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월은 동굴 입구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에 잠에서 깼다. 눈을 떴을 때 동굴 안은 이미 꽤 밝아져 있었고, 입구로 들이친 햇살이 바닥 위로 잘게 부서진 빛줄기를 던지고 있었다.한여월은 무의식적으로 곁을 더듬었지만, 손끝에는 살짝 서늘한 수피 가죽만 닿았다. 윤이산은 이미 자리에 없었다. 오직 허리춤에 남은 희미한 냉기만이 어젯밤의 일이 꿈이 아니었음을 일깨워줄 뿐이었다.한여월은 몸을 일으켜 앉으려다 다리를 움직이는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 다리가 뻐근하고 저릿했다. 분명 어젯밤 윤이산의 뱀 꼬리에 너무 꽉 감겨 있었던 탓에 압박이 심했던 모양이다.한여월이 다리를 주무르고 있을 때, 갑자기 목덜미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가 미세하게 뜨거워지더니, 그 안에서 무언가 요동치는 듯한 감각이 전해졌다. 한여월은 멍해졌다가 곧장 의식을 집중해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지난번 이 의식 공간에 들어갔을 때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가득해 겨우 5평 남짓한 범위만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안개가 완전히 걷혀 공간의 전체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났다.눈앞에 펼쳐진 것은 더 이상 좁은 구석탱이가 아니라, 약 10평 정도 되는 검은 토지였다. 은은한 윤기가 도는 것으로 보아 흙은 꽤 비옥해 보였다. 한여월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정도 땅이면 충분히 식물을 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곧 채소 자급자족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한여월을 더 놀라게 한 것은 공간 한구석에 숨겨진 작은 샘물이었다. 비록 아직은 몇 방울 되지 않는 적은 양의 물이었지만, 벅차오르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힘들었다.‘설마 이게 소설에서나 보던 영천인가?'소설 속 영천은 온갖 병을 고치고 신기한 식물들을 쑥쑥 키워내지 않던가. 이 공간 속 샘물은 대체 어떤 효과가 있을지 궁금해졌다.한여월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가 의식으로 샘물을 떠내어 손끝에 대는 순간, 따스한 기운이 손가락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다리의 저림과 근육통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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