었다. 그런 끌림은 이산뿐만 아니라 미코에게도 왔는지 이산이 미코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시작했고 그 이후그렇게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자연스럽게, 아주 자연스럽게 서로의 일상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연인이 되었고, 또 어느 순간에는 부부가 되어 있었다.미코가 찍은 사진 속의 이산은 더 빛났다. 사랑하는 이산을 담는 그녀의 렌즈 안에서 그는, 가장 잘 살아났고 아름다웠다. 그 결과 일본에서 그의 이름은 점점 더 알려지기 시작했다.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그때까지는.“…이산.”어느 날, 미코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私ね。”(나 말이야)잠깐 숨을 고른 뒤,
Last Updated : 2026-04-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