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의문사한 천재 공학자가 붕괴 직전의 초거대 생물·화학 반응기인 저승 시스템을 정화하고 재건하며, 무능한 신들을 밀어내고 명계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영지 경영 판타지
Lihat lebih banyak붉은 관복이 바닥을 끄는 스산한 마찰음이 폐허의 정적을 갈랐다.백색 가면을 쓴 상급 감찰관이 무장 호위병들을 대동하고 제9구역의 중심부로 걸어 들어왔다. 그의 발걸음에는 오만함과 동시에 일말의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작업장 전체를 짓누르던 끔찍한 보랏빛 파동이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영체를 부식시키던 독기 대신, 서늘하고 정갈한 공기만이 폐허를 맴돌고 있었다.감찰관의 시선이 박살 난 원심분리기의 잔해와, 그 앞에 위태롭게 서 있는 도진에게 닿았다.도진의 몰골은 처참했다. 찢어진 어깨에서는 끊임없이 검붉은 영적 파편이 흘러내렸고, 전신은 붕괴 직전의 유리창처럼 미세한 균열로 가득했다. 당장 쓰러져 한 줌의 재로 변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하지만 도진은 두 발로 단단히 버티고 서서 감찰관의 안력을 정면으로 받아내고 있었다."납품 기한보다 한 시간 십 분 일찍 오셨군요."도진이 피 딱지가 앉은 입술을 비틀어 올리며 건조하게 입을 열었다.감찰관은 대답 대신 허공에 띄워진 푸른색 홀로그램 그래프로 고개를 돌렸다. 붉은색으로 점멸하며 0.0%를 가리키던 숫자는 온데간데없었다.[최종 정화 수율: 98.9%]백색 가면 너머에서 짧은 흡기음이 새어 나왔다. 감찰관의 뒤를 따르던 호위병들조차 믿을 수 없다는 듯 창자루를 쥔 손을 잘게 떨었다.감찰관의 안광이 도진의 발치에 수북하게 쌓인 하얀 모래알들을 향했다. 명계의 그 어떤 문헌에서도 본 적 없는 순백의 가루. 거기에는 망자들의 지독한 원념도, 썩어 문드러진 찌꺼기의 악취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완벽하게 정제된 순수한 생명 에너지의 파동만이 잔잔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이게… 네놈이 말한 그 흉측한 결정체의 잔해란 말이냐."감찰관의 쇳소리 섞인 음성에 처음으로 짙은 당혹감이 배어 있었다."잔해가 아니라 완제품입니다."도진은 핏기가 가신 손을 뻗어 바닥의 하얀 가루를 한 줌 쥐어 보였다. 손가락 틈새로 부드럽게 흘러내린 가루가 허공에서 반딧
짙은 정적. 쇳소리조차 증발해버린 폐허 속에서 끊어진 배관의 잔여물만이 쉿쉿거리며 끓어오르고 있었다.도진은 피가 눌어붙은 손으로 찢어진 어깨를 거칠게 지혈했다. 시야가 붉게 명멸하는 와중에도 그의 눈동자는 허공에 떠 있는 검은 결정체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감찰관이 던져두고 간 열두 시간의 유예는 이미 잔혹하게 줄어드는 중이었다.실패의 진흙탕 속에서 도진의 머릿속은 오히려 서늘하게 가라앉았다.화학적 융해는 한계에 부딪혔고 물리적 압력은 역효과만 불렀다. 도진은 비틀거리며 결정체 앞으로 다가갔다. 보랏빛 파동이 영체를 사정없이 긁어댔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수천 년 치의 원념이 뭉쳐 질량조차 상실한 상태. 덩어리라기보다 지독하게 꼬여버린 악성 정보의 군집에 가까웠다. 이승의 공학적 잣대를 들이대자면 거대한 공정 라인을 통째로 마비시키는 치명적인 오류 코드였다.그동안의 접근은 에러가 난 하드웨어를 망치로 두들기거나 독한 산성 용액에 담그려 한 셈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파괴가 아니라 덮어쓰기였다. 무질서가 극에 달한 저 덩어리에 가장 정교하고 폭력적인 질서를 강제로 주입해 구조 자체를 붕괴시켜야 했다."관리자, 대가리 들어."도진의 목소리는 낮게 깔렸지만, 그 안에 담긴 권위는 짐승의 목줄을 틀어쥐듯 날카로웠다. 구석에 처박혀 덜덜 떨고 있던 괴물 관리자가 퀭한 눈으로 고개를 치켜들었다."감, 감독관님. 