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윤슬이 낡았지만 닳지 않도록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던 자료들을 떠올렸다가 저도 모르게 옷자락을 꽉 쥐었다.“정말이야?”이가연이 평소의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싹 거두고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당연히 정말이지. 너 부담 주려고 꺼낸 얘기는 아니야. 어차피 너 지금 싱글이잖아. 우리 오빠한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다면 오빠한테도, 너한테도 기회를 줘 봐. 만약 전혀 아니라면 오빠한테 확실하게 말해줬으면 좋겠어. 오빠가 마냥 미련 붙잡고 세월만 보내지 않게.”차 안이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경찰서에 도착한 노윤슬과 이가연이 30분쯤 대기한 끝에 고재형 부자와 이기성이 나란히 밖으로 나오는 걸 봤다.노윤슬과 이가연이 얼른 그에게 다가갔다.고재형이 그동안 매일같이 술에 절어 지낸 탓에 몸이 만신창이가 돼버렸다. 쌍방 폭행이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이기성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은 것에 가까웠다.이기성에 비해 고재형의 부상이 훨씬 심각해 보였으나 노윤슬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스쳐 지나갔다.“기성 오빠, 괜찮아?”이기성이 노윤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괜찮아. 두 사람 걱정하게 만들었네. 이제 집으로 가자.”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지켜보던 고재형은 씁쓸함이 밀려왔지만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윤슬아, 제발 기회를 줘. 우리 얘기 좀 하자, 응?”노윤슬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그대로 차에 올라타 자리를 떠났다.이씨 가문 별장으로 돌아와 식사를 마친 후 이가연은 남자친구와 영상 통화를 하겠다며 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두 사람만 어색하게 앉아 있었다.이기성의 입가가 파랗게 멍든 걸 본 노윤슬이 구급상자에서 연고를 꺼냈다.“약 발라줄게.”“그래.”이기성이 선뜻 대답하며 노윤슬의 앞으로 얼굴을 내밀었다.노윤슬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긴장한 나머지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고 손이 떨려 연고를 그만 이기성의 입술에 묻히고 말았다.“미... 미안.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노윤슬이 티슈를 꺼내 그의 입술을 닦아줬다. 부드러운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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