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계의 수석 환경공학자

명계의 수석 환경공학자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12.05.2026
Von:  흙내음Lauf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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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sammenfassung

사이다물

영지물

천재

능력남

힘숨찐

먼치킨

SF

의문사한 천재 공학자가 붕괴 직전의 초거대 생물·화학 반응기인 저승 시스템을 정화하고 재건하며, 무능한 신들을 밀어내고 명계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영지 경영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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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itel 1

프롤로그

세상에는 고약한 냄새들이 존재한다. 부패한 음식물의 들큰한 악취, 여름날 하수구에서 거품과 함께 올라오는 찌린내, 혹은 로드킬 당한 동물의 사체가 아스팔트 위에서 썩어가는 메스꺼운 냄새 같은 것들. 하지만 강도진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냄새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차라리 무색무취에 가까웠으나, 그의 예민한 후각에는 그 어떤 고리타분한 악취보다도 강렬하게 느껴졌다. 바로 진실이 은폐된 무지의 냄새였다.

국립대 이공계의 수재, 학부생 시절부터 SCI급 논문에 이름을 올리던 천재, 수많은 대기업의 연구소 러브콜을 마다하고 그가 선택한 곳은 환경 폐기물 처리 전문 기업 ‘미래환경솔루션’이었다. 최연소 수석 연구원. 그것이 현재 도진의 어깨에 달려있는 무거운 타이틀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사명감에 불타는 청년 환경운동가쯤으로 여기며 칭송했지만, 그것은 지독한 오해였다. 도진은 그저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하게 수지가 맞아떨어지는 화학 방정식을 사랑했을 뿐이다.

그에게 세상은 거대한 거부반응의 현장이었다. 벤젠 고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질소 산화물이 엉겨 붙어 있고, 맑은 산소가 필요한 곳에 황화수소가 가득 차 있는, 이 미친듯한 무질서와 불균형. 도진은 자신의 지식을 이용해 오염된 분자 구조들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흐트러진 수치를 정돈하는 것에 거의 변태적인 쾌감을 느꼈다. 그것은 숭고한 정의감이라기보다는 편집증적인 정돈 습관에 가까운 행위였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그 정돈을 허락하지 않았다.

“강 수석, 이봐, 좀 유연하게 생각하라고. PPM 단위 몇 개 좀 넘는다고 당장 지구가 멸망하나? 우리 회사가 망하면 당장 이 지역 실업 인원이 몇 명인지, 그 가족들의 생계가 어떻게 될지 생각은 안 해?”

윤 상무의 목소리는 기름졌다. 그의 잘 가꾼 수트 위로 흘러넘치는 뱃살처럼, 그리고 그가 숨기고 싶어 하는 난분해성 폐수의 페놀 수치처럼.

도진은 눈앞의 트리플 모니터에서 쉴 새 없이 스크롤 되는 데이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차갑게 대꾸했다.

“유연성은 고무줄에나 필요한 덕목입니다, 상무님. 화학식은 유연하지 않습니다. 정직하죠. 공정에 투입된 오염 물질 총량이 이만큼인데, 측정된 결과값에 나트륨 수치만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온다는 건, 중간 정화 공정을 통째로 생략하고 바닷물을 섞어서 방류했다는 증거밖에 안 됩니다. 이건 희석이 아니라 기만입니다.”

“이 친구가 정말! 그건 비상 상황에서 처리 용량이 초과해서 어쩔 수 없이…!”

“비상 상황이 3년 내내 지속되면 그건 관행이고, 의도적인 범죄입니다. 그리고 그 관행의 결과가 지금 제 눈앞에 있네요.”

도진이 마우스 휠을 굴려 화면을 전환했다. S지역 산업단지 배후 습지의 실시간 수질 분석 데이터가 붉은색 경고등처럼 깜빡이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유기물이 좀 많은 수준이 아니었다. 생물학적 산소요구량과 화학적 산소요구량은 이미 측정 불가 수준이었고, 가장 치명적인 것은 난분해성 중금속인 카드뮴, 그리고 미량으로도 신경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시안화합물이 기준치의 수백 배를 상회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윤 상무가 도진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두꺼운 손가락 사이로 불쾌한 체온과 함께 값비싼 코냑 냄새가 섞여 나왔다.

