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시작은 언제나 무언가의 끝으로부터: Capítulo 21 - Capítul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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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바람을 타고 II

김밥을 집은 하연은 조심스럽게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한 입 베어물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헐.. 언니, 김밥에 이거 오이 뺐어요?”“너 오이 싫어하잖아.”“..와. 언니가 이걸 기억해줬네.. 완전 감동이에요..”“글쎄.. 아닌데. 그냥 내가 싫어서 뺀 거야. 착각은 금지! 먹기나 하시죠?”잠깐의 정적.하연은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더니 작게 말했다.“..그래도 고마워요.”그 말은, 웃음보다 오래 가는 따뜻한 온기였다."..별 말씀을."와구와구 볼이 터져라 김밥을 먹는 하연을 위해 물을 꺼내 뚜껑을 따 건네는 지원이었다.*식사를 마친 뒤, 텀블러에 따뜻한 페퍼민트 티를 따라 마셨다.하연은 “이런 데선 꼭 뜨거운 차를 마셔야 해요. 커피말고 차로. 드라마에서는 맨날 그러니까.”라며 혼자 들뜬 표정이었고, 지원은 그녀의 그런 모습이 귀엽다는 듯 그냥 가벼운 미소로 받아넘겼다.공원을 한바퀴 걷고, 하연은 셀카를 찍고, 벚꽃 아래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하연은 점점 더 환하게 웃었다. 이제는 아예 싱글벙글이었다.“언니, 얼굴 좀 펴요! 너무 딱딱해요~ 누가보면 봅 싫어하는줄?”지원은 인상을 찌푸렸다.아무래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찍히는 것은 어색한 지원인지라 얼굴이 어딘가 불편한 듯 딱딱하게 굳어있었다.“사진 찍을 때마다 이래야 돼?”“이래야 제대로 찍는 거에요. 언니는 좀만 웃어도 분위기 나잖아요...예뻐서.”"응? 뭐라고?""..에? 아무 말도 안했는데요."지원은 작게 한숨을 쉬며 시선을 돌렸다.“..아, 진짜 못 하겠다. 그냥 너 혼자 찍어. 내가 찍어줄게. 폰 줘봐.”“에이~ 같이 찍어요! 같이 나왔는데 같이 찍어야지!”그렇게 하연의 억지로 함께 찍은 사진 여러장들.지원은 어색하게 웃고 있었고, 하연은 마치 봄 그 자체처럼 예쁘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둘의 얼굴이 나란히 담긴 그 사진은, 저 푸른 하늘처럼 투명하고 부드러웠다.찍힌 사진을 보며 헤벌쭉, 웃는 하연."이건 절대 삭제 안 할 거에요.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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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조용히 떨렸다 I

수요일 아침.햇살은 두꺼운 암막 커튼 틈새로 느릿하게 밀려들었다.그러나 하연의 몸은, 침대에 엎어진 채 좀비가 되기 직전의 신체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수능이라는 큰 벽을 넘긴 하연에게 출석이란 입시 지원서 넣을 때 말고는 의미도 없게 되어버렸기에.그리고 그 지원서마저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지금,학교는 가끔 시원이 혼자 가면 할 거 없다고, 심심하다고 억지로 끌고 나갈때에야 가는 곳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시원도 등교 파업. 하연보다 더 잠에 빠져있는 듯 했다.그러니 이런 시간까지 연락 한 통 없는 거겠지."..쯧쯧. 불량 고딩같으니라구. 성실하게 좀 살아라, 이 년아."시원이 들었으면 입에 게거품을 물고 사정없이 반박했을 말을 뻔뻔스럽게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중얼거리며,침대 매트리스 위, 이불 속에서 둥글게 몸을 말고 누워 있던 하연은몇 번이나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했다.내가 지금 졸린건가, 안졸린건가.. 졸린.. 안..?괜히 폰을 손에 쥐었다가, 화면만 켰다가 껐다.메일함을 열었다가 닫고, 다시 또 열었다.