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이이..”침대에 푹 파묻힌 채, 인어처럼 이불을 몸에 돌돌 말고 누워있는 하연. 애처롭다 못해 구슬퍼보이는 얼굴로 애달프게 거실에서 달그락거리는 지원을 불렀다."언니..! 살려줘요.. 아이고 나 죽네!"“응? 왜?”지원은 설거지를 끝내고 시계를 힐끔 올려다봤다.짧은 시침과 긴 분침이 그 자태도 고고하게, 9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흠.. 우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입시생 고3 하연이, 제트기 타고 날아가도 지각이겠네."그러나 여전히 침대 속에 파묻힌 하연의 몸뚱이는 움직일 기미조차 없다.이미 열려있지만 매너있게 하연의 방문을 똑똑 두들기고 들어가는 지원.“하연아, 이런 말하기 나도 새삼스럽기는 한데 너 지금 학교 지각인 거 알지?”“나 아파요.. 온몸이 쑤시고, 열도 나는 것 같고..으에취!”이불을 목끝까지 끌어올리는 하연.하연의 목소리는 작고 힘이 없었지만, 그나마 그 안에 잔뜩 담긴 것은 순수한 억울함.지원은 웃으며 천천히 하연이 곁으로 다가갔다.“어쩐지 어제부터 그러더라니..”"어제가 왜요..""너 어제 얼굴 되게 새빨겠어."지원이 등교하는 하연을 꼬옥 안아주던 장면이 머릿속에서 리플레이되어 뜨끔, 하는 하연.“..사람이 일관되게 행동해야죠.. 후우..에.. 에취! 이거 봐! 콧물!”이불 안, 하연의 작은 몸에서 신음 소리가 참 길게도 났다."아이고, 나 죽네.. 나 죽어.. 언니.. 나 죽어요.."지원은 티슈를 뽑아들고,한 손은 하연의 뒷목에,티슈를 든 손은 하연의 코에 가져다댔다."자, 흥!""..언니. 나 정말, 정말로 아프긴한데 진짜.. 내 나이가 이제 그 정도는 아니야..""시끄럽고, 흥!""흥.."다량의 설레임과 약간의 자괴감.이정도 스킨쉽이면 그깟 자괴감쯤이야, 하연은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며 코를 내민 채 가만히 지원의 손길을 느끼기로 했다."으.."표정을 한껏 구긴 후, 휴지통에 축축한 티슈를 버리는 지원.하연은 충격받은 얼굴로"언니.. 내가 더러워..
Last Updated : 2026-04-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