“자네, 다음 달 이사회에서 최연소 이사 타이틀 달고 싶지 않아? 이번 건만 조용히 덮고 넘어가면, 자네가 진행하는 미생물 배양 프로젝트에 백지수표로 예산 꽂아줄게. 어때.”

거래. 은폐의 대가로 주어지는 달콤하고도 썩은 먹이.

도진은 윤 상무의 손을 어깨에서 거칠게 털어냈다. 그리고 책상 서랍에서 사직서가 아닌, 지난 몇 달간 조용히, 그러나 치밀하게 모아둔 이중 장부와 실제 방류수 수질 분석 결과가 담긴 USB 메모리를 꺼냈다.

“제 장래는 제가 알아서 합니다. 그리고 상무님.”

도진의 차가운 시선이 윤 상무의 가슴팍에 달린 회사 뱃지에 머물렀다.

“그 뱃지에서 나는 냄새, 정말 고약하네요. 씻어도 절대 안 지워질 겁니다.”

도진은 굳어진 윤 상무를 지나쳐 연구실을 나왔다. 등 뒤로 윤 상무가 거칠게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와 욕설이 들렸지만, 상관없었다. 그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오염 물질을, 자신의 방식대로 정화하기 위해 움직이는 중이었다.

회사를 나온 도진은 곧장 방송국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미 몇 차례 접촉이 있었고, 자료의 확실성만 담보되면 언제든 뉴스 특보로 터뜨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강 수석님,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그쪽 그룹, 보통내기들이 아닌 거 아시잖아요. 배후에 정재계 인맥이 다 연결되어 있어요."

PD의 목소리에는 우려가 짙게 섞여 있었다.

"상관없습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완벽한 증거입니다."

도진은 담담했다. 그는 정의감에 불타는 공익 제보자가 되어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그저 잘못된 방정식, 0으로 떨어져야 할 결과값이 지저분하게 남아있는 그 상태가 거슬려서, 그것을 지우고 싶을 뿐이었다.

그날 밤, 도진은 홀로 자취방에서 마지막 자료를 정리했다. 창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S지역의 습지도 이 비에 젖고 있을 터였다. 정화되지 못한 시안화합물과 카드뮴이 빗물을 타고 습지의 흙으로, 더 깊은 지하수로, 그리고 결국엔 이 지역 사람들이 마시는 먹는물로 스며드는 상상이 머릿속을 스쳤다.

소름이 돋았다. 도덕적인 분노가 아니라 완벽해야 할 생태계의 물질 순환 시스템이 무참히 깨지는 것에 대한, 공학자로서의 근원적인 공포였다.

*

모든 정리를 마치고 나니 새벽 3시였다. 도진은 외투를 걸치고 최종 자료가 담긴 USB를 챙겼다. PD와의 약속 장소는 아침 7시, 서울의 한 호텔 로비였다. 지금 출발해야 새벽 배송 트럭들을 뚫고 여유 있게 도착할 수 있었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져 강풍을 동반한 폭우로 변해 있었다. 도진은 자신의 낡은 세단을 몰고 산간도로를 지나 고속도로에 올랐다. 와이퍼가 비명을 지르며 쉴 새 없이 빗물을 쳐냈지만, 전방 시야는 10미터 앞도 불분명했다.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과 물보라.

하지만 도진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명징하게 빛나고 있었다. 내일 아침이면, 이 지긋지긋한 악취의 근원이 온 세상에 드러날 것이다. 미래환경솔루션의 주가는 폭락할 것이고, 윤 상무와 경영진들은 포승줄에 묶일 것이다. 그리고 S지역의 습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시 자연의 정화 능력을 회복해 제 규격을 찾아갈 것이다.

그것이 바로 완벽한 침전과 여과의 과정이었다. 더러운 것들은 바닥으로 가라앉아 격리되고, 오직 맑은 물만 남는.

어느새 차는 S지역 산단을 벗어나 험준한 산간도로의 급커브 구간에 접어들고 있었다. 이 구간만 지나면 고속도로 톨게이트였다. 폭우로 인해 노면 수막현상이 심해져 속도를 줄였지만, 구불구불한 도로는 유독 어둡고 위험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뒤쪽에서 거대한 하이빔 불빛이 룸미러를 가득 채우며 폭발하듯 쏟아졌다. 빗길임에도 미친 듯한 속도로 거리를 좁혀오는 육중한 물체. 도진은 눈을 찌푸리며 차선을 비켜주려 핸들을 조작하려 했다.