마치 매 순간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듯이, 미세한 기적을 기대하며.하지만 여전히.아무것도, 도착해 있지 않았다.‘면접 고생하셨습니다. 이번 주 중에 결과 연락드리겠습니다.’○○대학 면접관의 목소리가 뇌 안 어딘가에서 또렷하게 되살아났다.귓가를 스치고, 심장을 눌렀고, 손끝을 떨리게 했다.“후..”하연은 작게 숨을 내쉬었다.불안은 뱃속 깊은 곳에서 계속 웅크리고 있었고,그 아래에 깔린 초조함은 차오르고 차오르자 목 끝까지 닿아 있었다.하지만 오늘도 일어나 아무렇지 않은 척 하루를 살아가야만 했다.*“하연아, 밥 먹자.”부엌에서 밥상을 다 차린 지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연은 겨우 이불을 걷고 느릿느릿 몸을 일으켰다.방에서 거실로 나가는 발걸음은 평소보다 확연히 느렸다.발등 위에 무거운 뭔가가 올라타 있는 것처럼, 걸음이 둔했다.식탁 위에는 따뜻한 미역국에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고,고슬고슬한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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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조용히 떨렸다 II

저녁이 되었다.하연은 지원과 함께 동네 공원의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각자 따뜻한 커피를 한잔씩 테이크아웃해와 말없이 커피 마시는 소리만 들렸다.공기는 아직까지는 조금 쌀쌀했지만, 봄이 이미 도달했음은 모두가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하늘은 오렌지빛으로 물들고 있었고,머리 위 가로등은 아직 켜지지 않았다.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 조깅하는 부부, 퇴근 후 조용히 걷는 사람들, 배드민턴과 캐치볼을 하는 학생들.그 사이에서 지원과 하연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한참 만에, 하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언니.”“응.”“나.. 너무 별로였던 것 같아요. 면접 때도 너무 떨고, 말도 엉망이었고, 더듬거리고, 그냥.. 완전 바보같이.. 그 이후로 자꾸 내가 나를 못 믿겠어요.내 스스로가 너무 싫어요...”그 말은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중간중간 하연은 주먹을 꽉 쥐며 스스로의 말을 삼켰고,입술을 깨물며 눈을 깜빡였다.눈물이 웅덩이처럼 고였다.괜히 고개를 들며 흐르지않게 한숨을 쉬었다.지원은 아무 말 없이, 그 조각조각의 감정을 다 들었다.그리고 조용히 하연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나는 널 믿는데.”그 말은 거의 속삭이듯 흘러나왔지만,하연의 귓가에는 너무 크게 들렸다.숨을 들이쉬는 소리조차 크게 울리는 것 같았다.“..언니가 왜요.”“그냥. 너니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제일 가까이에서 봐왔잖아. 절친이지 뭐, 이 정도면.”하연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눈가가 붉게 물들고, 시야가 번져왔다.물기 가득 어린 목소리로,“..그러다 불합격이면 어떡해요.”“그럼 다른 데 또 보면 되지.”“거기도 또 떨어지면요..”지원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고개를 돌려 하연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이 말했다.“그럼 집에서 둘이 같이 울고, 매운 라면이나 끓여먹고,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 영화나 보자. 유튜브 틀어놓고 늘어져 있어도 되고. 그러다 때 되면 면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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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의 축하 방식 I