이제 다 끝난 거 아닙니까. 설비는 박살 났고, 저 덩어리는 더 커졌는데 도대체 뭘 어쩌자고….""끝난 건 당신 모가지뿐이지.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그 모가지, 오늘 안으로 다시 붙여줄 테니까 당장 일어나."도진은 바닥에 흩어진 잔해 중 비교적 온전한 영적 전도체 합금 조각들을 발로 긁어모았다."여기에 엎드려 있는 망자들 전부 집합시켜. 양동이나 철판 따위는 필요 없다. 전원 저 결정체를 중심으로 원형을 그리며 앉히도록 해."괴물은 영문을 몰라 주춤거렸으나 도진의 서늘한 살기에 짓눌려 서둘러 영혼들을 걷어차며 깨웠다. 비명과 고통에
시뻘겋게 달아오른 강철판이 한계치까지 휘어지며 짐승의 비명 같은 쇳소리를 토해냈다.차폐막의 틈새로 뿜어져 나오는 보랏빛 증기는 이미 기체의 형태를 벗어나 날카로운 액압 커터처럼 허공을 갈랐다. 증기가 스쳐 지나간 천장의 배관이 두부 썰리듯 절단되며 끈적한 폐수가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도진은 타들어 가는 손바닥의 고통을 무시한 채 메인 통제 밸브에 매달려 있었다.어떻게든 내부 압력을 빼내야 했다. 하지만 밸브를 1도만 더 열어도 농축된 저주 가스가 작업장을 덮쳐 수십 명의 영혼들을 소멸시킬 것이고, 반대로 1도를 닫으면 차폐막이 통째로 폭발해 제9구역의 모든 설비가 흔적도 없이 날아갈 판이었다.“가, 감독관님! 철판이 녹아내립니다! 대피해야…!”관리자 괴물이 머리를 감싸 쥐며 바닥을 기어 도망치려 했다. 영혼들은 이미 독기에 노출되어 피를 토하며 쓰러져 있었다.도진의 시야 망막에 붉은색 경고창이 미친 듯이 점멸했다.[내부 압력 임계점 돌파.][화학적 평형 붕괴율 99%… 100%.]그의 동공이 미세하게 확장되었다.막을 수 없다. 물리법칙이 허용하는 통제의 범위를 완전히 벗어났다.“전원, 바닥에 엎드려!”도진이 피투성이가 된 목구멍을 쥐어짜 내며 소리침과 동시에, 부풀어 올랐던 강철 차폐막이 결국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콰아아아앙—!시각을 마비시키는 섬광이나 거대한 화염 따위는 없었다. 대신, 수천 톤의 납덩어리로 짓누르는 듯한 묵직하고도 기괴한 파동이 제9구역 전체를 휩쓸었다.억겁의 세월 동안 압축되어 있던 누군가의 끔찍한 절망과 후회가 물리적인 폭풍이 되어 작업장을 덮쳤다.원심분리기의 파편들이 포탄처럼 날아가 벽면에 처박혔고, 갓 설치했던 자동화 컨베이어 벨트는 엿가락처럼 휘어지며 허공으로 치솟았다.“큭…!”도진은 폭풍의 중심에서 가장 가까이 있었다. 날아온 강철 파편 하나가 그의 어깨를 관통했고, 압도적인 저주의 파동이 그의 영체를 정면으로 타격했다. 몸이 허공으로 붕 떴다가 수 미터 밖의 혐기성 소화조 외벽에
매캐한 금속의 잔해 위로 짙은 잿빛 연기가 피어올랐다.규칙적으로 돌아가던 제9구역의 기계음은 완전히 멎어 있었다. 박살이 난 원심분리기의 틈새로, 새까만 결정체가 뿜어내는 기괴한 파동만이 작업장의 무거운 공기를 일그러뜨렸다.도진은 찌그러진 배관에 척추를 기댄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입가를 닦아낸 손등에 검붉은 핏자국이 엉겨 붙었다. 영체에 가해진 타격은 이승에서 겪는 육체적 통증과는 결이 달랐다. 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넘어, 자아의 가장 밑바닥을 강제로 긁어내는 듯한 지독한 오한이 전신을 파고들었다.허공에 띄워진 홀로그램 수치는 냉혹했다.[제9구역 전체 공정 가동 중지.][현재 정화 수율: 4.2%][감찰관 방문까지 남은 시간: 11시간 45분.]도진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갈비뼈 부근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찔러왔지만, 턱관절에 뻐근하게 힘을 주며 버텼다. 지금 이 순간 절망이나 고통에 매몰되는 것은 가장 비효율적인 낭비였다.그의 시선이 잔해 한가운데서 불길하게 고동치는 결정체에 닿았다.질량이 없는 순수한 원념의 응집체. 애초에 물리적인 무게와 부피가 존재하지 않는 개념적인 응어리를 기계의 원심력으로 강제 분리하려 했다. 