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백이준은 사람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누나, 부담 갖지 마세요. 우리 아버지가 원래 장난기가 많은 분이에요. 앞으로 한 달 동안 저를 가이드이자 같이 놀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백이준은 체육을 전공했다. 햇볕에 그을린 피부와 탄탄한 근육이 잘 어울리는 밝은 인상의 남자였다.평소에도 ‘누나, 누나’ 하고 불러서 동네 남동생처럼 편했다.백이준은 원래 나를 데리고 한 달 동안 해외여행을 하려고 했지만, 나는 국내를 더 보고 싶었다.어릴 때는 우리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어른이 된 뒤에는 강도준과 일에만 매달렸다. 어떤 도시에 가더라도 업무 때문이었고, 관광지에 들를 시간은 없었다.나는 고운시에 가서 오래된 고분 전시를 보고, 뜨끈한 갈비탕을 먹고 싶었다.주림시에서 매운 전골도 먹고, 밤의 미르담 야경거리를 걸어 보고 싶었다.라온령 산마을도 둘러보고 싶었다. 그곳의 풍경을 보고, 아름다운 정통 의상을 빌려 사진도 찍고 싶었다.강도준은 예전에 수없이 약속했다. 나와 전국을 여행하겠다고.하지만 강도준은 윤영미를 데리고 먼 나라의 오로라까지 보러 갔으면서, 나를 위해 궁담궁 한 번 갈 시간은 내지 않았다.이제는 더 이상 조심스럽게 강도준의 시간을 묻지 않아도 됐다. 백이준은 그날 바로 표를 예매하고 나와 함께 고운시로 향했다.도착하자마자 백이준은 친구 열댓 명을 불렀다.남자 여자가 섞여 있었다. 성격은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보기 좋게 빛나는 청춘이었다.젊고 활기찬 사람들이 일제히 나를 ‘누나’, ‘언니’라고 부르자, 기분이 나쁠 수가 없었다.내가 한가롭고 편해진 것과 달리, 강도준 쪽 사정은 엉망이라고 했다.친한 친구가 들뜬 목소리로 영상 통화를 걸어서 이야기를 쏟아냈다.[나 그날 몰래 네 결혼식장에 가서 구경했거든.][강도준이랑 윤영미가 바람피우는 영상하고 사진이 뜨자마자 둘 다 얼굴이 새파래졌어.][둘이 참 웃겨. 좋아하면 그냥 사귀면 되잖아. 누가 뭐라 해?][그런데 강도준은 강율그룹이 제일 힘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