토요일 저녁, 주황빛 노을이 검은 하늘에 잠식되기 전 마지막 제 모습을 지원과 하연의 집 창문 너머로 천천히 스며들게 할 무렵.하연은 거실 한가운데 멍한 얼굴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음.."어딘가 불안해보일 정도로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하연.이내 천천히 거실을 왔다갔다 걷다가 다시 멈춰서서 엄지 손톱을 물어뜯는다.오른손으로 꼭 쥐고 있는 작은 갈색 종이봉투는 손끝에서 살짝 떨리고 있었다.그 안에는 그녀가 직접 매장에 가 이것저것 비교하며 고르고, 망설이다 결정하여 담아 넣은 것들이었다.하얀 종이에 싸인 꽃다발 하나, 알록달록한, 색감이 예쁜 마카롱 세 개,그리고 문구점에서 한참을 고르다 고른 파란 리본이 감긴 작은 상자 하나.작은 손가락으로 곱게 매듭지은 리본은,세상 어느 그 누가 보더라도 진심어린 애정이 묻어나는 모양새였다."왜 이렇게 안절부절 못해."“언니, 오늘 저녁은 제가 준비할게요.”부엌 문가에 서서 나지막이 내뱉은 하연의 말에소파에 앉아 책을 읽던 지원이 고개를 들었다.“응? 저녁? 왜?”그 물음에는 놀람보다는, 은근한 미소가 섞여 있었다.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활짝 웃었다.얼굴엔 희미한 긴장과 설렘이 엷게 번져 있었다.“응. 대학교 붙은 기념으로요.”책갈피를 끼우고 책을 덮는 지원.“뭐.. 이렇게 정식으로 대접한다고하니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지. 잘 부탁합니다, 쉐프님? 근데 그건 뭐야. 왠 종이봉투에 뭐가 또 그렇게 한가득?”지원이 시선을 내려, 하연이 품에 안은 종이봉투를 가리켰다.하연은 봉투를 양손으로 더 꼭 끌어안으며 고개를 저었다.자기 방 책상 위에 봉투를 올려놓고 나오며,“이건 일단 비밀이지롱요.”지원은 한쪽 눈썹을 살짝 올리며 웃었다.하연이 무언가 숨기고 있을 때, 격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습관은 지원에게 익숙한 것이었다.그럴 땐 굳이 캐묻지 않는 게 정답이라는 걸지원은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그렇기에 말을 돌리며 어련히 알아서 찾아올 하연의 서프라이즈를 기대했다.“뭐,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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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의 축하 방식 II

흰 종이에 그려지는 그림처럼,흰 식탁에 화려하게 차려진 음식은 생각보다 훨씬 근사했다.크림 파스타는 농도도 간도 딱 알맞았고,샐러드는 상큼한 드레싱이 입맛을 돋구었다.한쪽엔 작게 구운 미니 소시지까지.접시를 보며 지원은 잠시 놀란 눈으로 하연을 바라봤다."어때요?""호오.. 보기엔 뭐 고급 레스토랑인데?"그러다 자리에 앉아 포크를 들어 조심스레 파스타를 먹어보는 지원.지원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이 파스타 소스.. 간 딱 맞죠?아닌가? 좀 짠가? 어때요?”하연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지원은 포크를 내려놓고 천천히, 느리게 짝, 짝, 짝. 박수를 쳤다.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지원.“음.. 생각보다 훨씬 더 맛있네.”에에?하는 표정의 하연이는“생각보다?!”"좋은 뜻이야.""그러면 그걸 먼저 말하라구요."투덜대는 말투에도 숨길 수 없는 말간 웃음이 묻어났다.지원이 포크를 들어 돌돌 말아 입에 한가득 파스타를 넣는 그 모습만으로도하연은 어깨가 으쓱할 정도로 기뻤다.어른 대 어른으로 식사를 하는 느낌.오랫동안 상상만 하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그렇게 시작된 식사가 대충 정리될 무렵.하연은 자리에서 조심스레 일어났다.그리고 아까 품에 안고 있던 종이봉투를 들고 방에서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이거.. 언니 선물이에요.”지원은 티슈로 입술을 닦다가, 멍한 얼굴로 물었다.“응? 나?”“응. 언니 아니었으면, 오빠 장례식 때 언니가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행복하게 살지 못했을 거니까요.그러니까 이건 하연이 합격 기념 선물이 아니라 하연이의 고마움 전달식 선물이에요.”"..."지원은 말없이 봉투를 받아 들었다.손끝에 느껴지는 종이의 감촉과안에 담긴 묵직한 마음이 동시에 전해졌다.봉투 안에는 작은 꽃다발, 마카롱, 파란 상자 하나와 정갈한 손글씨로 눌러쓴 메모가 들어 있었다.[언니는 내게 늘 무슨 일이 생긴다해도 괜찮다고 말해줬지만,사실 내가 제일 괜찮다고 느낀 건,그 어디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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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고민 I