회전 에너지가 갈 곳을 잃고 설비의 내구도를 갉아먹다 폭발로 이어진 것은 열역학적으로 당연한 귀결이었다.도진은 머릿속에 엉켜 있던 공정도를 완전히 폐기하고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수식을 짜 맞추기 시작했다.‘물리적 타격이 불가능하다면, 접근 방식을 화학적 융해와 용출로 바꾼다.’저 결정체가 수천 년 동안 압축된 초고농도의 용질이라면, 상대적으로 농도가 옅은 용매를 지속적으로 흘려보내 표면의 결합부터 갉아내야 한다.“전원, 일어납니다.”도진의 건조한 음성이 제9구역에 울려 퍼졌다. 완장의 통제력이 보랏빛 파동에 노출되어 짐승처럼 헐떡이던 영혼들의 이성을 강제로 붙들었다.“비명 지를 시간 없습니다. 지금 저 물질을 억누르지 못하면 감찰관이 오기 전에 작업장 전체가 오염 가스에 녹아내릴 겁니다.”바닥을 구르던 영혼
붉은 관복을 입은 감찰관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잿빛으로 변한 침전조 앞이었다.백색 가면 너머로 흘러나오는 짙은 영압이 작업장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바닥에 엎드린 영혼들은 호흡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파르르 떨었고, 관리자 괴물은 이미 혼절하기 직전이었다. 오직 도진만이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 상급 감찰관의 기형적인 안력을 정면으로 받아내고 있었다.“네놈이냐.”감찰관의 목소리는 쇳덩이를 긁는 듯 기괴했다.“형벌의 고통으로 씻어내야 할 망자의 업보를, 출처를 알 수 없는 사술로 훼손한 자가.”“사술이 아니라 산화 환원
영혼들의 비명 대신 둔탁한 쇳소리가 제9구역을 채우기 시작했다.“서둘러! 격벽 내려오기 전까지 바닥에 깔린 슬러지를 전부 예비 탱크로 밀어 넣어!”도진의 목소리가 완장의 마력을 타고 작업장 구석구석으로 뻗어 나갔다.영혼들은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이승의 기억이 마모된 채 짐승처럼 노동하던 그들이었지만, 도진이 통제권을 쥔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자신들을 옭아매던 채찍질을 금지한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남자의 지시대로 움직이면 살을 파고들던 원념 폐수의 고통이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하지
거품이 가라앉은 수면은 놀랍도록 고요했다.잿빛으로 탈색된 폐수 아래로, 수백 년간 엉겨 붙어 있던 악성 원념들이 무거운 덩어리가 되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관리자 괴물은 손에 쥔 가시채찍을 늘어뜨린 채 그 기괴한 침전 과정을 멍하니 응시했다. 튀어나온 붉은 안구가 당장이라도 쏟아질 듯 덜덜 떨렸다. 앞서 보여주었던 포악함은 온데간데없이 증발해 있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미지의 현상에 대한 원초적인 혼란과 공포였다."너… 너 방금 무슨 짓을 한 거야."도진은 부식된 밸브에서 천천히 손을 떼며 무심하게 작업복에 묻은
모든 감각이 차단된 암흑 속에서 가장 먼저 되살아난 것은 후각이었다.숨이 막힐 듯한 악취. 폐기물 처리장에서 맡았던 페놀이나 시안화합물의 냄새 따위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수만 년 동안 부패한 유기물이 내뿜는 유독 가스에, 인간의 절망과 공포가 물리적인 실체를 얻어 엉겨 붙은 듯한 기괴한 비린내였다.도진은 미간을 찌푸리려 했으나 얼굴 근육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육체라는 질량 자체가 느껴지지 않았다. 의식만이 축축한 허공을 부유하고 있었다.트럭에 치인 순간 뇌가 만들어낸 마지막 주파수인가. 아니면 사후 세계인가...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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