하지만 도진이 핸들을 꺾기도 전에, 뒤따르던 대형 덤프트럭은 마치 도진의 차를 조준한 것처럼 오히려 더 속도를 높이며 그의 차 측면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이건, 사고가 아니다.

꽝!

엄청난 굉음과 함께 도진의 차가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비틀거렸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일어난 끔찍한 회전. 도진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핸들을 꽉 잡았지만, 차는 이미 통제 불능의 질량체가 되어 아스팔트 위를 뒹굴었다.

덤프트럭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가속 페달을 밟아, 회전하며 멈춰 선 도진의 차 운전석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콰아앙!

쇠와 쇠가 부딪치는, 귀를 찢는 듯한 충격음.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며 파편이 도진의 전신으로 쏟아졌다. 에어백이 터졌지만, 수십 톤 덤프트럭의 무게는 도진의 작은 세단을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찌그러뜨렸다.

가드레일이 뚫리고, 차는 암흑뿐인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수없이 반복되는 둔탁하고 강력한 충격. 도진의 신체 기관들이 비명을 질렀다. 뼈가 으스러지고, 장기가 파열되어 피가 터져 나오는 감각이 머나먼 곳의 이야기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지독한 침묵.

차가 낭떠러지 아래, 비에 불어난 짙은 흙탕물 속에 처박히고 나서야 모든 지옥 같은 소리가 멈췄다.

차 안으로 차가운 빗물과 함께 낭떠러지의 오물과 흙탕물이 무섭게 밀려들어 왔다. 도진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찌그러진 차체가 그의 몸을 단단히 옭아매고 있었고, 다리는 이미 감각이 없었다. 호흡을 할 때마다 폐에서 선혈이 섞여 나와 입 밖으로 흘러내렸다.

'아….'

도진은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 마지막 힘을 짜내 주머니를 더듬으려 했다. USB. 그것만은, 그것만은 세상에 나가야 했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의지는 이미 끊어진 신경망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깨진 창밖으로 빗물에 씻겨 내려가는 검은 흙탕물이 보였다. 그 속에는 페놀도, 시안화합물도, 카드뮴도, 그리고 도진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체액도 모두 섞여 있을 터였다.

‘결국 나도 이 무질서하고 불순한 혼합물의 일부가 되어 사라지는 건가.’

완벽한 방정식을 꿈꿨던 천재 공학자는,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세상에서 가장 지저분하고 규격 없는 죽음의 한복판에 처박혔다.

차오르는 물이 그의 코와 입을 막았다. 지독한 흙내와 비린내, 그리고… 너무나 익숙한 무지의 냄새가 마지막으로 그의 후각을 끔찍하게 자극했다.

억울함? 분노? 복수심? 그런 감정조차 생기지 않았다. 그저, 이 완결되지 못한 식이 너무나 거슬렸다. 0으로 깔끔하게 떨어져야 할 결과값이, 이토록 지저분한 잔여물을 남기고 끝나다니. 이 반응은 잘못되었다. 처음부터 다시, 다시 계산해야…

그것이, 인간 강도진이 이승에서 느낀 마지막 감정이었다.

*

시야가 암전되었다. 심장의 펌프질이 멎고 뇌파가 정지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른 완벽한 엔트로피 증가의 상태. 절대적인 죽음.

그러나 모든 화학 반응이 멈춘 그 칠흑 같은 심연의 밑바닥에서, 이승의 물리 법칙을 거스르는 기괴한 진동이 시작되고 있었다.

우웅… 우웅…

거대한 합금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듯한 무거운 공명. 그리고 뇌수의 한가운데를 직접 타격하는 듯한 건조한 파장의 목소리.

[명계 시스템 붕괴율 98.2%. 정화 공정 마비.]

[대체 관리자 프로토콜 가동. 긴급 적합 개체 탐색 완료.]

[개체명: 강도진. 생체 징후 소멸 확인.]

[지적 능력: SSS급 초과. 카르마 화학적 분해 적성: 측정 불가.]

[초월적 환경 분석가 특성 개방.]

[시스템 동기화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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