요즘의 밤공기는 확실히 이전과는 달리 벚꽃 빛깔의 봄기운을 머금고 있었지만, 그 어떤 것들이라도 품어줄 수 있을 것 같은 온기에 비해 홀로 집을 향해 걷는, 무표정한 지원의 마음은 요새 유난히 때이른 늦가을 낙엽처럼 메마르게 버석거리며 동시에 쓸쓸했다.불그스름하게 물든 하늘이 서서히 검은색으로 바뀌고,그 검은 하늘이 더 깊고도 진하게, 흰 구름마저 제 몸의 색으로 검게 물들이는 시간.매일같이 지원이 집에 도착할즈음이면 아파트 복도엔 조명 한 줄만이 덩그러니 켜져 있었다.그 아래로 홀로 놓인 그녀의 그림자가 밤처럼 검은 채로 길고 납작하게 늘어졌다.그나마 복도를 밝혀주는 유일한 저 불빛은 이상하게도 지원의 외로움을 증폭시키는 것만 같아, 지원의 눈에 들어오는 복도 전체에 스산한 정적과 고요함을 겹겹이 깔았다.그 긴 그림자 속에서, 지원은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 천천히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아무 말 없이.집에서는 하연이 오늘도 조용히 지원을 기다리고 있었다.요즘 들어 부쩍, 지원은 퇴근이 늦는 날이 많았다.평소에도 바쁜 그녀였지만 요즘 들어서는 이상할 정도로 집으로의 귀가가 늦어졌고, 거실 소파 옆에 던져지는 가방이 열 시를 넘기는 건 예삿일이었다.간혹 자정 무렵, 문틈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인기척에 하연은 잠결에 눈을 떴다가, 곧 아무 말 없이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다.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아무런 일도 없는 척하며 하루를 넘겼다.둘만의 작은 배려였다.*“..언니, 오늘도 늦어요?”언제나처럼, 출근길 현관 앞. 하연은 졸음이 채 떠나지 않은 눈을 비비며 잠옷차림으로, 배게를 품에 안고 물었다.말투는 툭, 던지듯이 가벼웠지만, 눈빛은 진지했다.지원은 구두를 신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하연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이는 지원.그러나 그 미소란 억지로 피로를 감춘 미소였다. 입꼬리는 웃고 있었지만, 눈가에는 수면 부족과 무언가 더 복잡한 감정이 내려앉아 있었다.하연의 눈에도 적나라하게 보일 정도로.“응.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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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고민 II

식탁에 마주 앉은 두 사람 사이엔, 잠시 정적이 흘렀다.김치 냄새와 라면에서 모락모락 뿜어져나오는 김이 퍼지며 집 안의 공기를 채웠지만, 말은 오가지 않았다.지원은 젓가락을 들었다 놓았다 반복하면서도, 결국 한 입도 먹지 못한 채 앞접시에 담긴 라면만 바라봤다. 복잡한 표정.하연은 그런 지원을 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언니, 혹시 이직 생각하고 있어요?”그 순간, 공간이 정지된 것처럼 조용해졌다.젓가락이 허공에서 멈추었고, 지원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놀라거나 화내는 표정은 없었다.오히려, 들켜버렸다는 체념 같은 미소가 살짝 스쳤다.“..봤구나.”“응. 언니 방에서 뒹굴뒹굴거리다 그냥.. 우연히. 미안해요.”지원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는 국물 한 숟갈을 조용히 삼켰다.그 따뜻한 소리가 어쩐지 쓸쓸하게 들렸다.“뭐.. 지금 회사가 마음에 안들거나 싫은 건 아닌데.. 그냥.. 제안이 들어왔어.지금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고, 규모도 크고, 기회도 많대.사실상 승진이나 마찬가지래.”