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고약한 냄새들이 존재한다. 부패한 음식물의 들큰한 악취, 여름날 하수구에서 거품과 함께 올라오는 찌린내, 혹은 로드킬 당한 동물의 사체가 아스팔트 위에서 썩어가는 메스꺼운 냄새 같은 것들. 하지만 강도진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냄새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차라리 무색무취에 가까웠으나, 그의 예민한 후각에는 그 어떤 고리타분한 악취보다도 강렬하게 느껴졌다. 바로 진실이 은폐된 무지의 냄새였다.국립대 이공계의 수재, 학부생 시절부터 SCI급 논문에 이름을 올리던 천재, 수많은 대기업의 연구소 러브콜을 마다하고 그가 선택한 곳은 환경 폐기물 처리 전문 기업 ‘미래환경솔루션’이었다. 최연소 수석 연구원. 그것이 현재 도진의 어깨에 달려있는 무거운 타이틀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사명감에 불타는 청년 환경운동가쯤으로 여기며 칭송했지만, 그것은 지독한 오해였다. 도진은 그저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하게 수지가 맞아떨어지는 화학 방정식을 사랑했을 뿐이다.그에게 세상은 거대한 거부반응의 현장이었다. 벤젠 고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질소 산화물이 엉겨 붙어 있고, 맑은 산소가 필요한 곳에 황화수소가 가득 차 있는, 이 미친듯한 무질서와 불균형. 도진은 자신의 지식을 이용해 오염된 분자 구조들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흐트러진 수치를 정돈하는 것에 거의 변태적인 쾌감을 느꼈다. 그것은 숭고한 정의감이라기보다는 편집증적인 정돈 습관에 가까운 행위였다.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그 정돈을 허락하지 않았다.“강 수석, 이봐, 좀 유연하게 생각하라고. PPM 단위 몇 개 좀 넘는다고 당장 지구가 멸망하나? 우리 회사가 망하면 당장 이 지역 실업 인원이 몇 명인지, 그 가족들의 생계가 어떻게 될지 생각은 안 해?”윤 상무의 목소리는 기름졌다. 그의 잘 가꾼 수트 위로 흘러넘치는 뱃살처럼, 그리고 그가 숨기고 싶어 하는 난분해성 폐수의 페놀 수치처럼.도진은 눈앞의 트리플 모니터에서 쉴 새 없이 스크롤 되는 데이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차갑게 대꾸했다.“유연성은 고무줄
Last Updated : 2026-04-0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