지원은 말을 멈추고, 고개를 잠시 떨궜다.작은 숨을 내쉬며, 마저 말을 이어나갔다.“옛날 같았으면 나한테 이런 기회가 온 거에 무지 기뻐했을텐데.. 근데.. 지금에 와서 보니까 생각보다 덜 기쁘더라.”하연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한참을 지원의 말을 곱씹으먀 침묵하다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언니가 뭘 선택하든,언니가 제일 편한 걸, 하고싶은 걸 골랐으면 좋겠어요.”지원의 눈이 조용히 하연을 바라봤다.마냥 밝고 해맑기만 해보이는 얼굴. 하지만 그 안에는 말로 다 표현되지 않는 감정들이 일렁였다.하연은 숨을 들이쉬고, 또렷하게 말을 이었다.“저, 언니랑 여기서 이렇게 지내는 거 정말 좋아요. 너무 행복해요. 근데 고작 그런 나만의 이유 때문에 언니가 자유롭게 다니지도 못하고,언니의 족쇄같은 짐이 되면 안 되니까.혹시, 나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거라면..그건 아니에요. 나, 괜찮아요.나도 이제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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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바다에 닿으면 I

“언니, 우리 진짜 가요? 진짜로? 그냥 하는 말 아니고? 또 그랬다가 갑자기 야근잡혔다고 내빼는 것도 아니고?”"쓰읍. 내뺀다니, 언니한테.존대하도록!""언니님 야근 잡히셔서 회사에서 붙박이마냥 버티는 것도 아니시구요?""그렇다니까."거실 한가운데, 세상만사가 귀찮다며 아무렇게나 드러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 앉은 하연은 그 커다란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휴대폰 화면을 조심스레 넘겨다보던 지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하연의 눈썹이 불쑥 치솟았다. 장난처럼 물어본 건데, 정말로 떠날 줄은 몰랐다는 듯.“응. 그냥.. 오랜만에 같이 바다 가서 바람 좀 쐬자. 나도 머리 좀 식히고 싶어서. 요즘 일 때문에 같이 시간보내기도 잘 못했잖아.”지원은 한참을 두드리던 폰 화면을 돌려 하연에게 보여줬다. 우다다 달려 지원이 앉아있는 소파 옆자리에 뛰어들듯 앉는 하연. 푸르스름한 지붕의 오래된 민박집 사진. 그리고 바닷가가 훤히 보이는 창문. 근처에 관광지 하나 없이 한적한 마을의, 단층으로 된 민박집이었다."짜잔. 여기서 잘 거야."“와.. 진짜 바다다! 대박! 언니 낭만 합격!”“아무래도 너무 멀리까지는 못 가니까, 여긴 서울에서 두 시간밖에 안 걸려. 대신, 조용한 데야. 진짜 아무것도 없는 동네. 심심할 수도 있어.”“그게 더 좋아요. 사람 많아서 북적거리는 데보다, 언니랑 단둘이 있는 게 더 좋으니까. 아니,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뭐 입지? 뭐 가져가지? 백팩으로 되나? 캐리어 꺼내야 되나?”하연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자기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잠시 고민하다 결국 캐리어를 꺼내 펼치는 소리가 들렸다. 옷가지들과 잡다한 것들을 챙기는 소리도.바다로 간다니까, 너무 들뜬게 안봐도 보이는 소리였다."..대학생이고 뭐고, 그래도 아직 애네, 애."지원은 하연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다가, 살짝 웃었다.말없이 어두운 감정에 사로잡혀 파묻일 것만 같았던 하루. 잠잠히 가라앉는 듯한 기분에서 어디론가로 도망치듯 떠나고 싶었던 마음 한켠에, 하연이 그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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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바다에 닿으면 II

대충 캐리어의 짐을 정리해두고 숙소를 나섰을 때, 해는 아직 중천이었다.둘은 작은 골목을 지나 마을 앞 바닷가로 향했다. 모래사장은 비어 있었다.제법 넓은 백사장 위엔 갈매기 몇 마리만 어슬렁거렸고, 해안가엔 물이 조금씩 빠지며 작은 물길을 만들어내고 있었다.하연은 헐레벌떡 운동화의 끈을 풀더니, 운동화도 양말도 벗어던지고 그대로 달려가 맨발로 파도에 발끝을 담갔다.“으아! 차가워!”몸을 움찔이며 껑충 뛰어오르듯 물러나는 모습에, 지원은 웃음을 터뜨렸다.“바보, 5월 바다가 따뜻할 줄 알았어?”“아니, 그냥.. 드라마에서 많이 나왔잖아요. 막, 뛰어다니면서 나 잡아 봐라, 이런 거나 물 끼얹으면서 꺄악! 하는 거.”"걔네는 차가운 거 참았나보지, 뭐.""..드라마는 역시 드라마로 봐야 하나. 어른이 되는 과정이란 이렇게 씁쓸한 것인가..""뭐래."하연이 어깨를 으쓱이며 바다 쪽으로 눈을 돌렸다.수평선 가까이에 작은 고깃배 하나가 떠 있었고, 그 위로는 부서지듯 잔물결이 일었다.지원은 말없이 하연을 바라보았다.한참을. 조용히.하연이 키득대며 지원의 곁에 섰다.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언제부턴가 생긴 자그마한 의문을.“..하연아.”“응? 왜요?”“너.. 혹시, 나 때문에 뭐, 망설이는 거 있어?고민이라던가.. 그런 거.언제부터인진 모르겠는데 너가 나 쳐다볼 때, 예전이랑은 조금 달라진 것 같아서. 맨날 뭐 말하려는 것처럼 입 열다가 다시 닫고.”하연은 잠시동안 지원에게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저 앞만 바라봤다.그렇게 무언가를 한참 생각하는 듯 하더니,바다를 바라보는 채로, 발끝으로 모래를 파다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아니, 나는 오히려.. 언니가 나랑 있어서 망설이는 게 걱정이었어요. 이직 일도 그렇고. 내가 없었으면 고민도 안하고 갔을텐데...오빠 죽고나서, 남겨진 짐덩이처럼 내가 괜히 자유로워진 언니 발목을 잡고있는 건 아닌가, 하고. 언니도 남들처럼 데이트도 하고, 헌팅도 당하고, 뭐, 그런 거 있잖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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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라는 파문 I

지원과 하연이 다시 서울로 돌아온 저녁. 바닷바람과 햇살이 머무르던 그 짧은 여행은, 단 하루만에 끝났지만 둘의 마음에 남긴 자취는 꽤나 깊었다. 그 짜가운 바람과 윤슬이 몰아치며 부서지는 파도가 아직도 둘의 눈과 귓가에 맴돌았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금 일상으로 복귀해야할 차례.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그 파도소리가 메아리 치던 바깥의 풍경도 완전히 사라졌다. 한없이 익숙했던 희뿌연 형광등 불빛이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해야 할 집 안 공기조차 여행지의 맑고 짠 바람에 벌써 익숙해진 폐에겐 어딘가 눅눅하고 탁하게만 느껴졌다. 돌아옴을 기약하는 떠나감은 이런 것인지, 괜히 허했다. "아.. 진짜, 언제 또 바다에 갈 수 있을까요. 바다가 잊혀지지가 않네. 나 완전 바다 체질인가 봐요. 자격증 도전해서 해녀나 돼볼까요? 근데 해녀도 자격증 필요한가? 한 번 알아볼 가치는 있겠군.." 하연이 신발을 벗으며 발등을 가볍게 털었다. 툴툴거리는 목소리와는 달리, 입꼬리는 여전히 해사하게 말려 있었다. 마치 손끝에 아직 파도 소리가 묻어 있는 사람처럼. "요란하게 벌써부터 또 이럴 거야? 고작 1박2일 있어놓고? 그리고 먼저 손부터 씻어야지." "네,네. 안그래도 가려고 했거든요~" 투덜투덜, 두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는 화장실로 향하는 하연. 곧이어 화장실에서 나와 축축하게 젖은 손을 이리저리, 아무렇게나 털어대며 "이제 언니 차례." 지원은 대꾸 없이 소파에 툭, 몸을 던졌다. 부드러운 소파 쿠션이 등을 감싸안자, 그제야 몸에서 긴장이 조금씩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만족스러운 기분. "역시 집이 최고야.." "언니 손 씻을 차례라니까요?" "난 싱크대에서 씻었어." "어쩐지 우리 집에는 이상하게 비누가 싱크대에 있더라니.." "시간도 무지 절약되고 얼마나 좋아." 쭈욱, 기지개를 켜며 소파에 드러눕는 지원. 상당히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다. 하연은 그런 지원을 흘깃 쳐다보며, "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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